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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Genderation

On August 24, 2016

성에 대한 또 다른 시각과 생각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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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수술을 했어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성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어린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죠. 당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스스로의 권리임을 기억하세요. _안드레아 페직(모델, 남자에서 여자로 수술한 트랜스젠더)

성전환 수술을 했어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성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어린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죠. 당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스스로의 권리임을 기억하세요. _안드레아 페직(모델, 남자에서 여자로 수술한 트랜스젠더)

아크네의 2015 F/W 캠페인 모델이 된 11세 소년, 프라세 요한손. 그는 여성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아크네의 2015 F/W 캠페인 모델이 된 11세 소년, 프라세 요한손. 그는 여성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아크네의 2015 F/W 캠페인 모델이 된 11세 소년, 프라세 요한손. 그는 여성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남자보다 더 남성스러운 모습으로 유명한 모델 에리카 린더. 그녀는 대중이 남자로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은 여자이니까.

남자보다 더 남성스러운 모습으로 유명한 모델 에리카 린더. 그녀는 대중이 남자로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은 여자이니까.

남자보다 더 남성스러운 모습으로 유명한 모델 에리카 린더. 그녀는 대중이 남자로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은 여자이니까.

루이비통의 2016 S/S 캠페인 모델로 발탁된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 특히 스커트를 입고 있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루이비통의 2016 S/S 캠페인 모델로 발탁된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 특히 스커트를 입고 있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루이비통의 2016 S/S 캠페인 모델로 발탁된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 특히 스커트를 입고 있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와 관련해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시리즈 최초로 게이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 엔터프라이즈호의 파일럿 히카루 술루는 두 딸을 둔 남자지만, 다른 남성과 관계를 가지는 캐릭터로 나온다. 이를 연기한 배우 존 조는 “동성애자로 접근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별일 아니지 않나요?”라며 쿨하게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이번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온라인을 중심으로 캡틴 아메리카에게 남자 친구를 만들어주자는 캠페인 #givecaptainamericaaboyfriend이 진행되었다. 무슨 일인고 하니, 남성성의 상징과도 같았던 캡틴 아메리카가 실은 동성애자이며 끝까지 지켜주고자 했던 오랜 친구 버키 반즈가 그의 연인이라는 내용으로 바꿔보자는 캠페인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를 레즈비언으로 만든 전력이 있는 작가 알렉시스 이사벨이 벌인 두 번째 캠페인으로, 아이들에게 성에 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고 다양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대중적으로 친근한 히어로 무비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반전을 시도한 운동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영화 속 캐릭터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루비 로즈, 마일리 사이러스, 제이든 스미스 등 젊은 셀럽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 이들은 자신을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사회학적 성으로 나타내기보다는 자신이 되고자 하는 또 다른 성(이하 젠더로 표기)이라 표현한다. 그들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꽤 상징적인 대목이다.

특히 마일리 사이러스는 “사람들은 모두 특별하고 싶어 하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될 수 있어요”라며 성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릴리-로즈 뎁은 “스스로 꼬리표를 붙일 필요가 없죠. 돌처럼 굳어져 있는 게 아니니까요”라며 굳이 성 정체성을 끼워 맞출 필요가 없다는 자각과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런 변화는 셀러브리티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젠더에 관한 대중의 의식 역시 서서히, 하지만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바지를 안 입고 스커트를 입는 순간, 사람들이 규정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_제이든 스미스(배우)

바지를 안 입고 스커트를 입는 순간, 사람들이 규정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_제이든 스미스(배우)

바지를 안 입고 스커트를 입는 순간, 사람들이 규정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_제이든 스미스(배우)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을 함께 선보이는 건 당연한 현상이에요. 이는 곧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기도 하죠. _알레산드로 미켈레(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을 함께 선보이는 건 당연한 현상이에요. 이는 곧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기도 하죠. _알레산드로 미켈레(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을 함께 선보이는 건 당연한 현상이에요. 이는 곧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기도 하죠. _알레산드로 미켈레(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당신은 수술 없이도 트랜스젠더가, 젠더플루이드가 될 수 있어요.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사랑을 전파해야 하죠. _루비 로즈(배우이자 DJ)

