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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을 만드는 사람

On February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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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김세준은 동방신기의 스타일링을 전담하고 있다.

수십 번의 피팅을 거쳐 탄생한 동방신기 
정규 8집 속의 슈트.

수십 번의 피팅을 거쳐 탄생한 동방신기 정규 8집 속의 슈트.

수십 번의 피팅을 거쳐 탄생한 동방신기 정규 8집 속의 슈트.

현재 SM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스타일리스트 겸 비주얼과 스타일 디렉터입니다. 아티스트의 앨범과 콘셉트, 정확히는 그들의 패션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만드는 과정이죠.


동방신기 스타일링을 전담한다고 들었어요. 데뷔한 지 15년이 넘은 아이돌이라 그들이 쌓아왔던 스타일이 있을 텐데,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나요?
동방신기의 멤버 윤호, 창민과 시기가 잘 맞았어요. 둘 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30대로 접어들면서 보다 성숙한 남자로 표현되길 원했거든요. 그동안 제가 추구해왔던 것도 성인 남성의 섹시함 같은 스타일이어서 그런 니즈가 잘 맞아떨어진 거죠. 제가 놀랐던 건 데뷔한 지 15년이나 지나 저를 만났음에도 제 의견을 굉장히 존중해준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이견이나 큰 트러블 없이 함께할 수 있었어요.


동방신기 전에는 모델 출신 배우의 스타일링을 주로 맡았잖아요. 아이돌과 배우 스타일링에서의 차이점이 있다면 뭘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무브먼트’예요. 배우들과 일할 때는 전체적인 룩과 피트를 중요시했어요. 반면 아이돌은 역동적인 동작이 많다 보니 움직임이나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과의 거리까지 모두 고려해야 되죠. 어느 정도의 화려함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요.


그런 비주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해요.
이 과정은 회사, 디렉터마다 다를 거예요. 저는 먼저 음악이 나오면 심하게 많이 듣는 편이에요. 콘서트가 있으면 콘서트 곡을 순서대로 담은 앨범을 제 나름대로 만들고 끊임없이 들어보죠. 그러는 중에 자연스레 아이디어가 나와요. ‘이 부분에서는 이런 옷이 멋있겠다, 이렇게 등장하면 좋겠다’라는 식으로요. 그들이 안무를 연습하는 곳에 가서 멍하니 앉아 있다 오기도 하고요. 그렇게 대략적인 시안이 잡히면 아티스트와 제일 먼저 얘기해요. 후엔 헤어, 메이크업, 포토, 회사 프로듀싱팀, 매니지먼트팀과 같이 회의를 하고요. 그다음에는 끝없는 피팅이 이어지죠. 1cm에서 오는 오차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설득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를 꺼려하는 사람도 많아요(웃음).

동방신기 정규 8집 앨범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의상.

동방신기 정규 8집 앨범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의상.

동방신기 정규 8집 앨범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의상.

아이돌에서 완연한 성숙미를 내뿜는 
성인 남성의 이미지를 담아내고자 했던 동방신기와 김세준은 서로가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아이돌에서 완연한 성숙미를 내뿜는 성인 남성의 이미지를 담아내고자 했던 동방신기와 김세준은 서로가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아이돌에서 완연한 성숙미를 내뿜는 성인 남성의 이미지를 담아내고자 했던 동방신기와 김세준은 서로가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방식을 선호하는 건가요?
방식보다는 쥐어짜는 스타일이라고 할게요. 자학 수준으로 스스로를 푸시하죠. “여기까지면 됐어”라는 말을 잘 안 해요. 또 메모병이 있거든요. 그래서 작업할 때 사무실을 보면 난장판이에요. 그렇게 하다 보면 원했던 결과물이 나오죠. 뭐든 더 하면 나오거든요.


디렉팅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소통에 신경을 많이 써요. 다 같이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혼자 잘났다고 우기기보다는 다른 사람 의견에 귀를 많이 기울이죠. 그래서 현장이 좋아요. 각자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예쁘게 나오게 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함께 고민하잖아요. 그 순간이 너무 멋져요.


일이 막힐 때 도움을 얻는 방법이 있나요?
책을 정말 많이 봐요. 전 세계 패션 잡지는 대부분 정기 구독하는 편이에요. 사진집도 많이 보는데, 스타일링보단 결을 많이 보죠. 후배들에게도 제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 조언을 구해요. 심지어 모르는 사이인데도 작업물이 맘에 들면 SNS로 먼저 연락을 취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는 친구들도 많아요.


