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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On July 28, 2016

산이가 대화 도중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았다. 요즘 무엇에 열심이고, 어떤것에 욕심이 나는지를 자분자분 설명하던 중이었다. “이걸 같이 보면 되겠네요.”화면에 띄운 메모장 앱에는 ‘갈 곳’, ‘할 일’ 등으로 분류해 놓은 희망 사항이 여럿 적혀 있었다. 이를테면 다시 가보고 싶다는 서울랜드나 꼭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클라이밍, 웨이크보드 같은 소소한 것들 말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무려 2년 만에 다시 작업하게 된 레이나와 함께 신곡 <달고나>를 열심히 알리는 일부터 해야 할 테지만. 혹시 누군가 ‘또 달달한 사랑 노래야?’라며 빈정대더라도 그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의 말마따나 그는 ‘지금 가장 만들고 싶은 노래’를 만든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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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팬츠 코스(Cos).

셔츠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팬츠 코스(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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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 안드레아 폼필리오(Andrea Pompilio). 팬츠 랑방 by 분더샵(Lanvin by Boon the Shop).

로브 안드레아 폼필리오(Andrea Pompilio). 팬츠 랑방 by 분더샵(Lanvin by Boon the Shop).

좀 전에 입은 옷들이 다 잘 어울리네요. 평상복하고 가까워요?
아니요, 완전히 달라요. 셔츠 같은 건 특별한 날이 아니면 거의 안 입거든요. 그래서 화보 찍는 걸 되게 좋아해요. 특히 패턴이 화려한 옷 있잖아요? 그런 옷은 절대 평상시에는 엄두가 안 나요. 제가 입으면 필리핀 관광 가이드 같은 느낌이 날 것 같아서요(웃음). 아, 여름이 오기 전에 근육이라도 만들어 놨어야 했는데….

아직 안 늦었어요. 지금부터라도 운동하면 되죠.
얼마 전에 스테퍼를 2만5천원에 샀어요. 굳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고, 저렴하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마저도 잘 안 해요. 솔직히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운동해서 살을 빼고, 근육을 키우면 좀 더 멋있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만 할 뿐이죠. 그냥 다시 헬스장 PT를 신청할까 봐요, 강제로라도 뛰게.

작년 Mnet <4가지쇼>에 출연했을 때 ‘셀프 디스’를 했었잖아요. ‘나는 옷을 못 입는다’고. 지금은 많이 개선된 것 같아요?
점점 나아지는 것 같긴 해요. 아니,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걸 찾고 그걸 바탕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게 ‘스왜그’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전 아직 멀었어요.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보는 정도죠.

과거 인터뷰를 찾아보니 봉사 활동과 기부를 생활화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점이 산이만의 스왜그가 될 수는 없을까요?
하하, 그런가요? 사실 이런 얘길 들으면 조금 창피해요. 지누션의 션 형처럼 저보다 몇 배 더 열심인 사람들에 비하면 전 발끝도 못 따라가거든요. ‘곧 또 봐요’라고 말해 놓고선 스케줄 때문에 못 나갈 때가 많아요.

누군가에게 베풀 여유가 생겼다는 건 ‘벌 만큼 벌었다’는 뜻일까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했잖아요.
음(웃음)…. 기대 이상으로 벌긴 했어요. 참고로 기대치가 그리 높지는 않았고요. 미국에서 살고 있는 부모님이 비행기를 탈 때 비즈니스석으로 예매하라고 권할 수 있는 정도랄까. 그런데 지금도 충분히 좋다고만 하니까 뭐든 제안하기가 어려워요. 두 분 다 무척 검소하거든요. 지난번에 한국에 오셨을 때도 굳이 택시 대신 지하철을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을 정도예요. 그런 분들 품에서 자라서인지 저도 돈 쓰는 법을 모르고요.

그럼 돈을 어디에 가장 많이 써요?
식비랑 택시비로 많이 써요. 특히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났을 때 지갑을 잘 열어요. 신기하게도 그런 날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더라고요.

친구들과 만나는 걸 좋아하나 봐요.
굳이 따지자면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해요. 혼자서도 할 게 너무 많거든요.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곡도 만들고.

혼자 살죠?
아뇨. 강아지하고 둘이 살아요(웃음).

