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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배우는 강수진

On May 07, 2019

어쩐지 ‘열심히’는 촌스럽고, ‘적당히’가 세련되게 느껴지는 요즘. 스트레스 없는 삶의 만족도를 방패삼아 보지만 마음 한편은 여전히 무겁다. 누구의 인생도 한곳에 머물진 못하는 법이니까. 세계 최고의 무용수에게 주어지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한국인 최초 수상자이자 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역임 중인 강수진 단장은 한때 그녀의 발이 찍힌 한 장의 사진으로 유명했다. 전 세계의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인 우아한 몸짓을 지탱해온 인고의 흔적은 발레를 모르는 사람도 그녀를 사랑하도록 만들었다. ‘강철나비’로 불리었던 이 여인을 만나 더 나은 삶에 대해 조금 클래식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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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3백70만원대, 팬츠 1백30만원대 모두 지방시(Givenchy). 하드웨어 그레듀에이티드 링크 네크리스, T 트루 와이드 링 모두 가격 미정 티파니(Tiffany & Co.).


촬영장에 들어서면서 막내 스태프까지 빼놓지 않고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의식적으로 하는 건가요, 아니면 습관인가요?
처음 만나는 스태프들에게는 언제나 이렇게 인사해요. 저는 공연하던 사람이에요. 지금은 공연을 만들고 있고요. 혼자서 잘한다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스태프와의 소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좋은 관계가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그럼요. 혼자 잘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일할 때 합을 맞추는 사람들과의 조화는 너무나 중요해요. 사람과 사람이 맞춰나가는 과정에는 정말 많은 에너지가 들지만 그건 꼭 써야 할 필요가 있는 에너지예요. 파트너든 스태프든, 자신과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노력해야 하죠.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몫을 잘해내는 건 기본이에요. 그 외에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죠.


강수진만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가 있을까요?
방법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상대를 진실하게 대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거든요. 상대가 자신을 존중하며 대화하는지, 업신여기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채요. 그래서 항상 존중과 진심으로 대하려고 하죠.


리더는 때로 밀어붙여야 할 필요도 있잖아요.
중요한 것은 신입이라 해도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리더나 단체도 서로 간에 호흡이 안 맞으면 그 과정과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요. 맞춰가는 과정에서 질문을 많이 하고, 많이 듣죠. 서로를 파악하는 거예요. 물론 결정은 제가 해요. 대신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없이 질문하고 의견을 들어요. 때로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들 덕분에 서로 극단적으로 부딪치는 경우는 적어요.


그렇게까지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을 거치는 건 리더로서의 책임감 때문이겠죠?
당연하죠.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니까요. 저는 가급적 후배들을 뒤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도 중에는 잘못된 점에 대해 가감 없이 말해요.


오해하는 사람도 있겠네요.
초기에는 저와 면담 끝에 눈물을 터뜨린 단원들도 있었어요. 이제는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걸 아니까 지적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죠. 말했잖아요, 진심은 통한다고.


엄격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데,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지 않나요?
전혀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모든 사람에게 강조하는 말이 ‘남과 비교하지 마라’예요. 저는 제 기준대로 저에게 맞는 패턴으로 살아온 거니까요. 후배들이 저처럼 살기를 바라지도 않고, 제가 정답도 아니죠. 사람은 다 다르잖아요. 같은 일을 하는 무용수라도 저를 기준점으로 삼아서는 안 돼요. 자신의 기준이 있어야죠. 남과 비교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가라앉게 하는 일도 없어요.


그럼에도 롤 모델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누군가에겐 필요할 수도 있음을 인정해요. 다만 제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했거든요. 학창 시절에 누군가가 저를 세계적인 무용수에 빗대어 칭찬했는데, 저를 잘 아는 선생님이 “수진은 그런 거 싫어한다”고 만류까지 했어요. 길에서 저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마주치면 두 번 다시 그 옷을 입지 않았을 정도니까 알 만하죠(웃음). 저는 저 자신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닮은 사람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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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터넥 드레스 가격 미정 에스카다 빈티지 가운(Escada Vintage Gown). 로즈 이어링, 로즈 링 모두 가격 미정 피아제(Pia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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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링 블랙 드레스 55만1천4백원 셀프포트레이트 by 한스타일(Self-portrait by Hanstyle). 위부터 목걸이 각각 48만원, 귀고리 23만원 모두 타니 by 미네타니(Tani by Minetani).

