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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이 사는 세상

On August 22, 2016

새벽 5시에 일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앵그리버드 더 무비>를 보고 왔다는 남자. <버드맨>, <블랙 스완>, <레버넌트>를 최고의 영화로 꼽는 남자. 배우 이준이 사는 세상엔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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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안 셔츠, 블랙 팬츠 모두 써틴먼스(13 Month).

하와이안 셔츠, 블랙 팬츠 모두 써틴먼스(13 Month).

촬영 내내 내가 알고 있던 이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조용하던데요.
하하. 이게 원래 제 모습이에요. 별로 말이 없거든요. 기분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 유독 더 조용히 있었어요.

신호 좀 주지 그랬어요(웃음). 촬영장에 오기 전까지 뭐 했어요?

좀 일찍 일어났어요. 새벽 5시에 눈이 떠져서 영화를 2편이나 보고 왔네요. 평론가로 빙의해 냉정하게 평가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이 나오면 ‘아~’ 혼자 탄식도 하면서.

주로 어떤 영화들을 봐요?
디즈니가 영화를 참 잘 만들어요. 진짜 좋은 작품이 많이 있죠. 특히 <주토피아>, <인사이드 아웃> 등은 실사 영화보다 더 훌륭한 것 같아요. 저도 연기를 하는 사람이지만 배우들이 나온 작품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와 닿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다 가짜잖아요. 만화가 움직이는 것뿐인데, 그 안에서 오는 감정들이 참 좋아요. 오늘도 1만원을 투자해 <앵그리버드 더 무비>를 봤지만,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더라고요.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뭐예요?
사실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고 골라요. 전문가와 네티즌 평점, 스틸 컷, 예고편, 심지어 블로그의 내용까지 다 훑어보고 제 기준에 통과된 영화만 보는 편이죠.

그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앵그리버드 더 무비>가 통과한 거네요.
영화를 볼수록 관객들의 마음을 사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느껴요.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을 보고도 ‘아~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잖아요. 그냥 편하게 볼 영화를 고르는 것조차 이렇게 냉정한데, 관객들은 어떻겠어요. 그런 점에서 또 배우죠.

최근 마친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은 본인에게 어떤 작품이었나요?

이번 작품뿐 아니라 거의 모든 작품에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제가 유독 클로즈업 컷에 약해요. 깊게 들어올 때마다 굉장히 어색해지죠. 클로즈업이 많을수록 카메라가 가까워질수록 제 몸은 점점 더 굳어지는데, 이번 작품에선 유독 클로즈업 컷이 많아 좀 힘들었어요.

그런 점이 연기할 때 영향을 많이 주나요?
아무래도 카메라 앵글 밖으로 나가면 안 되니까 연기를 하면서도 화면에 더 신경을 쓰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면 점점 더 어색해지죠. 게다가 드라마는 똑같은 연기를 여러 번 해야 하니까 감정을 똑같이 끌어올리는 게 참 어려워요. 영화는 매번 다르게 해도 되거든요. 본능에 따라, 그리고 느끼는 대로 연기하는 저로서는 드라마 연기가 좀 어렵죠.

연기에는 기준이랄 게 없으니까 더 그럴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해도 잘 안 느는 것 같아요(웃음). 예를 들어 영화는 뒷모습이어도 감정이 잘 묻어나는 장면도 있잖아요. 개인적으론 그런 신이 좋은데, 드라마는 무조건 얼굴로 보여줘야 하죠. 그래서 카메라가 찍고 있는데 얼굴을 만지거나 조금만 가려도 카메라 감독님에게 혼나요. 아직은 제 스스로 체화시키지 못해 그런 걸 테니 점차 나아지겠죠.

얼굴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입이 아니라서 연기가 더 어려운 것 아닐까요?
욕먹을 각오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방송을 보면 ‘아, 무리수였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가 느끼는 대로 감정을 표현하자였어요. 무언가로 포장하고 과장하면 저는 물론이고 보는 사람도 어색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게 곧 앞으로의 과제겠네요.
아무래도요.  

데님 재킷 커스텀멜로우(Customellow). 데님 셔츠, 팬츠 모두 캘빈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 슈즈 렉켄(Rekken).

데님 재킷 커스텀멜로우(Customellow). 데님 셔츠, 팬츠 모두 캘빈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 슈즈 렉켄(Rekken).

데님 재킷 커스텀멜로우(Customellow). 데님 셔츠, 팬츠 모두 캘빈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 슈즈 렉켄(Rekken).

