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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여자가 어때서요?

On July 12, 2016

드라마 <또 오해영>이 여자들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주인공 오해영의 직설적인 말과 행동 때문이다. 특히 오해영이 ‘쉬운 여자’라고 외칠 때마다 ‘좋아요’를 누르고 싶어진다는 세 명의 필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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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은 있지만 부정하려 했던 도경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늘 한 발 먼저 다가간 해영의 솔직함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갑작스런 그의 부름에 바로 달려나갔던 것처럼.

관심은 있지만 부정하려 했던 도경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늘 한 발 먼저 다가간 해영의 솔직함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갑작스런 그의 부름에 바로 달려나갔던 것처럼.

‘마음껏 사랑하겠노라’의  또 다른 표현

‘마음껏 사랑하겠노라’의 또 다른 표현

WORDS 지예(연애 칼럼니스트)

그래, 난 좀 쉬웠던 것 같다. 오해영이 ‘나 쉬운 여자야!’라고 말하기 전부터. 쉬운 여자가 되는 건 오히려 ‘마음껏 사랑하겠노라’의 자주적 표현으로, 난 이렇게 사는 게 멋지다고 생각한다. 가슴이 뛰지 않는 하루하루를 사는 건 좀 끔찍하지 않나? 단, 어떤 ‘쉬운 여자’가 될 건지 선택할 필요는 있다. 내가 오해영과 비슷한 건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쉽다는 것. 오해영은 박도경에게 쉬운 여자다.

나 역시 그렇다. 아무 남자에게나 쉬운 여자가 아니다. 좋아하는 남자에게만 쓸데없이 쉽다. 딴 남자가 아무리 맛있는 걸 먹자고 해도 관심 없지만, 그가 부르면 김밥천국일지라도 달려가는 것처럼. 사실 ‘쉬운 여자’라는 표현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듣는다. 그러나 ‘쉬운’ 뒤에 ‘남자’라는 단어가 붙으면 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또 오해영>이 뜨기 전까지 ‘쉬운 여자’는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가 성적으로 문란한 게 쉬운 거라면, 그들과 함께한 남자는 대체 뭔데? 보통 이와 비슷하게 사용되는 구시대적 표현이 바로 ‘준다’다. ‘오늘 나 한 번 주라!’ 남자들이 이 말을 할 땐 보통 오늘 나랑 한 번 자자는 말이다. 이런 고정관념과 사회적 인식들이야말로 여자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능동적으로 충족시키는 데 있어 자꾸 소극적이게 만들어온 걸림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자들은 알지 않나. 우리들이 얼마나 앙큼한 욕망 덩어리인지. 여자도 남자의 멋진 외모에 혹하고, 침대에선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한다. 매력적인 상대를 만나면 그의 앞에서 귀엽게 또는 도발적으로 행동하고 싶고, 그를 화나게 만들고 싶기도 한다. 그러니 나를 쉬운 여자로 만들어줄 만한 상대를 만났다면 그 순간을 즐겨도 된다는 말이다. 더 이상 오래된 언어의 틀에 얽매이지 말자. TPO에 따라 옷을 골라 입듯, 그런 남자를 만나면 쉬운 여자가 되어도 나쁘지 않다.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사랑만 하기에도 인생은 짧으니까. 솔직한 사람치고 멋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난 오늘도 쉬울 예정이다.  

‘쉬운 여자 = 멋진 여자’라 재정의하겠다

‘쉬운 여자 = 멋진 여자’라 재정의하겠다

WORDS 장정진(<그라치아> 에디터)

스무 살에 찾아온 첫사랑은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 봐도 내 평생 그렇게 사랑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온 마음과 열정을 다해 사랑했다. 그러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잔혹한 저주는 내게도 해당되었고,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그런 뒤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필요 이상의 사랑을 주지도, 그리고 사랑을 구걸하지도 않기로. 그렇게 나는 소위 말하는 ‘쿨한 여자’가 되었다. 오는 남자 안 막고 가는 남자 안 잡는, 사랑 앞에서 쿨한 여자. 그러나 실상은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도 마음에 든다고 먼저 말하는 게 망설여지는 소심한 여자일 뿐이다. 혹여 좋아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더 이상 그에게 매력적인 여자가 아닐까 봐 언제나 한 발을 뒤로 뺀 채로 망설이는…. 그래서일까, 내가 점점 드라마 <또 오해영>에 빠져드는 이유가? 그 누구보다 자기감정에 솔직한 여자. 보고 싶다고, 밤새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오해영은 아닌 척 부정해도 내가 되고 싶은 여자의 모습이었다.

