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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공장이 문을 닫게 해주세요

On June 27, 2016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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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동물 번식장은 187개. 하지만 불법 번식장은 3천여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동물 번식장은 187개. 하지만 불법 번식장은 3천여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 강아지 공장에 대한 사연을 들은 건 2010년경 어느 동물 단체 회원의 홈페이지를 통해서였다. 상처투성이의 몰티즈 한 마리를 데려왔는데, 이 녀석을 도와줄 후원자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강아지의 상태는 심각했다. 어디서부터 치료를 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심장을 비롯해 온몸의 모든 장기가 엉망인 상태였다. 빈혈과 영양실조, 그리고 심한 고관절 탈구로 설 수조차 없었다. 한쪽 다리는 다친 채로 방치되어 퉁퉁 부었고, 뒷다리에 힘이 없으니 변은 앉아서 싸고 뭉개버리기 일쑤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런 상태로 방치돼 온 건지 아랫배는 짓물러 욕창이 생겼을 정도. 이런 몸 상태로 얼마나 많은 새끼를 낳았던 걸까. 곧 동물 병원의 원장님이 후원을 약속했지만 구조된 지 하루 만에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겨우 인간의 따뜻한 손길을 받아보나 싶었는데, 그렇게 가버리다니. 당시 내겐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 한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강아지 공장에 대한 방송이 나간 후, 전국이 동물법 개정에 대한 서명운동으로 뜨겁다. 아직 우리나라는 동물 학대에 대한 별다른 대안이 없어 고작 벌금형이나 훈방 조치로 끝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

외국은 브리더라는 직업이 있다. 애견 브리더란 한 견종에 대해 혈통적 체계를 제대로 알고 견종의 능력적 특징을 유지하면서 키워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특정 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취득한 자로, 해당 지역의 브리더 협회에 가입돼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대부분의 브리더들은 본업이 따로 있기에 일종의 사회적 봉사인 셈. 독일은 이런 브리더나 동물 보호소를 통해서만 입양이 가능하다. 그들은 암컷이 3~4번의 출산을 하면 더 이상 교배를 하지 않고 중성화 수술을 해주거나 배란기엔 수컷과의 접촉을 금지시킨다. 우리나라처럼 배란 촉진제를 놓거나 수캉아지의 정액을 뽑아 주사기로 주입하는 비상식적인 교배와는 천지차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더 쉽고 싸게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그런 경우 동유럽의 강아지 공장에서 온라인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최근 독일에서는 이 고리를 끊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독일 법원은 무려 10년 동안 동유럽에서 불법으로 수많은 강아지를 수입해 불법 판매해 온 부부에게 15개월 징역과 5년 동안의 교배 및 판매 금지 판결을 내렸다. 부모견의 출처도 모르고 예방접종 확인증 및 계약서도 없이 병든 강아지를 팔았다는 사실이 중범죄로 인식된 것. 프랑스는 법으로 동물은 인간과 같이 ‘감정이 있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심지어 주택을 계약할 때 반려 동물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도 있다. 우리나라로선 아직 먼 나라 이야기지만.

미국에서는 동물 학대자로 고발될 시, 신원 공개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정도면 성범죄자와 동일한 취급을 한다는 얘기. 텍사스 주에서는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안락사나 분만 수술을 할 경우 벌금 5천 달러(약 590만원)를 부과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동물법 전문 변호사가 있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는 의료 행위는 함부로 할 수도 없다. 샌디에이고의 경우 아예 강아지 공장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동물 보호 단체가 캠페인을 벌일 때 펫 숍 앞에서 퍼피밀을 반대하는 행사도 같이 진행한다. 해당 펫 숍도 영업 방해라고 고발을 할 수 없다. LA나 할리우드에서는 펫 숍조차 법으로 금지하고 유기견 보호소나 동물 단체에서 구조한 강아지의 매매만 허용한다. 가까운 나라 중국에서는 개나 고양이의 식용과 판매를 금하고 위반 시 85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을 추진 중이다. 나아가 서커스를 동물 학대로 간주한다는 법도 제정 중에 있단 사실. 일본의 경우 전봇대마다 ‘애완동물을 버리면 200만 엔의 벌금과 징역 2년, 학대하면 100만 엔. 버리는 것은 살인죄다’라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피트니스 1개월에 3만원’이란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동물 보호법이 있다. 동물에 대한 학대나 불법 의료 행위 등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법률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 600마리 이상을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도살한 사건은 80시간의 사회봉사로, 며칠 굶긴 강아지에게 막걸리를 먹여 살해한 사건은 처벌 불가능으로, 제주의 개 지옥 운반 트럭(개들을 팔기 위해 좁은 철창에 마구 구겨 넣어 압사당하게 하고 심각한 부상을 입혔던 사건)은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지어진 상태다. 동물법 개정과 강력한 처벌이 시급한 상황. 그에 앞서 우리의 마음가짐도 바뀌어야 한다. 작고 예쁜 강아지만 찾는 심리가 강아지 공장이라는 추잡한 지옥을 만들어냈으니까. 반려 동물은 공산품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이며,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해야 가슴으로 낳은 자식처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때다.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를 통해 알 수 있다.”

Credit Info

2016년 06월 02호

2016년 06월 02호(총권 79호)

이달의 목차
WORDS
주현영(동물 칼럼니스트),
EDITOR
박한빛누리
PHOTO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