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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들의 스승, 제임스 맥어보이

On May 25, 2016

2016년은 내내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다. 연초부터 <데드풀>을 비롯해 수많은 영웅이 지구를 지키겠다고 나섰으니까.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그중 단연 눈에 띄는 히어로물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엑스맨들이 모두 모였고, 심지어 고대의 신으로 불린 돌연변이와 한판 붙는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찰스 자비에 역할을 자청한 제임스 맥어보이. 그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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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타일 변신이 파격적이네요?
저도 시원해서 마음에 들어요. <엑스맨> 시리즈 초창기부터 이렇게 밀자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 생각은 달랐나 봐요. 스태프들은 꼭 원작 만화처럼 프로페서X가 무조건 대머리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캐릭터에 여러 가지 모습을 투영시키고자 했거든요. 그래서 영화와 원작은 여러모로 달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게 신기해요.

삭발한 소감은 어때요?
좋아요! 다음 작품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를 필요만 없었다면 계속 이 헤어스타일로 지냈을 거예요. 36년 동안 계속 더벅머리였는데, 스타일을 바꾸니까 시원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머리가 빨리 자라는 편인가 봐요. 촬영 막바지에 재촬영해야 할 장면이 생겼는데, 머리가 너무 많이 자라서 그때는 대머리 분장을 하고 촬영했어요.

삭발이 혹시 연기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나요?
영화 끝부분에서 제가 연기한 ‘찰스’가 완전 다른 사람이 되거든요. 바로 그때를 기점으로 대머리가 돼요. 물론 머리카락이 없어졌다고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웃음)!

이번 영화는 전작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보다 스케일이 크다고 들었어요.
흔히 쓰는 표현이긴 한데, 정말 이번 영화는 ‘글로벌한 스케일’이에요. 인류가 전멸될 위기에 처하거든요. 하긴 뭐 인류는 어느 영화에서나 멸종될 위기에 처하지만요. 어쨌든 그 인류 멸망의 위기를 엑스맨들이 힘을 합쳐 막는 내용이에요. 이런 시나리오에 신기하게도 가족 드라마 같은 요소가 있어요. 저한테는 이런 대조적인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엑스맨 : 아포칼립스>가 전작 시리즈와 다른 점은 뭔가요?
액션이 어마어마해요. 그리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 코드도 있고요. <엑스맨> 시리즈를 보면 아시겠지만 스케일 자체가 여느 영화들과 다르잖아요. 슈퍼히어로물의 끝판왕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리고 소피 터너나 알렉산드라 쉽 같은 새로운 배우들이 정말 연기를 잘해 줬고요.

그렇다면 경쟁 상대가 될 만한 슈퍼히어로 영화는 없다고 보는 건가요?
없어요. 경쟁은 또 다른 경쟁을 낳을 뿐이죠. 제가 출연했으니 제 영화가 최고라고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웃음).

이번 영화에서 프로페서X의 심리 상태는 어때요?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는 안정적이고 느긋해요. 아직 엑스맨의 리더가 되기 전이죠. 엑스맨들의 스승일 뿐이에요. 그러면서 앞으로 계속 교육자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기보다는 한 명씩 삶이 바뀌도록 도와주는 역할. 그랬던 그가 엑스맨 조직의 리더로 변모하는 과정이 그려져요. 뿐만 아니라 영화의 끝부분에선 필요하다면 살인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인물로 변하죠.
 

<엑스맨>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 중인 세 사람. 왼쪽부터 제임스 맥어보이, 브라이언 싱어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

<엑스맨>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 중인 세 사람. 왼쪽부터 제임스 맥어보이, 브라이언 싱어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

<엑스맨>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 중인 세 사람. 왼쪽부터 제임스 맥어보이, 브라이언 싱어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엑스맨 : 아포칼립스> 시나리오를 주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잔잔한 영화라면서 꼬드겼어요. 가족에 관한 내용이라고 했죠. 그런데 멀리서 보면 거대한 선과 악의 대결이 있고, 지구 종말의 위험에 직면한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자꾸 가족 영화라고 말했죠. 시나리오를 읽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성향이 다른 구성원들로 이뤄진 엑스맨 가족들이 대의를 위해 서로의 차이를 내려놓고 힘을 합치는 이야기더라고요. ‘와, 이걸 어떻게 이렇게 녹일 생각을 했지?’ 이래서 제가 <엑스맨>을 좋아해요.

보통 히어로물은 가족보다는 동료의 개념인데 특이하네요.
가족이라는 개념은 찰스가 지금까지 엑스맨의 핵심이라고 믿어왔던 거예요. 그가 학교를 세우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진짜 가족, 그 안에서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해요. 찰스는 분명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경향이 있죠. 어떤 일에서든 자신이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데, 바로 그게 그의 좋은 점이자 결점이기도 해요.