집은 잘 꾸며놓았어요?
작년 12월에 작은 집으로 이사했는데, 한창 바쁜 때여서 엄마가 다 챙겨주셨죠. 집을 구하는 것부터 카펫까지. 즉, ‘부모님이 좋아하는 취향대로’ 집을 꾸몄어요. 엄마가 미국으로 돌아가신 후에 몇몇 부분을 제 스타일대로 바꾸긴 했지만 거의 티가 안 나네요.

고집이 없는 편인가요?
그런 부분에서는 그래요. 결혼해서도 아내의 뜻을 따를 거예요. 굳이 제가 ‘벽지 색깔은 이거여야 해’라는 식으로 떼쓰고 싶지 않아요. 또 인테리어보다 거주지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나중에 결혼해서도 지금처럼 혼자 돌아다녀도 심심하지 않은 동네에 산다면 좋겠어요. 음악 들으면서 산책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길거리 음식도 사 먹고.

지금 어느 동네에 사는데요?
왕십리 쪽이오. 그래서 청계천 근처를 둘러보기 좋죠. 알고 보니 중구가 무척 재밌는 동네더라고요. 동대문과 동묘 사이에 시장만 수십 개가 있어요.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웃긴 일도 겪어요. 얼마 전에 꾀죄죄한 몰골을 한 채 길거리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어느 분이 같이 사진을 찍자는 거예요. 찍고 나서 애원했어요. 절대 SNS에 올리지 말아 달라고요(웃음). “행색이 썩 아름답지 않으니 부디 개인 소장해 주세요!” 뭐, 이런 거죠.

플레이 리스트도 궁금하네요.
전 앨범을 통째로 듣는 걸 좋아해요. 1번 트랙부터 ‘착착’. 최근에는 카니예 웨스트, 위켄드, 드레이크의 노래들을 정말 자주 들었어요. 듣다 보면 갑자기 곡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그럼 그걸 휴대폰 메모장에 모두 적어두거나 녹음해 둬요. 몸에 흡수된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한 구절을 여러 번 돌려 들을 때도 있죠. 그리고 이건 조금 엉뚱한 생각인데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사고 싶을 때가 있어요. 어차피 안 쓸 거라면(웃음). 앞으로 10여 곡으로 꽉 찬 앨범을 내려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마치 비행기>, <안주 거리>, <못 먹는 감> 등 발매한 앨범 대부분이 한두 곡만 실린 싱글 앨범이었어요.
네, 맞아요. 이번에 공개한 새 앨범 <달고나>도 그렇고요. 실은 그 점이 좀 아쉬워요. 그래서 올해 안에 곡마다 로(Row)한 맛이 살아 있는 정규 앨범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필 꽂혔을 때 녹음하고, 수정 작업을 최소화한 앨범. 마치 옛날에 믹스 테이프를 만들 때처럼 말이에요. 

 

 셔츠, 팬츠 모두 발렌티노 by 분더샵(Valentino by Boon the Shop).

어떤 골수팬들은 산이더러 ‘변했다’고 하더군요. ‘산이의 음악은 정통 힙합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힙합 팬들도 적지 않고요.
맞아요. 저도 다 아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한때 ‘옛날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한데 일부러 그렇게 바꿨더니 사람들이 제 음악을 안 듣더라고요. 그럴 바엔 차라리 그냥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제가 좋아하는 걸 계속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안 좋은 평가들이 거슬리지는 않나요?
그때그때 달라요. 힘든 일들이 반복되거나 일에 치일 때는 시야가 좁아지잖아요? 그럴 때는 별게 다 신경이 쓰여요. Mnet <쇼미더머니>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했을 때 특히 예민했죠. 실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도 조금 힘들었어요. 곡이 안 써져서요. 그러다 4월부터 ‘빵’ 터져서 올해 낼 곡들을 다 써버렸죠. 멘탈이 다시 건강해져서 다행이에요(웃음).

그래서 또 한 번 달달한 가사를 쓸 수 있었나 보군요. <달고나>도 2년 전에 낸 <한여름 밤의 꿀>만큼이나 달던데요?