<뱀파이어 탐정>에서처럼 다시 한 번 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살고 싶어요?
음… 장사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하하하. 펍 같은.

술 좋아해요?
아뇨.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안 먹고 있어요. 유일한 취미가 집에서 맥주 마시는 거였는데, 언제부턴가 몸에 잘 안 받더라고요. 많이 마시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한 병 정도 마시는 수준이었는데,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것 같아서요(웃음).

벌써요(웃음)?
모르겠어요. 그냥 마시고 난 다음 날이면 몸이 좋지 않더라고요. 사실 가장 먹고 싶은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인데, 그게 또 제 몸에 안 맞아요. 커피를 마시면 제 혈액이 이상해지나 봐요. 한 잔만 마셔도 졸리고 몸의 힘이 쫙 빠지면서 일을 못하거든요. 몇 년 동안 이유 모를 피곤함과 괴로움에 시달렸는데, 그게 커피 때문인 걸 알고 끊었어요. 그런데 맥주를 마셔도 그런 징조가 살짝 보서 안 마시고 있죠.

친구 만나면 주로 술 마시잖아요. 그런 재미가 사라졌겠어요.
네. 그래서 사는 재미가 없어요(웃음). 그렇다고 시끄러운 곳도 좋아하지 않아요. 가봤자 노래방 정도죠. 대학교 때 억지로 클럽에 끌려간 적 있는데 정말 안 맞더라고요. 귀만 아프고.

의외네요. 춤추는 사람치고 클럽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실은 춤추는 것도 싫어해요.

무용 전공이잖아요.
저도 그게 의문이에요(웃음). 몸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데, 어떻게 무용을 했는지. 제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던 게 클럽을 가도 춤을 못 추겠더라고요. 모두가 춤을 추고 있는데 전 그게 부끄러웠어요. 그러면서 ‘왜 춤을 춰야 하지?’라는 이상한 강박이 생겨 그냥 가만히 서 있다 나온 적도 있다니까요.

그런 사람이 가수로 활동했다니 놀랍네요.
그땐 춤 연습도 아예 안 했어요. 그냥 안무를 외우고 동선만 체크해 무대 위에서만 딱 한 번 추고 그랬죠. 무용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그럼 타고난 걸까요?
천재성까지는 아니고요(웃음). 저는 제 춤을 보면 막 오글거려요. 그래서 춤을 잘 춘다고 평가해 주는 분들이 있지만 솔직히 전 모르겠어요. 보통 잘 춘다는 사람들은 어떤 음악이든 프리 스타일로 잘 추잖아요. 저는 그게 안 돼요. 그냥 배운 것만, 주입식으로 가르쳐준 것만 할 수 있죠.

최근에 <무한도전> ‘웨딩 보이즈’가 화제였죠. 일명 ‘광라인’은 어떻게 결성된 거예요?
원래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에요. 용화는 데뷔 전부터 알았고, 두준이는 같은 날 데뷔하면서 친해졌어요. 광희는 <스타 골든벨>이란 프로를 하면서 가까워졌고요.

만나면 주로 뭐 하고 놀아요?
별거 없어요. 밥 먹고 커피 마시는 정도? 세상에는 정말 할 게 없어요.

원래 감흥이 없는 편이에요?
저는 굉장히 폐쇄적인 사람이에요. 사람도 많이 만나고 그런 관계도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그게 잘 안 되네요.

그럼 이준이 재미를 느끼는 것은 뭐예요?
유일하게 재미를 느꼈던 게 일이에요. 제가 TV에 나오는 게 참 신기했죠. 때때로 밤샘 촬영 때문에 힘들긴 해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았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없어졌어요. 아무래도 연예계 활동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요즘에 자주 하는 생각은 뭔가요?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죠.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하지? 재미있는 게 없을까’ 하는.

아까 말한 펍을 차려보면 어때요?
그러다 말아먹으면 어떡해요(웃음)?

결정을 내리기까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는 타입이죠?
네. 결정을 하더라도 무리가 가지 않게 투자하고 싶은데, 아직 제 능력으론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어요.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죠(웃음).

그래도 오랜만에 예능에서 만나니 굉장히 반가웠어요. 다시 예능을 해보는 건 어때요?
사실 그동안 예능 출연을 좀 피했어요. 섭외 들어오는 것도 마다했는데, 지인을 통해서 들어오는 예능은 또 나갔죠(웃음).

