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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June 29, 2016

군 제대 후 4개월이 지난 지금, 윤시윤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오랜 바람처럼 <1박 2일> 속 동구와 <마녀보감>의 허준 두 캐릭터는 묘하게 윤시윤과 닮았다.

민트 컬러 톱 톰포드(Tom Ford). 네이비 팬츠 아미 by 갤러리아(Ami by Galleria). 스카프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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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 레더 재킷 루이스레더 by 하이드앤라이드(Lewis Leather by Hide and Ride). 프린트 반팔 셔츠 마르니 by 쿤(Marni by K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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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본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네요.
저희가 만났었나요? 죄송해요. 군대 다녀와서 기억력이 많이 상실됐어요. 화생방 훈련을 3번이나 했더니… 하하하.

군 제대 후 민간인이 되어 가장 좋은 점은 뭐예요?
제 일을 하고 있다는 거죠. 고민의 원천이 달라요. 여전히 피곤하고 고민이 많지만 제 꿈에 대한 일이잖아요. 기꺼이 수고하고 기꺼이 고민하죠. 제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고민하는 일조차 행복해지더라고요.

그래서 <1박 2일>의 동구가 행복해 보이는 걸까요?

첫 예능이었던 <맨발의 친구들>을 할 때는 ‘예능에 왔으니 열심을 해야겠다’란 마음이었다면 <1박 2일>은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어요. 욕을 먹든 칭찬을 듣든, 철저히 윤시윤스러운 모습과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죠. 동구야말로 제 진짜 얼굴이에요.

보통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그게 용기인 거 같아요. 사실 예전엔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제 본질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두려웠어요. 그래서 숨기기도 했죠. 그런데 배우는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해져야 하는 건 물론이고 어떤 사람인지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더라고요.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군대에서 지난 4년간의 활동을 돌이켜보고 느꼈던 건 딱 하나였어요. 제 안에 여러 모습이 있는데 그것 하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무슨 역할을 맡겠느냐는 거였죠. 가장 나다운 연기, 나다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는 게 배우로서 그리고 연예인으로서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복귀 작품으로 가장 윤시윤다운 걸 택한 거예요. 멋있는 역할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역할을 찾은 게 바로 <마녀보감>이었죠.

그럼 <1박 2일>은 왜 선택한 거예요?
연예인으로서 가장 나다운 걸 보여주고자 용기 낸 첫 도전이죠. 다른 배우들에겐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저는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게 무서웠거든요. 물이 무서워서 해병대에 갔듯 대중 앞에 나 자신을 내보이는 게 너무 무서워 <1박 2일>을 선택했어요.

주위에선 동구가 너무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도 많아요.
지금은 무한 긍정의 모습이지만 뒤로 갈수록 짜증내는 모습도 나올 거예요. 탁구 게임을 할 때 조금 비쳐지기도 했죠. 전 그냥 그 당시의 생각과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에요. 저라는 사람에 대해 더 선명하게, 그리고 더 입체적으로 표현하게 되면 그만큼 욕도 많아질 테죠. 그래도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괜찮아요.

첫 촬영 때 어땠어요? 합이 잘 맞는 멤버들 사이에서 적응하려니까 어색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예능감이 없어 그런지 어색하지 않아요. 제가 웃기는 역할은 아니잖아요.

실제로도 책을 많이 읽어요?
에너지를 발휘하는 일보다는 책을 보거나 여행하는 것처럼 사고하는 행위를 더 선호해요. 그렇다고 공부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요. 독서량에 비해 학벌은 낮으니까(웃음).

공부와 독서는 별개 아닌가요?
태현 형이 맨날 그래요. ‘쟤 책 보는 거에 비하면 학교는 별로’라고. 저랑 같은 학교 나왔거든요(웃음). 그냥 사고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아요.

