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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의 이름으로

On December 13, 2017 0

사실보다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말보다는 정확한 말을 한다. 드라마 <아르곤>에서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천우희와 마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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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터틀넥 막스마라 (Max Mara). 스커트 부리(Bourie).

니트 터틀넥 막스마라 (Max Mara). 스커트 부리(Bourie).




 

체크 코트, 화이트 터틀넥 모두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베스트 재킷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팬츠 막스마라(Max Mara). 이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롱 재킷, 아이보리 슬립 원피스 모두 셀린느(Ce′line). 이어링 캘빈클라인 워치 앤 주얼리(Calvin Klein Watches & Jewelry).




브라운 벨벳 슈트 랑방(Lanvin).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WOOHEE’S TASTE
한낮 vs 새벽
한낮. 한낮의 따뜻한 햇살이 더 좋아요.
종이 메모 vs 스마트폰 메모
스마트폰 메모. 언제 어디서든 메모가 필요할 때 바로 쓸 수 있어서.
커피 vs 홍차
홍차. 커피를 못 마시지만 밀크티는 좋아해요.
드레스 vs 슈트
드레스.
겨울 vs 여름
여름. 추운 건 정말 싫어요.
인터뷰어 vs 인터뷰이
인터뷰이. 아무래도 인터뷰에 응하는 게 조금 더 익숙하니까.
수채화 vs 유화
수채화. 은은하고 맑은 느낌이 좋아서.



늘 눈빛이 남다르단 생각은 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더 강렬하네요.
그래요? 저 되게 멍한데(웃음)…. 감독님들도 눈빛이 좋다는 얘기를 종종 했어요.


눈으로도 말해야 하는 배우에게는 큰 재산이죠.
감사해요. 기분 좋네요.


<아르곤>으로 첫 드라마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렀어요.
여러 면에서 제게는 좋은 환경이었어요. 쪽 대본, 밤샘 촬영 없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좋은 선배와 동료 배우, 그리고 스태프들이 뭉쳐서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고요. 첫 드라마라 의욕만큼 욕심도 컸는데, 힘 빼고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려고 노력했죠. “오, 천우희가 저런 연기도 가능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었거든요.


그간 맡았던 배역들 때문일까요? 천우희라는 이름이 주는 묵직함이 있어요. 강하고 센 이미지랄까.
제 인생이 심심해서 자꾸 센 역할을 맡는 건지, 아니면 첫 단추가 그래서 다른 작품들도 계속 그런 이미지로 이어지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배우니까 ‘뭐, 다음에 다른 모습 보여주면 되지’ 하고 편안하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세 보이고 싶었는데, 이제는 강하게 안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가 고민이에요(웃음).


그러고 보니 기자 역할이 이번까지 두 번째네요. <출중한 여자>에서 패션지 기자로 나왔고, 이번에는 방송국 기자까지. 실제 기자라면 인터뷰해 보고 싶은 인물이 있나요?
글쎄요. 생각 안 해봤는데, 누가 있을까…?


자, ‘천우희의 뉴스룸’이 있다고 생각하며 누굴 초대하고 싶은지 떠올려 보세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지금 문득 든 생각인데, 교도관이오. 아니면 사형을 집행하는 분.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러게요.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언뜻 듣기로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분도 꽤 된다고 들었고요.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났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아마도 관찰력이 남달라서이지 않을까요?
그런 거 같기도 해요. 제가 예전부터 뭔가를 생각하면 골똘하게 곰곰이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뭐든 시작을 하면 제대로 해야 성미가 풀리는 스타일이거든요. 작품 할 때도 그래요. 그래서 괴로울 때가 있죠.


완벽주의자의 면모가 있네요.
에이, 한없이 가벼울 땐 또 되게 가벼워요.


지금껏 수많은 인터뷰를 했을 텐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이 있어요?
방금 그 질문이오. 천우희의 뉴스룸.


영광이네요.
그래서 되게 새롭다 싶었어요.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아르곤> 방영 시기에 공교롭게도 공중파 방송국들이 언론 총파업을 선언했어요. 연기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을 듯한데요.
저희 제작 발표회 날 파업이 시작됐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물론 조심스러웠죠. 그래서 말도 아꼈고요. 드라마가 100% 현실을 담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영을 안 한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극에 현실을 너무 담으려고도, 너무 외면하려고도 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냥 작품 안에서 제 캐릭터에만 몰입하면 최대한 오해 없이 작품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마지막 회에서 김백진이 한 말이 떠오르네요. “뉴스는 믿는 게 아니라, 판단하는 거다.” 울림이 큰 대사였어요.
그렇죠. 저도 그 대사를 듣고 머리가 띵 했어요. ‘작가님은 어떻게 대사를 이렇게 잘 쓰셨지’ 하는 감탄이 나왔죠. 누구든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짜라고 믿었던 뉴스가 잘못된 내용일 수도 있고요. 다들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보잖아요. 그러다 보면 현혹되기도 쉽죠. 판단이 중요해요.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때로는 본인의 의도와 다른, 잘못된 뉴스가 나가는 경우도 생기잖아요.
글쎄, 저는 아직까지 그런 일을 겪진 않았지만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면 힘들 것 같아요. 저는 그래도 뚝심 있는 편이고, 외부 자극에 흔들리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웬만한 일은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넘기고 말아요. 하지만 그런 일이 자주 있다면… 제가 믿는 사실마저도 흔들리게 될 것 같아 무섭네요.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인가?’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이고 싶은데요?
모르겠어요. 그냥 가장 중요한 건 연기할 때 그 역할처럼만 보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천우희라는 배우를 일상에서는 어떻게 볼지 모르겠는데, 그냥 연기할 때만은 다른 생각이 안 들게 그 인물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참, 새로운 작품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요.
11월 초부터 크랭크인해요. 이 인터뷰가 나갈 때쯤엔 한창 촬영하고 있겠네요.


