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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맥어보이의 진짜 얼굴

On March 07, 2017

여기 23개의 서로 다른 자아를 지닌 한 남자가 있다. 영화 <23 아이덴티티>에서 파렴치한 강간범부터 9세 꼬마, 그리고 여성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성과 나이를 넘나들며 파격 변신에 도전한 제임스 맥어보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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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배우들은 연기를 ‘궁극의 마약’이라고 평하던데, 당신에게 연기는 무엇인가요?
그야말로 엄청난 경험이죠. 연기는 언제나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해요. 특히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누군가를 내 몸으로 표현할 때의 순간을 사랑하죠. 제가 완전히 잠식되어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만의 길을 가고 있음이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요?
전에 이안 맥켈런과 피아노 연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어느 순간 피아노가 이 음악을 연주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연주하는 건지 모를 때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연기하는 과정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를 하고 있는 나를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는 건지, 아니면 캐릭터가 나를 연기하고 있는 건지. 그렇게 연기를 하다 보면 도통 모를 순간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아요.

<23 아이덴티티>에선 어땠어요? 9명의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단 하나도 쉬운 캐릭터는 없었어요. 어쩌면 도전과 같은 작업이었을 텐데 주저함은 없었나요?
물론 약간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역할을 피하면 늘 안전한 역,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항상 똑같은 캐릭터만 연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즐거움을 선택하기로 했죠. 이런 선택이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라고요.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지닌 인물들의 어두운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그 속에 유머러스함도 함께 공존해요. 일부러 의도한 건가요?
이미 시나리오에는 인물들의 다양한 톤과 유머러스한 지점들이 나와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이 부분은 웃으라고 넣은 거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죠. 나이트 감독 역시 영화가 웃겼다가 불안했다가, 또 웃겼다가 슬펐다가, 다시 공포스러웠다가 웃기기를 바란다고 했고요.

나이트 감독과는 첫 작품이죠.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자기 관리를 잘하는 만큼 나이트 감독은 촬영장 관리도 잘해요. 굉장히 세심한 편인데 수준 높은 시나리오에는 특히 더 충실하죠. 촬영하면서 각본을 다시 쓰는 경우는 물론이고, 수정조차 받아들여지는 법이 거의 없거든요. 그만큼 나이트 감독은 그가 쓴 각본을 철저히 지켜요. 자기 머릿속에 있는 영화를 정확히 구현해 낼 수 있는, 모든 도구를 갖춘 감독인 셈이죠. 이런 감독은 흔치 않아요. 그래서 함께 작업하면서 내내 감탄했어요.

당신이 연기한 케빈은 어떤 인물인가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케빈은 내면 속 다른 인격들에 치여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한 부분이 남아 있는지조차. 제 생각에 그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인격들에게 지배되어 산 것 같아요. 그래서 정작 자신은 발달이 더뎠을 거라는 생각이 들 뿐이죠.

23개의 인격 중 하나인 ‘데니스’가 세 소녀에게 하는 짓은 정말 끔찍했어요. 연기하면서 불편한 적은 없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몇몇 부분에선 걱정된달까,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솔직히 저도 어마어마한 반전이 있지 않고서야 세 명의 소녀를 납치해 강간하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이번 영화 역시 그래요. 영화 초반의 몇 분간은 굉장히 불편한 부분들이 이어지는데, 관객들 역시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거예요.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그 장면뿐이란 점이죠.

상처받은 영혼이 더 순수하고 강하다는 말에 공감해요?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날 죽이지 못하는 것들은 날 더 강하게 할 뿐이다’에 있어요. 고통스럽고 기나긴 시험을 견디고 나면 더 강해진다는 뜻이죠. 영화의 주요 골자만 보면 여타의 슈퍼히어로 영화들과 닮은 부분도 있어요. “난 내 눈앞에서 부모님이 살해당하는 걸 봤어. 내 생애 최악의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이 날 배트맨으로 만들었지”와 같은 대사처럼요. 나이트는 이런 아이디어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풀어놓았죠.

어쩌면 비슷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나이트 감독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달한 셈이네요.
보통 극 초반에 주인공에게 나쁜 일이 벌어지고, 그 후 이 일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거든요. 그런데 <23 아이덴티티>는 그 과정을 거꾸로 밟아요. 극 후반으로 갈수록 무언가의 탄생 이야기, 즉 슈퍼히어로나 악당의 탄생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죠. 하지만 결국엔 그 둘 사이에 다를 건 없어요. 둘 다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이고, 그 고통 때문에 더 강해진 사람들이니까.

만약 <23 아이덴티티>의 후속편이 제작된다면 참여할 생각이 있나요?

물론이죠. 최종 결정은 좋은 시나리오인가 아닌가에 달렸겠지만, 일단은 예스!

여기 23개의 서로 다른 자아를 지닌 한 남자가 있다. 영화 <23 아이덴티티>에서 파렴치한 강간범부터 9세 꼬마, 그리고 여성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성과 나이를 넘나들며 파격 변신에 도전한 제임스 맥어보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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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호

2017년 3월호 (총권 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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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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