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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영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어요

On August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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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1열>의 김미연 PD.

<방구석 1열>의 김미연 PD.

<방구석 1열>의 김미연 PD.

"영화 속 숨은 이야기, 그리고 상징적인 것들을 알고 보면 인문학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요. 철학서보다는 영화를 통해 배우는 것들도 많고요.
그래서 영화를 통해 인문학을 접한다면 조금 더 쉽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방구석 1열>의 시작이었죠.”

_김미연 (<방구석 1열> PD)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박한 영화 프로그램이 등장했어요. <방구석 1열>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한국만큼 영화를 많이 보고 좋아하는 나라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재미 유무로만 영화를 판단하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저 역시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최소 6개월에서 1년간 기획하고 공을 들이는데, 유명 MC의 유무나 프로그램의 재미에만 관심을 갖더라고요. 방송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말이에요.


그건 영화 업계도 마찬가지죠.
맞아요. 열심히 준비하고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명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다고, 혹은 재미없다는 이유로 적은 평점을 받고 조용히 사라지는 작품들이 굉장히 많죠. 그래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고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는지 알고 본다면 조금 더 애정을 갖고 보지 않을까 해서 기획한 것이 바로 <전체관람가>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방영 당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재미있다, 참신하다라는 말을 많이 해줬지만 다소 마이너적인 느낌이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대중적인 코드를 접목시키려고 애썼어요.


그래서 찾은 것이 인문학이었군요.
영화를 보면 굉장히 많은 철학이 담겨 있거든요. 저 역시 인문학에 관심 많았고요. 알고 보면 영화 속에 숨은 이야기나 상징에 인문학적인 요소들이 많아요. 오히려 철학서보다 영화를 통해 배우는 것들도 훨씬 많고요. 사실 대중성은 둘째고, 영화를 통해 배우는 인문학은 재미있고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시작이었죠.


<방구석 1열>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존 영화 프로그램과 어떤 차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였던 것 같아요. 보통 개봉 예정 영화를 소개했다면, 저희는 개봉한 지 한참 지났지만 다시 봐도 좋은 작품 혹은 일부러 찾아서 보고 싶은 영화를 소개하는 게 목적이에요. 그래서 평론가보다는 영화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 즉 감독이나 영화 관계자들을 섭외하기 위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편이고요. 영화 <괴물>의 크리처 디자이너에게 연락해 디자인을 받는 식으로 실제 영화와 관계된 분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크죠.


확실히 시청자 입장에서는 영화 속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사실 천만 영화라고 하면 워낙 기사가 많이 났기 때문에 웬만한 것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모르는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선 영화에 깊숙이 관계된 분들을 모시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요. 정말 힘들지만 섭외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죠.


변영주 감독과 윤종신, 장성규 아나운서까지 세 MC의 찰떡 케미가 돋보여요. 특히 윤종신의 해박한 설명이 돋보이던데, 어떻게 섭외한 건가요?
<전체관람가>에서부터 인연이 있었어요. 감독님들을 섭외하러 가면 윤종신 씨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 중 하나로 단편영화도 제작하고 있다고, 이를 위해 감독 몇몇을 섭외해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영화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만나 보니 진짜 영화를 많이 보고 좋아하더라고요. 평소 사적인 자리를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직접 만났을 때 확신이 들었어요, 함께하면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겠다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던가요?
우연히 영화 <1987>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방송에서 다뤘으면 하는 내용을 말해줬어요. 게다가 영화 외에도 미술, 역사, 정치, 외교 등 다방면에 해박해서 저희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만한 MC는 없을 것 같았죠.


