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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좀 아는 형님들

On June 24, 2016

''차트 역주행’이란 말은 음원 순위 때나 사용하는 줄 알았다고? 모르는 소리. 요즘 JTBC의 <아는 형님>을 설명할 때도 그 말을 쓴다. 폐지 위기에 처했던 <아는 형님>을 대세로 만든 예능의 배테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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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희철, 민경훈, 김영철, 서장훈, 강호동, 이수근, 이상민

(왼쪽부터) 김희철, 민경훈, 김영철, 서장훈, 강호동, 이수근, 이상민

김희철

팬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지금 이 정도 인기가 딱 적당한 것 같다고. 보는 눈이 많아지면 그만큼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많아질테니까요. 그 말은 일명 ‘돌아이’ 김희철이 원초적인 예능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뜻하죠. 지금의 날것 자체를 존중해 주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민경훈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한 것도, 콩트 연기를 해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요샌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어요. 아무래도 서로 반말을 주고받는 설정이 큰 역할을 한 듯해요. 형들하고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졌거든요. 반말은 게스트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더라고요. 하고 싶은 말을 보다 쉽게 할 수 있잖아요.
 

김영철

최근 ‘예능감을 다 써버렸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배우 강예원 씨가 ‘상담사’ 설정의 콩트 도중 이런 말을 했어요. “영철아, 여기선 어색하게 있다가 가는 게 네 역할일 수도 있어!” 그날 이후 꼭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었어요. 아마 다른 멤버들도 게스트와 ‘케미’가 터진 순간 하나쯤은 모두 있을 거예요.
 

서장훈

이제는 멤버들끼리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잘 어울리고 서로 숨기는 게 없어요. 사적인 얘기가 개그 소재로 쓰여도 불쾌해하지 않을 정도로요. 시청자들은 그런 사실적인 ‘어울림’을 보길 원하지 않았을까요? 대신 시청자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선까지 제작진이 알아서 수위 조절을 해주고 있잖아요(웃음).
 

강호동

초반에는 녹화 전에 하고 싶은 말도 미리 생각해 보고, 대본 연구도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준비를 덜했을 때 재미가 더욱 커지더라고요. 언젠가 높은 곳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콩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제겐 커다란 날개가 있더군요(웃음). 그 사실을 깨달은 후부턴 ‘매 순간을 즐기자’는 마인드로 녹화에 참여해요.
 

이수근

강호동 형이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너희가 왜 숫자(시청률)에 신경을 써? 그건 제작진이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야. 쓸데없는 걸로 스트레스 받지 마!” 그런 리더가 없었더라면 아마 팀 전체가 흔들렸을 거예요. 형이 분위기를 조이고 다잡는 역할을 잘해 주고 있는 셈이죠. 그런 식으로 맏형이 나서다 보니 팀 내에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를 챙겨주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이상민

예능에서의 ‘토크’는 Mnet의 <쇼미더머니>와 비슷해야 할 것 같아요. 심사위원들이 참신한 가사를 쓰는 래퍼에게 열광하듯, 시청자들도 다음 말을 예상하기 어려운 토크를 재밌다고 평가하거든요. 그런데 <아는 형님>이 그걸 어느 정도 해낸 듯해요. 언제 누구에게서 어떤 말과 행동이 튀어나올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특히 콩트는 99% 애드리브로 진행돼요.
 

<아는 형님>을 만드는 예능 전문가들. 최창수 PD와 여운혁 국장.

<아는 형님>을 만드는 예능 전문가들. 최창수 PD와 여운혁 국장.

<아는 형님>을 만드는 예능 전문가들. 최창수 PD와 여운혁 국장.

요즘 인터넷에 <아는 형님>이 핫한 예능으로 입소문이 자자해요.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여운혁 네, 그래서 다행이에요. 드디어 숨통이 조금 트였달까? <아는 형님>은 정말 오래도록 잘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거든요.
최창수 제작진이나 출연진 모두 ‘당장 2~3주 안에 프로그램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걱정을 하며 촬영했죠. 속상했는데 그것도 3월 말의 일이 됐네요.

방영 도중임에도 프로그램 포맷을 ‘형님 학교’로 완전히 바꾼 게 신의 한 수였던 듯해요.

