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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에서 한 달 살아봤습니다

On June 26, 2017 0

누군가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 했던가? 한 달간 한 도시에 머물며 조금은 느리게, 하지만 오롯이 느끼고 온 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서핑을 하고, 또 누군가는 맘껏 돈을 쓰는 일탈을 경험한 생활 여행자들. 아시아부터 아프리카까지 6개국 로컬의 삶 속으로 직접 뛰어들었던 이들의 여행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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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DNEY, AUSTRALIA
바다에서 보낸 여름, 그리고 주근깨

김주연 @joo2709
JTBC plus 디지털 패션 에디터

거주 시기 2016년 12월
숙소 이모 집에서 거주
총비용 400만원(2인 항공권, 먹고 노는 비용 포함)

"시드니가 패션 친화적인 도시는 아니에요.
파티가 있을 때나 드레스 업하고,
일상생활에선 티셔츠와 데님 쇼츠,
플립플롭이면 충분하죠.
하이힐이나 명품 가방은
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아요."

여행의 시작 시드니는 어릴 적 제가 유학했던 곳이에요. 이모네 가족도 살고 있어 제겐 제2의 고향과도 같죠. 평소 남편에게도 제가 사랑하는 도시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때마침 안식월로 회사를 쉴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서머 크리스마스와 뉴 이어를 시드니에서 보내기로 했죠. 그렇게 그냥 이모네 가족 선물만 챙긴 채 빈 몸으로 떠났어요.

살면서 여행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났죠. 그리고 매일 바다에 나가 태닝하고 물놀이 했어요. 시드니 하면 떠오르는 ‘본다이’, ‘맨리’ 등 유명한 비치도 있지만 그보다는 로컬들이 가는 작은 비치를 주로 찾았죠. ‘브론티’, ‘클로벨리’, ‘타마라마’ 등 작지만 로컬들의 활기로 가득한 바다에서 제가 부릴 수 있는 만큼의 여유를 부렸던 것 같아요.

생활 여행의 기억 시드니는 이미 살아봤던 도시라서 한껏 여유로웠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의 바쁜 일상에 지쳐 있던 제가 시드니에 오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죠. 그리고 굉장히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의 시드니에서 지내면서 꾸밈없이 사는 삶에 대해 다시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요. 무언가 특별한 것을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최대한 로컬처럼 살려고 노력했죠. 그랬더니 또 다른 재미와 풍경이 펼쳐지더라고요.

돌아와서 가장 생각나는 것 맑고, 깨끗하고 에너지 넘치는 시드니의 비치!

다음 여행은 따뜻하고 바다가 있는 도시면 어디든 오케이!
더 이상 바랄 게 없죠.


DUBLIN, IRELAND
추억의 도시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다

이니김 @swan_centre
복합 공간 스완센터 대표, 아티스트

거주 시기 2017년 3월
숙소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더블린 시내 아파트에서 3주, 시골 고성에서 1주
총비용 700만~800만원(2인 왕복 항공권, 숙소 및 생활비, 풀 커버 적용된 차량 렌트비 포함)

"아직은 인기 여행지가 아니라서 그런지
더블린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아요.
즉흥적으로 레스토랑에 가야 할 때
옐프(Yelp) 앱을 즐겨 사용했는데,
제 주변 가까이에 있는 곳으로 찾아주니까
굉장히 편하더라고요. 성공률도 높은 편이고요."



여행의 시작 2006년부터 1년간 더블린에서 살았는데, 그당시 작업했던 것이나 경험했던 것들이 지금 하는 작업의 밑바탕이 된 것 같아요. 현재 해방촌에서 운영 중인 작업실 스완센터의 이름도 더블린에서 살던 동네의 타운 센터에서 따 왔을 정도죠. 솔직히 더블린이 특별하게 화려하거나 볼거리가 많은 도시는 아니에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여백이 많은 도시인데, 그만큼 영감도 많이 준 도시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더블린은 후닥닥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최소 한 달 일정으로 가고 싶어 미루던 것이 어느덧 10년. 지금이야말로 떠나기에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비행기표와 일주일치 에어비앤비 숙소만 예약한 채 떠났어요.

