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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에 빠진 남자들

On December 27, 2016

뷰티 업계에 깊숙이 파고든 남자들. 화장품을 만들고, 팔고, 표현하는 그들을 직접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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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 롯데 본점 최재성 매니저(41세), 러쉬 명동역점 타이니 인스토어 트레이너(23세), 조 말론 런던 한남 부티크점 장현진 스타일리스트(24세), 벨포트 가로수길점 김태흥 큐레이터(29세)

(왼쪽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 롯데 본점 최재성 매니저(41세), 러쉬 명동역점 타이니 인스토어 트레이너(23세), 조 말론 런던 한남 부티크점 장현진 스타일리스트(24세), 벨포트 가로수길점 김태흥 큐레이터(29세)

 화장품 파는 남자들 

최재성(41세)

일한 지 얼마나 됐나요?
15년 차예요.

베테랑이시네요.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남자가 흔치 않았을 시절인데요.
처음에는 여성들 사이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11명 중에 막내로 입사했는데, 심지어 나이는 제일 많았죠. 적응하느라 꽤 힘들었지만 지금은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남자 점원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아직도 있죠?

맞아요. 이렇게 오래 일했는데도 ‘남자가 뭘 알아?’ 하는 고객들이 있다니까요. 더 잘 알려주고 싶어 다가갔는데 그렇게 말하면 좀 서운하기도 하죠.

그럼 그런 분들에겐 어떻게 하나요?
지켜보다가 물건을 집으면 슬쩍 다가가서 그 제품에 대해 간단한 설명부터 시작하죠. 그러곤 찾는 게 어떤 제품인지 부담스럽지 않게 물어보며 대화를 시도해요. 간혹 감투를 이용할 때도 있어요. ‘제가 매니접니다’ 하면 보는 눈이 달라지거든요. 연륜에서 나온 노하우죠(웃음).

기억에 남는 고객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많죠. 지점을 옮길 때마다 찾아와 주는 고객, 미혼일 때부터 아기를 낳은 후까지 쭉 지켜본 고객도 있어요. 정말 가족처럼 친근하고 감사한 분들이에요.
 

타이니(23세)

밝고 통통 튀는 성격이 러쉬와 딱 맞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웃음). 늘 즐겁고 신나게 일하려고 애써요.

일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예요?

손님이 저한테 관심을 주지 않을 때요(웃음). 또 손님의 피부를 파악하지 못했을 때, 가장 힘들고 난감해요.

남자라서 불리한 점도 있나요?
처음엔 많았죠.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고, 여성들의 취향 파악도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피부 구조나 화장품의 성분 등을 공부할수록 재미있더라고요. 3년 차인 지금은 다른 파트너들을 교육하는 위치까지 올라왔어요. 아, 여자 고객님들의 손을 씻겨 줄 때. 남자 친구가 경계를 많이 해요. 다른 감정은 없으니 오해하지 마세요!

나만의 고객 응대 노하우가 있다면?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해요. 개인적인 대화를 포함해서요. 제가 한 고객에게 ‘여행지에서 새로운 향수를 사서 내내 쓰면 그 향을 맡을 때마다 추억이 떠오른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여행 갈 때마다 그대로 실천하고, 제게도 종종 향수를 한 병씩 사다줘요. 제 얘기가 누군가의 삶에 깊숙이 전달됐다는 게 너무 기분 좋았죠.
 

장현진(24세)

왜 하필 향수 매장에서 일하기로 결심한 거예요?
평소에 향수를 좋아했어요. 조 말론 런던이라는 브랜드 자체도 마음에 들었고요. 감성이 느껴지잖아요(웃음).

일하면서 힘든 부분은 뭔가요?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이건 장점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상처를 받을 때도 있거든요. 저도 사람이니까.

반대로 기분 좋을 때는 언제예요?
고객이 제 추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늘 좋죠. 또 친척이나 자매를 소개해 주고 싶다는 고객도 종종 있어요. 당황스럽지만 그 정도로 좋게 봐줬다는 의미니까 감사한 마음이에요.

제품을 추천할 때 나름의 기준이 있나요?
일단 의상 컬러를 많이 봐요. 색상에 따라 어울리는 향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핑크면 플로럴, 블랙은 우디나 시크한 향이 잘 맞죠. 예전에는 취향부터 살폈는데, 요즘은 주로 선호하는 색상에 대해 먼저 물어봐요.