‘띵작 매치’ 코너에서 영화 유튜버 ‘거의없다’가 제작한 트레일러 영상도 신선해요.
지인의 추천으로 ‘거의없다’ 님이 진행하는 ‘영화 걸작선’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소위 망작 이라고 하는 작품을 꼽아서 방송에서 할 수 없는 것들, 이를테면 사이다 같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참 통쾌했죠. 알고 보니 많은 감독님이 혹시 자신의 영화가 다뤄지는 건 아닌지 견제하기위해 보는 방송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보니 굉장히 논리적이면서도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놀란다며 한번 만나보라고 추천 해주셨어요. 그렇게 ‘거의없다’ 님을 만나 새로운 시도 한번 해보겠냐고 제안했고, 흔쾌히 좋다고 승낙을 받았죠.


트레일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되나요?
거의없다 님이 만드는 콘텐츠 자체가 매력적이니 그대로 해달라고 처음부터 말했어요. 줄거리 요약이 주지만 그 안에 거의없다 님만의 시각과 비판을 충분히 넣어도 된다고 했고요. 다만 방송 심의에 벗어나지 않도록 멘트만 조심해달라고 했죠. 그렇게 처음 트레일러가 완성되었을 때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어요. 흔히 우리가 보던 영화 소개와는 다르다는 게 이유였죠. 그런데 영화의 매력을 소개하는 데 왜 개그적인 코드가 필요 할까요? 그런 요소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 영화잖아요. 그래서 그냥 제 소신껏 밀고 나갔죠.


매주 현 사회의 모습과 꼭 닮은 영화를 소개하고 있어요. 일부러 의도한 부분인가요?
시의성이 없는 영화는 없죠. 보통 현실과 맞물려 있을 때 천만 관객을 넘는 등 많은 공감을 사게 되잖아요. 그게 곧 한국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1회 게스트로 나온 유시민 작가님이 많은 힘을 보태줬어요. 1회 주제로 영화 <1987>을 다루려 했는데, 남북 정상 회담이 진행되기도 하니 <강철비> 와 <공동경비구역 JSA>가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죠. 아무래도 시의적인 것이 맞으니 대중의 반응도 덩달아 좋았 고요. 사실 방송의 의무는 시청자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는 거라고 하잖아요.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도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죠.


국내 작품 위주로 풀어가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봐요.
외화 중에도 좋은 작품, 혹은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꼽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영화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는 영화 관련 콘텐츠를 계속하다 보니 감독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알기에 좀 더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동안 방송에서 영화를 너무 소비적으로 사용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배우들의 좋은 연기보다는 코믹한 모습을 자료로 이용하면서 방송과 영화계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도 독립 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개발하고 지원하는 데 힘쓰겠다는 등 여러 노력이 필요했어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아요. 그래도 이렇게 천천히 보여드리고 설득하다 보면 언젠가 박찬욱, 봉준호 그리고 이준익 감독님도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는 때가 오지않을까요(웃음)?


그래도 많은 감독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고 들었어요.
정말 섭외하고 싶은 데 못한 게 최동훈, 김지운 감독님 이에요. 저희 프로그램에서 작품을 소개한다고 하면 사전 인터뷰는 적극적으로 해주면서 방송 출연만은 고사 하더라고요. 직접 영화를 정의 내리고 싶지 않다고, 영화는 관객이 받아들이는 예술이지 않느냐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방구석 1열>이 정의를 내린다기보다는 약간의 해석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이게 곧 저희가 나아갈 방향인 것 같아요. ‘이 장면은 이런 의도가 있으니 다시 한번 영화를 보면서 느끼고 평가해봐’ 하는 가이드가 되고 싶죠.


<방구석 1열>이 어떤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길 바라나요?
영화에 대해 조금 더 확장된, 그리고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해요. 감독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오래전 명작의 숨어 있는 의도를 파악한 뒤 다시 영화를 찾아보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한국 고전 영화 중에 지금은 사라진 장르도 있고, 하지 않는 장르도 있어요.
그런 영화를 끄집어와
한국 영화에도 이렇게 멋진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면 영화 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뿌듯할 것 같아요.
_변영주(영화감독)


방구석 1열>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에게 꼭 하는 질문이죠.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요?