당신은 수술 없이도 트랜스젠더가, 젠더플루이드가 될 수 있어요.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사랑을 전파해야 하죠. _루비 로즈(배우이자 DJ)

당신은 수술 없이도 트랜스젠더가, 젠더플루이드가 될 수 있어요.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사랑을 전파해야 하죠. _루비 로즈(배우이자 DJ)

그 어떤 것도 나를  정의  내릴 수 없어요. 난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죠. _마일리 사이러스(가수 겸 배우)

그 어떤 것도 나를 정의 내릴 수 없어요. 난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죠. _마일리 사이러스(가수 겸 배우)

그 어떤 것도 나를 정의 내릴 수 없어요. 난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죠. _마일리 사이러스(가수 겸 배우)

젠더리스를 이끄는 패션 브랜드들

이처럼 특정한 성으로 규정되기를 거부하는 젠더리스 현상은 최근 하루 이틀 새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특히 패션계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왔다. 이번 시즌 역시 여성의 전유물과 같았던 프릴 쇼츠와 플로럴 홀터넥 니트 등을 남성에게도 제안한 J. W. 앤더슨, 여성복 런웨이에 남자 모델이 서고 남성복 런웨이에 여자 모델이 서는 등 전통적인 남녀 경계를 파괴한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등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인 것은 2015 F/W 아크네와 2016 S/S 루이비통 광고 캠페인이다. 아크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요니 요한손은 “새로운 세대들이 패션을 대하는 태도를 볼 때마다 정해진 규칙에 얽매이거나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입증하려 하기보다는 옷 자체가 담고 있는 커팅과 디자인 등의 특징에 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느꼈다”라는 말과 함께 여성복 광고 캠페인에 그의 11세 아들을 모델로 등장시켰다. 그는 젠더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못 박았지만, 이 캠페인은 젠더리스 패션으로 불리는 패션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뒤이어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는 루이비통 2016 S/S 광고 캠페인에서 스커트를 입은 다소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제이든은 고정관념이나 성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의 코드와 융합된 세대를 대변하고 있다. 성별을 떠나 진정한 자유를 온전히 이해하는 세대”라며 모델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렇듯 패션계가 앞다퉈 젠더리스를 실천하는 이유는 뭘까? 단적으로 말해 ‘팔리는 코드’이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이야기지만 어느새 대중 또한 성별이 드러나지 않는 패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됐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패션 업계는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

디젤과 자라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중성 라인을 출시했고, CK2는 캘빈클라인의 유니섹스 향수를 ‘성 중립적’이라는 표현으로 업데이트했다. “모든 관계에 꼬리표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아이디어를 찬양한다”는 말과 함께.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뷰티 업계에서도 남성 전용 제품을 흔히 만날 수 있는 지금, 성별과 관계없는 성 중립 제품이 출시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어떤 옷이 남자 옷이고 여자 옷인지 자신에겐 중요하지 않다는 말로 젠더에 대한 생각을 밝힌 모델 프라세.

어떤 옷이 남자 옷이고 여자 옷인지 자신에겐 중요하지 않다는 말로 젠더에 대한 생각을 밝힌 모델 프라세.

어떤 옷이 남자 옷이고 여자 옷인지 자신에겐 중요하지 않다는 말로 젠더에 대한 생각을 밝힌 모델 프라세.

 스스로 여자라 느끼지만 남자의 몸이 편하다고 말하는 스타브 스타라시코. 디젤은  그를 2016 F/W 모델로 캐스팅했다.

스스로 여자라 느끼지만 남자의 몸이 편하다고 말하는 스타브 스타라시코. 디젤은 그를 2016 F/W 모델로 캐스팅했다.

스스로 여자라 느끼지만 남자의 몸이 편하다고 말하는 스타브 스타라시코. 디젤은 그를 2016 F/W 모델로 캐스팅했다.