살면서 여행 중 여행을 떠나기 전의 저는 정신적으로 무척 지쳐 있었어요. 거의 일 년 정도를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 못한 채 작업하느라 잠도 거의 못 자고 며칠 밤을 새우면서 보냈거든요. 그야말로 영혼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대충 짐을 싸서 비행기를 탔죠. 그렇게 도착한 더블린에서의 처음 며칠간은 집에 처박혀 그림 그리고 자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렇게 행복하더라고요.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그림 그리다가 저녁때가 되면 집 앞 낡은 펍에 나가 맥주 한 잔 마시고 들어와 책을 읽는 게 일상의 전부였죠. 때때로 시내의 헌책방에 나가 옛날 동화책을 찾느라 몇 시간씩 책장을 뒤지기도 했고요. 그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플리 마켓에 셀러로 참여한 일. 한국에서 만든 유리 작품들과 더블린에서 그렸던 그림 원화들을 판매했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죠. 외국 사람들이 제 그림을 구입하는 것도 신기했고요. 게다가 우연히 알게 된 작가와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데, 잠깐만의 여행으로는 그런 인연을 만드는 게 힘들었을 거예요.

생활 여행의 기억 2006년 더블린에 가기 전 만났던 남자 친구와 롱디로 지내다가 2007년 더블린에서 3일간의 짧은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 남자 친구는 이제 남편이 되어 함께 더블린에 가게 됐죠. 10년이 흐르는 동안 신기하게도 변한 게 없더라고요. 함께 갔던 숍과 식당들이 그대로인 더블린에서 남편의 손을 잡고 걸으니 마치 2007년으로 타임 슬립한 느낌이 들더군요. 예술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10년 전의 제가 오버랩되면서 지금은 잃어버린 기분이 다시 되살아나고 자극도 많이 받았어요. 그 결과 더블린에서 지내는 동안 그렸던 그림과 사진, 영상 작업을 모아 스완센터에서 전시도 열었죠. 아마도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돌아와서 가장 생각나는 것 더블린 시골의 한 고성에서 머물렀던 일주일. 마치 고립된 듯한 자연 속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다음 여행은 개인적으로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라 예전에 여행했던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에서도 한 번 살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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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HAB, EGYPT
지구의 바닷속까지 탐험하다

현동경 @id1992
아웃도어 에디터, 여행 블로거

거주 시기 2016년 6월
숙소 현지에서 발품 팔아 구한 연립주택
총비용 50만원(터키-이집트 간 편도 항공, 집 렌트 및 펀 다이빙 비용 포함, 스킨스쿠버 자격증 비용 290달러 제외)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든 걸 의심해야 한다는 이집트인들에게
집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흥정의 기술뿐이에요.
보이는 대로 믿지 말고,
그들이 말하는 모든 것이 진실이라
생각하지 말 것."

여행의 시작 이집트에 방문하기 전 한 대륙을 5번 정도 여행한 적이 있어요. 새롭기만 하던 그곳이 어느샌가 익숙해지고, 3개월가량 체류하면서 권태를 느꼈던 것 같아요. 무엇이든 익숙하면 지루해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던 와중에 이집트는 신선함으로 다가왔죠. 끝이 정해지지 않은 제 여행에 활력이 될 거란 확신이 들더군요. 어쩌면 계속된 여행의 도피이자 모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즉흥적으로 살게 된 이집트의 다합은 다이빙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에요. 가기 전까지 아무런 정보가 없던 터라 유일하게 존재하던 한국인 카페를 예약하고 무작정 출발했죠. 운이 좋게도 집 없는 여행자들을 만나 함께 살게 되었는데, 현지 부동산 업체와 집 앞에 걸어둔 렌트 간판을 찾아 발품을 판 덕에 에어컨 딸린 투 룸에 오션 뷰 집을 얻을 수 있었어요.