변영주 유독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켄 로치의 <레이닝 스톤>이라는 영화를 보곤 해요. 인간을 그리는 시선은 어때야 하는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죠.
윤종신 나이 들고 알았는데 제 인생 영화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이라는 작품이더라고요. 언젠가 한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이를테면 이런 노래와 가사는 어떻게 쓰는 거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어린 시절에 보았지만 아직도 생생한 영화가 바로 <길>이더라고요. 서로 엇갈리면서 후회하고 나중에야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 정서가 제 음악의 기본 근간을 이룬 것 같아요.
장성규 저는 동물을 좋아해서 <각설탕>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그 당시 절 가장 많이 울게 만들었던 영화이기도 하고요. 아이를 낳고 나서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가 참 좋더라고요. 어떤 상황에서든 저런 아빠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작품이었죠.


세 분의 진행을 보면 캐스팅이 완벽하다는 말이 절로 나와요. 해박한 영화 지식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끌어나가는 변영주 감독이 보기에 두 MC는 어떤가요?
변영주 처음 섭외 제안을 받았을 때 MC가 윤종신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했어요. 저 친구가 얼마나 성실한 인간인지를 알거든요. 새벽까지 스케줄을 소화하더라도 뭐라도 보고 자는 사람이라 신뢰할 수 있는 MC라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와 인문학이 만난 건 윤종신이라는 사람에게 물을 만나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럼 장성규 아나운서는요?
변영주 자칫 루스해지거나 우리끼리 하고 끝날 수 있는 이야기를 시청자들과 끊임없이 만나게 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녹화 전 준비해야 할일이 많을 것 같은데 부담이진 않나요?
윤종신 저희가 소개하는 영화들이 재미 외에 꼭 해야 할 이야기들을 다루는 거잖아요. 저나 정성규는 그냥 그 이야기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을 말하는 정도예요. 지식 베이스가 아니라 그 일에 관계된 대중의 느낌들이오. 그래서 인문학이라는 단어는 너무 거창한 것 같아요. 그냥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서로에게 던지는게 저희 MC의 역할인 것 같아요.변 감독님의 입장은 저희와 조금 다를 수 있겠죠.
변영주 저는 굉장히 편하게 하고 있어요. 다만 우리가 놓치면 오해받을 수 있는 영역의 것들은 무엇인가를 항상 고민하는 것 같아요. 제가 워낙 방어적인 인간이라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촬영 전에 PD나 작가들과 대본을 보면서 나가야 할 방향을 정리하곤 하는데, 그때 긍정적인 마인드로 잘 들어주고 수긍해줘서 저희가 하는 것들이 돋보이는 것 아닐까 싶어요.


영화를 다루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프로그램 같아요.
변영주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저희 모두가 원했던 부분이거든요. 사실 <방구석 1열>이 기존 프로그램들처럼 신작 소개를 주로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잖아요.
윤종신 사실 신작 소개는 그 영화를 많이 보게끔 하기 위해 재미 위주의 이야기들을 해야 하잖아요. 그 영화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미리 풀어낼 수는 없죠. 하지만 <방구석 1열>은 이미 지나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보통 영화감독들은 영화의 재미 외에도 그가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담아내거든요. 하지만 그 이야기는 개봉 시기에는 다룰 수 없는 이야기죠. 게다가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이 많은 상태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요.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것 같아요.


무심코 지나쳤던 이야기를 다시 주목하게 하는 힘이 있죠.
윤종신 맞아요. 지난 영화의 진가를 찾아주는 것, 그래서 그 영화를 다시 보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을 갖게 하는 거죠. ‘그 당시에 감독들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고, 현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구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이제야 그 문제들이 하나씩 고쳐지고 있구나’를 느끼죠. 개인적으로 정말 놀란 부분은 영화를 통해 감독들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배워요. 저 역시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또 다르게 배우는 중이죠.
변영주 영화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보기만 해도 특유의 화법으로 전달하고 그를 통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것 같아요. 그래서 대놓고 주장이 들어간 책보다는 효율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죠. 때문에 영화는 계속해서 다뤄져야 한다고 봐요.
 