스스로 꼬리표를 붙일 필요가 없어요. 돌처럼 굳어져 있는 게 아니니까요. _릴리로즈 뎁(배우)

스스로 꼬리표를 붙일 필요가 없어요. 돌처럼 굳어져 있는 게 아니니까요. _릴리로즈 뎁(배우)

스스로 꼬리표를 붙일 필요가 없어요. 돌처럼 굳어져 있는 게 아니니까요. _릴리로즈 뎁(배우)

굳이 옷으로 성별을 구별 짓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게 좋은 옷이니까요. 남녀를 떠나 누가 입어도 좋은 그런 옷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_조나단 앤더슨(로에베, J. W. 앤더슨 디자이너)

굳이 옷으로 성별을 구별 짓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게 좋은 옷이니까요. 남녀를 떠나 누가 입어도 좋은 그런 옷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_조나단 앤더슨(로에베, J. W. 앤더슨 디자이너)

굳이 옷으로 성별을 구별 짓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게 좋은 옷이니까요. 남녀를 떠나 누가 입어도 좋은 그런 옷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_조나단 앤더슨(로에베, J. W. 앤더슨 디자이너)

만수르 가브리엘의 모델,  해리 네프. 그녀는 트랜스젠더 모델이자 사회 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만수르 가브리엘의 모델, 해리 네프. 그녀는 트랜스젠더 모델이자 사회 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만수르 가브리엘의 모델, 해리 네프. 그녀는 트랜스젠더 모델이자 사회 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세상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마주하고, 여자 옷을 입은 남자나 남자 옷을 입은 여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게 이상한 것이 아닌, 오히려 종종 멋있거나 쿨한 것으로 여겨지게 됐다. 특히나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 세상에선 유독 과감해지는 경향이 심해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성 소수자들의 삶을 엿볼 수도 있다. 그러나 SNS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도 실제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성 정체성 연구 및 교육 위원회’에 따르면 생물학적 성과 다르다고 선언한 사람들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가에서는 겨우 4세 아이에게도 어떤 성별을 택할 것인지 묻는다. 그리고 2015년 8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성 중립적인 존칭을 뜻하는 ‘믹스’(Mx)를 공식 채택했다. 젠더를 특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성이나 이름 앞에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 새로 생겨난 것처럼, 이제 우리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존중할 때가 왔다. 무엇을 입든지, 누구와 어떻게 사귀고 어떤 젠더로 살아가든지,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말이다.

꼭 기억해야 할, 성에 관한 다양한 표현들

과거에는 사람의 생물학적 성별이 고정적이었다고 여겼다면, 이제는 다양하게 보는 관점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시스젠더(Cisgender)
생물학적 성과 사회학적 성이 일치하는 사람.

트랜스젠더(Transgender)
생물학적 성과 사회학적 성을 다르게 인식하는 사람.

젠더플루이드(Genderfluid)
남성과 여성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때론 남성이, 또 때론 여성이 더 크게 느껴지는 사람.

인터섹스(Intersex)
염색체상의 성별과 생식기가 반대거나 남녀 생식기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는 등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유전적 특징을 모두 지닌 사람.

팬젠더(Pangender)
자신이 모든 성별에 속한다고 지각하는 사람.

젠더퀴어(Genderqueer)

남성과 여성 둘로만 분류하는 기존의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벗어나, 다른 종류의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
 

‘젠더 이분법’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분류하거나, 어떤 사람의 성격과 행동 및 이미지에 따라 ‘남성스럽다’ 혹은 ‘여성스럽다’라는 꼬리표를 다는 게 촌스러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절친이나 직장 동료가 이성애자라고 단정 짓거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 그리고 말투를 보고 ‘남자 혹은 여자답지 못하다’고 훈수를 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전적인 여성상, 젠더 개념과 맞서 싸우는 3명의 여성을 만났다.

“남자 혹은 여자? 어느 젠더에도 속하지 않아요”

(가명, 20대 중반)

직업_대학생
성 지향성_ 바이섹슈얼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나는 뭘까?’라고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소위 ‘평범한 삶’을 강요하는 부모님의 뜻을 못 이기는 척 따랐기 때문. 지금은 휴학하고 독학으로 여성학과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중이다. 지난해 ‘레즈비언이든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든 우리는 다 트랜스젠더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책 『젠더 무법자』를 재밌게 읽었다고. 그녀는 젠더 뿐만 아니라 나이를 정의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에이젠더’라고 표현하던데요?
네. 성별란에 ‘여성’이라고 적긴 하지만, 어디에 속하는지 정한 적이 없어요. 그러다 작년에 남성과 여성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에이젠더’(Agender)라고 정리했죠. 한데 지금은 굳이 어떤 단어도 쓰지 않으려고 해요. 젠더 규범은 시대 흐름과 사회의 주된 사상에 따라 이런저런 형태로 바뀌거든요. 그냥 저는 이분법적인 젠더 규범에 반대하는 사람이자 페미니스트예요.