여운혁 맞아요. 포기가 빠른 편인데, 그 수가 제대로 먹힌 셈이죠(웃음).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요. 1%를 웃돌던 시청률이 2%대로 올라갔을 뿐이니까요.

‘곧 잘될 것 같다’고 느낀 건 언제인가요?
최창수 몇 달 전에 국장님(여운혁)이 그런 말을 했어요. “우리 프로그램은 온라인에서 짤(방송 장면을 캡처한 사진이나 영상)이 안 돈다”고요. 그런데 17회 방송 후 처음으로 출연자의 팬이 아닌 일반 시청자가 만든 짤을 봤어요. 다음 카페의 인기 글이 업데이트되는 게시판에서요. 그게 곧 시청률이 오를 거라는 신호였던 듯해요.
여운혁 그때 제가 이렇게 말했죠. “짤이 더 많이 돌아야 한다”고(웃음). 그게 현실이 됐네요.

차기 소재로 학교를 고른 건 누구였어요?
여운혁 제 아이디어였어요. ‘배경이 칙칙하다’는 얘기가 들끓어서 세트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중 학교가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최창수 세트를 만들고 콘티를 짜는 것까지 모든 게 속전속결이었죠.

이제는 작가들도 한시름 놓았겠네요?
최창수 조금이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회의는 ‘빡세게’ 진행돼요. 국장님이 만족하기 전까지 회의가 안 끝나거든요. 밤을 샐 때도 있는 걸요. 회의가 열리는 월·수·금마다 죽을 맛이죠.
여운혁 하하하, 더 괴롭힐 거예요. 작가와 연출자를 열심히 괴롭힐수록 더 좋은 게 나오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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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창수 PD, 여운혁 국장

(왼쪽부터) 최창수 PD, 여운혁 국장

최창수 PD

대학교 선배이자 예능 스승인 여운혁 국장과 함께 ‘형님 학교’를 이끌고 있다.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대단한 시집> 등 몇몇 프로그램에서 연출을 맡았지만, 메인급 PD로 나선 것은 <아는 형님>이 처음.
 

여운혁 국장

‘예능 승부사’라 불리는 20여 년 경력의 베테랑 PD. MBC 소속일 무렵 <강호동의 천생연분>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명랑히어로> 등을 성공시켰다. JTBC <썰전>과 <비정상 회담>도 그의 작품. <아는 형님>은 JTBC 제작2국의 국장 자리에 오른 후 처음 선보인 프로그램.
 

그간의 방송 노하우도 큰 몫을 했을 듯해요. 프로그램의 리더인 여운혁 국장은 20년 차 예능 베테랑이잖아요.
여운혁 에이, 그 점이 오히려 짐이 될 때가 더 많아요. PD가 나이를 먹어서 좋은 점은 출연자들의 성향이 어떨지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정도예요.
최창수 국장님이 방송가에서 사람을 잘 고르기로 유명하죠(웃음).

7명의 고정 멤버는 어떻게 구성했어요?
여운혁 처음엔 강호동 씨를 내세우고, 그 옆에 그를 보좌할 멤버를 붙이겠다는 그림만 그렸죠. 초창기 KBS2의 <1박 2일>처럼 말이에요. 그러던 중 이수근 씨가 떠오르더라고요. 재능이 뛰어난 친구인데, 잘 풀리지 않는 듯해서 다시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나머지 멤버들은… 똑똑해 보이고 재밌어서 뽑았고요(웃음).

‘민경훈’이라는 새로운 예능 카드가 가장 의외였어요.
여운혁 민경훈 씨는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한 반면 예능 쪽에선 거의 노출된 적이 없잖아요? 그 부분을 장점으로 꼽았을 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죠. 그냥 쿠션 역할을 해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스로가 재미를 들이니까 알아서 에너지를 쏟아내더라고요.
최창수 지금은 다리가 부러지면 목발을 짚고서라도 촬영장에 나오겠다고 할 정도예요.

멤버 중 ‘이혼, 도박, 빚 독촉’ 등 개인사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이들이 섞여 있어요. 캐스팅할 당시 그 점이 걱정스럽지 않았나요?
여운혁 음… 그들이 소동을 일으킨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피해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중요하게 따졌죠. 예를 들어 이상민 씨는 빚을 다 갚고 나면 문제가 해결돼요. 서장훈 씨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속앓이를 했고요. 강호동 씨와 이수근 씨는 그보다 훨씬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자숙하는 동안 상황 정리를 잘 마친 것 같고. 궁극적으로는 시청자들이 그들을 금방 용서해 줄 거라고 믿었어요.

