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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요?

On December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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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영화인이라고 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불편을 겪는 것 같진 않아요.
게다가 올해부터는 촬영 현장에서 성폭력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죠.
저희 촬영장 역시 전 스태프를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그 후로 여자든 남자든 간에 서로 의식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덕분에 일하는 환경이 조금 더 쾌적해졌죠.

_이지원(영화 <미쓰백> 감독)

각계 분야 전문가가 모여 통쾌한 복수극을 펼치는 영화 <오션스8>.

각계 분야 전문가가 모여 통쾌한 복수극을 펼치는 영화 <오션스8>.

각계 분야 전문가가 모여 통쾌한 복수극을 펼치는 영화 <오션스8>.

친부에게 학대받는 어린 소녀 지은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쓰백>.

친부에게 학대받는 어린 소녀 지은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쓰백>.

친부에게 학대받는 어린 소녀 지은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쓰백>.

냉혈한 액션 신을 펼친 배우 김다미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 <마녀>.

냉혈한 액션 신을 펼친 배우 김다미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 <마녀>.

냉혈한 액션 신을 펼친 배우 김다미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 <마녀>.

 

여성 캐릭터나 여성 영화에 대한 심도 깊은 생각이 필요할 때

여성 캐릭터나 여성 영화에 대한 심도 깊은 생각이 필요할 때

이지원(영화 <미쓰백> 감독)

<미쓰백> 개봉 이후 한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이를 학대하는 주미경, 장섭의 누나인 후남이 모두 여자인 이유는 무엇이냐고. 영화를 만들면서 여성이 주인공이어야만 하고 여성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그려야만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질문을 받은 순간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동 학대는 보통 부녀나 모녀간에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보니 이들을 둘러싼 인물이 여성인 것은 내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투자를 위해 시나리오를 돌리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여성 캐릭터를 남성 캐릭터로 교체한다면 투자를 수락하겠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영화가 완성된 후에는 배급사를 결정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나에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종류로 보인다. 여성 배우가 없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기획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영화가 제작되어도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해서 이런 영화의 기획 자체를 어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환경이기 때문에 여자 배우들도 남자 배우가 없거나 스타 감독이 없으면 출연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난 여전히 여성 영화여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캐릭터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있는 영화들은 관객들이 알아준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난 단 한 번도 <미쓰백>을 여성 영화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여성 감독, 여배우라는 단어는 남성 감독, 남배우라는 단어보다 훨씬 많이 쓰인다. 그런 울타리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여성이 주 캐릭터인 영화들이 대다수 멜로의 상대역, 혹은 엄마의 이야기로만 그려지는 것에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촬영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수많은 ‘쓰백러’가 영화 속 상아라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에 박수를 보내주게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 상영되는 영화 속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가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에만 머물러 있어서 관객들의 목마름이 더 컸던 것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이런 문제는 늘 지적돼오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영화에 기회를 주고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관객들이 있다는 가능성이 지속된다면 여성 영화가 아닌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 

여성 영화, 이제부터 더 괜찮아질 거야

여성 영화, 이제부터 더 괜찮아질 거야

김나현(<중앙일보> 사회부 기자)

최근 새롭게 들어간 팀에서 기획 기사를 썼다. 한국 영화 역대 흥행작에 참여한 감독과 배우를 많이 배출한 대학을 알아보자는 기획이었다. 최근 10년간 흥행작 100편을 기준으로 흥행 정도와 영화 참여도(감독, 주·조연)에 가중치를 두고 개별 영화인의 실적을 추출해 출신 대학별로 합산했다. 이 계산 과정에서 놀란 것은 여성 영화인의 비중이었다. 흥행 실적이 높은 순위로 따졌을 때 10위권이 훌쩍 넘어서야 여성 배우의 이름이 나왔다.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의 위치를 단번에 보여주는 통계다. 한 영화의 가치를 흥행으로만 따질 순 없지만 흥행은 대중 정서를 엿보는 지표다. 왜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는, 혹은 여성이 전면에 서는 영화는 흥행하지 못했을까. 아니, 왜 애당초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여성의 삶을 반영한 서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번 통계는 그간 여성 서사가 극히 적었음을 보여준다. 많은 흥행작에서 여성은 주인공 남성이 사랑해서 지켜야 할 대상 정도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비단 영화의 이야기를 결정하는 감독과 작가, 제작자, 투자자들 중 남성이 많다는 실제적 문제만은 아니다. 실제 작가나 제작자 중 여성의 비중이 아주 적지만은 않다. <도둑들>과 <암살>을 제작한 안수현, <마스터>의 제작자 이유진 등은 손에 꼽히는 여성 흥행사지 않은가. 이번 통계 대상이 된 100편 중 여성 서사로 볼 만한 작품은 <수상한 그녀> <과속스캔들> <써니> <덕혜옹주> <내 아내의 모든 것> <귀향> <아가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10편 남짓 이다. 그녀들은 역사의 피해자였거나 힘겨운 상황을 이겨내고 생의 가치를 찾은 보통의 사람들이다. 통쾌함을 주는 스펙터클보단 먹먹한 여운을 남긴 드라마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렇듯 영화가 그리는 여성의 서사는 역경을 이겨낸 ‘약자의 이야기’일 경우가 많다. 이건 현실과 긴밀하게 조우하는 대중 영화의 현 지표다. 기나긴 역사에서 여성은 소수자였고 약자였다. 그리고 영화처럼 자본이 많이 들고 수익을 내야 하는 대중 예술이 강자의 이야기를 선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지금 여성 영화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2018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힘이 커진 시기이기 때문이다. NASA의 아폴로 11호 발사를 이끈 ‘히든 피겨스’처럼 역사에 가려졌지만 승리한 여성의 이야기를, 유리 천장을 부순 여성의 모습을 우리 극장가에서 볼 날이 머지않았다.

Credit Info

2018년 12월

2018년 12월(총권 109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PHOTO
<미쓰백>, <마녀>, <오션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