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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아웃', 울려 퍼지다

On June 10, 2016

개인적으로 미안하다. 그러나 사과할 수 없다. 심히 유감스럽다. 그러나 사과할 수 없다. 같은 부모로서 공감한다. 그러나 사과할 수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영국 런던까지 날아가서 듣고 온 답변이다. 그간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 이들이 여의도 옥시 한국 본사 잔디밭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날, <그라치아>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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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 단체가 여의도에 위치한 옥시 한국 본사 잔디밭에 모여 옥시 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 단체가 여의도에 위치한 옥시 한국 본사 잔디밭에 모여 옥시 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피해자 유가족 김덕종 씨.

피해자 유가족 김덕종 씨.

피해자 유가족 김덕종 씨.

이날 회견장엔 환경 단체도 함께했다.

이날 회견장엔 환경 단체도 함께했다.

이날 회견장엔 환경 단체도 함께했다.

“잔디밭에서 이런 대접을 받아보긴 처음이네요. 매번 문전박대 당하고 쫓겨나고, 저 앞의 차디찬 도로에서 24시간 고생했는데…. 모두 시민 여러분이 지지하고 불매 운동에 참여해 주신 덕분입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의 목소리엔 허탈함과 원망이 뒤섞여 있었다. 5월 1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 단체가 여의도에 위치한 옥시 한국 본사 잔디밭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5년간의 지난한 싸움. 희망이 보이지 않던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최근 새 국면을 맞았다. 온라인에선 주부 커뮤니티, 오프라인에선 동네 약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불매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됐기 때문. SNS에는 #옥시불매운동과 함께 옥시 제품을 파기하는 인증 샷이 퍼졌고, 옥시 대체 제품 리스트가 활발히 공유됐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수 김동완, 시인 하상욱 같은 유명인들도 불매 운동에 힘을 실어줬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의 대형 마트는 더 이상 옥시 제품을 발주하지 않았고, CU와 GS25는 당장 판매 자체를 멈춘 데다 남은 제품 마저도 본사로 반품했다. 결국 일주일 만에 옥시 제품은 전 유통 채널에서 퇴출당했다. 지금껏 국내에서 이렇게 강력한 불매 운동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김덕종 씨가 아들을 위해 팔에 새긴 타투.

김덕종 씨가 아들을 위해 팔에 새긴 타투.

김덕종 씨가 아들을 위해 팔에 새긴 타투.

‘안방의 세월호’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수많은 사람, 그것도 어린아이들이 희생됐다. 온 국민이 분노했음은 당연한 결과. 이날은 영국 옥시 레킷벤키저 본사에 다녀온 항의단이 그간의 경과를 보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영국 본사 CEO 라케시 카푸르(Rakesh Kapoor)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라며 영국까지 날아갔건만, 이들에게 돌아온 건 ‘사과’(Apologize)가 아닌 ‘심히 유감스럽다’ (Profound Regret)와 ‘개인적으로 미안하다’(Personally Sorry)는 대답이었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밖에서 대기하던 영국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한 보도 자료에는 ‘사과했다’는 표현이 적혀 있었다는 점이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만난 피해자 유가족 김덕종 씨는 카푸르 CEO와 만난 상황을 보다 자세하게 전했다. “제게 여기 말고 특정한 장소에 가서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어요. 무슨 이야기냐고 물으니까 사과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러면 여기서 하라’고 말하니까 그건 싫다고 했어요. 무슨 사과냐고 다시 물으니 ‘아버지로서 당신에게 공감한다. 그 부분에선 유감을 표한다’고 하더군요. ‘난 이런 말을 듣고 싶어서 멀리 한국에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옥시를 대표하는 CEO로서 한국의 피해자들 앞에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거기에 대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론 미안하고 심히 유감스럽지만 결코 회사 입장에선 사과할 수 없다는 옥시의 태도. 쉽게 이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김덕종 씨의 오른팔에 ‘My Son Seung Jun’이라는 타투가 눈에 띄었다. 타투에 대해 묻자 그는 “2009년 옥시 가습기 살균제로 아들 승준이를 잃은 후, 언제나 아들과 같이 있겠다는 다짐으로 새긴 것”이라고 답했다. “불매 운동을 하고, 영국 법정에 그들을 세우는 게 목표입니다. 이 모든 걸 이뤄내는 것이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는 길이에요.” 불매 운동을 성공시키고, 영국 법정에 책임자를 세우는 것. 그가 승준이에게 당당한 아빠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듯했다. 그리고 그 길에 우리도 함께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미안하다. 그러나 사과할 수 없다. 심히 유감스럽다. 그러나 사과할 수 없다. 같은 부모로서 공감한다. 그러나 사과할 수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영국 런던까지 날아가서 듣고 온 답변이다. 그간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 이들이 여의도 옥시 한국 본사 잔디밭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날, <그라치아>도 함께했다.

Credit Info

2016년 06월 01호

2016년 06월 01호(총권 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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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손안나
PHOTO
이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