하하! 사실 그 노랜 2년 전에 완성한 곡이에요. 작년에 정규 앨범 <양치기 소년>에 넣으려다가 그대로 묵혔죠. 좋은 시기에 레이나와 꼭 다시 작업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녹음하던 날 가사를 싹 뜯어고쳤어요. 원곡에는 여름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없는데, 밤새 새로 쓴 가사는 누가 들어도 여름과 잘 어울리죠.

여름에 발매하는 곡이라 여름 이야기를 꼭 넣고 싶었던 건가요?
하하, 발매 시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한여름 밤의 꿀>을 좋아하는 팬들이 저와 레이나를 ‘여름 커플’이라고 부르는데, 왠지 이번 곡이 전작의 연장선이 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레이나와 계속 작업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뭐예요?
2년 전 첫 녹음 때 홀딱 반했어요. 상상 속에나 존재하던 목소리를 실제로 들으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음악 하랴, 예능 하랴 무척 바쁘겠어요. 3개 프로그램에서 MC도 맡고 있잖아요. KBS2 <배틀 트립>부터 tvN <노래의 탄생>과 JTBC <힙합의 민족>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요(웃음). 신동엽, 이특 선배 같은 쟁쟁한 MC들 옆에 서서 이것저것 많이 배우다 보니 앞으로도 잘해 내고 싶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TV를 잘 안 봤는데, 요즘엔 이휘재 형이나 신동엽 형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나라면 저 상황에 어떤 말을 했을까?’라는 상상도 자주 해요.

일 말고 다른 분야에서 잘해 내고 싶은 건 없어요?
아, 그게 요즘 걱정이에요. 지금까지 친구들하고 장기 여행 한 번 다녀온 적이 없을 정도로 심심하게 살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이것저것 해보려고요. 어딘가에서 읽었어요. ‘세상엔 재미난 것들이 많은데, 스스로가 노력해야 그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클라이밍부터 서핑, 행글라이더, 웨이크보드 등등 당장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휴대폰 메모장에 다 적어뒀죠.

메모장 중간쯤에 ‘착한 마음’이라고 써둔 이유는 뭐예요?
개인적인 다짐이죠. 남들에게 좋은 마음씨를 베풀면 그게 꼭 되돌아오더라고요. 박씨를 물고 온 제비처럼. 만났던 사람들에게 ‘밥맛이야’ ‘재수 없어’라는 말 말고 ‘산이 되게 괜찮더라’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 좋잖아요.

멋있네요. 저도 어딘가에 써둬야겠어요.
착한 마음과 최선을 다하는 마음, 저는 그게 프로페셔널한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좀 더 강인해져서 안 좋은 일을 겪더라도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채 살고 싶어요. 또 일 년 열두 달 중 열 달은 행복했으면 좋겠고요.

연애나 결혼 욕심은 없나요?
늘 생각하죠. 그런데 저는 결혼이 조금 무서워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달까? 지금은 친구네 집에서 자고 싶으면 자고, 밤새 술도 마시지만 내 옆에 반쪽이 생기면…. 그래도 정말 놓치기 싫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바로 다 포기하고 장가가겠죠.

아직까진 일이 더 재밌다는 말로 들리네요.
그런 셈이죠. 얼마 전 처음 해보았던 서핑에 비유하자면 이제 막 적당한 높이의 파도를 만났거든요. 물 만났달까.

산이가 대화 도중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았다. 요즘 무엇에 열심이고, 어떤것에 욕심이 나는지를 자분자분 설명하던 중이었다. “이걸 같이 보면 되겠네요.”화면에 띄운 메모장 앱에는 ‘갈 곳’, ‘할 일’ 등으로 분류해 놓은 희망 사항이 여럿 적혀 있었다. 이를테면 다시 가보고 싶다는 서울랜드나 꼭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클라이밍, 웨이크보드 같은 소소한 것들 말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무려 2년 만에 다시 작업하게 된 레이나와 함께 신곡 <달고나>를 열심히 알리는 일부터 해야 할 테지만. 혹시 누군가 ‘또 달달한 사랑 노래야?’라며 빈정대더라도 그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의 말마따나 그는 ‘지금 가장 만들고 싶은 노래’를 만든 것뿐이니까.

Credit Info

2016년 07월 01호

2016년 07월 01호(총권 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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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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