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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현장이 편안하고 재미있어요

On April 11, 2018 0

20대의 전혜진은 호기심이 넘쳤고 삶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했다. 늘 고민이 많았고 스스로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다그치며 삐딱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혹했고 ‘난 행복한가? 왜 사는 거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뭐야!?’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또래들처럼 즐기거나 제대로 놀지 못하고 지냈다. “오히려 결혼을 계기로 살림과 육아를 하면서 삶이 더 행복해졌어요. 예전의 나에 비해 힘이 많이 빠져서인지 현장도 훨씬 편안하고 재밌더라고요.” 무려 11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미스티>. 지금까지 고뇌하고 번민했던 긴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배우 전혜진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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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 패턴의 재킷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후프 이어링 코스(Cos).

스트라이프 패턴의 재킷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후프 이어링 코스(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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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원피스 로우클래식(Low Classic). 슈즈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유니크한 이어링 1064스튜디오(1064 Studio).

독특한 라인의 레더 톱 코스(Cos). 볼드한 이어링 고이우(Goiu).

독특한 라인의 레더 톱 코스(Cos). 볼드한 이어링 고이우(Goiu).

독특한 라인의 레더 톱 코스(Cos). 볼드한 이어링 고이우(Goiu).

드라마 <미스티>의 화제성이 대단하네요. 특히 배우 전혜진을 다시 발견했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시청률도 기쁘지만 시청률보다는 ‘재미있다’는 주변 반응이 더 기분 좋아요.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여자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남자들이 더 호기심 있게 드라마를 평해서 놀랐어요. 집에서 혼자 집중하며 보고 싶은 드라마라고 얘기한 여성들도 있었고요.


스토리가 정말 쫄깃쫄깃해요. 지금 이 시점(이 인터뷰는 종영 2주 전 진행됐다),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나요?
아, 사실 저도 얼마 전에야 범인을 알게 됐어요. 물론 비밀이지만요. 하하. 드라마 첫 리딩 후부터 출연자들끼리 모이면 이구동성으로 ‘누구일까?’, ‘누가 범인일까?’ 궁금해했거든요.


궁금한 채로 있겠습니다만, 납득이 될 만한 결말인가요?
네. 그래서 더 소름 끼친다고 해야 하나? 반면 ‘역시 그렇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함께 출연하는 김남주와 더불어 극 중에서 선보이는 패션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은주라는 인물을 분석하면서 전문직을 가진 고혜란과는 차별성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부드러운 페미닌룩을 선호했어요. 야외 신이 많을 때는 추위에 약해 무너질 때도 있었지만요. 하하. 영화에서의 리얼리티에 익숙해져서인지 액세서리와 옷의 변화가 너무 많거나 과한 건 아닌지 자기 검열도 했고요. 그런데 극중 고혜란이 워낙 화려하다 보니 제가 오버해 연출해도 서은주 스타일이 과해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고혜란 스타일을 너무 좋아해요!


<미스티>에서 맡은 서은주는 어떤 여자인가요? 보면 볼수록 그 속을 모르겠더라고요.
저 또한 그랬어요. 초반에는 순진하기만 하면서 고혜란과 선과 악의 구도를 그리는 인물인가 했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심지어 ‘어디까지 가는 거지?’ 싶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은주의 입장이다 보니 나쁜 사람은 언제든 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은주가 가진 약점들에 집중했죠. 어려운 집안에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강자들에 의해 남편과의 행복한 삶이 짓밟히고, 친구에게 느끼는 배신감에 복수하려 하지만 끊임없이 상처 받는 하루하루. 그저 안타까울 뿐이죠.


드라마 효과는 아무래도 영화와는 다른데 어때요?
인기 같은 건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친한 사람들 중에 TV를 안 보는 사람들에게서 재미있다는 전화를 많이 받긴 했죠. 하지만 이런 반응은 드라마 자체가 재미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촬영이 타이트하게 진행되다 보니 버거운 감정 신을 수십 시간 연속으로 소화해야 하고 에너지 소모도 엄청 커서 영화보다 힘들긴 해요.


그러면 현장 분위기는 어떤 편인가요?
배우들과 합이 워낙 잘 맞아 현장 분위기는 좋아요. 김남주 선배 역시 오랜만에 작품을 해서 그런지 의욕이 불타올라 저도 덩달아 힘이 나고요. 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동질감 있는 수다도 많이 떨어요. 하하하.


브라운관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니 어때요?
요즘은 드라마 촬영 기술이 정말 훌륭해졌더라고요. 카메라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자연광에서 촬영한 모습이 분위기 있게 보여 연기에 플러스가 된 것 같아요. 연기가
더 잘하는 듯 보인다고나 할까요? 하하.


남편인 이선균 씨의 반응도 궁금해요.
처음에는 메이크업과 헤어, 옷을 참하게 입고 나타났더니 “야~ 너무 이상해”라고 말하더라고요. 평소의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 어색했나 봐요. 그런데 며칠 전에 촬영하다 잠깐 집에 들렀는데, 처음으로 “좀 괜찮네”라는 말을 했어요.


