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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다

On July 25, 2017

우주여행을 하고 유전자 복제까지 되는 시대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자위행위는 쉬쉬하는 일 중 하나. 국내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따르면 교사들에게 ‘자위'‘야동’ 등의 단어는 금기어에 해당하며, 여전히 많은 남성이 여성들은 자위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현실은 어떨까? 매거진 <헤이데이>와 강동우 성의학연구소에서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3.1%의 여성이 자위를 경험했고 상당수는 꾸준히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파트너와의 관계보다 더 흥분된다고 말하는 이도 많았다. <그라치아>는 누구나 하지만 아무도 쉽게 꺼내지 않는 ‘여자의 자위’라는 화두에 주목하기로 했다. 우선 취향이 반영된 취미 중 하나로 그들이 즐기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손을 이용하는 초급부터 도구를 활용하는 중급 그리고 파트너와의 관계에 적용하는 고급 스킬까지, 난이도별로 여러 자위 경험담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조금 더 쉽고 빠르게 오르가슴에 당도하는 노하우부터 웃픈 자위 경험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남다른 손맛을 알아가고 있는 여자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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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혼자만의 섹스를 좋아하나요?
<그라치아>는 5월 20일부터 3주 동안 20~40대 여성을 대상으로 ‘자위’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익명으로 진행했다. 설문을 시작하기 전에 이름과 직업 및 나이 등을 밝힐 수 있는 취재원을 수소문했지만, 대부분 ‘자위’라는 주제만 듣고도 도망가기 일쑤였다. “인터뷰하겠다는 사람이 있긴 할까요?”라며 역으로 질문하는 여성도 있었다. ‘이대로 설문까지 망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와 달리, <그라치아>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트렌드그래머’와 편집부 그리고 취재원 및 그녀들의 지인 등 여성 100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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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밤새 수다를 떨던 날이었어요,

한 친구가 ‘난 잠이 안 올 때 자위해’라며 자위 얘길 꺼내더라고요.
순간 ‘나도’라고 말하려다가 말았어요. _20대 중반 토익 강사





1 아직도 샤워기로 샤워만 해요?
나는 크리스천 모태 신앙, 그것도 장로교 장로의 딸로 태어났다. 여성은 결혼 전까지 처녀성을 지키는 게 당연하며, 여성 스스로 어떤 방법을 통해 쾌락을 취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로 배웠다. 내게 클리토리스라는 기관이 있음을 알려준 이도 없었다. 부모님이 지시하는 여성의 의무는 금방이라도 비누 냄새가 폴폴 날 것처럼 ‘그곳’의 상태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일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지시대로 샤워기를 사용해 아랫도리에 열심히 비누칠을 하던 중 평소와는 다른 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어머, 이게 뭐야?” 그 느낌을 처음 알게 된 날, 시간을 들여 물살의 강약을 조절하며 내 몸을 탐구했다. 샤워 시간이 이상할 만큼 길어졌음을 알면서도 엄마는 뭐라 말하질 못했다. 나는 어디까지나 엄마의 지시대로 내 ‘소중이’를 깨끗이 씻는 중이었으니까.

어느 미국 할머니가 남긴, 여성의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솔직한 의견에 동감한다. “하나님이 여성의 마스터베이션에 반대했다면 팔을 이토록 길게 만들지 않으셨겠지!” 나처럼 여러 종류의 마스터베이션 중 샤워기를 택한 서양의 어느 짓궂은 여대생은 욕조에 누워 ‘그곳’에 샤워 물줄기가 세게 떨어지도록 조준한다고 한다. 그러고는 엄마가 문을 열면 천연덕스럽게 “엄마, 이것 봐. 손은 안 댔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샤워기 마스터베이션의 장점이라나? 한마디로 할 건 다 하면서 마지막까지는 가지 않는, 나 자신과의 ‘드라이 험핑’(옷을 입은 채로 하는 섹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디 앨런의 말처럼, 마스터베이션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다. 이후 꾸준히 샤워기를 사용해 본바, 가장 좋은 점은 깔끔하다는 것. 자위를 마친 후 손과 몸을 씻거나 따로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는, 샤워하면서 깨끗하게 해결 가능한 스마트 마스터베이션 방법이랄까? 단, 집의 수압이 약해서 노인네 오줌발 같은 샤워 물줄기로 자위에 도전하는 경우라면 혼란스럽겠다. 그런 사람에게 팁을 주자면, 인터넷에서 물줄기를 강력하게 해주는 샤워기 헤드를 구매하면 된다. 또 하나 샤워기가 유용한 경우는 남성보다 섹스에서 만족을 얻기가 힘든 상황의 여성에게 편리한 도우미가 되어준다는 점. 이쪽은 아직 멀었는데 저쪽은 끝나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이럴 때 샤워기가 식어버린 파트너의 애무 대신 아직 식지 않은 몸을 절정으로 달리게 도와준다. 앞으로 파트너와 맞춰 가야겠지만 일단은 사랑스런 샤워기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샤워기를 발명한 사람에게 찬사를!
_김현진(칼럼니스트, 『육체 탐구 생활』과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의 저자)


