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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즐겁게 살래요

On December 26, 2018

지금 한예슬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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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백과 주얼리를 착용한 한예슬

불가리 백과 주얼리를 착용한 한예슬


오늘 만남을 위해 이전의 인터뷰를 모두 훑어봤어요.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맞게 봤나요?
네! 노력하고 있어요. 열정적인 것들을 좋아해요. 매사 긍정적으로, 그리고 열심히 살려고 하죠. 왜 점점 나이 들기 시작하면 포기하는 것들이 생기잖아요. 하지만 저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틸 거예요. 젊게 살고 싶고, 열심히 살고 싶거든요. 혹여 시련과 풍파가 있다 해도 주눅 들지 않고 늘 그랬던 것처럼 좋은 일만 생각하려고 해요.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삶에 열정적인 사람. 열정이 없으면 우울해요. 더군다나 나이가 들면서 열정이 사라지면 삶이 지루하고 무기력해지는 것 같아요. 점점 시간은 많아지는데 하루는 또 너무 빨리 가고, 예전처럼 설레는 일도 없고요. 호기심 가득했던 모습이 사라지면서 점점 더 우울해지죠. 그래도 어느 분야든 내가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살아가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사랑이나 일, 가족, 혹은 나 자신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삶도 덩달아 활기차지고요. 지금 제겐 일이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열정을 지킨다는 게 쉽진 않은 일이라… 운동을 해야 해요.


열정의 근원이 운동이라고요?
몸이 지치면 정신도 함께 지치니까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도 그러질 못하잖아요. 체력이 없으면 누워만 있게 되고 무기력해지죠. 그럼 또 우울해지고요. 게다가 우울하면 외로워지거든요. 하하하. 그러니 운동을 해야 해요!


지금은 나다운 것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한예슬스럽게 잘 산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요?
사람들의 어떤 편견이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흔들림 없이 가는 것. 설사 사람들이 비난할지언정 스스로 즐겁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결국에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죠.


때론 내가 선택한 길이 옳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저는 후회하지 않는 타입인 것 같아요. 이미 한 번 겪었으니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언젠가는 배워야 했던 것이라면, 이미 매는 맞았으니 “그래, 배울 것 배우고 지나갔구나” 하면서 쿨하게 떠나보내려고 하죠.


평소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해요. 여행은 본인에게 어떤 시간인가요?
내가 몰랐던 나를 알아가고 찾아가는 시간인 것 같아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환경이 만들어준 내 틀에서만 살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그 환경에서 완벽하게 벗어났을 때 내가 몰랐던 나를 찾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친한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간다면 즐겁긴 하지만 내 안의 환경은 그대로 따라오죠. 반면 혼자 여행을 가면 새로운 환경에 완벽히 젖어들 수 있어요.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너무 외롭죠. 한번은 혼자 여행하다 너무 외로워서 호텔 방에서 운 적도 있어요. 하하하. 또 여자 혼자 밤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기도 하고 오해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너무 외로울 때는 친구들과 페이스 타임을 하거나 통화를 하려고 해요. 그런데 한번은 아무리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도 단 한 명도 연결이 안 될 때가 있었어요. 딱 한 명만 걸려라~ 하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성공했나요?
결국엔 실패하고 홀로 방에서 와인을 마시는데 무지 외롭고 우울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외롭고 힘들어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건 혼자 떠난 여행이에요. 힘든 시간보다 좋았던 시간들이 더 기억에 남고요. 그냥 거리만 걸어도 자유롭다는 감정을 느껴요,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이때 음악과 함께라면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기분이고.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도 꿈꿀 듯한데….
매번 소망은 하죠. 하지만 그런 영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하하.


여행은 어떤 타입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호텔 예약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떠나요. 일단 도착해서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호텔을 즉흥적으로 고르는 편이죠. 미리 예약하면 한 곳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는 부담이 있잖아요. 혹 그 지역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또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 자유롭게 움직이는 걸 우선으로 생각하죠. 미리 일정을 잡고 움직이는 스케줄은 답답하더라고요.


그렇게 즉흥적인 여행을 하다가 생긴 부작용은 없었어요?
한번은 집시 마인드로 ‘그래, 나도 에어비앤비를 경험해보자’ 해서 예약한 적이 있어요. 좋아하는 도시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경험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에어비앤비는 일단 예약하면 취소가 안 되거나 환불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더라고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죠. 저는 그냥 이렇게 즉흥적으로 호텔을 이용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여행하려면 짐도 최소로 싸야겠네요.
맞아요. 옷은 현지에서 사서 입는다는 생각으로 짐을 최대한 가볍게 꾸려요. 제가 여행할 때 꼭 하는 의식이 있는데, 바로 그 도시의 티셔츠를 사서 입는 거예요. 이를테면 ‘아이 러브 바르셀로나’ 같은 문구가 적힌 티셔츠요(웃음). 집에 이런 티셔츠가 여러 장 있는데 너무 많이 입어서 다 해졌어요. 하하하.


의외의 연속이에요. 늘 예쁘게만 입을 것 같거든요.
예쁘게 입는다 한들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는걸요.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한다면 드레스 코드를 맞추는 재미도 있겠죠. 하지만 혼자 하는 여행은 예쁘게 갖춰 입기보다는 마치 방랑자처럼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묘미인 것 같아요.


