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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라가 그렇게 보기 불편해요?

On July 19, 2017

최근 방영된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노브라 차림으로 나온 김지원을 두고 남사친 박서준이 타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집 밖에 잠깐 나온 건데 뭐 그리 대수냐’는 김지원을 두고 굳이 옷까지 벗어주던 박서준의 행동은 많은 남성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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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된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노브라 차림으로 나온 김지원을 두고 남사친 박서준이 타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집 밖에 잠깐 나온 건데 뭐 그리 대수냐’는 김지원을 두고 굳이 옷까지 벗어주던 박서준의 행동은 많은 남성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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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안았다가 김지원이 노브라인걸 알게된 박서준. 순간 둘 사이엔 어색함이 감돈다.

우연히 안았다가 김지원이 노브라인걸 알게된 박서준. 순간 둘 사이엔 어색함이 감돈다.

NO 브라에서 해방된 순간,  나 자신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NO
브라에서 해방된 순간, 나 자신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WORDS 김나랑(<보그> 피처 에디터)

“좀 하고 다니면 안 돼?” 남자 친구는 ‘노브라’를 질색했다, 남들이 쳐다본다면서. 내가 종종 노브라를 선택하는 이유는 불편해서다. 여성 해방의 문제가 아니라 불편해서. 남자 친구가 그러는 거야 이해한다. 그냥 그런 인간이라서 헤어졌다.

섭섭한 건 동성 친구들이 애먼 소리를 할 때다. “너 그러다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래.” 큰일이라니, 대체 어떤 걱정들을 하는 걸까? 는 노브라 열풍에 대해 ‘1960년대 여성 해방 운동처럼 정치적 이유가 아닌, 개인의 안락함과 패션을 위해 노브라를 택하고 있다’는 기사를 전했다.

켄달 제너는 트위터에서 더 쉽게 이유를 밝혔다. “노브라가 뭔 대수? 편한 데다 내 가슴은 섹시하다고.” 맞다, 그게 뭔 대수란 말인가. 노브라는 시대의 유행이다(참고로 토플리스도). 내 친구는 브래지어를 찬 가슴이 예뻐 보여서 입는다고 했다. 가슴이 처질까 봐 입는다는 사람도 있다(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음에도). 다 자기 마음이다.

하지만 선택이라 믿었던 행동들이 사실은 반복된 학습에 의한 결과라면? 미국의 페미니스트인 주디스 버틀러는 “역사와 문화가 만든 규범 아래에서 행동을 반복하는 동안 젠더 정체성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이 젠더 정체성을 규범대로 수행하면 여러모로 보상을 받는다.

예를 들어, 사회가 이상으로 삼는 여성성에 부합하는 의상과 행동을 하면 성적으로 더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브래지어를 한 가슴이 예쁘다는 것, 이런 생각과 느낌·행동이 시스템의 산물임에도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는 것 아닐까. 겨드랑이 제모를 하지 않는 페미니스트 에머 오툴은 이렇게 말한다. “관습이 만든 이상적인 신체 조건과 의상을 따르면 얼마간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죠. 하지만 여기서 비롯되는 행복은 당신의 고유한 아름다움에 가치를 두는 세상에서 얻는 행복과는 달라요.” 난 유행이나 가치 때문이 아니라 편해서 선택했을 뿐이다. 노브라로 옷을 입으면 가볍고 자유롭다. 편안함을 넘어 삶의 무게를 하나 덜어낸 기분이랄까. 그리고 무언가에서 해방된 내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NO 네가 좋으면 나도 좋다

NO
네가 좋으면 나도 좋다

WORDS 김광희(소설가)

나는 현재 싱글이다. 성적으로 그 어떤 문제도 없다(없는 것 같다). 학창 시절엔 보다 양질의 야동을 다운받기 위해 서성였으며, 지금도 그때와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 예쁜 여자를 보면 자연스럽게 눈이 돌아가고, 몸에 딱 달라붙는 크롭트 톱을 입고 있으면 입도 조금 벌어진다. 즉, 나는 아름다운 것을 쳐다볼 수밖에 없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자, 이제 질문에 대한 답변. 나는 노브라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마도 많은 남성이 (별수 없이) 그렇게 태어났을 것이다. 그러니까 거리에서 노브라로 활보하는 여성들을 마주하면 내가 뱉을 수 있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 ‘땡큐!’ 물론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진 않겠지만 말이다. 거기서부터는 성희롱의 영역에 해당된다는 것쯤은 인지하고 있다.