자신만의 세일즈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타 향수 매장과 달리 조 말론에는 핸드 마사지 서비스가 있거든요. 작은 터치지만 기분 전환도 되고 향도 충분히 느낄 수 있죠. 낯선 남자의 손길을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길 추천해요.
 

김태흥(29세)

많은 고객을 상대하다 보면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전혀요. 오히려 일하다가 저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는 게 더 힘들어요.

예를 들면 어떤 점에서 그래요?
여자들에게는 기본인 마스카라나 립스틱이 사실 제게는 허들과 마찬가지죠. 고객의 선택에 도움이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더 공부해야죠.

남자 스태프를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도 있지 않아요?
그럴 땐 일부러 다른 일을 하는 척해요. 부르면 금방 달려갈 수 있도록 신경은 곤두세우고요(웃음).

오히려 남자라서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나요?
남자의 시각에서 더 냉정하게 조언할 수 있다는 점. 또 저희 매장은 백화점보다 턱이 낮아서 그런지 종종 남성 손님이 혼자 방문하기도 해요. 그럴 때 제가 응대하면 편하게 여기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는지 궁금해요.
여자 친구가 주의 깊게 보고 간 제품을 나중에 남자 친구가 혼자 와서 구매한 적이 있어요. ‘그때 그게 뭐였죠?’ 하며 물었는데, 마침 제가 그 제품을 기억하고 있었죠. 그 뒤로 단골처럼 저만 찾아요. 한 커플의 관계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니 참 뿌듯하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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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스킨 대표 김병훈(28세), 이주광(29세)

에이프릴 스킨 대표 김병훈(28세), 이주광(29세)

 화장품 만드는 남자들 

올 상반기에만 200억 매출을 달성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잘될 줄 알았나요?
김병훈 잘될 줄 알았죠. 하하. 자신이 있었거든요.

두 분이 함께, 그것도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뭔가요?
이주광 저는 원래 화장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일을 했어요.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걸 보며 내 브랜드를 가지고 중국을 겨냥하면 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병훈 저는 다른 회사의 온라인 제품 판매를 돕는 일을 했어요. 물건을 팔 때는 좋은데 성분이나 기능을 컨트롤할 수 없는 게 마음에 걸렸죠. 좋은 브랜드, 좋은 제품에 대한 욕심이 커질 때 서로가 만난 거예요.

화장품 업계를 선택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군요.
김병훈 심플하고도 전략적이었죠. 화장품은 여자들이 한두 달에 한 번씩 소비하는 품목이고, 시장도 크니까요.

특이한 제품들로 떴다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이주광 눈에 띄기 위해서는 차별성이 필요했어요. 예를 들어 수분 크림이나 마스크 팩은 시장이 크지만, 대기업의 벽이 높아요. 하지만 미용 비누는 아니었죠. 마침 자연주의 바람을 타고 천연 비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때였고요.
김병훈 두 번째는 매직스노우 크림을 출시했는데, 브랜드 이념이 담긴 제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에이프릴 스킨을 ‘약속을 지키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약속을 지킨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
김병훈 대단한 게 아니라 마케팅 메시지랑 제품의 특징이 같다는 뜻이에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포인트가 뭘까 생각하다가 이 제품을 선택하게 됐죠. ‘바르면 하얘진다’는 메시지로 홍보하고, 실제로 그래요. ‘속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만들자’는 생각으로 임했더니, 재구매율도 덩달아 높아지더라고요.

제품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이주광 해외 시장에서 얻기도 하고, 실제로 쓰고 싶어 만든 제품도 있어요. 시장 조사도 필수고요.
김병훈 SNS 채널을 활용하면 소식이 빨라요. 댓글만 봐도 뭐가 잘 팔릴지는 감이 오거든요.

SNS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김병훈 SNS 채널의 활용은 필연적인 요소예요. 너무나 당연한 흐름이니까.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음식점을 내는 것처럼 트래픽이 많은 곳에 광고를 내는 게 정답이죠.
이주광 SNS에 빨리 적응해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게 주효했어요. 켜기만 하면 저희 광고가 나왔을 정도니까요.

직원 채용에도 비밀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주광 타깃과 같은 층의 직원을 채용하는 거죠. 직원들이 곧 표본이고 시장이 되니 제품 만들 때나 테스트할 때 무척 도움이 돼요. 피부 타입이나 후기도 다양하고. 어쨌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같이 테스트도 정말 많이 해요. 오죽하면 이제 저희 쿠션을 썼는지 안 썼는지 알아볼 정도라니까요.