성 지향성도 여러 번 바뀌었나요?
남자 혹은 여자‘만’ 좋아했던 적은 없어요. 멋진 사람을 좋아할 뿐이죠. 굳이 설명하자면 지금은 여자를 더 좋아하는 바이섹슈얼 쪽이에요. 그런데 중요한 건 상대방의 젠더가 아니라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지 같은 점들이죠.

얼마 전까지 삭발한 상태였잖아요. 그것도 개인적인 페미니즘 운동 중 하나인가요?
네. 미디어가 자꾸 ‘여자니까 이런 모습으로 살아야 돼’라며 강요하는 것 같아서요. 그게 싫어서 올해 2월에 빡빡 밀었어요. 덕분에 남들이 예쁘다고 평가하는 여성상과 한층 더 멀어졌죠(웃음).

평소 ‘노브라’를 고집한다면서요.
여성이 왜 늘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젖꼭지를 노출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브래지어를 착용하는데, 또 브래지어가 겉으로 보이면
안 된다니… 코미디 같아요.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분도 있어요. 주로 남자들이 제 가슴을 훑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불쾌하죠.

지인에게 쓴소리를 들은 적은 없나요?
없어요. ‘쿵짝’이 맞는 사람만 주변에 남겨뒀거든요(웃음). 사실 부모님은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예술로 밥벌이하고 싶어 하는 제게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하죠. 하지만 사회에서 만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심하게 강요하지는 않아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뭔가요?

트위터에서 이런 글을 봤어요. ‘최악의 폭력은 특정 대상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내 주변엔 레즈비언이나 젠더 퀴어, 페미니스트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도와 달라고 하지는 않을게요. 다만, 저를 비롯해 당신 주변의 사람을 지우는 폭력은 멈추어 주세요. 

 

“레즈비언이 평범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기무상(가명, 32세)

직업_레즈비언 팟캐스트 & 유튜브 채널 ‘라이트 : Lite’를 운영 중인 토익 강사, <허프포스트코리아> 자유기고가
성 지향성 _레즈비언
광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24세 때 영어 강사 자격증을 따고 토익 강사가 됐다. 남들과 다른 점은 여자와 연애 중이며, 레즈비언 관련 콘텐츠를 만든다는 사실 정도. 직업과 얼굴을 공개한 채 활동하는 이유는 ‘레즈비언의 삶은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다.

언제 처음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중2 때 같은 반 여자 친구하고 연애 비슷한 걸 했어요. 하지만 그때는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문제아가 되는 것 같았거든요. 29세 전까지는 남자하고도 연애했어요. 총 2번. ‘여자를 더 좋아한다’고 확신했지만, 이성애자 친구들처럼 살아봐야 할 것 같았달까? 음… 29세 때 학원 조교가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 ‘인정하는 게 별일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고 스스로에게 커밍아웃했죠. ‘나는 레즈비언이다!’

지인들에게도 커밍아웃했나요?
친오빠를 비롯해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직접 얘기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거의 알고 있는 눈치예요. 얼굴을 공개한 채 레즈비언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인터뷰 기사와 매체에 기고한 글도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니까요. 이제 부모님만 남았어요. ‘기무상’이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타서 부모님의 귀에 전해지는 게 가장 이상적일 듯해요.

지금 ‘가제루상’(가명)과 연애 중이잖아요.
네. 학원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났고, 지난해 연인이 됐어요. 지금은 부부나 다름없죠. 2050년쯤 한국에서도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여타 이성애자 부부처럼 재산 분할과 보험 문제를 정리해야 하거든요(웃음).