 

2 ‘섹스 중 자위’라는 MSG
내 첫 자위는 영화 속 야한 장면을 보다 홀로 침을 삼키는, 그 ‘꼴깍’의 순간에 시작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위를 통한 오르가슴의 첫 경험일 것이다. 당시 18세의 나를 성(性)의 길로 인도했던 시청각 자료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영화 <몽상가들>(The Dreamers). 1960년대·파리·청춘·욕망… 

 

이 코드들은 이제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흡사 아담과 이브를 보는 듯 하염없이 헐벗었던 청춘 남녀의 장면들만은 아직도 선명하다. 이사벨로 분했던 에바 그린은 미친 듯이 아름다웠고 위태로웠으며 예의도 규칙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동생 테오에게 자신과 자신의 애인 매튜 앞에서 자위하라고 벌칙을 주는 신이 등장한다. 자유분방함으로 포장하기에는 다소 변태적인 감독의 시선을 따라가며 18세의 나는 맨손으로 음부를 더듬었다. 

 

아찔하고 달콤한 느낌, 말하자면 내게 자위는 몽상이었다. 섹스는 현실이고, 현실만으로는 위로가 되지 않았으니까. 어설픈 남자를 만나면 피학적인 상상을 하고, 가부장적인 남자를 만나면 가학적인 상상을 했다. 그래 봤자 멋모르는 여자의 자위는 어딘지 서툴기 마련이었다. 고독한 오르가슴보다는 충만한 불감(不感)이 나을 것만 같았던 23세, 내 은밀한 몽상을 현실과 공존하게 만든 남자를 만났다. 질 입구부터 외음부는 물론이고, 내 몸에 분포된 모든 성감까지 탐구하고 불을 지핀 능수능란한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때때로 검지와 중지만으로 나를 흠뻑 젖게 만들었다. 영화관에서, 한강 둔치에서, 또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애인이 없을 땐 이 떨림을 혼자 복기하며 자위를 즐겼다. 애인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전율을 공유하고 싶었던 걸까? 침대 위에서 피스톤 운동을 하던 그가 대뜸 페니스를 꺼내더니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내 손을 내 그곳으로 가져다 댔다. 일순간 망설이는 몸짓을 캐치한 그는 마빈 게이의 ‘섹슈얼 힐링’이 흐르는 우퍼 스피커의 볼륨을 올렸다. 그리고 그때 처음 알았다, 자위행위는 자극적인 섹스를 위한 적당량의 MSG가 된다는 것을. 

 

30대가 된 지금도 나는 애인 앞에서 자위하는 게 좋다. 내 앞에서 자위하는 애인을 보는 것도 좋다. 폭넓은 스펙트럼의 기기로도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극도의 섹슈얼 힐링이 여기에 있다. 자신의 공상과 망상을 솔직하게 침대 위에 펼쳐놓는 남자와 함께라면 어떠한 윤활제나 딜도, 바이브레이터도 필요 없다. 기계가 진화하는 동안에 인간은 응용을 한다. 애무를 주고받으며, 피스톤 운동을 하며, 혹은 그저 손을 자유롭게 놀리면 그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애무, 삽입, 자위가 반복되는 것을 즐긴다. 섹스와 마스터베이션이 혼연일체를 이룰 때쯤이면 다프트 펑크의 노래가 떠오른다. ‘One more Time!’
_정인호(<월간 인테리어> 에디터)


"여대를 졸업했는데요.
새벽만 되면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꼭 자위와 관련된 게시물이 올라오더라고요.
‘나 오늘 벌써 몇 번짼지 모르겠어’ ‘시험공부 중인데, 스트레스 받아서 자위하려고’ ‘이렇게 해봐, 대박이야’라는 식의 내용으로요.
저도 그 당시 새벽마다 그녀들과 자위 얘기로 소통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고, 그때 처음 여성의 오르가슴을 위해 100% 헌신하는, 그러니까 ‘배려심이 넘치는’ 남성과의 섹스를 담은 포르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죠.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포커스를 맞춘 영상물과는 완전히 스토리가 다르더라고요.
지금도 가끔 그런 영상들을 찾아보며 맨손으로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는 식으로 자위를 하곤 해요.
_30대 중반 영화계 종사자