왜 피한 거예요?
제게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서요. 예능에 나가면 제가 까부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여주다 진지한 연기를 하면 왠지 마이너스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배우로서 좀 더 나은 연기를 위해 결정한 부분이죠.

사실 예능 속 이준과 제 앞에 있는 이준은 굉장히 상반된 모습이라 매치가 안 돼요.

예능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학창 시절의 제 모습과 같아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그런 모습들이 점점 사라졌는데, 예능에서만은 그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니 그것도 제 모습의 일부죠. 일부러 꾸민 모습이 아니라. 

블루종 비욘드클로젯(Beyond Closet). 블랙 팬츠 주스토(Justo). 액세서리 스팅 925(Sting925),

블루종 비욘드클로젯(Beyond Closet). 블랙 팬츠 주스토(Justo). 액세서리 스팅 925(Sting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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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티셔츠, 옐로 쇼츠 모두 라피그라 by 더스튜디오케이(La Figura by The Studio K).

프린트 티셔츠, 옐로 쇼츠 모두 라피그라 by 더스튜디오케이(La Figura by The Studio K).

프린트 티셔츠, 옐로 쇼츠 모두 라피그라 by 더스튜디오케이(La Figura by The Studio K).

올 하반기에 영화 2편의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그중 <서울역>은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목소리 연기를 했는데, 일반 연기와는 또 다른 점이 있었나요?
솔직히 너무 오래전에 작업했던 작품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웃음). 내용도 자세히 생각나지 않는데, 연상호 감독님이 연습하지 말라고 했던 말만은 기억나네요.

연습하지 말라는 감독님이 있다고요?
녹음 전날 대본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뭐 하고 있느냐고 해서 대본 연습하고 있다니까 감독님이 지금 당장 대본 덮고 놀든가 잠을 자든가 하래요. 연습하면 진짜 크게 화낼 거라면서(웃음). 그냥 놀러 오는 기분으로 하래서 진짜 연습을 안 했어요. 그렇게 녹음을 끝냈는데, 감독님이 “거 봐, 내가 연습하지 말라고 했잖아. 연기 연습하면 안 된다니까?”라고 하시더라고요.

정형화된 연기가 나올까 봐 그런 걸까요?

보통 애니메이션 작품은 그림이 있고 그에 맞춰 목소리 연기를 하는데, <서울역>은 달랐어요. 스케치 정도의 그림만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본능에 따라 목소리 연기를 해야 했죠. 그렇게 여러 버전으로 녹음했는데, 그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완성한다더라고요.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편집본은 봤어요?
아니요. 그래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됐을지 진짜 궁금해요.

그럼 <키 오브 라이프>는 어떤 영화인가요?
2천원이 전 재산인, 옥탑방에 사는 단역 배우와 청부 살인 업자의 인생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예요. 저는 사는 게 힘들어 목숨을 끊으려는 단역 배우를 맡았죠.

이번엔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요?
음… 그리 다른 모습은 아닐 것 같아요. 실은 이 영화를 위해 <귀신은 뭐하나>라는 단막극을 일부러 했거든요. 비슷한 내용이라 먼저 경험해 보고 싶어서…. 때문에 기본적인 감정들에서 좀 유사한 부분이 있어, 아마 단막극을 본 분들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없나요?
아직은 선택받는 입장이다 보니 제게 들어온 작품 중에서 하고 싶은 역할을 찾아야겠죠.

그럼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뭐예요?
영화 <버드맨>이나 <위플래시> 같은 작품에 눈이 가요. 재난으로 따지면 <투모로우>, 좀비물은 <28일 후>와 같은 영화가 딱 제 스타일이에요.

다소 마니아적인 취향인데요.
네. 그중에서도 <버드맨>은 제 스스로 정말 많이 와 닿는 작품이에요. 요즘에도 생각날 만큼 참 대단한 영화죠.

그럼 이준이 꼽는 최고의 영화는 뭔가요?
<버드맨>, <블랙 스완>, <레버넌트>.

감성은 디즈니인데 취향은 다크하군요.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는 어두운 게 또 맛이잖아요(웃음).

새벽 5시에 일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앵그리버드 더 무비>를 보고 왔다는 남자. <버드맨>, <블랙 스완>, <레버넌트>를 최고의 영화로 꼽는 남자. 배우 이준이 사는 세상엔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른다.

Credit Info

2016년 08월 01호

2016년 08월 01호(총권 81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PHOTO
김영훈
HAIR
이에녹
MAKEUP
이영
STYLIST
구슬이
ASSISTANT
강석영
LOCATION
바운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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