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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이유는요

On July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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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파스트 시청에서 낙태 허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북아일랜드 국민들.

벨파스트 시청에서 낙태 허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북아일랜드 국민들.

지난 5월 25일, 아일랜드는 낙태 허용을 위한 헌법 개정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는 찬성 66.4%, 반대 33.6%로 집계됐다.
따라서 임신 12주 이내의 중절 수술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12주에서 24주 사이의 수술에는 태아나 임신부 건강에 중대한 문제가 있을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올해 내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이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뒤 6년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낙태를 감행한 여성과 의사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붙었고, 현재 여성가족부에서는 낙태죄 폐지에 대한 긍정적 의견서를 낸 상태다.
헌재의 결정이 9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여성의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사회의 강요일 뿐이다

여성의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사회의 강요일 뿐이다

제이(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

“수술대에 앞 사람이 흘린 피가 묻었는데, 수술 못하게 될까 봐 아무 말도 못했어요”, “잘못돼서 2차 수술을 받았어요. 사실 의료 과실이었는데도 똑같은 비용을 현금으로 또 내야 했고요”, “헤어지자고 하니까 자기랑 만나주지 않으면 낙태했던 걸 신고하겠다고 합니다. 정말 처벌될 수 있나요?”, “성폭력으로 임신했다는 상담 사실 확인서를 가져갔는데도 병원에서는 ‘혹시 모를 문제’를 대비한다며 고발장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저는 부모님이 알게 될까 봐 두려워 고발하고 싶지 않아요” 같은 이야기는 일부 여성들의 극단적인 사례로 치부될 수 없다. 불안해하며 ‘믿을 만한’ 병원을 수소문하고, 의료진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참고, 1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마련하느라 며칠의 시간을 괴로움 속에 지내는 여성들을 찾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낙태죄를 폐지하면 임신 중절이 늘거나 생명 경시가 만연해질 거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금지법은 임신 중절을 줄이지 못하며 오히려 위험한 수술만 양산한다는 국제적 통계가 있다. 임신 중절률은 형사 처벌 여부보다 피임 및 양육 관련 인프라 구축 정도와 관련이 높다. 또한 여성들이 임신을 중단하는 이유가 ‘생명을 경시하기 때문’이겠는가? 이와 같은 우려는 여성의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애초에 100% 피임은 불가능하고 피임부터 섹스 및 양육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자유’나 ‘선택’이 불가능한 사회에서,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라는 결과를 출산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 임신 중절을 ‘하고 싶어서’ 하는 여성은 없다. 생명의 소중함만큼 여성의 기본권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국가가 임신 중절 수술을 형사 처벌하는 것이 과연 정의롭고 합리적인 방안인지를 숙고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금지하고 통제하는 국가가 아닌, 삶의 선택지를 늘리고 여성의 결정을 존중하며 개인들이 살고 싶은 삶을 지지하는 국가를 원한다. 국가는 국민들이 아이를 낳고 싶으면 낳고, 낳고 싶지 않으면 임신을 가능한 한 방지하며, 그럼에도 임신하게 된 경우 가급적 초기에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다. 낙태죄의 폐지는 그러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여성의 자기 운명 결정권은 물론이고 건강권과 평등권까지 침해하는 법이다

여성의 자기 운명 결정권은 물론이고 건강권과 평등권까지 침해하는 법이다

천지선(변호사)

완전한 피임법은 없다. 콘돔의 경우 일반적 사용 시 13.9%, 정확한 사용법을 지켰을 때에도 3%이다. 피임의 실패는 곧 원하지 않는 임신을 의미한다. 원하지 않는 임신은 성적 방종의 결과가 아니라 일상적 성관계의 결과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때 여성은 임신을 지속하여 출산하거나 임신을 중단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여성은 여성의 몸과 일·교육·가족 관계의 변화, 태어날 아이의 환경 및 양육을 위한 경제적 조건 등 다양한 요소와 가치를 고려하여 종합적이고 진지한 숙고를 거쳐 결정한다. 여성과 태아는 물리적으로도 그렇고 실질적으로도 분리된 존재가 아니며, 대립적인 관계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형법 제269조 제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원칙적으로 낙태는 범죄이며 낙태한 여성은 처벌의 대상이 된다. 국가가 형벌을 수단으로 여성의 임신 유지와 출산을 강제하고 있는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2년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 결정권이 충돌하는 대립적인 상황으로 보았고,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이유로 사실상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결론을 내렸다.

낙태를 형벌로 금지하는 법은 여성의 자기 운명 결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건강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문제도 있다. 낙태를 처벌하면 낙태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성 사망률이 늘어난다. 낙태죄가 여성이 덜 위험한 시기에 충분히 숙련된 의료진에 의하여 적정한 비용으로 안전한 낙태에 접근할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이다. 또한 낙태죄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반영하고 있으며, 여성이 출산 시기를 선택하지 못함으로써 교육이나 노동 등 사회·경제적 제약을 감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성 차별적이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일, 경력, 공부를 포기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희생을 선택하였다. 여성의 희생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시했다. “중절하지 않고 임신을 계속 유지하는 여성은 오롯이 그 여성 혼자서 져야만 하는 불안, 신체적 제약, 고통을 겪는다. 인류가 생겨난 이래 이런 희생을 여성이 기품과 자부심으로 견뎌왔고, …… 또 이런 희생이 아이에게 사랑의 유대를 준다는 점만으로는 국가가 여성에게 그 희생을 견디라고 강요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모든 형태의 출산’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문화를 개선하는 게 먼저다

‘모든 형태의 출산’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문화를 개선하는 게 먼저다

김재연(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낙태죄’ 위헌 헌법 소원에 대해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인식 변화는 그나마 희망을 갖게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미혼모뿐 아니라 비혼까지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며, 이런 문화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혼 혹은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은 ‘낙태’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2011년 보건복지부와 연세대학교가 실시한 ‘인공 임신 중절 실태 조사’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31.6%가 각각 낙태 경험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낙태 횟수로 따지면 14만3195건으로 한 해 태어나는 신생아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그렇기 때문에 혼인 가정을 전제로 한 기존의 정부 지원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출산’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문화를 개선하는 게 먼저다. 낙태죄를 존치시켜서 그 죄를 묻기보다는 낙태를 할 이유가 없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서 비혼 임신이라도 출생한 아동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고, 여성이 출산하면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저출산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낙태죄를 폐지하고 보육 환경을 개선시킨 외국의 많은 국가의 출산율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소모적인 생명 윤리와 종교를 둘러싼 논란은 접어두고, 여성이 행복해야 출생한 아이들도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행복 추구권·자기 결정권 중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을 시대의 주된 가치로 강조해야 한다. 임신한 여성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최선의 임신 출산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며 의무다. “생명은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인정한다 하여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권이 제한될 수 있는 경계를 국가가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낙태죄를 위헌으로 결정하고, 낙태를 여성 신체의 일부인 자궁에 대한 시술로 이해해야 한다. 초기 낙태 시술이 산모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임신 중기 이후의 중절 수술일 경우에 그게 산모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학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낙태 수술 자체가 위험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낙태가 합법적인 제도 하에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인간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가치를 위해서 태아가 독자적 생존 능력을 갖추었는지의 여부를 낙태 허용 주수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에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Credit Info

2018년 07월

2018년 07월(총권 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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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LANCE EDITOR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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