3 잘 놀아요, 섹스 토이랑!
얼마 전 내가 한 방송에서 했던 발언이 화제가 됐다. 대단한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매일 자위를 한다는 게 전부였다. 그 방송 이후로 나는 한동안 ‘남초’ 사이트에서 신나게 까였다. ‘독방에서 혼자 자위하다가 질이 왕창 늘어났을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에 따라 우주와 같이 한없이 넓은 ‘갤럭시 보지’를 가진 여자가 되어버렸다. 뜻밖에 멋진 별명을 얻게 된 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우주를 품을 만큼 넓은 음부를 가진 여자라니, 그 어떤 시련 앞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파트너와 소위 죽여주는 섹스를 하고 난 다음에도 자위를 한다. 때로는 섹스 도중에도 한다. 누군가 이렇게 묻더라. 매일 자위를 하려면 섹스 토이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솔직히 맞는 말이다. 섹스 토이는 그야말로 도구다. 요리할 때를 떠올려보자. 당근이나 무 같은 채소를 정갈하게 채 썰기 위해 칼 한 자루만 있어도 가능하지만, 채 칼을 사용하면 더 빠르고 쉽게 채를 썰 수 있다. 섹스 토이도 마찬가지다. 맨손으로 한계를 느낄 때 섹스 토이를 사용하면 더 빠르고 쉽게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 손을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 해도 우리는 인간인지라 바이브레이터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게다가 지금 섹스 토이의 세계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내가 처음 바이브레이터를 접했던 약 10년 전에는 솔직히 너무 시끄러운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내 방에서 문을 꼭 닫고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사용해도 다른 방까지 진동이 전해질 정도랄까. 그런데 요즘은 켰는지 껐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바이브레이터가 많이 나왔다. 


또 내 손보다 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재질의 섹스 토이가 넘쳐난다. 가끔 ‘섹스 토이로 하는 자위가 너무 즐거워서 파트너와의 섹스를 기피하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특히 이성애자 여성들이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 페니스 삽입이 곧 섹스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고민일 것이다. 커다랗고 이리저리 회전하는 딜도는 당연히 인간의 ‘페니스’와 비교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자위와 파트너와의 섹스 중 하나를 꼭 골라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위가 정말 즐겁다면 다 때려치우고 자위만 할 수도 있다. 섹스 토이가 너무 좋다면 파트너와의 섹스에 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섹스 토이가 마법 지팡이가 아니라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본인이 클리토리스 자극 위주의 자위를 하는지, 삽입 위주의 자위를 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취향을 파악한 다음에 섹스 토이를 선택하는 게 좋다. 물론 자위를 할 용기가 생기지 않아서 일단 섹스 토이라도 사보자는 마음이라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만, 그게 아니라면 무작정 구매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유명한 토이’가 무조건 좋은 게 아니란 얘기.
 

나는 한 달에 두어 번 여성들과 ‘토이 파티’를 진행한다. 섹스 토이의 종류와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는 일종의 세미나다. ‘토이 파티’를 진행하다 보면 섹스 토이의 종류만큼이나 여성들의 욕망이 다양함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섹스 토이가 다양한 줄 몰랐다는 여성들은 이것저것 만져보며 즐거워한다. 자신의 성기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들을 위해 다양한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일명 ‘보지 인형’을 이용해 섹스 토이 사용법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여성이 원하는 것은 같은 여성이라 해도 다 알 수 없다. 내가 원하는 섹스, 내가 원하는 자위는 나만이 알 수 있다. 내 몸을 내가 직접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분명 자신의 우주와 같은 욕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갤럭시 보지’로 가는 열차의 티케팅을 마친 당신, 환영한다.
_은하선(페미니스트, 섹스 토이 숍 ‘은하선토이즈’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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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과 관계 없이 야릇한 분위기만 가득한 데이트를 즐긴 날,
귀가 후 꼭 자위를 해요. 그 야릇한 순간을 홀로 상상하면서.
_20대 후반 프리랜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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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을 하고 유전자 복제까지 되는 시대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자위행위는 쉬쉬하는 일 중 하나. 국내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따르면 교사들에게 ‘자위'‘야동’ 등의 단어는 금기어에 해당하며, 여전히 많은 남성이 여성들은 자위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현실은 어떨까? 매거진 <헤이데이>와 강동우 성의학연구소에서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3.1%의 여성이 자위를 경험했고 상당수는 꾸준히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파트너와의 관계보다 더 흥분된다고 말하는 이도 많았다. <그라치아>는 누구나 하지만 아무도 쉽게 꺼내지 않는 ‘여자의 자위’라는 화두에 주목하기로 했다. 우선 취향이 반영된 취미 중 하나로 그들이 즐기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손을 이용하는 초급부터 도구를 활용하는 중급 그리고 파트너와의 관계에 적용하는 고급 스킬까지, 난이도별로 여러 자위 경험담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조금 더 쉽고 빠르게 오르가슴에 당도하는 노하우부터 웃픈 자위 경험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남다른 손맛을 알아가고 있는 여자들 이야기.

Credit Info

2017년 7월

2017년 7월(총권 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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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장정진, 김수정
PHOTO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