"제가 원하는 콘텐츠 세상은 수직 구조가 아닌 수평으로 펼쳐지는 세상이에요.
관객들이 조금 더 능동적으로 작품을 찾아본다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덩달아 많아질 거라 믿어요.

_윤종신(뮤지션)


<방구석 1열>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점점 더 많아지겠죠?
변영주 그러면 저희 프로그램이 힘들어지겠죠. 하하하.
윤종신 일단은 저희 단독으로 하다가 자리 좀 잡으면 그 뒤에 다른 프로그램이 생겨야죠(웃음).
장성규 지난 7년간 방송을 했지만 유독 <방구석 1열>은 저를 위축되게 만들어요. 기회를 준 PD님에게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솔직히 가장 부담스러운 프로그램이기도 해요. 혹여 이 프로그램에 누가 되진 않을까 싶어 녹화 전날에는 잠도 안 올 정도로 긴장하거든요.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PD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더라고요. “성규야, 너는 그냥 아무것도 공부하지 말고 영화만 한 번 보고 와. 그때 너의 감정을 이야기해주면 된다”라고. 종종 흐름 끊는 질문을 하는 것도 그런 연유인데 이해해주니 감사하죠.
변영주 그런데 장 아나운서가 끊임없이 다리 역할을 하면서 굉장히 큰일을 하고 있어요. 초대 손님이 처음 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영화 소개를 하는데, 그게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풀어주거든요. 정말 중요한 역할이에요.
윤종신 감독들이 하고자 했던 주장을 듣고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청자들이 2시간 내내 프로그램을 보게 하려면 결국엔 재미도 있어야 하거든요. 그 재미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주제이고요. 사실 이야기를 재미있게 녹여내는 감독님들이 더 멋있잖아요.


그래도 일부러 의도한 행동은 아니지 않아요?
장성규 노력하는 부분도 있긴 해요. 하하하. 더 웃기기 위해서 고민이 좀 들어가 있긴 하죠.


1회를 보면 변 감독님이 ‘아는 것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게 영화’라는 말을 해요. 그런데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것이 영화잖아요. 프로그램을 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장성규 제가 가장 크게 느낄 거 같아요. 요즘은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가도 메모장을 들고 가서 뭔가를 계속 적으며 보게 돼요(웃음). 원래 안 그랬거든요. 계속 생각하면서 보게 되고 사회와 연관 지으며 보게 되더라고요. 비슷한 일들이 역사적으로 계속 반복되니까 그 부분에 신경 써서 봐요.


소위 말하는 대작, 그리고 현 사회 분위기와 잘 맞는 화두로 많은 공감을 샀어요.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영화 <우리들>과 <4등>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죠.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변영주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희는 ‘거의없다’님을 믿어요(웃음).
윤종신 사실 영화를 봐도 1~2년 전이라면 거의 기억 못한다고 봐야죠. 한 번 봤다고 해서 모든 걸 기억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때 ‘거의없다’의 트레일러가 굉장히 도움이 돼요. 그리고 영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엔 화두가 더 중요하죠. 트레일러를 보고 화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금세 빠져들게 되거든요. 영화를 꼭 봐야지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저희가 필요 없을 거예요.  