아이들도 꽤 커서 이제 엄마 연기를 보지 않나요? 반응이 어때요?
제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걸 모르다가 집에 있는 대본을 얼핏 보고는 “<미스티>? 이게 뭐야?”라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잠깐 보더니 ‘으악’ 했어요. 아이들에게는 공포처럼 느껴졌나 봐요. 최근엔 애들 학교에서 가끔 마주치던 엄마들에게서 ‘잘 보고 있어요’라는 인사를 많이 받고 있죠.


서은주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어떤 점에 집중했나요?
말투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은주는 남편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여자예요. 밤낮으로 빌딩 청소해가며 골프채 사주고 뒷바라지해줬던 남자, 그런 남자에게 바친 10년의 삶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버린 혜란에 대한 배신감이 큰 거죠. 이런 억울하고 비참한 기분에 집중하고 빠지다 보니 나중에는 기계처럼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고요. 너무 많은 것을 잃은 은주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이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고혜란을 ‘내 남편을 죽인 사람’, ‘죄 짓고도 너무 당당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에너지 소모가 엄청날 것 같아요.
에너지 소비가 엄청 큰데요. 영화보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초집중 모드로 순발력을 요해야 하는 드라마를 통해 이번에 많이 배웠습니다.


드라마 끝나고 좋은 계획 있나요?
곧바로 영화 촬영에 들어가요.


이선균 씨도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쁠 텐데, 아이들 케어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꽤 커서 그래도 괜찮아요. 둘 다 초등학생이고, 형 다니는 학교에 둘째도 다녀 함께 보내니까 서로 의지가 되어 좋은 점이 많아요. 남편과 제가 각자 집에 있는 시간에 아이들을 보는데, 하다 보니 또 되더라고요.


작품을 하면 할수록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길 듯한데요.
저는 몰아서 한꺼번에 작품을 했던 적이 없어요. 1년에 여러 편을 한 적도 없고, 그저 꾸준히 해왔을 뿐이죠. 아이들을 키우는 데 지장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작품을 쉬기도 했고요. 아이들에게 엄마 손이 필요한 시기는 짧으니까요.


쉴 때는 주로 뭘 해요?
취미가 별로 없어요. 그냥 사람들 만나서 수다 떠는 정도? 요즘 느끼는 건 촬영 현장이 좋다는 점이에요. 집에서 살림에 매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이거든요. 그럴 때 환기 삼아 일을 하면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요. 나이 들면서 나를 내려놓고 현장에 흐르듯 묻어가다 보면 힘든 작업 가운데서도 기분이 좋아요. 갈수록 일을 놓지 않고 지내는 게 여자로서 행복한 삶인 거 같아요. 특히 같은 입장에 있는 배우들과의 대화는 늘 즐겁기도 하고요.


‘배우 전혜진’을 롤 모델로 삼는 후배 연기자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전혜진만이 가진 개성을 탐구하고 싶어 하는 지망생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죠. 지금까지 지켜왔던 저만의 소신이나 자존심 같은 게 어필한 건지…. 후배들이 저를 무서워한다고들 하는데 그러면서도 털털한 성격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하하.


그런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저는 막연히 영화에 참여하고 싶어서 이 필드에 들어왔다가 우연한 기회에 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그간 끊임없이 ‘이 길이 맞는지’,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을 느끼며 연기해왔죠.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수없이 자기비하를 하기도 했고요. 누구를 롤 모델로 삼든 연기에 대한 열의가 있고, 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는 후배들은 이런 저보다 훨씬 우위의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서 배역을 고르고 연기를 하는 과정이 더 버겁고 힘들었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현장에서 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무척 힘든 신을 팀워크로 소화하고 나면 함께한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생기거든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늘 현장은 배울 점이 많으니 그런 점을 꼭 기억해줬음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요즘은 제 아이가 어떤 인격체로 클 것인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시기예요. 잡아줘야 하는 역할이지만 아이와 저는 다른 인격체라는 사실을 기억하려고 해요. 아이의 잠재된 능력을 보고 맞는 길을 제시해주고 싶은데 또 다른 면이 있을 수 있고, 정답이 없는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제 삶에 고민이 많았던 것처럼 아이들의 인생을 함께하면서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배우로서는 소화할 역할을 더 확장하고 싶은 바람이 있고요. 지금처럼 좋은 사람들과 일 하고 싶고, 이런 근사한 촬영도 자주 해서 아름답게 나이 드는 과정을 기록처럼 남기고 싶어요.  

20대의 전혜진은 호기심이 넘쳤고 삶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했다. 늘 고민이 많았고 스스로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다그치며 삐딱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혹했고 ‘난 행복한가? 왜 사는 거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뭐야!?’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또래들처럼 즐기거나 제대로 놀지 못하고 지냈다. “오히려 결혼을 계기로 살림과 육아를 하면서 삶이 더 행복해졌어요. 예전의 나에 비해 힘이 많이 빠져서인지 현장도 훨씬 편안하고 재밌더라고요.” 무려 11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미스티>. 지금까지 고뇌하고 번민했던 긴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배우 전혜진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중이다.

Credit Info

2018년 4월

2018년 4월(총권 101호)

이달의 목차
CONTRIBUTING EDITOR
임경미
PHOTO
이영학
HAIR
박정아(에이바이봄)
MAKEUP
고미영(에이바이봄)
STYLIST
김윤미
ASSISTANT
이화, 김시애, 김채린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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