주로 어떤 생각들을 해요?
그야말로 다양해요. 머릿속에 떠오르거나 남아 있는 것은 무작정 쓰기도 해요. 그렇게 끄적이다 보면 기쁘고 편해지죠. 이런저런 생각들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누가 읽어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다 책 발간하는 거 아니에요?
에이~ 그건 아무나 하나요(웃음). 저는 취미와 쉼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철저하게 평소와 반대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 쉼이라 생각하거든요.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제게 ‘쉼’은 철저히 생각을 안 하는 걸 의미하죠. 그래서 비디오 게임도 좋아해요. 다음엔 준영이랑 낚시하러 가기로 했어요.

그야말로 바른 생활 청년인데요.

준영이가 ‘찌질이들’이라고 표현하는 지질한 삶이죠. 그런데 저는 여기에 하나 더 붙여야 해요. 자발적 ‘찌질이’. 저는 그게 좋아요.  

화이트 데님 재킷, 팬츠 모두 지방시 by 리카르도 티시(Givenchy by Riccardo Tisci). 화려한 이너 톱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화이트 데님 재킷, 팬츠 모두 지방시 by 리카르도 티시(Givenchy by Riccardo Tisci). 화려한 이너 톱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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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간자 톱 지방시 by 리카르도 티시(Givenchy by Riccardo Tisci). 팬츠 마르니 by 쿤(Marni by Koon).

오간자 톱 지방시 by 리카르도 티시(Givenchy by Riccardo Tisci). 팬츠 마르니 by 쿤(Marni by Koon).

오간자 톱 지방시 by 리카르도 티시(Givenchy by Riccardo Tisci). 팬츠 마르니 by 쿤(Marni by Koon).

좀 전에도 책을 읽고 있던데, 무슨 책이에요?
요즘 『태백산맥』을 읽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아큐정전』이었는데, 다 읽고 나니 『태백산맥』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헌책방에서 사서 다시 읽고 있죠.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책과 멀어지기도 하죠?
제 경우엔 비슷한 캐릭터의 감성을 가져가려고 일부러 읽는 경우도 있어요. <마녀보감>에서 한참이나 어린 새론이와 호흡을 맞추면서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났고, 거기에서 연기의 모티브를 가져온 것처럼 말이죠.

정확하게 어떤 모티브를 가져온 건가요?
어떤 시기에만 가능한 사랑이 있잖아요. 서로의 성장을 함께하는 사랑이 있고, 어설픔이 부딪히는 사랑도 있죠. 그리고 이게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를 감정도 있고요. 어쩌면 사랑의 본질은 둘이 한 곳을 바라보고 손을 잡는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 감정이라면 허준이란 역을 연기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윤시윤 하면 김탁구를 먼저 떠올려요. 김탁구는 어떤 존재예요?

이제는 윤시윤 그 자체죠. 허준 하면 『동의보감』을 떠올리는 것처럼.

마치 고유명사 같은?
네. 스티브 잡스 하면 애플이 떠오르는 것처럼. 자기 삶의 어느 한 가지라도 잘 보여줄 수 있다면 감사해야 할 일 같아요(웃음).

하지만 배우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죠.
보통 누군가를 볼 때 한 가지 모습으로 보잖아요. 어쨌든 간에 윤시윤이라는 사람의 색감이 표현됐다고 생각해요. 제겐 김탁구를 벗어나는 게 행복한 숙제예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제 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니까요.

이젠 김탁구가 아닌 동구로 기억될 것 같아요.
그렇죠? 윤시윤은 저 너머에….

심지어 동구랑 더 잘 어울려요(웃음).
맞아요, 아날로그잖아요. 그게 저예요. 진지한데 코미디를 사랑하죠. 예술은, 그리고 진리는 웃음으로 버무려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불친절한 거죠. 그래서 전 어려운 영화는 나쁜 거라고 봐요. 진짜를 보여주려면, 그리고 전달하려면 코미디가 적절히 섞여야 하죠.

그런 생각이 작품을 고를 때도 적용되나요?