"매주 영화 4편씩 보는 것뿐 아니라 팟캐스트 혹은 유튜버들이 잘 정리해놓은 내용도 두루 듣고 와요.
그렇다고 제가 아는 척하는 건 낯간지럽기도 하고 불편해할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조심하려고 하죠.
_장성규(JTBC 아나운서)


결국 작품의 화제성보다는 그 안에 담긴 본질이 중요하다는 의미겠죠.
변영주 저는 오히려 이런 작품들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늘었으면 해요. 한국 문학을 영화화한 작품 중에 가장 탁월한 것을 꼽는다면 황석영 작가의 <삼포가는 길>이거든요. 그 영화에는 청년 백일섭이 나오는데 아마 보신 분들은 거의 없을 거예요. 저는 그런 영화들을 끄집어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IPTV에서 <방구석 1열>이 추천하는 ‘한국 고전 영화전’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해줬으면 해요. 그게 곧 저희 프로그램이 했으면, 그리고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이죠.
장성규 오늘 소개할 영화들은 굉장히 좋은 작품이에요. 원래도 이 프로그램에 감사했지만 이번에 더 감사함이 커졌어요. 이렇게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게 해줘서. 보는 내내 너무나 뭉클했고 자신도 있어요. 시청자 여러분이 이 작품을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겼죠.
윤종신 이렇게 좋은 영화를 저희만 본다는 사실 자체가 안타까울 만큼 왜 소수만 보는지 답답함이 있었어요.
저 역시 예전에는 작은 영화는 아트 영화라고 생각해서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알고 보면 작은 영화도 충분히 재미있는 상업 영화가 많아요. 그런데 잘못된 마케팅으로 대중이 너무 휘둘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무엇이 그렇게 대중을 휘둘리게 하는 걸까요?
윤종신 영화를 예매할 때 1위 하는 작품을 고른다거나 평점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면 본인의 자존감을 죽이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소위 말하는 자본에 휘둘리는 대중이 되는 거죠. 요즘 볼 영화가 없다라고 하는 데 조금 더 자기 만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5만 들었던 영화가 30만, 100만이 되는 일도 많아질 테죠. 제가 원하는 콘텐츠 세상은 수직 구조가 아닌 수평으로 펼쳐지는 세상 이거든요. 관객들이 조금 더 능동적으로 찾아본다면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덩달아 많아질 거예요.
장성규 제가 바로 그런 관객이었어요. 영화를 볼 때 평점 7점 이하는 거의 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러지 않을 자신이 생기는 것 같아요. 게다가 이번 영화는 자녀 교육이나 인간관계에 대해 다뤘기 때문에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죠. 그래서 저희를 통해 이 영화를 접하는 분들이 많아질 거라는 기대감에 벌써부터 설레요(웃음).
윤종신 그래서 오늘은 필사적으로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꼭 많은 사람이 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 꼭 한번 다뤘으면 하는 작품도 있을까요?
변영주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하려면 해외 작품도 빼놓을 수 없는데 영상 사용료가 너무 비싸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죠.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을 보는 직배사 관계자들이 ‘IPTV 수익을 생각하면 싸게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인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마블에서 스타워즈로 시작해 해외 예술 영화까지 훑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보지 않았던 영화를 IPTV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즐길 수 있게 유도 하는 역할이 곧 저희에게 주어진 숙제인 것 같아요.
윤종신 영화를 개봉 시기에만 파는 콘텐츠라 생각하기 보다는 세일즈 기간은 영원하다는 생각으로 베풀어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감독들과 대화하다가 늘 나오는 화두가 ‘영화를 꼭 극장에서만 봐야 하는가’예요. 이제 플랫폼이 양분화되는 시대잖아요. 개봉 시점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플랫폼에서 소비되는 것 역시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거죠.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순간 영화의 세일즈 기간은 영원해지니까. 그런 면에서 많은 제작자가 도와줬음 해요.


띵작 매치에서 꿀잼 고리로 마무리하듯 <방구석 1열>과 세 MC의 꿀잼 고리 꼽아보죠.
변영주 ‘거의없다’의 트레일러라고 생각해요. 이 요약본 영상이 있어 영화를 설명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내가 느꼈던 감정을 먼저 꺼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방송 역시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
윤종신 <방구석 1열>을 한 이후로 영화를 단순히 재미로만 보진 않는다, 재미 플러스알파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제 그게 보인다는 거죠.

Credit Info

2018년 08월

2018년 08월(총권 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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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장정진
PHOTO
김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