살면서 여행 신선놀음이 이런 걸까요. 늘어지게 늦잠 자고 일어나 바다 근처 카페에 앉아 2천원짜리 셰이크 한 잔 시켜두고 책을 읽다가 살갗이 따가워지면 바다로 뛰어들었죠. 우연히 마주친 여행자들과 스노클링을 하거나 산소통 하나 메고 30m 아래 바다로 내려가곤 했어요. 지구의 70%가 물이라고 하잖아요. 물속을 체험하지 않고서는 지구를 다 보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집트에서 한 일 중 가장 잘한 것도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딴 거고요. 하루는 다합에 사는 한국인들끼리 모여 베두인 카페에 간 적이 있어요. 워낙에 발달이 안 된 곳이다 보니 밤이 되면 온 세상이 어둠으로 갇히는데, 다 같이 트럭 위에 올라타 하늘을 보니 정말이지 별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때 들었던 ‘별빛이 내린다~ 안녕 바다’의 노래는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어요.

생활 여행의 기억 사실 다합은 평소 꿈꾸던 도시가 아니고 우연찮게 들른 곳이어서 더 감동이었어요. 특히 제가 지냈던 시기는 이슬람 교도들이 낮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 라마단 기간이라서 더 특별했죠. 밤이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 불편하기도 했지만, 더우면 물에 들어가고 해가 지면 달을 보는 삶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봤음직한 일일 테니까요. 솔직히 한 도시에서 한 달간 살다 보니 내일이 있다는 이유로 할 일을 미루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 지속되면서 여유를 넘어 권태가 오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내려놓고 골목골목을 걸을 때 비로소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죠. 그래서 천천히 하는 여행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돌아와서 가장 생각나는 것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당연했던 시간들. 우리나라 돈으로 800원 정도 했던, 한 끼 식사로 좋았던 이집트 음식 ‘코사리’

다음 여행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살았던 캐나다의 캔모어. 영화 <레버넌트>에 나온 곳인데, 정말 동네 길바닥에 곰이 걸어 다니거든요. 집 문을 여는 순간 ‘아, 나 여행하고 있구나’라는 기분이 드는 곳이죠.
다음 달 가족들과 캠핑카로 다시 여행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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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KA, JAPAN
낯선 도시에서 설렘을 되찾다

이채빈 @idler.bin
프리랜스 콘텐츠 디렉터, 여행 작가

거주 시기 2016년 5월
숙소 지인을 통해 구한 로컬 가정집
총비용 250만~300만원(왕복 항공권 및 숙소, 각종 생활비, 렌터카, 엄마 왕복 항공권 비용 포함)

"하루 동안 버스, 트램, 전철을 다 탈 수 있는
오사카 원 데이 패스는 오사카 여행의 필수품이에요.
단, 현지보다 국내에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하세요."



여행의 시작 고향인 경상도에서 서울로 처음 올라왔을 때 느꼈던 설렘은 몇 년 지나니 다 사라지더라고요. 멋있게 보이던 높은 빌딩과 한강도 금세 시큰둥해졌어요. 그리고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제 스스로 지쳐 떠날 궁리만 하고 있었죠. 그러다 교토 출장이 잡히고, 그 김에 느린 여행을 하기로 했어요. 이미 다녀온 적 있는 오사카는 익숙하기도 하고 서울과 가까우니 혹여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바로 돌아가기에 부담도 적었죠. 오사카로 떠나기 전 미리 준비한 건 지인을 통해 얻은 숙소와 원 데이 패스 몇 장이 전부. 하루 동안 버스, 트램, 전철을 다 탈 수 있는데 한국에서 미리 구입할 경우 5천원대에 살 수 있거든요. 전철 2~3번만 타더라도 본전 뽑으니 꼭 챙겼죠.

살면서 여행 중 오사카에 머무는 동안 완연한 휴식을 즐겼어요. 스스로에 대해 곱씹어보기도 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생각도 했죠.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쉼표를 잘 찍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겼거든요. 한국에선 바쁘다는 핑계로 끼니도 자주 거르고 규칙적인 생활을 못했는데, 이곳에서만큼은 요리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운동도 좀 했어요. 엄마를 초대해 함께 여행도 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꼽자면 ‘히메지’에 있는 미국인 친구 집에서 3일 정도 보낸 때예요. 친구가 구글 로드맵을 켜더니 바닷가 근처에서 고양이 다섯 마리가 찍혔다며 고양이들을 확인하러 가자더군요.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왕복 24km를 달렸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행동이지만 떠올릴 때마다 행복해져요. 확신이 없더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참 설레는 일이더라고요.