VMD 일을 하다가 스타일리스트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스타일리스트 일을 먼저 시작했어요. 그 뒤에 한섬에서 VMD 일을 7~8년 정도 했고요. 그 사이 패션이 아닌 요식업에도 잠깐 발을 담갔는데, 수입이 꽤 괜찮았음에도 제가 맨날 스타일닷컴을 보고 있더라고요(웃음). 그럴 때 고등학생 시절부터 친한 동생 사이로 지냈던 모델 이수혁이 본인의 스타일리스트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했죠. 그래서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기억에 남는 스타일링이 있다면 뭐예요?
동방신기와 일하고 나서 작년에 한국에서 콘서트를 연 적이 있는데, 통으로는 처음으로 맡아본 콘서트라 그때 댄서들 의상까지 80벌에 가까운 옷을 준비해야 했어요. 그 일을 한 달 반 정도 준비하고 났더니 몸무게가 12kg이 빠졌더라고요. 그런데도 그들이 무대에 올라갔을 때의 희열이 잊히지가 않아요. 그곳에 모인 관객들이 그 모습을 보며 환호하는데, 한 달 반 동안의 수고를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웃지 못할 에피소드는 없어요?
일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 에피소드가 있어요. SM타운 공연 때 어깨에 견장이 달린 나폴레옹 룩 같은 스타일의 옷을 제작한 적이 있거든요. 그 견장을 튼튼하게 만드느라 본드도 붙이고 봉제까지 몇 번을 거쳤는데, 윤호가 입고 춤을 추다가 견장 두 쪽이 다 날아간 거예요. 그걸 보고 ‘저 친구들은 이렇게 죽을 듯이 열심히 하는데 나도 대충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작업해서 아는데, 그 견장이 뜯기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였거든요.


2014년의 인터뷰에서 에디 슬리먼의 생로랑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말했어요. 그 취향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나요?
그 당시에는 에디 슬리먼의 생로랑이 좋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에디 슬리먼의 생로랑을 좋아했다기보다 그가 스트리트적인 요소를 하이패션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거기서 좀 더 깊어졌죠. 조금 더 본질적인 것들에 관심이 가거든요. 옛날 것들, 아카이브 같은….


그런 취향들이 디렉팅할 때도 자연스레 영향을 미치겠죠?
아이돌은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잖아요. 같은 트렌드라도 좀 더 본질에 충실하려고 해요. ‘스타일이 더 단단해지고 있다’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슈트로 아이돌 스타일링을 할 때도 본질을 찾다 보니까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게 되더라고요. 시대적으로 특징 있는 패턴을 찾는다거나 특정 연도의 라펠을 붙인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패션을 오래 접해온 전문가로서 스타일링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에고’(Ego)가 있는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지금 뜨는 것에 휩쓸리지 말고 자아가 있는 스타일링을 해보세요. 자기에게 어떤 게 잘 어울리는지 파악한 후 포장하는 거죠.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세준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뭘까요?
되게 많이 하고 다닌 말인데 얼마 전에 딱 맞는 단어를 찾았어요. ‘Humble but Greedy.’ 화려하게 꾸미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는 욕심도 많고 철저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스타일은 심플해요.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컬러별로 서너 개씩 사는 편이고요. 무슨 시계를 찰까 무슨 안경을 낄까 고민하기보단, 김세준 하면 이 시계고 이 안경이라고 딱 나오는 스타일이 좋아요.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가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선후배를 만나면서 느끼는 게 있어요.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요즘 옷 안 좋아하는 친구들 별로 없는데 그것만으로 다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한 발 더 나아가 미쳐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잘하고 싶은 것도, 잘할 수 있는 것도 이것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 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포기할 확률이 커요. 또 한 가지, 이 일은 진짜 멋있는 직업이니까 일뿐 아니라 삶도 멋지게 영유했으면 좋겠어요. 외관적인 것은 물론이고 애티튜드에 있어서도요. 그게 이 직업에 대한 저의 프라이드이기도 하고요.

컬러 중 블랙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세준. 그의 스타일엔 
늘 블랙 간의 오묘한 조화가 담겨 있다.

컬러 중 블랙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세준. 그의 스타일엔 늘 블랙 간의 오묘한 조화가 담겨 있다.

컬러 중 블랙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세준. 그의 스타일엔 늘 블랙 간의 오묘한 조화가 담겨 있다.

PROFILE

김세준(@kimseajun) 스타일리스트 겸 비주얼 디렉터

경력
전 한섬 VMD(Visual Merchandiser)
전 이수혁, 김우빈, 김영광, 홍종현 스타일리스트
현 ‘포트레이트 리포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현 동방신기 스타일리스트 및 SM 비주얼 디렉터

Credit Info

2019년 02월

2019년 02월(총권 111호)

이달의 목차
EDITOR
조윤주
PHOTO
이영학, Instagram @kimsea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