인생은 짧아요. 그건 무용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머뭇거릴 시간은 많지 않죠. 그러니까 많이 경험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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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대하는 방법이 있다면 진심과 존중으로 대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에요. 자신이 존중받고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죠.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1967년 서울 출생으로, 9세에 한국 무용을 시작하여 예술중학교에 진학했다. 발레로 전향 후 3학년이 되던 해에 한국에 방문한 모나코왕립발레학교 교장 마리카 베소브라소바에게 발탁되어 유학길에 오른다. 유학 생활 3년 차인 1985년에 로잔국제발레콩쿠르에서 수상, 18세에 당시 최연소 슈투트가르트 발레 단원으로 입단한다. 입단 후 11년 만인 1997년에 수석 무용수로 승격, 1999년 세계 최고 무용수에게 주어지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2007년 독일과 오스트리아 최고 장인에게 수여하는 ‘캄머 탠저린’(궁중무용가) 작위를 받았다. 2014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으로 취임 후 재직 중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같은데요.
쉽지 않죠. 그래서 많은 경험을 해야 해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해봤어요. 그런데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더라고요. 누군가는 다 흘려듣고, 누군가는 스펀지처럼 흡수하죠. 각자의 경험이 다르고, 그로 인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많은 것을 겪으면 어느 순간 내가 갈 길이 보여요. 내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떤 습관이 내게 맞는지. 젊을 때는 그런 것을 배워야 해요. 그래서 전 늘 일단 부딪쳐보라고 그래요. 움츠러들지 말라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면 돼요. 누구나 그렇게 살아요.


실수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도 많아요.
당연히 두렵겠죠. 그런데 누구나 실수를 해요.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가장 큰 실수는 사람에게 하는 실수죠. 일하면서 생긴 실수는 가급적 빠르게 시인하고 대처하면 대부분의 경우 해결할 수 있어요. 사람에게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면 돼요.


사람에게 하는 실수에는 뭐가 있을까요?
악의적으로 내뱉은 말과 행동이죠. 일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팠던 기억을 꼽아보면 대부분은 말 한마디로 인한 경우가 많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는 늘 생기잖아요. 어떻게 관리하나요?
무엇보다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현역 때부터 아침에 2~3시간 정도는 스트레칭과 운동을 했어요. 사우나에서 명상도 하고. 지금은 적어도 20분 정도는 자기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갑작스럽게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는 대처하기 어렵더라고요.
제 경우에는… 가끔 화장실로 향해요(웃음). 그곳에서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질 때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너무 급작스럽고 화가 나는 상황에선 눈물이 나기도 해요.


정말인가요?
네. 자랑은 아니지만 저도 언성이 높아지는 날이 있고, 가끔은 눈가가 촉촉해질 때도 있죠. 그런 부분을 이해해준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죠. 저는 줄곧 그렇게 솔직하게 살아왔어요, 내 감정에 관해서.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살 수 없거든요. 물론 공적인 공간에서는 자제해야겠죠. 하지만 자기만의 공간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표출하는 것은 필요해요. 그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필수적이죠.


자신을 알고 다스리는 과정이 너무 어렵네요.
그렇지만 필수예요. 어떤 분야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신을 알지 못하면 더 어려워지니까요. 내가 뭘 잘하는지, 무엇을 잘못하는지,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 이것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올라갔다고 해도 말이죠.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인정받아왔는데, 오만해졌던 적은 없었나요?
전혀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공연이 잘되어서 들뜬 적은 있었지만, 그건 자신에 대한 들뜸이지 다른 무용수가 내려다보인 적은 없어요. 남을 누를 수 있는 성격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목표한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타인을 눌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불필요한 짓이죠.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실력과 인성을 갖췄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원하던 자리에 오르게 되어 있어요. 어떤 속도로 성장하든 그런 마인드가 필요해요.