갑자기 커진 사업 때문에 부담은 없어요?
김병훈 너무 원했던 상황이라 기회가 왔을 때 더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웃음).
이주광 실력보다 운이 따라준 점도 있어요. 주위 환경이나 도움이 있어 가능했죠. 그래서 더 매진해야겠단 맘이에요. 

매장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

매장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

매장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

현재 올리브영과 영플라자에 입점했잖아요.
이주광 앞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더 넓힐 계획이에요. 단독 매장도 오픈할 예정이고요. 하지만 한 번에 확 늘리기보다는 천천히 집중하려고 해요.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키워나갈 생각이에요?
김병훈 한국의 로레알, 한국의 엘카가 되는 게 목표예요. 마음 같아서는 그보다 더 크고 싶죠. 하지만 우선은 어떤 제품이든 잘 만드는 데 더 신경 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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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스킨의 대표 제품들

1 매직 스톤 블랙 2만원.
2 매직 스노우 쿠션 화이트 3만3천원,
3 매직 스노우 크림 3만원.
4 4D 스틱 쉐딩스틱 2만3천원.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범석(37세)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범석(37세)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범석(37세)

 색다르게 표현하는 남자 

Profile
본업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각종 매거진과 광고, 백스테이지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 유튜브 채널 ‘미스 오모나’ (Miss Ohmona) 운영.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7년? 어시스턴트 시절까지 더하면 10년 정도 됐어요.

와, 정말 오래됐네요. 영상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해외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메이션 영상이 굉장히 많아요. 포트폴리오 식으로 한 번 촬영해 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채널을 연 지금은 우선 열 편 업로드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채널이 영어로만 되어 있더라고요.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아직 우리나라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좋아해 주더라고요.

요즘은 거부감이 많이 줄었죠. 주위 반응은 어때요?
신선하다고 받아들여 주시죠. 그걸 보면 시대를 잘 탄 것 같아요. 또, 자기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 세상이고, 지면에서 영상으로 넘어가는 추세라는 것도 저에게 참 다행이에요.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어 좋아요.

본인 얼굴에 본격적으로 화장할 일은 많지 않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대부분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자기 얼굴을 가장 먼저 정복하는 걸요.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보일지 어렸을 때부터 자기 얼굴에 연습해요. 남자라고 예외는 아니죠.

메이크업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캐릭터가 있으면서 멋있는 여자들이오. 사람들이 보자마자 딱 알아봐야 하니까요. 화장으로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연습도 많이 하죠?
생각보다 많이 안 해요. 지난 10년 동안 정말 열심히 복습했거든요. 함께하는 멤버들이 다 바빠서, 다 같이 모이는 게 제일 어렵다니까요(웃음).

남한테 할 때랑 본인에게 직접 할 때, 언제가 더 좋아요?
둘 다 즐거워요. 서로 다른 매력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완성된 후 얼마나 예쁜가예요! 화장이 잘 나오기만 하면 다 만족스럽죠.

좀 더 내추럴한 메이크업을 보여줄 생각은 없어요?
없어요. 내추럴 메이크업은 아티스트로 일하면서 너무 많이 했어요. 제 채널에서는 그런 것 말고 오롯이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럴 수 있으니까 더 즐거운 거고요! 제 영상을 보고 많은 사람이 영감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일본 전통 미녀로 변신.

일본 전통 미녀로 변신.

일본 전통 미녀로 변신.

열 개만 찍기에는 너무 아쉽고 부족할 것 같은데요.
저는 다 찍으면 감동해서 울 것 같은데(웃음). 물론 좋은 제안이 들어오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한다면 새로운 시도를 또 할 수도 있겠죠.

다음 영상은 뭔가요?
‘화양연화’요. 해보니까 동양적인 것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우아하게 표현할 거예요. 스케일이 커지고 있어요. 남자 모델까지 섭외했다니까요. 이제 치파오만 몸에 맞으면 돼요(웃음)!

에이미 와인하우스에게 영감을 받았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에게 영감을 받았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에게 영감을 받았다.

펑크한 록 스타일 메이크업.

펑크한 록 스타일 메이크업.

펑크한 록 스타일 메이크업.

뷰티 업계에 깊숙이 파고든 남자들. 화장품을 만들고, 팔고, 표현하는 그들을 직접 만나봤다.

Credit Info

2016년 12월호

2016년 12월호(총권 85호)

이달의 목차
EDITOR
송명경
PHOTO
박성제(인물), 이용인(제품), April Skin,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