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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결혼한다

On May 26, 2017

완연한 봄, 결혼의 계절이 돌아왔건만 왠지 예전만큼 시끌벅적하지 않다. 이제 결혼은 인생의 어느 단계에 거쳐야 할 ‘의무’가 아닌, 개인의 ‘선택 사항’ 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안정적인 직장과 능력만 있다면 굳이 결혼할 필요 없이 연애만 즐기며 살아도 좋다”고 답한 여성이 무려 77.5%에 달했다.‘비혼’은 어느새 거스를 수 없는 삶의 한 방식이 되어가고 있단 방증. 한국보건사회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1990년 0.5%에 불과했으나 2010년 2.5%로 급증했고 2025년엔 10.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2025년엔 10명 중 한 명의 여성이 비혼 상태로 자신의 삶을 꾸려간다는 얘기다. 여기, 스스로를 비혼주의자라고 설명하는, 혹은 혼자만의 결혼식을 올린 여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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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비혼을 택한 여자들

"한 인간이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고,
그것은 다양한 선택의 조합과 연쇄로 이루어진다.
결혼은 부품들 중 하나의 선택이다.
나는 아내나 며느리, 엄마로서는 형편없는 인간이겠지만
 다른 능력과 장점이 있다."
_이진송(<계간홀로> 편집장, 작가)



비혼주의자는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 줄 아세요?
WORDS 이진송(<계간홀로> 편집장, 작가)

나는 언제나 거리낌없이 비혼주의자라고 밝힌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역시나’ 또는 ‘혹시나’. 전자는 소위 ‘기 센 여자’인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이었고, 후자에는 꽤 조심스러운 질문이 붙었다.
성장 과정 중 어떤 트라우마가 생겼거나 결혼을 기피하게 된 상처라도 있느냐 같은 질문. 하지만 답은 모두 “뿌뿌, 틀렸습니다”. 난 오히려 ‘스위트 홈’에서 갓 구워낸 빵처럼 따끈따끈하고 폭신폭신하게 자랐다. 그래서 더 잘 안다. 안정적인 결혼 생활과 이상적인 가정이 얼마나 ‘여자를 갈아 만들어야’ 가능하며, 그 초인적인 일을 해내는 인간을 온 사회가 얼마나 당연하게 ‘표준’으로 설정하는지 말이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릴 때면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그려도 옆에 선 남자는 그린 적이 없었던, 그 결과 남자를 하도 못 그려서 만화가의 꿈을 포기한 나는 손사래를 쳤다. “아, 결혼은 됐습니다.” 한 인간이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고, 그것은 다양한 선택의 조합과 연쇄로 이루어진다. 결혼은 부품들 중 하나의 선택이다. 나는 아내나 며느리, 엄마로서는 형편없는 인간이겠지만 다른 능력과 장점이 있다. 뭐든 쉽게 싫증을 내는 내가 한 사람과 오랜 시간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러니 내게 맞는 방식, 혹은 내가 원하는 것들을 선택하며 내 삶을 꾸려가면 그만이다.
물론 온 사회가 결혼하라고 몰아세우고, 임대주택 1순위는 신혼부부이고, 연말 정산도 기혼자들이 혜택을 누리는 현실에서 결혼은 다른 부품보다 확실히 비중이 크고 중요해 보일 수 있다. 결혼이 없는 삶을 누군가는 실패작이나 미완성이라 보고, 나 역시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원래 인생은 자려고 누웠을 때 “아, 그때 00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별처럼 스치는 밤들의 연속 아닌가. 지금도 당장 어제 못 산 원피스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을. 나는 비혼이 완벽해서, 기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서,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 비혼주의자가 된 게 아니다. 그저 그 삶이 내게 더 맞고, 내가 원하고, 그에 수반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특별하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며, 결혼할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결혼하지 않을 자유의 향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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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처럼 살기 싫어서
WORDS 김민신(외국계 기업 소셜마케터)