그럼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은 친절하게 메시지를 설명해 주는 편이었죠.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고요. 주성치나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만 봐도 코미디를 버무리는데, 그 안의 메시지를 알지 못한다면 그저 잡개그에 불과하죠. 하지만 친절해요. 제가 하고자 하는 것도 그런 모습이에요.

때론 가벼움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때때로 저를 두고 ‘쟤 왜 이렇게 농담 잘해? 왜 그렇게 까불어? 왜 능글맞게 얘기하지?’ 하면서 가볍게 보기도 해요. 그럴 때도 전 그냥 그런가 보다 하죠. 진심이 담겨 있으면 되니까.

재미있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배우 말이죠?
농담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재미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제가 가진 생각과 여러 가지들을 공유하고 싶은데 아직은 준비되지 않았죠. 책을 쓰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웃음이, 코미디가 버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골 때리는 거와는 또 다르잖아요.

탁구나 동구가 아닌, 윤시윤의 또 다른 모습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이건 저만의 개똥철학인데요. 전 아직 점에 불과해요. 배우가 갖고 있는 원래의 색과 마음, 느낌들을 가감 없이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봐요.

그런 단계가 되려면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거예요?
‘이 역할은 윤시윤이 해야지’, ‘역시 윤시윤이야’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점과 점 사이에서 완급 조절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선이 생기는 연기가 되고, 연기 좀 한다는 배우가 된다고 믿거든요. 그때 제가 아닌 타인을 창조할 수 있고요. 배우 중 으뜸은 입체적인 배우잖아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지금은 얼마나 온 것 같나요?
이제 40~50% 정도? 조금 더 확실한 점을 갖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제 자신을 다 보여주고 있는 거예요. 제가 지닌 재능이 어디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죠(웃음).

어느새 서른이 훌쩍 넘었어요.
아니에요. 만 29세죠.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나와요(웃음).

30대가 되니 변화가 있는 듯해요?

전 똑같은 것 같아요.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부분에선 오히려 조금 퇴보했다고도 볼 수 있죠. 아직은 사람들이 저를 보거나 떠올릴 때 갖는 소년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 같아요.

맞아요. 아직은 소년의 모습이 더 크죠.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소년은 언젠가 어른이 되고 남자가 되죠. 소년으로 완성되었을 때 남자가 되는 만큼 지금은 철저히 소년으로 살아가야죠. 조금 더 꿈에 집중하고 현재 주어진 감정들에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소년으로 살다가 제대로 무르익으면 대중들이 먼저 남자로 봐주실 거예요. 제 스스로 남자라고 하면 안 되죠. 아직은 소년으로 사는 게 더 재미있어요. 굳이 남자인 척 말수를 줄이고 멋있게 폼 잡는 거? 그런 거 저는 되게 코미디 같아요.

원하는 게 굉장히 명확해요.
그럼요. 전 단계별로 인생 계획도 세웠어요. 지금은 경험하는 단계예요. 예능부터 드라마까지 그야말로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임상 실험 중이죠.

임상 실험 다음 단계는 뭐예요?
연기를 포함해서 저의 여러 모습을 정리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모습이 될 수도 있겠죠. 아마도 40대 중반쯤에나 실현될 수 있을 테니 그때까진 열심히 하려고요.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윤시윤이란 배우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사인할 때마다 늘 적는 말인데요. ‘나는 정직한 사람의 승리를 믿는다.’ 저는 그냥 반칙하지 않고 정직하게 살고 싶어요. ‘정직’이라는 게 곧 ‘착함’을 뜻하는 건 아니잖아요.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군 제대 후 4개월이 지난 지금, 윤시윤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오랜 바람처럼 <1박 2일> 속 동구와 <마녀보감>의 허준 두 캐릭터는 묘하게 윤시윤과 닮았다.

Credit Info

2016년 06월 02호

2016년 06월 02호(총권 79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PHOTO
김보성
HAIR
졸리(에스휴)
MAKEUP
미주(에스휴)
STYLIST
전진오(Agency VOTT)
ASSISTANT
강석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