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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이 151번 버스를 탄 이유는?

On September 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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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위안부의 날인 8월 14일부터 9월 30일까지 평화의 소녀상이 151번 시내버스를 타고 서울 도심을 순회하며 시민들을 만난다. 맨발에 굳게 움켜쥔 두 주먹, 슬픈 얼굴을 한 소녀상이 서울 시내버스 151번에 탄 이유는 뭘까? 소녀상 설치를 기획한 동아운수 임진욱 대표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151번 버스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계기가 궁금해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10억 엔의 대가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보고 화가 치솟았어요. 시민들에게 아픈 역사를 일깨우고 정부를 움직이게 하려면, 국민들이 나서서 이슈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 맥락에서 버스는 가장 효과적인 매스미디어 수단이잖아요.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소녀상을 만나면 위안부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설치하게 됐어요. 대학교 동기 동창이기도 한 김운성, 김서경 부부 작가가 흔쾌히 제안을 수락해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하게 됐습니다.


우이동에서 미아사거리, 안국역, 숭례문, 신용산역을 거쳐 흑석동 중앙대 앞에서 회차하는 노선인데, 일본 문화원 앞을 지날 때는 영화 <귀향>의 OST로 쓰인 ‘아리랑’이 흘러나오네요.
일부러 의도한 거예요. 성균관대·성신여대·중앙대·숙명여대 등 7개 대학을 거치는 노선이라 많은 대학생이 버스에 오르내리는데, 소녀상을 계기로 아픈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처음에는 동아운수 151, 152, N15, 121, 101번의 다섯 개 버스 노선에 전부 넣고 싶었어요. 여력이 안 돼서 아쉽게 못했지만요. 세계 위안부의 날이 올해로 5주년이라서 다섯 대의 151번 버스에 다섯 개의 소녀상을 설치하게 됐는데, 일본 기자들이 묻더군요. “그럼 해마다 6, 7, 8주년이 되면 소녀상도 늘려갈 거냐”고. 그래서 “그런 일은 안 생기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돈 10억 엔이 아니라 당신네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라고 답했습니다. 10억 엔? 대한민국 국민들한테 일본과 합의한 돈을 모아서 돌려주자고 하면 아마 1시간 내에 모일 거예요. 돈 10억 엔으로 합의가 끝났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죠.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이 언제 돈을 바랐나요?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책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썼지만, 역사는 덮는다고 덮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사과를 해야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라도 나서서 사과를 받아내고 싶었어요.


소녀상 설치를 두고 일본 정부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장관이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우려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는데, 여론이 부담되지는 않나요?
하루에도 7~8곳에서 연락이 올 정도로 일본의 취재 열기가 높아요. 일본 기자들이 버스는 공공재이고 공익사업 아니냐며 자꾸 한일 정부를 끌어들이기에, 저는 “이건 정부의 입장과 관계없이 내 개인의 의사 표현이고, 소녀상은 사유 재산이다”라고 답했죠. 이번 일로 일본 여행은 앞으로 못 갈지도 모르겠습니다만(웃음), 상관없어요. 사람들이 ‘반일’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잖아요. 묵혀둔 앙금이 있는데, 어떻게 관계가 나아질 수 있겠어요. 적폐청산, 서로 사과를 하고 털어야 할 건 털어야죠.


혹자는 대표님이 혹시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한 일이 아니냐고 하더군요.
전혀 그런 뜻은 없어요. 정계 진출할 거면 이렇게 안 하고 선거에 출마했겠죠. 그리고 이런 걸로 정치를 하면 안 되고요. 물론 누군가는 저놈이 왜 저런 일을 자꾸 하냐, 버스 회사가 돈만 잘 벌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어요. 버스에 대한 애정에서 하는 일이에요. 선친이 버스 회사를 60여 년간 운영해 오셨고, 저도 버스로 먹고살잖아요. 버스를 통해 시민들에게 뭔가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일들을 하고 있는 거고요. 쉽게 말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업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일이에요.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게 버스의 가장 큰 매력이니까. 사진과 광고 PR을 전공한 제게는 너무 매력적인 매스미디어죠.


‘151번 소녀상 버스’ 이전에도 ‘타요 버스’, ‘미술관 버스’, ‘돌출 번호판’, ‘임산부 핑크 좌석’ 등 센세이션한 이슈를 많이 만들었어요.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뭔가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말하는 버스’를 만든 일이 가장 뜻깊었던 작업이었어요.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또 있나요?
내년이 서울 시내에 버스가 다닌 지 90주년이 되는 해예요. 그래서 세계 각지에 있는 우리의 버스를 서울로 불러 모을 계획입니다.


9월 30일 마지막 승차 이후에 소녀상은 어떻게 되나요?
아마 30일에 철거가 되면 10월 2일부터 서울 광화문, 백범김구기념관, 양재동 윤봉길기념관, 만남의광장 등지에서 추석맞이 귀향에 오를 거예요. 각각 전주, 목포, 대구, 부산으로 향해서 그곳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들 옆 빈자리에 놓일 예정이죠. 공식 일정이 10월 9일에 끝나면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인데, 아마도 의미 있는 곳으로 보내지게 될 것 같습니다.


 

할머님들이 제 나이 때 일본군 위안부에 끌려간 거잖아요.
얼마나 끔찍했을지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_정유나(17세, 대동세무고)

 

생존해 계시는 위안부 할머님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민간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_김인식(32세, 회사원)

 

평화의 소녀상을 태우고 운전을 하다 보니 긴장되고 사명감도 느낍니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날까지
소녀상이 안전하게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_박영관(51세, 151번 버스 기사)



  •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151번 버스를 타려면?
    스마트폰에서 www.bus151.com을 검색하면 소녀상을 태운 버스가 어디에서 오는지 정류장별로 실시간 검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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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2017년 10월

2017년 10월(총권 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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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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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