시곗바늘이 밤 11시를 향한다.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집안일에 매진한 엄마가 유일하게 혼자 남겨지는 시간이다. 중국 드라마나 고부 혹은 부부 간의 주제를 다루는 심야 토크쇼가 엄마의 시간을 채운다. 하지만 그마저도 길지 않다. 사실상 엄마의 휴식은 하루가 끝나기 전의 두어 시간이 전부다. 새벽 6시가 되면 엄마는 주방으로 향한다. 아빠의 출근을 돕기 위해서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밤 11시가 되면 어김없이 엄마는 TV 앞에 앉는다. ‘결혼한 남자는 경제적 빈곤에, 결혼한 여자는 시간적 빈곤에 시달린다’고 누가 말했던가. 그렇다면 엄마는 전형적인 ‘타임 푸어’에 가깝다. 엄마는 행복한가? 그것이 내 비혼 결심의 물꼬를 튼 의문이었다. 가족의 평화가 무언가를 포기해 온 엄마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인식했을 때부터 내게 결혼은 인생에서 꼭 성취해야 할 매력적인 인륜지대사가 아니었다.
물론 엄마가 불행하다는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엄마의 삶이 숭고하다는 말로 자식으로서 엄마의 삶에 떠넘긴 얼마간의 불행을 면피하려는 의도도 없다. 엄마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대사처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완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엄마의 삶을 존경하며, 그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한다.
그러나 엄마가 가정을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치러온 희생을 똑같이 해낼 자신이 없다. 아니, 그러고 싶지도 않다. 엄마가 결혼을 해서 얻은 행복을 부러워하기엔 나와 엄마의 시간은 너무 다르다.
그 행복은 내게 너무 버겁고 불가능하며, 그래서 손에 쥘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비혼을 택한 이유는 거시적인 삶의 목적이 있거나 현재의 가부장적 사회 권력에 대한 반발 때문은 아니다. 단지 엄마와 다른 행복을 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살짝 틀었을 뿐이다.
 


결혼보다 나은 공동 생활의 즐거움
WORDS 김현진(칼럼니스트)

20대 초반부터 페미니스트를 자처했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가부장제 치하에서 살아온 습관이 나를 지켜줄 ‘남성 보호자’를 원한 모양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에 단정한 용모를 가진 남자는 적임자로 보였다. 같이 살고 보니 세상에, 그 남자는 학창 시절 지능적으로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던 남자였다. 이제 괴롭힘의 대상은 나로 바뀌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늘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시선이 지겨웠기 때문에, 한 번 남들 사는 것처럼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멍청한 생각이었다. 그의 가정 폭력이 도를 넘은 무렵, 나는 만신창이가 되어 그를 떠났다. 결혼 따위는 앞으로 절대 사양이다. 그토록 페미니스트라 떠들어대던 내가 분위기에 떠밀려 남자 본가에서 달걀을 깨고 또 깨며 동그랑땡을 지졌다. 그때 일을 씁쓸하게 곱씹다 보면 다시는 결혼하고 싶지 않아진다. 그 후 어머니와 둘이 살게 되었는데, 어머니가 밤낮 하는 기도는 내가 괜찮은 남자를 다시 만나 아기를 낳고 ‘정상적으로’ 좋은 가정을 꾸려 사는 것이었다. 엄마는 나를 ‘결혼 재수생’처럼 대했다. 결혼에 성공하지 않는 한 엄마는 나를 성인 대접 하지 않을 거였다. 블랙 기업에 취직했다 나가떨어지고, 매일 주정뱅이에 자살을 생각하던 내게 손을 내민 것은 ‘박연차 클럽’ 6번, 7번 회원들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후원한 박연차 회장처럼 나를 돕는 고마운 몇 사람이 있는데, 6번과 7번은 부부이며 나의 오랜 독자들이다. 우리는 아직 말도 놓지 않은 사이다. 그런데 죽은 물고기 같은 눈을 한 내 모습을 본 그들은 강단 있게 외쳤다. “우리랑 같이 살아요!” 엥?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원룸에서? 그들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현진 작가가 어머님과 사는 건 둘에게 모두 좋지 않아요. 현진 작가가 생계 때문에 아무거나 하는 건 우리가 견딜 수 없어요. 밥은 먹여줄 테니까 우리와 천천히 회복하고 좋은 글을 써요.” 그들이 결단성 있게 끌고 가는 바람에 나는 못 이기는 척 끌려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산책하고, 읽은 책의 감상을 나누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원룸 생활을 졸업하고 방이 2개 있는 집으로 이사도 했다. 처음으로 보호받는다는 느낌 속에서 내 하찮은 글쓰기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과 지내는 건 내게 과분했다. 하지만 결혼보단 천만 배 낫다. 성인이 된 후 누군가와 같이 사는 건 결혼밖에 없다고 여긴 내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부모와 함께 사는 삶도, 남자와 함께 사는 삶도 귀찮고 불행했다. 둥둥 떠 있는 개구리밥 같은 삶이지만,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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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직접 체험해 본 싱글 웨딩 촬영. 드레스는 스튜디오에 준비된 20여 벌 중 최대 3벌까지 착용 가능. 포토그래퍼, 헤어·메이크업, 어시스턴트 등 촬영에 투입된 스탭은 총 3명이었다.