원래 <엑스맨> 시리즈의 팬이었나요?
물론이죠!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만화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듄>, <스타트랙>, <엑스맨> 오리지널 시리즈에 나오는 패트릭 스튜어트의 광팬이었죠. 그의 역할을 물려받으면서 ‘당신을 대신해서 세상을 구하겠어요!’라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너무 오글거리는 말이라 직접 본인한테는 얘기하지 못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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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모두가 벽에 부딪히고 가슴팍을 향해 빔을 쏘고 주변을 미친 것처럼 날아다니는 동안, 저는 손가락을 이마에 댄 채 감정 연기를 해야 했어요. 몸이 근질근질했죠. 뒤로 갈수록 CG 작업은 줄고 스턴트 액션이 늘어났어요. 덕분에 침대에서 수액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부쩍 많아졌죠. 그래도 저는 가만히 있기보다는 액션 연기를 할 때가 더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기분은 어떤가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2년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잖아요. 만약 <엑스맨>을 하지 않았다면 남은 인생을 먹고살기 위해 틀에 박힌 연기나 하면서 보냈겠죠(웃음).

포스터나 스틸 컷을 보면 영화가 좀 어두운 것 같던데, 맞나요?
이번 영화가 3편 중 마지막이라서 그런가 봐요. 제니퍼 로렌스가 맡은 레이븐은 죽음에 직면해요. 마이클 패스벤더가 맡은 에릭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놓이고요. 아, 더 이상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참아야겠어요.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때 비비탄을 쏘며 총싸움했던 촬영장 에피소드를 들려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놀았어요?
이번에도 총싸움을 했어요. 펀칭 게임도 했고요. 촬영장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해요. 그러다가 슬래핑 게임(Slapping Game, 술 먹으면서 서로 때리는 놀이)을 하게 됐는데, 그 수위가 점점 세진 거예요. 결국 얼마 못 가 그만뒀죠(웃음).

<엑스맨> 시리즈를 하면서 연기가 많이 늘었나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힘든 연기일수록 이상하게 더 쉬워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죠(웃음)? 쉬운 연기는 하면서도 ‘이게 맞는 건가’란 의문이 계속 들어요. 복잡하고 힘든 감정 연기가 주어지면 거기에 몰입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막상 그 역할에 빠지면 그때부터는 할 만하다고 느껴지거든요.

제니퍼 로렌스는 이 영화를 끝으로 시리즈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어요.
제니퍼가 힘들어했던 걸 누구보다 잘 알아요. 제게 미스틱 역할을 하는 게 정말 맞는지에 대해 여러 번 얘기했거든요. 어렵게 내린 결정일 테니 잘했다고 토닥여주고 싶어요. 솔직히 그녀랑 일하는 건 진짜 재미있어서 마음 같아서는 바짓가랑이를 잡아서라도 말리고 싶죠. 지난 7년 동안 우린 진짜 사촌처럼 친하게 지냈거든요. 2년마다 모여서 같이 놀기도 하고 영화도 찍고, 또 그 영화 프로모션을 위해 전 세계를 여행 다니고. 그런데 이제 2년마다 그녀를 볼 수 없다니!

앞으로도 <엑스맨> 시리즈에 출연할 의향이 있나요?
각본을 쓴 사이먼 킨버그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중에 정말 흥미로운 요소가 많아요. 제작진도 출연을 원하고 시나리오까지 기막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죠. 전 이 찰스 자비에 역할이 진짜 재미있거든요.
 

<엑스맨 : 아포칼립토>는 동료애보다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구성원을 결집한다. 가족이라는 개념은 찰스가 <엑스맨>의 핵심이라고 믿어온 것.

<엑스맨 : 아포칼립토>는 동료애보다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구성원을 결집한다. 가족이라는 개념은 찰스가 <엑스맨>의 핵심이라고 믿어온 것.

<엑스맨 : 아포칼립토>는 동료애보다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구성원을 결집한다. 가족이라는 개념은 찰스가 <엑스맨>의 핵심이라고 믿어온 것.

한 편짜리 영화가 좋아요, 시리즈물이 좋아요?
영화에 따라 달라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라면 대본을 보기 전에 수락할 거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슈퍼히어로 캐릭터 중 하나는 <엑스맨>에 합류한 적 있는 ‘갬빗’이에요. 어떤 물건이든 폭탄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자죠. 이번에 제작되는 영화 <갬빗>은 채닝 테이텀이 그 역할을 맡기로 했어요. 만약 저한테 갬빗 제의가 들어왔다면 대본도 안 보고 승낙했을 텐데! 사실 프로페서X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가 아니어서 대본부터 읽어봤거든요(웃음).

무대와 스크린 중 어느 쪽이 더 좋아요?
무대가 더 좋아요. 연기자로서 오디션을 보고 좋은 무대에 서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죠. 2013년에 출연했던 연극 <맥베스의 비극>은 제가 맡았던 배역 중 가장 몸을 많이 쓴 역할이었어요. 손가락 두 개와 갈비뼈가 부러지고 눈에 상처가 났죠. 정말 폭력적인 프로덕션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요. 무대에서는 그런 현장감들이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잖아요.

마지막으로 배우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유명해지고 싶은 건지, 정말 배우가 되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건지를 잘 생각해 보세요. 단지 유명해지고 싶은 거라면 더 쉬운 방법도 많거든요.

2016년은 내내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다. 연초부터 <데드풀>을 비롯해 수많은 영웅이 지구를 지키겠다고 나섰으니까.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그중 단연 눈에 띄는 히어로물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엑스맨들이 모두 모였고, 심지어 고대의 신으로 불린 돌연변이와 한판 붙는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찰스 자비에 역할을 자청한 제임스 맥어보이. 그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Credit Info

2016년 05월 02호

2016년 05월 02호(총권 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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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박한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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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올댓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