생활 여행의 기억 사실 떠나기 전엔 살짝 두렵기도 했어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간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세상은 그대로 잘 돌아가고 저도 빠르게 일상에 적응하게 되더라고요. 마치 한여름 밤의 꿈을 꾼 것 같았어요. 연고가 없는 곳에 터를 잡고,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며 그 안에 녹아들어 갈 기회는 모두가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일이잖아요. 그런 삶을 스스로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죠. 게다가 낯섦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순간들이 생겨요.
날 기억하는 카페나 음식점 직원이 생기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음식이 나오는 식이죠. 타국에서 ‘집’이라 부를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도 살아봐야
느낄 수 있는 설렘이고요. 이런 설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제 한 달 살이 체류기를 기록한 에세이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돌아와서 가장 생각나는 것 알람 없이 지내던 일상들. 정해진 일정 하나 없는 느긋한 스케줄이라 눈뜨는 시간이 기상이고, 눈 감으면 바로 잠들던 생활이 그립네요.

다음 여행은 살아보는 여행을 하면서 요리에 취미가 생겼어요. 현지에서 사귄 친구들의 집에서 함께 요리를 하고 나눠 먹으며 대화하는 시간에서 느껴지는 여유가 좋더라고요. 다음 도시는 식자재가 풍부한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영화 <줄리앤줄리아>를 보게 됐어요. 그때 파리로 마음 굳혔죠.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라 다시 한 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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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ÉRIDA, VENEZUELA
남미에 미치고 미친 물가에 반하다

김민준 @hellopandoli
부산에서 고깃집 운영

거주 시기 2016년 6월
숙소 친구 소개로 알게 된 호스텔의 싱글 룸(장기 거주 조건으로 50% 이상 할인된 가격 1박 1500원)
총비용 250달러(항공권 제외, 현지 교통비, 호스텔, 식대, 유흥비, 스페인어 과외비 포함)

"베네수엘라에서
공시 환율로 적용되는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마세요.
사용할수록 손해거든요.
그리고 시내보다는 국경에서 환전할 때
더 좋은 조건으로 바꿀 수 있어요."

여행의 시작 남미로 장기 배낭여행을 하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이야기를 몇몇의 여행자들에게 들었어요. 그렇게 별다른 준비 없이 배낭 하나 짊어지고 간 베네수엘라에 반했죠. 현재 베네수엘라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공산품 외에 쌀, 치약, 샴푸 등은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죠. 암달러로 환전한 저는 공식 환율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었고, 이 기회에 마음껏 돈을 써보자 싶어 한 달간 머물렀어요. 제가 지냈던 메리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있는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번개가 치는 곳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도시의 근교예요. 몇백 번씩 번개가 치는데, 정말 난리도 아닙니다.

살면서 여행 베네수엘라에서의 생활은 특별한 목적이 있던 게 아니라서 단조로웠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일대일로 스페인어 과외를 받고 점심은 그 도시에서 가장 비싼 스시를 먹었죠. 잠깐의 낮잠을 즐긴 뒤에 매일 밤 술 파티를 했어요. 그러고 일어나면 또 과외를 하고, 그렇게 한 달을 보냈죠. 도시에서 제일 비싼 음식점에서 매끼 식사를 하고 밤마다 파티, 그리고 스페인어 과외까지 그야말로 흥청망청 사용해도 하루에 만원을 채 사용하기 힘들었죠. 그런데 이렇게 놀고먹고 하는 삶도 며칠 지나니 지겨워지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생활 여행의 기억 제 여행 스타일에 맞지 않는 도시는 잠깐 머무는 정도로, 마음에 드는 도시는 좀 퍼져서 지내는 편인데요. 장기간 지내다 보면 그 도시의 현지인들과 친해지면서 관광객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과 놀 거리를 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 아닐까 싶어요. 게다가 소중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죠. 나라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지인들은 절 따뜻하게 반겨주었고 먹을 게 부족한데도 늘 나눠줬어요. 적은 돈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어 단순히 즐기고 오자는 마음으로 갔던 제가 그들과 함께 지내고 그들의 삶을 느끼면서 제 자신이 한심해지더군요. 베네수엘라 사람들과 함께 지냈던 그 시간들이 제겐 큰 행복이었죠.