에디터가 직접 체험해 본 싱글 웨딩 촬영. 드레스는 스튜디오에 준비된 20여 벌 중 최대 3벌까지 착용 가능. 포토그래퍼, 헤어·메이크업, 어시스턴트 등 촬영에 투입된 스탭은 총 3명이었다.


Part 2 싱글 웨딩, 제가 해봤습니다

‘결혼은 싫지만 웨딩드레스는 입고 싶다’는 이유부터 ‘비혼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으니 나만의 의식을 치르고 싶다’는 이들까지, 비혼 트렌드와 함께 ‘싱글 웨딩’이 떠오르고 있다. 이미 웨딩 컨설팅 업체에선 싱글 웨딩을 하나의 패키지로 상품화하고, 싱글 웨딩에 최적화된 ‘스드메’를 제공하는 웨딩 스튜디오도 늘어나는 추세. 지난해 영국 BBC가 한국의 싱글 웨딩 트렌드를 떠들썩하게 보도한 것도 과장된 제스처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내게는 솔직히 허공의 뜬구름 같은 얘기로 들렸다. “에이, 거짓말. 정말로 싱글 웨딩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믿을 수 없어 직접 경험에 나서기로 작정하고 준비하는 순간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검색 창에 싱글 웨딩이라는 단어만 입력해도 수십 개의 업체가 주르륵 떴기 때문. 대명본웨딩 곽보람 매니저의 설명을 들으면 싱글 웨딩에 대한 열기가 더 실감된다. “매달 싱글 웨딩을 문의하는 고객만 20명이 넘어요. 실제 웨딩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달마다 5건 이상이고요. 세미 웨딩 촬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웨딩 플래너와 드레스 투어도 다니고 한복까지 꼼꼼히 준비합니다. 사실 처음엔 30대 후반 이상에서 관심을 가질 거라 예상했어요. 그런데 막상 론칭하고 나니 대부분의 고객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더라고요. 그중에선 애인이 있는데도 싱글 웨딩을 촬영하는 고객도 있어요.” 비용은 대략 6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든다. 일반적인 웨딩 상품과 가격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의아해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싱글 웨딩이라고 해서 비용까지 절반으로 감소되는 건 아니니까요. 헤어·메이크업부터 사진 촬영까지 모든 비용을 충당해야죠.” 한없이 높아지는 눈을 끌어내려 좀 더 간소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기본 가격은 30만~50만원대로 대동소이하지만 스튜디오 인테리어와 보유한 드레스 스타일이 달라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포트폴리오를 찬찬히 살펴봤다. 액자 제작과 야외 촬영 유무, 그리고 착용 드레스의 가짓수에 따라 추가 금액이 발생하기도 한다. 나는 헤어·메이크업에 12만원, 드레스 대여 및 실내 사진 촬영에 20만원으로 총 32만원을 지불하면 되는 스튜디오를 골랐다. 일반 의상으로 추가 프로필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웨딩 플래너, 포토그래퍼와 콘셉트에 대해 상의했다. 내가 원하는 건 빈티지한 드레스, 원치 않는 건 과한 헤어 세팅이었다. 1시간 정도 헤어·메이크업을 받고 골라둔 드레스를 입었다. 랄라스냅의 김영진 포토그래퍼는 “일반 웨딩에서는 신랑신부가 최대한 잘 어우러져 보이게 신경 써요. 반면 싱글 웨딩은 오직 한 명의 고객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도록 초점을 맞추죠”라고 두 웨딩 사진의 차이점을 짚어줬다.
쉴 새 없이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고 티아라를 매만져주는 스태프들 덕분에 정말 신부가 된 기분이었다. 아, 물론 싱글 웨딩에서 ‘신부님’이라는 단어는 금기어다. 모니터를 보고 나니 또 다른 욕심이 생겼다. 이를테면 ‘트레딩’ 같은 것. “트래블과 웨딩을 결합한 트레딩 상품도 준비 중이에요. 신혼여행의 스냅 촬영 같은 개념이죠.” 곽보람 매니저의 말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여행 계획이 있는 고객들은 여행 전에 일정을 조율해서 해외 촬영을 진행하기도 해요. 가뜩이나 혼자 여행 가면 사진 남기기가 쉽지 않으니 일석이조죠.” 랄라스냅의 송선영 대표 역시 트레딩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를 거라고 전망했다. 집이나 레스토랑에서 싱글 웨딩 파티를 벌이는 이들도 있다. 정성껏 만든 청첩장으로 지인을 초청하고 비혼주의 선언을 하며 축의금을 돌려받기도 한다. 역시나 뜬구름 같은 이야기라고? 다음의 경험자를 만나보라.