여행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어요?
책에서 본 곳은 잘 안 찾게 돼요. 일단 도착하면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메인 거리보다는 한 블록 더 들어간 뒷골목을 주로 탐험하죠. 호텔 컨시어지에게서 정보를 구하기도 하고요. 저녁 시간에 뒷골목을 걷다가 유독 현지인들이 붐비는 곳이 있으면 예약하거나 디너 타임을 피해서 이용하곤 해요.


여행 고수의 냄새가 절로 나는데요.
저 완전 고수죠? 여행만큼은 저 따라올 자가 없어요. 하하하. 전 끝까지 가는 것 같아요. 객사할 뻔한 적도 있거든요. 한번은 혼자 사막 여행을 갔는데, 사막의 밤이 그렇게 추울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하필이면 그날 태풍까지 와서 정말 추웠죠. ‘이러다가 얼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어요.


만약 잠시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를 선택할 거예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요.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은 물론이고 해변과 도시가 함께 공존하는 점이 인상적인 곳이에요. 히스토릭한 지역과 힙스러운 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볼거리도 굉장히 많고요. 날씨도 너무 좋고 와인도 참 저렴하고… 장점이 너무 많아요. 낭만과 열정이 있는 도시죠.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한예슬이 찾고자 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저는 그냥 이 순간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오늘 행복했으면 충분해요. 내일 또 행복하면 더 좋고요. 이렇게 매 순간을 보람차게 지내고 싶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는 계획을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미친 듯이 달렸어요.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나 불행하더라고요. 목표에 닿기 전까진 전 계속 부족한 사람이었죠. 그래서 그 시간들이 마냥 불안하고 불행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어느 날 목적은 같아도 그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았더라면 이렇게 괴롭지만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행하게 열심히 하나, 행복하게 열심히 하나 언젠가 목표에 도달하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 이를 깨우치고 나니 내가 오늘 하루 행복했으면,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행복하다면 이 기억들이 쌓여 나의 30대를 돌아봤을 때 행복하고 뿌듯할 것 같았죠. 그러면 미래에 대한 걱정 역시 크게 없을 테고요.


요즘 한예슬이 느끼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내일 일어나도 할 일이 있다는 것. 왜 보통은 일이 있어도 하기 싫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집에 있는다고 해서 특별하거나 근사한 일이 생기지는 않죠.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서 논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괴롭지 않더라고요.


처음 배우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뭘까요?
많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물론 어렸을 적에도 밝았지만 쉽게 좌절하고 상처를 받는 일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잘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전처럼 많이 흔들리지 않죠. 예전에는 제 자신에게 굉장히 엄격한 탓에 자신을 자책하느라 저와 지내는 시간이 고통스러웠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많이 평화로워졌어요. 이렇게 제 자신과 친해지는 중인 것 같아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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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물론 
어렸을 적에도 밝았지만 쉽게 좌절하고 상처를 받는 일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잘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전처럼 많이 흔들리지 않죠.

촬영장에서 꼼꼼히 모니터링하는 프로페셔널한 한예슬.

촬영장에서 꼼꼼히 모니터링하는 프로페셔널한 한예슬.

촬영장에서 꼼꼼히 모니터링하는 프로페셔널한 한예슬.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요? 생각해본 적 있어요?
주변의 변화에 흔들리기보다는 나만의 색과 모습을 가지고 완벽하게 홀로 서는 사람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고 해서 자신을 무너뜨리는 사람은 건강한 삶이라 볼 수 없죠. 상대에게 무조건 맞추고 의존하다 보면 자신의 색과 원하는 모습을 잃을 테니까. 친구나 혹은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의지대로 행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사람들은 그런 모습과는 멀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색은 지키면서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멋진 삶이지 않을까 싶어요. 

인생 선배로서 20대 여성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해줄 거예요?
젊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이 주어지는 시기잖아요. 젊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권한이죠. 그러니 꿈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세요. 뭐든 다 할 수 있는 나이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그리고 상냥한 마음으로 하기 위해 노력도 하면서요.


차기작은 어떤 작품이길 바라나요?
역할이나 장르에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어요(웃음).

배우 한예슬이 연기를 통해 추구하는 모습은 뭔지 궁금하네요.
사람들이 제게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어머, 한예슬에게 저런 모습도 있었어?” 하는, 배우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길 원하죠.


전 한예슬만이 가능한,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모습이 참 좋아요. 그래서 다른 모습은 상상이 안 돼요.
제가 선보이는 다른 모습도 기대해주세요! 그동안 맡았던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모습 말고 서슴지 않고 독설을 내뱉는 차가운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너무 찰떡이라 사람들이 절 미워하는 건 아니겠죠? 하하하.


이제 2019년이 시작돼요.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정말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그동안 좀 게을렀던 부분도 있어서 더 이상은 게으름 피우고 싶지 않아요. 부지런하게, 다시 한번 열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올해는 더 자주 만날 수 있겠네요.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웃음).


배우 한예슬의 목표와 보통의 한예슬이 꿈꾸는 목표는 서로 다른가요?
예전에는 달랐지만 이제는 하나로 통합된 것 같아요.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 굉장히 뻔한 이야기 같은데 제 삶에 있는 온갖 부정적인 것들은 다 덜어내고 좋은 것들로만 채우고 싶어요. 그게 꼭 커리어의 성공이 아니더라도 제가 행복하면 그걸로 만족해요.


지금의 행복을 숫자로 표현한다면?
10점 만점에서 8점. 그리고 지금 10점을 향해 가는 중이죠(웃음).

지금 한예슬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 것들.

Credit Info

2019년 01월

2019년 01월(총권 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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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장정진
PHOTO
박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