멤버들과는 사전에 발언 수위를 정해 놓는 편인가요?
여운혁 아뇨. 멤버들이 제작진을 믿고 따라오는 중이랄까? 멤버들이 자꾸 혼이 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사람들의 분이 풀린다고 생각하는데, 멤버들도 그 뜻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듯해요.
최창수 국장님이 주장하는 ‘다큐멘터리스러움’ 덕분에 ‘무근본’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수 있었죠. ‘이성 상실, 본능 충실’이라는 교훈이 만들어진 것도 그렇고요.

맏형으로 내세운 강호동에 대해서는 ‘이전만 못하다’는 날 선 평가도 적지 않아요.
여운혁 에이, 시청자들이 잘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강호동 씨가 촬영 전체를 리드하거든요.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방송 분량이 적을 뿐이죠. 사람들이 좀 더 길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최창수 강호동 씨가 ‘나를 적극적으로 잡아먹으라’는 역할을 자처하지 않았다면 연령대가 낮은 민경훈 씨나 김희철 씨가 돋보이지 못했을 거예요.

갑자기 화제성이 커진 진짜 이유는 뭘까요?
여운혁 출연자들끼리 ‘반말’하는 모습이 참신하지 않았나 싶어요. 게스트를 ‘전학생’이라고 부르는 설정도 그렇고요. 실제 학교에서도 전학생이 첫 등교한 날 교실 전체가 들썩이잖아요? 어떤 이에겐 학창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역할도 했을 테죠. 사실 반말은 10년 전쯤 제가 MBC <황금어장>을 만들 때도 썼던 아이템이에요. 그땐 시청자들이 그 설정을 불편해했는데, 확실히 유행이 바뀐 것 같아요.
최창수 퀴즈의 정답을 못 맞히면 ‘형님들’이 뿅망치로 머리를 맞는 설정도 재밌어 하더라고요. 한참 어린 아이돌 멤버가 “호동아, 시끄러워!” 하며 소리치는 모습을 어디서 보겠어요.

게스트가 사전에 자신에 관한 퀴즈와 하고 싶은 게임을 준비해 온다는 점도 색달랐어요.
최창수 맞아요. 게다가 고정 출연자들은 게스트가 누구인지, 콩트 주제는 무엇인지만 숙지한 채 녹화에 참여하기 때문에 언제 어떤 질문과 답이 오갈지 예측할 수가 없죠.
여운혁 여기서는 ‘무대본’ 원칙을 따라야 해요. 특히 콩트를 할 땐 ‘매니저를 괴롭히는 걸 그룹’ ‘남편 바가지 긁는 아내’ 등 상황만 정해져 있을 뿐 대본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거든요.

검색해 보니 ‘오늘만 사는 예능’ ‘무근본 예능’이라는 표현이 자주 보이더군요.
여운혁 하하, 그 말엔 여러 의미가 포함돼 있어요. 첫째는 ‘프로그램이 내일 당장 폐지될 수도 있다’, 둘째는 ‘출연자들이 거침없이 행동한다’는 의미죠(웃음).

예능감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강균성이나 솔비부터 배우 강예원과 신소율, 걸 그룹 IOI와 트와이스 등 역대 전학생 라인업이 무척 화려해요. 섭외 성공률은 높은 편인가요?
최창수 네.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면서 예전보다 섭외가 쉬워졌어요. 6월 라인업이 5월 중순에 이미 꽉 찼을 정도죠. 이거 자랑질 맞아요(웃음).
여운혁 참고로 창수가 ‘걸 그룹 빠’예요(웃음).

''차트 역주행’이란 말은 음원 순위 때나 사용하는 줄 알았다고? 모르는 소리. 요즘 JTBC의 <아는 형님>을 설명할 때도 그 말을 쓴다. 폐지 위기에 처했던 <아는 형님>을 대세로 만든 예능의 배테랑들.

Credit Info

2016년 06월 02호

2016년 06월 02호(총권 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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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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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