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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On May 04, 2016

장‘봄’준도 <태양의 후예> OST도 차트에서 밀어낸 십센치의 ‘봄이 좋냐??’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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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축제에 흠집을 내자’며 기획한 버스킹. 만개한 벚꽃이 시커먼 사람들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벚꽃 축제에 흠집을 내자’며 기획한 버스킹. 만개한 벚꽃이 시커먼 사람들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 노래를 위해서 오늘 모였죠.”
맞다. 평소라면 화창한 4월, 그것도 일요일 한낮에 여의도 한강공원에 혼자 오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분홍분홍’한 꽃나무 사이로 모인 검은 무리에 섞여 노래를 듣고 있자니 미세먼지와 솜사탕을 나눠 먹는 커플들을 뚫고 온 보람이 있었다. “내년에도 하게 되면 더 시커멓게 입고들 오세요. 저도 다음엔 속옷까지 블랙으로 입고 오겠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블랙으로 차려입었으면서도 권정열은 속옷으로 끼를 부려 미안하다고 말했다.

음원 차트에서 1위 한 기념으로 십센치가 솔로들을 위해 준비한 버스킹 ‘니네만 봄이 좋냐??’는 한 시간가량 진행됐고, 피날레는 역시 ‘봄이 좋냐??’였다.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몽땅 망해라!”를 함께 외치는 순간,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커플 저주송’이라기보다는 솔로를 위한 힐링송인 듯했다. 사실 십센치는 원래 봄노래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화이트데이인 3월 14일 새벽에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 사무실에서 솔로인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곡이 떠오르기 전까진 말이다.
 

3천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봄이 좋냐??’를 떼창으로 부르는 현장.

3천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봄이 좋냐??’를 떼창으로 부르는 현장.

3천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봄이 좋냐??’를 떼창으로 부르는 현장.

“그날 마침 한강에서 공연한 뒤라 그랬는지, 솔로로 지낸 지 오래된 직원들이 봄에 대한 넋두리를 늘어놓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듣다가 갑자기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란 말이 튀어나왔죠.” 권정열은 솔로 생활을 오래 해온 직원들의 울분을 담아 그 자리에서 1절을 완성했다. “직원들이 이야기한 것 중에 가사가 된 것도 많아요.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너네도 떨어져라’ 같은 부분이오.” 감기에 걸린 직원이 ‘날씨는 풀렸는데 감기는 왜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도 가사에 담겼다.

이렇게 갑자기 탄생한 봄노래를 5월 발매를 목표로 작업 중이던 EP에 넣을 순 없는 일. 소속사 직원들은 부랴부랴 음원 발매일을 만우절로 정하고, 모두를 속이는 계획을 세웠다. 소속사 사장 김소다도 음원 발매 사실을 몰랐다고.
 

 

노골적인 봄 찬양송 ‘봄이 좋다’를 발표하겠다며 미리 공개한 낚시용 앨범 커버.

노골적인 봄 찬양송 ‘봄이 좋다’를 발표하겠다며 미리 공개한 낚시용 앨범 커버.

노골적인 봄 찬양송 ‘봄이 좋다’를 발표하겠다며 미리 공개한 낚시용 앨범 커버.

진짜 앨범 커버에는 봄을 디스(?)하는 노래답게 사탕을 다 부숴놨다.

진짜 앨범 커버에는 봄을 디스(?)하는 노래답게 사탕을 다 부숴놨다.

진짜 앨범 커버에는 봄을 디스(?)하는 노래답게 사탕을 다 부숴놨다.

“만우절에 ‘음원을 발표하겠다’는 거짓말을 하겠다며 저한테도 뻥(?)을 친 거죠. 그런가 보다 했는데 SNS에 잠깐 올리는 정도가 아니라 가짜 앨범 커버를 만들고, 뮤직비디오 티저도 올리더니, 기자들한테 가짜 보도 자료까지 보내는 거예요. 점점 일이 커지니까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노래가 1절밖에 완성이 안 된 줄 알고 있던 그는 1절만이라도 공개해야 하나 싶어 마음이 급해졌고, 사장이 난처해할수록 직원들은 뿌듯한 마음을 숨긴 채 비밀 유지에 힘을 쏟으며 준비했다. 결국 김소다는 음원이 발매되고 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내년 만우절에 톡톡히 복수할 생각이라고).

‘사장님 속이기’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된 ‘봄이 좋냐??’는 국내 통합 차트 올킬을 달성했고, 그 이후로도 몇 주간 1위를 달리는 중이다. 듣자마자 속이 시원하다며 열광했던 대중과 달리 권정열은 이 정도로 인기 있을 줄 예상 못했다는 반응. “십센치는 ‘2류 느낌’이라서 범대중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있거든요. 정말 잘되면 10위권 안팎일 거라 생각했는데….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외로운 사람들이 많나 봐요.”

‘봄이 좋냐??’는 새로운 봄 캐럴이 될까? 현재로서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외로운 사람들의 봄을 이보다 더 잘 힐링시켜 줄 노래가 쉽게 나오긴 힘들지 않을까? ‘봄 캐럴’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내년에 이 노래가 차트에 등장하는 걸 보며 봄을 실감할 것 같다. 십센치의 저주가 통한다면, 올해는 둘이서 ‘벚꽃 엔딩’을 들었던 너희들도 내년에는 혼자서 ‘봄이 좋냐??’를 듣게 될 테니 말이다.
 

‘몽땅 망해라’를 외치는 노래들

  • 페퍼톤스의 ‘캠퍼스 커플’(feat. 옥상달빛)

    제목에 속지 말길. 캠퍼스 커플을 응원하는 1절만 견디고 나면, 숨겨둔 메시지처럼 ‘장렬히 공중분해 캠퍼스 커플’이라고 외치는 가사가 들릴 거다. ‘경쾌한 둘만의 스텝을 밟고 저 멀리 사라져라, 캠퍼스 커플!’  

  • 일락의 ‘어차피 너네 오래못가’

    다른 남자가 생겨서 떠난 여자와 연예인의 스캔들을 보며 ‘어차피 너네 오래못가’라고 말하는 지질한 가사가 포인트. 솔직히 약간 공감이 돼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 카라의 ‘숙녀가 못 돼’

    걸 그룹이 이런 노래를 할 줄이야. 이별을 겪자마자 길거리에서 마주친 커플들을 제대로 저주한다. ‘나만 빼곤 모두 행복한 것 같은데, 언젠간 니들도 겪게 될 거다’라고.  

  • 알고 보니 혼수상태의 ‘논현동 삼겹살’ (feat. 포도쨈)

    삼겹살집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커플을 보고 ‘하… 고기나 먹자’라고 말하는 노래치고 멜로디가 너무 감성적이다. ‘옆 테이블의 저 커플들도 언젠간 이별을 하리.’ 이모, 여기 2인분 추가요.

장‘봄’준도 <태양의 후예> OST도 차트에서 밀어낸 십센치의 ‘봄이 좋냐??’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Credit Info

2016년 05월 01호

2016년 05월 01호(총권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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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백지영
PHOTO
이지형,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