20대의 나였다면 왜 저렇게 사랑을 구걸하느냐고, 여자가 자존심도 없느냐고 할 법한 모습인데도 30대가 된 나는 오히려 오해영이 부럽기만 하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30대 여자가 죽을힘을 다해 사랑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경이 해영의 마음을 받아주길 바랐다. 그리고 그가 ‘보고 싶어’라고 말했을 때, 마치 내가 해영이 된 것처럼 마냥 기뻤다. 솔직히 그들의 마지막이 해피 엔딩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후회 없이 사랑했고 표현했으니 그만하면 충분하다. 혹여 이 관계가 끝나더라도 그 사랑에 더 이상의 미련이나 아쉬움 따윈 없을 테니까. 그렇게 <또 오해영>과 함께 내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 앞으로 찾아올 사랑이 기다려졌다. 나도 오해영처럼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싶어서,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이번엔 나도 오해영처럼 해보려고 한다. 쉬운 여자, 자신에게 솔직한 여자야말로 진짜 멋있는 여자니까.  

쉬운 여자라고  사랑도 쉬운 것은 아니다

쉬운 여자라고 사랑도 쉬운 것은 아니다

WORDS 백수빈(<대학내일> 에디터)

“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옆에만 있어 줘.” 이 구질구질한 말을 나는 대체 몇 번이나 한 걸까. 밥 먹듯 전 남친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 습관이 돼버려서인지, 되돌아보면 모든 이별이 다 그랬다. 그를 아직도 사랑한다는 감정이 남아 있으면 나는 쿨하게 돌아서지 못했다. 끝이 보이는 사랑이 당장의 이별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래서일까. 드라마 <또 오해영>을 볼 때면 괜히 찔렸다. 특히 해영이 헤어져야 하는 걸 알면서도 도경에게 “그래도 우리 조금만 만나다 헤어지자”라고 한 말은 내가 뱉은 것처럼 생생했다. 사실 제3자가 보면 저렇게 찌질해 보이는구나 싶어 부끄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알기에 미워할 수는 없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난 정말 ‘이별 찌질이’다. 따지고 보면 그냥 ‘연애 찌질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어필한다. “오빠, 나 정말 괜찮은 여자야. 놓치면 후회할 거야”라고. 해영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도경에게 “너 언젠가 나 때문에 울 거야”라고 말한 것과 비슷하게. 진짜 그렇게 생각해서, 내가 자존감이 높아서 뱉은 말은 절대 아니다.
그냥 절실했다. 어떤 말을 해서라도 그 오빠랑 사랑하고 싶었다. 희망 사항과 저주를 뒤섞은 말이랄까. 언제나 사랑 앞에서 모든 이성이 무너졌다. 아니, 애초에 이성이란 게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사랑, 정의를 내리자면 그런 것이었다. 해영에게 붙은 수식어, ‘쉬운 여자’.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에 해영은 사랑한다는 말이, 도경을 붙잡는 게 쉽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 자체가 쉬운 건 아니다. 발로 차일 때까지 사랑하겠다고 다짐한 후 아낌없이 주는 해영. 그녀도 분명 상처받고 후회할 거다.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바닥까지 보여주지는 말걸’ 하고 후회하는 나처럼. 감정이 훨씬 앞서는 연애는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기어코 생채기를 남긴다. 그러나 세상에 좋은 이별이 없듯, 쿨하게 돌아섰대도 해영과 나 같은 이들은 다른 형태의 후회를 했을 거다. 종종 찌질이 같은 과거의 내가 부끄러워 이불을 차지만, 사랑에 빠져 모든 걸 내던진 자신을 미워하진 않는다. 그때의 날 통째로 들어내고 싶지 않다. 시간이 지나도 날 미워하지 않기에 다음 사랑을 다시 온 마음 온몸으로 할 수 있는 거니까.
 

드라마 <또 오해영>이 여자들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주인공 오해영의 직설적인 말과 행동 때문이다. 특히 오해영이 ‘쉬운 여자’라고 외칠 때마다 ‘좋아요’를 누르고 싶어진다는 세 명의 필자가 있다.

Credit Info

2016년 07월 01호

2016년 07월 01호(총권 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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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장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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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