현직에 있는 후배들이 조언을 구할 때 가장 많이 해주는 말이 뭔가요?
“왜 시작했어요?”라고 물어봐요. 초심을 묻는 거죠. 이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 그때의 감정을 떠올려 보라고 해요. 심장이 팔딱팔딱 뛰던 그때의 느낌을 돌이켜보는 거죠. 왜 하고 싶었는지, 아니면 하고 싶지 않았어도 하기로 결심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봐요. 그걸 떠올리면서 다시 시작하길 바라죠. 제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그 질문을 해도 그 마음이 살아나지 않기도 하잖아요.
저도 그럴 때가 있었어요. 사람은 다 똑같아요. 누구나 지쳐요.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다시 올라와요. 단, 올라오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는 자신의 손에 달려 있어요. 그럴 때 제가 해주는 조언은 저마다의 크고 작은 성공의 기억이 있잖아요? 그 기억을 떠올리라는 거예요.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행복한 기억이 한 달, 일 년을 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니까요.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건가요?
적어도 제게 있어서 ‘성공’이란 어떤 지위에 오르거나 상을 타는 것과는 달라요. 제가 생각하는 성공은 단순하고 소박한 것들이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계획했던 모든 것을 다 해내고 잠자리에 드는 하루가 제게는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성공이죠.


이 모든 것을 실천하려면 건강한 자기 관리가 필수인데요. 전수해줄 만한 팁이 있을까요?
음… 저는 눈뜨자마자 커피를 마셔서…(웃음). 같은 맥락인데, 몸에 관해서도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해요. 체질도 다 다르거든요. 물을 많이 마시거나, 저녁에 과식하지 않는 기본적인 것은 누구나 같아요. 다만 가급적 어디서든 도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을 꼭 익혀두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래야 습관화할 수 있거든요. 어떤 것이든 꾸준함이 중요해요. 자신의 몸에 대해 배워가면서 좋은 습관을 만들어보세요. 저도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자기 관리도 중요하지만, 좋은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대외 활동을 위해 외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글쎄요. 평소에 습관처럼 챙기는 것은 헤어 오일을 꼼꼼하게 바르는 것과 아이라인을 그리는 거예요. 외출할 때 이 두 가지는 반드시 챙겨요. 외부 사람들에게 또렷한 인상을 주고 싶어 반드시 챙기고 있죠. 물론 제가 제 자신을 볼 때도 깨어 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빠지지 않고 하는 메이크업 중 하나예요. 그리고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는 콘셉트에 맞는 헤어와 메이크업 그리고 의상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스킨 톤을 신경 써서 선택해요. 전체적으로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고 싶어서요.


발레단 운영 일정 외에도 해야 할 일이나 미팅이 많은데, 평소 스케줄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저는 일정을 계획할 때 시간을 느슨하게 잡지 않아요. 예를 들면 1시부터 1시 40분 그리고 다음 약속은 1시 45분부터라는 식으로 꼭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구체적으로 쪼개서 일정을 잡죠. 이런 식으로 계획한 일정이 서로 겹치지 않게 스케줄이 생길 때마다 스마트폰에 바로 저장하는 습관을 들였고요.


강수진에게도 더 배울 것이 있나요?
그럼요. 에브리데이! 저는 단원들이나 사무실 직원들에게도 항상 배워요. 특별히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주위의 모든 것에서 배우죠. 그리고 아침과 저녁에 뉴스를 꼭 챙겨서 봐요. 뉴스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등 세상의 흐름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죠.

어쩐지 ‘열심히’는 촌스럽고, ‘적당히’가 세련되게 느껴지는 요즘. 스트레스 없는 삶의 만족도를 방패삼아 보지만 마음 한편은 여전히 무겁다. 누구의 인생도 한곳에 머물진 못하는 법이니까. 세계 최고의 무용수에게 주어지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한국인 최초 수상자이자 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역임 중인 강수진 단장은 한때 그녀의 발이 찍힌 한 장의 사진으로 유명했다. 전 세계의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인 우아한 몸짓을 지탱해온 인고의 흔적은 발레를 모르는 사람도 그녀를 사랑하도록 만들었다. ‘강철나비’로 불리었던 이 여인을 만나 더 나은 삶에 대해 조금 클래식한 대화를 나눴다.

Credit Info

2019년 05월

2019년 05월(총권 114호)

이달의 목차
WORDS
남미영
FASHION EDITOR
조윤주
PHOTO
이영학
MAKEUP
백진경
HAIR
백흥권
ASSISTANT
박서연, 김진수
LOCATION
웨스틴 조선

2019년 05월

이달의 목차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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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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