그런 생각은 한다, 만약 내가 성인 여성이라면 노브라에 대한 견해를 좀 더 다양하게 펼치지 않을까. 여성 인권의 해방이라든지, 편안함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라든지, 나아가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이라든지. 하여간 생산적인 담론이 도출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브래지어를 찼을 때 수반되는 편리와 불편에 대한 지식이 제로다. 내게 브래지어는 ‘차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무드를 깨지 않고 ‘풀어야 하는 것’에 속한다. 언제나 제3자의 입장이란 얘기. 그러니 이번에도 같은 맥락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노브라가 좋다면 그렇게 해! 나도 좋아!”

YES 늑대 같은 남자들 때문이라도 절대 금지!

YES
늑대 같은 남자들 때문이라도 절대 금지!

WORDS 이경원(방송사 마케터)

난 정치적 성향도 진보고 흥선 대원군의 쇄국 정책을 극도로 싫어했던 사람인데, 이 주제만큼은 보수적인 입장이다. 여성들의 가슴에 자유를 주자는 얘기, 좋다. 그들도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고 내게 어떤 해를 끼치진 않으니까. 하지만 내 여자 친구가 노브라로 다닌다면, 글쎄? 조금 난감하다.

문제는 주변 시선 때문이다. 남자는 노브라일 경우 드러나는 그 묘한 실루엣(?)에 자동적으로 눈길이 가는 특이한 짐승이다. 이건 본능적인 행동이다. 남자를 아니까 그게 싫다. 내로남불, ‘내가 보는 건 괜찮고 남이 보면 성추행’이라는 못된 심리가 작용한다. 맞다, 그 실루엣이 문제다. 옷이 두툼한 봄이나 가을, 겨울은 노브라여도 상관없을 듯하다. 티가 안 나니까. 문제는 옷이 얇아지는 여름. 올여름, 내 여자 친구가 노브라를 고집한다면 니플 밴드 100개를 선물해 줄 생각이다. 내 여친의 가슴은 소중하니까. 무엇보다 늑대 같은 남자들이 그녀의 가슴을 보며 속닥거리거나 야릇한 상상을 하는 건 죽기보다 싫으니까.

YES 노브라여서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을 때만

YES
노브라여서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을 때만

WORDS 장정진(<그라치아> 피처 에디터)

나는 예쁜 게 좋다. 패션은 물론이고 분위기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심지어 사람까지. 늘 예쁜 것을 좇는 탐미주의자 라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무얼 하나 고르더라도 비주얼 이 우선이다. 게다가 패션계에 오래 있다 보니 트렌드에 민감하고, 과감한 룩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들이는 깜냥을 갖추게 됐다.

그런데 이런 내가 수용할 수 없는 하나가 있으니 바로 노브라다. 물론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휴양지에서는, 그리고 브래지어 끈보다도 얇은 줄 하나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톱을 입을 땐 브래지어를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더 맵시가 난다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 그것도 몇 가지 필요조건이 충족되었을 경우에 가능한 이야기고, 대다수는 민망하거나 인상이 찌푸려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조금 더 오픈 마인드가 되는 여행지에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예쁜 사이즈의 가슴을 지닌 여성이, 무심 하지만 당당한 애티튜드를 갖췄을 때야 비로소 거슬리지 않았던 것 같다.

노브라를 여성 해방의 상징적인 단면으로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도 수긍이 간다. 브래지어라는 불편한 속옷이 여성 신체에 관한 정형화된 시선을 유도하는 데 일조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미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브래지어를 착용한 쪽이 내겐 더 아름다워 보인다. 그렇다고 노브라를 극단적 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기호이니, 수용은 하되 때와 장소 혹은 목적에 따라 브래지어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먼저 수반된다면 어떨까 싶을 뿐. 나도 집에선 노브라다. 하지만 그건 집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이라서 가능한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의식하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행위일 수도 있음은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노브라 차림으로 나온 김지원을 두고 남사친 박서준이 타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집 밖에 잠깐 나온 건데 뭐 그리 대수냐’는 김지원을 두고 굳이 옷까지 벗어주던 박서준의 행동은 많은 남성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Credit Info

2017년 7월

2017년 7월(총권 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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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장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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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