싱글 웨딩 전에 기억해야 할 것

1 10만원대의 ‘셀프 웨딩’부터 300만원대의 ‘스드메’까지 비용은 천차만별이니,
주머니 사정에 맞는 업체와 상품을 고르라.
2 싱글 웨딩이지만 반드시 혼자일 필요는 없다. 마음에 맞는 자매나 친구들과
단체 싱글 웨딩을 올리는 경우도 많으니까.
3 나 홀로 여행 계획이 있다면 야외 촬영도 고려하자. 오직 내게 최적화된 ‘신행 스냅 사진’을 남길 수 있다.
4 최근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싱글 웨딩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겠다’며 접근하는 포토그래퍼가 많다.
현장에서 노출 많은 의상이나 무리한 포즈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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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싱글 웨딩 DIY

  • 카톡 청첩장에 축가까지, 남들 하는 건 다 했죠
    INTERVIEW 최윤진(가명, 요가강사)

    올초 혼자만의 결혼식을 올렸다죠?
    ‘서른 이전에 결혼하겠다’며 미래를 설계해 뒀었는데, 막상 서른이 되고 나니 제가 결혼에 어울리는 인간형이 아님을 깨달았죠. 그래도 웨딩드레스는 어려서부터 로망이었던 터라 입어보고 싶었어요.

    ‘스드메’에서 끝난 게 아니라 정말 결혼‘식’을 진행했다면서요?
    애초에 스튜디오에서 웨딩 사진만 찍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결과물을 보고 나니까 다른 친구들처럼 식도 올리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20년 지기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디너파티를 열었죠.

    친구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파티 보름 전쯤 친구들과의 단체 카톡방에 모바일 청첩장을 띄웠는데요. 보자마자 서로 앞다퉈 아이디어를 내놓느라 바빴어요. 꾸중을 듣거나 축하를 받거나 둘 중 하나일 줄 알았는데, 되레 본인들이 더 신난 듯해서 신기했어요.