돌아와서 가장 생각나는 것 피자 한 판에 1200원, 2천원 스시 등 그야말로 돈에 구애받지 않고 누렸던 여유로운 일상과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들.

다음 여행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미녀가 가장 많은 도시로 알려져 있어요. 제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여행한 이유도 미녀가 많고 커피가 맛있어서였는데, 2가지 모두 성공적이었죠. 돌이켜보니 그 당시에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더 머무르지 않았던 것이 가장 후회되더라고요. 기회만 된다면 메데인에서도 살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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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I, INDONESIA
아름다운 자연에서 즐기는 힐링 서핑

Janey @janey_day
스포츠웨어 디자이너, 서퍼

거주 시기 2017년 1월
숙소 한인 서퍼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 인썸발리(Indian Summer Bali)
총비용 200만~300만원(왕복 항공권 및 숙소, 생활비, 오토바이 렌트 비용 포함)

"발리에 오는 대다수의 여행객들은
쿠타(Kuta)나 우붓(Ubud)에서만 머물다 가요.
그런데 창구(Canggu) 쪽으로 오면
조금 더 힐링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죠."



여행의 시작 올 초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발리로 떠났어요. 평소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에서의 휴식과 삶을 추구하는 제게 발리는 최적의 장소였거든요.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 백수인 제가 장시간 지내기에도 안성맞춤이었고요.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서핑이에요. 평소에도 파도를 찾아 여행하다 보니 다양한 서핑 스폿이 있는 발리는 제게 최고의 여행지였죠. 그전에도 여러 번 발리를 여행했던 터라 숙소 외엔 특별하게 준비할 게 없었어요. 다만 발리에서 한 달 이상 지내려면 비자가 필요해요. 한국에서 미리 2달짜리 비자를 신청했고, 주요 교통수단인 스쿠터를 타기 위해 국제 면허증도 준비했죠.

살면서 여행 중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서핑하고 낮잠 자는 일상을 보냈던 것 같아요. 그 외의 시간들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녔고요. 발리에서 지내는 동안
단 한 번도 서두른 기억이 없어요. 게다가 열심히 서핑한 덕에 몸매도 탄탄해졌죠. 때때로 친구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가서 가끔 도와준 것 정도? 그야말로 힐링 위주의 시간을 보냈어요.

생활 여행의 기억 뭉게구름이 넘실거리고 푸른 바다가 완벽한 파도를 만들어주는 곳. 그곳에서 친구들을 사귀며 서핑할 수 있었던 시간들까지. 자연과 함께라는 사실이 너무 즐거웠어요. 게다가 여행으로 간 발리와 살기 위해 간 발리는 확연히 달랐죠. 짧은 여행을 할 경우 블로그나 광고성 글에 혹해 수박 겉 핥기 식의 여행을 하게 되잖아요. 한 달 이상 거주해 보니 로컬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그들이 소개해 주는 맛집들을 찾아다닐 수도 있었죠. 특히 현지 문화를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훗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나이가 들면 꼭 발리에서 매일 서핑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돌아와서 가장 생각나는 것 발리의 맑은 공기, 현지인들의 여유와 미소, 그리고 현지에서 사귄 해외 서퍼 친구들.

다음 여행은 발리는 호주와 가까워서인지 호주인들이 꽤 많아요. 서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다에서 자주 만나 친구가 되기도 했는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호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 했던가? 한 달간 한 도시에 머물며 조금은 느리게, 하지만 오롯이 느끼고 온 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서핑을 하고, 또 누군가는 맘껏 돈을 쓰는 일탈을 경험한 생활 여행자들. 아시아부터 아프리카까지 6개국 로컬의 삶 속으로 직접 뛰어들었던 이들의 여행을 들여다봤다.

Credit Info

2017년 6월

2017년 6월(총권 91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2017년 6월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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