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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 계약서, 작성하시겠어요?

On February 11, 2019

이달의 핫 이슈. <그라치아>가 던진 이야기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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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모녀가 딸의 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소중함을 돌이켜보는 내용이 담긴 영화 <맘마미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모녀가 딸의 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소중함을 돌이켜보는 내용이 담긴 영화 <맘마미아!>.


천륜을 지키는 데에도 법의 방패가 필요한 시대가 된 걸까? 연초부터 ‘효도 사기’라는 불편한 검색어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배우 신동욱과 그의 조부가 부양 의무를 걸고 증여한 재산을 두고 소송을 벌인 것이다. 고령의 조부는 자신을 돌보는 전제로 상속을 받은 손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신동욱의 변호사는 절차를 밟았음을 증명했지만 배우는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촬영 중인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이 사건이 조명되면서 ‘효도 계약서’라는 단어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조계에서 두 사람 간에 효도 계약서가 없음을 이유로 들어 손자의 승소로 끝날 것이라 예측했기 때문이다. 효도 계약서는 이른바 ‘조건부 증여’ 내용을 담은 계약서로, 정해진 양식은 없지만 부양 의무와 불이행 시 증여 철회가 가능하다는 내용만 명기돼 있으면 법적 효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이를 근거로 2015년에 부모가 자식에게 승소한 대법원 판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이 법대로만 살 수는 없지 않나. 법의 심판은 그러해도,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정서는 다른 듯하다. 부모의 재산을 담보로 효도를 법적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효도는 법의 영역이 아닌 도리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 세대를 막론한 의견이기 때문. 하지만 보이지 않는 믿음에 나이 든 부모의 미래를 무턱대고 맡길 수 없다는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 동료는 “효도할 테니 재산을 달라고 계약서를 쓴다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닌가”라며 열을 올렸다. 에디터 역시 그와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와 자식이 마주 앉아 재산 양도 각서에 ‘한 달에 한 차례 방문할 것’, ‘일주일에 1번은 전화할 것’이라는 조항에 사인을 하면 집과 땅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씁쓸하다. 방송인 김성주는 <머니룸>이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효도 계약서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다. 자신의 자녀들이 서로 약속을 지켰느냐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속상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가정사는 모두 제각각이고 부모 자식이라는 관계 또한 한 가지 형태로 규정지을 수 없긴 마찬가지다. 언론을 통해 상속 증여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방효석 변호사는 효도 계약서 작성을 추천하는 쪽이다. 사망 전 유산 상속 후 자녀에게 외면받는 노인들의 사례를 보면 차라리 이 같은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족 전체를 위해서 낫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효도 계약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선 두 입장을 보고 있자면 지금의 가정이 직면한 ‘외로움’이라는 궁극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대부분의 효도 계약서는 부모와 자식의 ‘만남’을 가장 중요한 부양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팀이 발표한 408명의 대학생 자녀와 부모의 ‘효도 인식 차’ 조사 결과에서 부모는 ‘정서적 유대’를, 자식은 ‘병간호’와 ‘경제적 지원’을 중요한 효도 행위로 꼽았다. 2016년 KEB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가 공개한 효도 계약서 32건 중 28건에도 ‘의무 방문’이 기입되어 있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우리가 생각보다 간단한 사실을 놓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가 계약서를 만들어서까지 자식에게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효도가 아닌 그저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바람일 뿐이란 사실 말이다. 계약서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일까.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조차 자주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돌아볼 때다.
 

  • 1,223,169

     

    2015년 인구 총조사를 통해 드러난 노인 1인 가구 수.
    _통계청

     

  • 87%

     

    2016년 작성된 효도 계약서 중 ‘의무 방문’이 차지하는 비율.
    _KEB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 2057건

     

    대법원에 2016년까지 접수된 부양료 청구 소송 건수.
    _대법원

     

And
you said...

@facebook.com/graziakorea
“효도 계약서를 써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라치아> 독자들이 찬반 의견을 내놓았다.
 

NO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부모 자식 간에 계약서를 쓰고 효도를 보장받는다는 것에는 정서적으로 동의가 되지 않네요. 그렇게 약속한 효도가 진짜 효도인지도 회의감이 들고요. _박시현

NO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라 조건 없는 사랑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마음에서 우러난 효의 실천을 위해서라도 계약서는 반대합니다. 부모 역시 대가를 바란다면, 차라리 재산을 사회 환원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_김민지

YES
뉴스를 보면 나이 든 부모를 외면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 같아요. 계약서를 쓴 효도가 진짜 효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법으로라도 부모의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_임정욱

YES
찬성해요. 자손이 책임을 지기 싫으면 처음부터 재산을 포기해야 한다고 봐요. 부양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 효도 계약서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_구상은

 

이달의 핫 이슈. <그라치아>가 던진 이야기에 답한다.

Credit Info

2019년 02월

2019년 02월(총권 111호)

이달의 목차
EDITOR
남미영
PHOTO
유니버설 스튜디오

2019년 02월

이달의 목차
EDITOR
남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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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