팟캐스트와 유튜브에는 어떤 콘텐츠를 업로드하나요?
혼자 또는 가제루상하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어요. 11회부터는 게스트도 출연하고요. 얼마 전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는데, 140여 개 질문 중 ‘곧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데, 한국에서 커밍아웃하면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이 가장 인상 깊었죠. 만나서 답해 주려고 방송에서 소개하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말해 주려고요. “한국에서 동성애 커밍아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친한 1~2명 정도에게만 말하라. 커밍아웃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라고.

7월 말 직접 쓴 책 『커밍아웃북』도 출간됐죠.
네. 출판사에서 인터뷰한 사람들과 저의 이야기를 묶어 책을 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먼저 제안했죠. 서점에 국내 레즈비언이 쓴 서적이 3~4권밖에 없으니, 제 책이 좀 더 의미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뭔가요?
올해 중 유튜브 구독자 수십만 명을 달성하고, 관광 통역 가이드 자격증을 따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대학원에 입학하는 게 목표예요. 보세요, 저 평범하죠? 레즈비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요(웃음).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후 잔소리하는 사람이 늘었어요”

홍달님(30세)

직업_‘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매니지먼트 팀장
성 지향성_스트레이트
십센치, 옥상달빛, 요조 등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전담하고 있다. 하는 일마다 성공시키는 능력자이며 쇼핑하는 게 삶의 낙인 30대 여성. 한데 가슴까지 닿을락 말락하던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보이시한 옷을 즐겨 입은 후부터 뜻밖의 일들이 일어났다. ‘그래서 남자한테 인기가 없는 것’이라고 빈정대거나 ‘여자를 좋아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진 것. 그녀는 요즘 다시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건 언제예요?
2011년에 잘랐어요. 펌을 하고 싶었는데, 미용사가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상했다며 ‘이참에 짧게 잘라보라’고 하기에 그대로 따랐죠. 쇼트커트는 난생처음이었죠.

그 후 옷장에 남성 브랜드의 옷이 늘었다고 들었어요.
네. 보이시한 스타일이 훨씬 잘 어울리더라고요. 175cm의 큰 키도 한몫했고요. 얼마 전에도 정열 오빠(십센치의 권정열)가 옷을 준다고 해서 한 보따리 들고 왔죠(웃음). 그런데 남자 옷은 20세 때 갑자기 살이 찌면서 당시 유행하던 스키니 진이 안 어울려 그때부터 종종 입었어요.

머리를 다시 기르기로 결심한 이유는 뭐예요?
6년 가까이 쇼트커트 스타일을 유지했으니 지겨울 때도 됐죠. 생각보다 스트레스도 꽤 있었어요. 남자 같다, 레즈비언 같다는 말을 엄청 들었는데 자꾸 들으니 그것도 지겹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겪은 거예요?
저를 레즈비언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제 지인에게 빙빙 돌려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사적인 시간을 보낼 때, 아티스트 스케줄에 동행했을 때, SNS 등등 때와 장소를 안 가려요. LGBT를 진심으로 응원하지만, 스트레이트인 내가 오해를 받는 건 너무 의외였죠. 배우 공효진, 밴드 자우림의 김윤아, 뮤지션 요조 등등…. 여자 연예인 ‘팬질’을 하고 그들 중 몇몇과 친하게 지낸다는 점도 오해를 키운 요소 같아요. 그런데 여자는 여자 연예인을 좋아하면 안 되나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뭔가요?
f(x)의 엠버가 트위터에 ‘여자처럼 하고 다니라고 말하지 말아달라. 그건 차별이다’라는 식의 멘션을 남겼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완전 ‘사이다’예요. 제 생각하고 똑같거든요. 겉모습만 보고 ‘저 사람은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또 ‘여자답지 못하다’라는 식의 표현도 자제했으면 좋겠고. 타투도 마찬가지예요. 도대체 결혼 가능성과 타투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건가요?

성에 대한 또 다른 시각과 생각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Credit Info

2016년 08월 01호

2016년 08월 01호(총권 81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김수정
PHOTO
김영훈(인물), Splashnews/Topic, Getty Images, ⓒAcne, Louis Vuitton, Diesel, Mansur Gavriel
STYLE EDITOR
사공효은
HAIR & MAKEUP
장해인, 김원숙
STYLIST
박선용
ASSISTANT
강석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