    파티 분위기는 어땠어요?
    한 번쯤 눈물이 터질 줄 알았는데, 심지어 친구가 무게를 잡고 축사를 낭독하는 순간에도 너무 유쾌했어요. 이후에 다른 친구 두 명이 축가랍시고 미쓰에이의 ‘남자 없이 잘 살아’란 노래를 불러줬는데, 다 같이 떼창 하며 끝냈죠.

    결혼 자금은 어디서 마련했나요?
    친구들과 매달 5만원씩 모은 ‘결혼계’ 자금 중 제 몫을 미리 돌려받았어요. 3년 가까이 곗돈을 부은 게 어느새 180만원 정도 되더라고요. 이번에 그중 절반 정도를 썼고, 나머지 돈으로 올여름 혼자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올 예정이에요. 그래서 얼마 전 ‘비혼 통장’을 만들어서 다달이 3만원씩 적금도 붓고 있어요. 마흔 무렵엔 부모님을 모시고 비혼 선언식을 열고 싶어요.

  • 축의금 환수 파티를 열었습니다
    INTERVIEW 이수미(가명, 고등학교 교사)

    축의금 돌려받기라니, 이런 파티를 계획한 이유가 있나요?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작년에 평생 살아도 좋겠다 싶은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거든요. 전 비혼주의자이고, ‘몇 년 뒤 결혼할 테니 지금은 대충 살자’ 같은 건 저한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니까요. 그렇게 집들이를 겸해서 싱글 웨딩 파티를 계획하게 됐죠.

    어떤 사람들을 하객으로 초대했나요?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저를 이해해 주고 응원한 친구들만 불렀어요. 좋은 날이잖아요.

    청첩장도 만들었어요?
    그럼요. 최대한 청첩장스러운(?) 카드를 사서 네임 펜으로 수작업을 했죠. 앞장엔 ‘○○이가 결혼합니다’라고 쓰고, 내지엔 ‘10월 어느 멋진 날, 저는 홀로 아름다운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라고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썼어요.

    하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재밌어하더라고요. 드레스 코드가 ‘민폐 하객 패션’이었는데 대부분 다 지켜줬고요. 선물로 뭘 원하느냐고 묻기에 축의금으로 가져오라고 했죠. 반신반의했는데 정말로 빳빳한 현금을 봉투에 넣어 왔더라고요. 세어보니 한 70만원쯤 됐던 것 같아요.

    그 돈으로 뭐 했어요?
    평소에 갖고 싶었던 팔찌를 샀어요. 나를 위한 예물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사실 사람들 앞에서 ‘난 앞으로 이렇게 살 거야’를 밝히고 응원을 받았다는 게 제일 기쁘더라고요. 파티에 와준 친구가 결혼한다고 하면, 저는 그 어떤 결혼식보다 기꺼운 마음으로 축의금을 낼 거예요. 그녀 또한 제 결혼식에 와준 고마운 손님이었으니까 저도 기쁘게 가주는 거죠.

완연한 봄, 결혼의 계절이 돌아왔건만 왠지 예전만큼 시끌벅적하지 않다. 이제 결혼은 인생의 어느 단계에 거쳐야 할 ‘의무’가 아닌, 개인의 ‘선택 사항’ 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안정적인 직장과 능력만 있다면 굳이 결혼할 필요 없이 연애만 즐기며 살아도 좋다”고 답한 여성이 무려 77.5%에 달했다.‘비혼’은 어느새 거스를 수 없는 삶의 한 방식이 되어가고 있단 방증. 한국보건사회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1990년 0.5%에 불과했으나 2010년 2.5%로 급증했고 2025년엔 10.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2025년엔 10명 중 한 명의 여성이 비혼 상태로 자신의 삶을 꾸려간다는 얘기다. 여기, 스스로를 비혼주의자라고 설명하는, 혹은 혼자만의 결혼식을 올린 여자들이 있다.

Credit Info

2017년 5월호

2017년 5월호 (총권 90호)

이달의 목차
EDITOR
손안나, 김수정
PHOTO
김혜수, Getty Images
ASSISTANT
조성진
HELP
랄라스냅(www.lalasnap.com), 대명본웨딩(1644-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