<한공주> 이후 영화 <우상>으로 이수진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다고요.
저를 이 자리에 오도록 해준 작품이 <한공주>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평소에도 고마운 마음이 컸는데, 다시 한 번 같이하자고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사실 한 번 호흡을 맞춰본 배우랑 다시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감독님이 작업할 때는 굉장히 집요하신 편이에요. 저도 만만치 않게 될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라 이번 작품도 전작 못지않게 힘들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기대감이 커요. 요즘엔 계속 새 작품 생각뿐이에요.


아주 혹독한 겨울을 보내게 될 것 같네요.
어마어마하게요(웃음). 작품 찍는 내내 추위와 싸우게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까지 몸이 고생한 작품들은 다 잘됐으니까. 그래서 이번 작품도 잘되려고 그런가 보다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작품에 관심이 많아 보여요.
저도 그게 신기해요. 솔직히 개인적으로 사회나 정치, 종교적인 발언을 한다거나 제 의견을 주장하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까 말한 것처럼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매번 손이 가는 작품은 그런 성격이더라고요. 하지만 이게 맞다고 정답을 내리는 게 아니라,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당신 생각은 어떠냐고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었죠. 항상 중립의 기로에 서 있는 작품에 끌려요. 근래에 저도 이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 왜 나는 자꾸 이런 작품들만 할까? 제 안에도 뭔가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긴 한데….


아마도 삶에 대한 애정 때문 아닐까요? 사람들 사는 일에 관심이 많은 거죠.
맞아요. 그냥 인간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 가야 할 방향, 생각해야 할 것들에 관심이 많아요.


그렇다면 요즘 천우희의 흥미를 자극하는 건 뭔가요?
다음 영화죠! 다음 영화예요, 오로지.


기승전작품이네요? 살짝 들떠 보여요.
빨리 촬영하고 싶어요. 뭔가 한 꺼풀 벗겨내는 느낌으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고, 제가 삶을 대하는 태도도 더 자유로워질 것 같아요. 다만 이번 작품에선 예뻐 보이는 건 포기했어요. 감독님께 예쁜 건 다음 영화에서 하겠다고 선언했거든요(웃음).


멋있네요. 뭐가 중요한지 아는 거죠.
그럼요. 뭣이 중헌디(웃음)!


올해로 14년 차 배우예요.
(놀람)저 그렇게 쳐주지 마세요(웃음).


차근히 배우의 정석을 밟아 나가고 있는 모습이 멋있어요. 스스로 세워둔 배우로서의 이상향이 있다면요.
완벽이라는 게 어떤 건지는 모르겠으나, 완벽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죠. 주변의 평가로도 훌륭하고 저 스스로 생각해도 완벽한 연기요. 그런데 그게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인 이야기구나라는 걸 요즘 깨달았어요. 물론 매 신, 매 컷마다 완벽한 연기를 하고 싶죠. 그래서 예전에는 ‘안 돼도 해야 돼, 해내야만 해’라고 했다면, 지금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스스로 다독이는 편이에요.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한 연기’란 인간이 얻어낼 수 있는 고지가 아니란 걸 받아들이는 중이죠.


예술이라는 게 그런 거죠.
각자의 취향이 있고, 시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 시대에는 저게 무슨 작품이야 할 수 있는 게 후대에는 너무나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하고요. 그런 본질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늘 나는 스스로가 부족해라고 자책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아요.


이미 훌륭한 배우예요.
과찬이에요.


올해도 한 달여 남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2018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동안 여행을 가도 2주 이상 떠나본 적이 없어요. 요즘 어디서 한 달 살아보기가 유행이라던데, 그런 거 해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생각해요. 제가 보기보다 겁이 많거든요. 내년에 영화 촬영이 다 끝나면 꼭 해보고 싶어요.



 

완벽이라는 게 어떤 건지는 모르겠으나, 완벽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죠.
주변의 평가로도 훌륭하고 저 스스로 생각해도 완벽한 연기요.
그런데 그게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인 이야기구나라는 걸 요즘 깨달았어요.

 

재킷 자크뮈스 by 마이분(Jacquemus by My Boon). 셔츠 프라다(Prada). 체크 스커트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이어링 렉토(Recto).

 

사실보다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말보다는 정확한 말을 한다. 드라마 <아르곤>에서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천우희와 마주 앉았다.

Credit Info

2017년 12월

2017년 12월(총권 97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루비
PHOTO
이영학
HAIR
조수민
MAKEUP
이현
STYLIST
김지혜
ASSISTANT
조성진
LOCATION
탬버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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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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