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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코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On October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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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준야 와타나베 2019 S/S 컬렉션에는 유틸리티 베스트가 대거 등장했다.

이번 준야 와타나베 2019 S/S 컬렉션에는 유틸리티 베스트가 대거 등장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밀리터리 룩, 워코어가 급부상 중이다.
쿨하기 그지없는 탄피용 벨트와 범백, 얼굴을 가리는 발라클라바, 방탄조끼를 변형한 유틸리티 베스트의 등장과 더불어

패션이 지켜야 할 선에 대한 논란에도 불이 붙었다.

나이키 로고가 
선명한 발라클라바와 카고 팬츠를 
리얼 웨이에서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나이키 로고가 선명한 발라클라바와 카고 팬츠를 리얼 웨이에서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나이키 로고가 선명한 발라클라바와 카고 팬츠를 리얼 웨이에서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나이키가 알릭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매튜 M. 윌리엄슨과 협업한 나이키 × MMW 컬렉션을 본 나의 첫마디는 바로 ‘헐’이었다. 컬렉션엔 스키 탈 때 얼굴을 가리는 방한모인 발라클라바(Balaclava)가 포함돼 있었다. 눈만 빼꼼히 드러난 검은색 방한모는 마스크 부분에 나이키 로고가 선명했지만, 두말할 것 없이 무장 강도나 테러리스트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벨트로 연결된 스트랩은 권총집(웨폰 홀스터)처럼 보였으니! ‘이걸 입고 뭘 하라는 거지? 총질 아님 조깅?’이란 생각이 스쳤다. 아니나 다를까. 이 92달러짜리 테러리스트 코스프레용품은 범죄를 미화시킨다는 항의에 웹사이트에서 삭제됐다.

논란의 발라클라바는 뜬금없는 결과가 아니다. 바라클라바는 이번 시즌 트렌드 아이템이다. 캘빈클라인, 구찌, 디올, 알렉산더 왕 등의 컬렉션 전면에 등장했다. 특히 구찌는 여러 나라의 다양성을 반영한 의상을 선보였는데, 그중 중앙아시아적인 의상과 어울리는 발라클라바를 착용한 모델이 눈길을 끌었다. 발라클라바뿐 아니라 방탄조끼를 연상시키는 유틸리티 베스트, 웨폰 홀스터처럼 보이는 하네스 스트랩, 여러 개의 주머니로 기능성을 강조한 카고 팬츠, 허리나 가슴에 바짝 매는 범백 등 밀리터리 요소가 2018년 F/W 시즌과 2019년 S/S 남성 컬렉션을 물들였다. 이는 전통적인 밀리터리 룩과는 판이하게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어콜드월, 알릭스, 오프화이트, 매튜 밀러 같은 하이엔드 스트리트 브랜드가 선보이는 새로운 밀리터리 룩은 군복에서 영감 받은 것이 아니라 군복의 기능성과 자극적인 이미지를 발췌하여 현실적으로 풀어낸 아이템들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뉴 밀리터리 룩, 바로 워코어(Warcore)다. 워코어는 스트리트 웨어, 놈코어, 워킹 웨어 그리고 고프코어와 같은 유행의 맥을 이어가는 것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아무렴 어때, 쿨하면 그만’이라는 나르시시즘적인 성향, 어디에도 연연하지 않길 바라는 정서와 맞물려 있다. ‘쿨함’이 전쟁이란 극적인 장치와 만난 것이다. 게다가 가상 세계의 전사 캐릭터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 워코어는 자연스러운 유행일지 모른다. 그러므로 당분간 워코어는 명백하게 젊은 세대에게 먹힐 것이다. 자극적인 만큼 쿨하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브랜드가 현실에서 매출로 승리를 거두자 그 대표 주자인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가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을, 알릭스의 매튜 M. 윌리엄슨이 디올 옴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맡았고, 결국 워코어는 신드롬으로 발전할 모양새를 갖췄다.

워코어가 런웨이에선 큰 문제처럼 여겨지지 않지만 실제 거리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테러는 우리 삶 도처에 만연해 있고 우리는 폭력을 겪기 전엔 이를 분별할 만한 능력이 없다. 실제로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지난 6월 탈레반은 발라클라바를 착용하고 총이 프린트된 티셔츠와 밀리터리 팬츠, 하이톱 스니커즈를 매치한 군사들의 훈련 사진과 함께 “Taliban went full rebrand”라는 트윗을 올렸다. 과연 우리는 실제 거리에서 테러리스트와 패션 인사이더를 마주쳤을 때 구분할 수 있을까? 결국 패셔너블하게 무장한 이들 속에 진짜 테러리스트가 숨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어떤 이들은 워코어를 두고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했으며 이는 개인 무장의 필요성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를 증명하듯 스트리트 브랜드 안티소셜소셜클럽은 실제 폭동 진압용 방패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방탄조끼처럼 보이는 패션 브랜드의 멀티스트랩 유틸리티 베스트는 결코 무장 강도나 테러리스트의 총알을 막아줄 수 없다. 단지 멋져 보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패션이 특정 정치색을 띠거나 계몽적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는 것 또한 패션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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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2018년 10월

2018년 10월(총권 107호)

이달의 목차
FREELANCE EDITOR
남지현
PHOTO
Style du Monde, ⓒA Cold Wall, Alyx, Dior, Gucci, Junya Watanabe, Louis Vuitton, Off-Wh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