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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파탈이 대세라던데

On May 03, 2016

요즘 드라마에서 중년 남자 주인공의 멜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혼계약>의 이서진과 <기억>의 이성민은 물론이고, 얼마 전 종영한 <애인있어요>의 지진희나 <화려한 유혹>의 정진영 그리고 <시그널>의 조진웅까지. '중년 파탈'이라는 신조어마저 생겨났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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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게 끌리는 나, 비정상인가요?”
마치 <비정상회담>에 안건을 올리듯 비장하게 묻는 사람이 참 많다. <애인있어요>의 지진희, <화려한 유혹>의 정진영, <시그널>의 조진웅, <기억>의 이성민 등이 ‘중년 파탈’을 말할 때 소환되는 배우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최근 드라마를 통해 ‘남자로서의 매력’을 인정받았다는 점. 근래에 TV의 시청자 층이 지속적으로 노후화되면서 가장 먼저 드라마가 그런 영향을 반영하며 변화를 꾀했다. 막장의 끝으로 귀결되는 아침 드라마와 일일 드라마에서의 중년 연애가 주 중과 주말 프라임 타임대의 드라마 주제로 넘어온 것은 주된 시청자가 원하는 연애를 구현함으로써 그들의 시선을 잡아두려는 포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불륜이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애인있어요>와 <화려한 유혹>이 그런 예. 이런 멜로드라마가 각 방송사의 주력 콘텐츠가 되면서 연기 잘하고 매력 있는 중년 남자 배우들의 출연이 부쩍 늘었고, 그 결과 중년 파탈 신드롬까지 생겨났다.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만 보면 콩닥콩닥 가슴이 뛰고, <애인있어요>의 최진언이 울면 그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요. 지금 스무 살 대학생인데, 제 취향이 좀 올드한 걸까요?’ 이런 질문이 이어지자 미디어는 이를 지칭할 만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낸다. 바로 ‘중년 파탈’(‘중년’과 치명적이라는 의미의 ‘파탈’을 합성한 말)이 그것. 그렇다면 한 시절을 호령하던 연하남을 넘어, 이제 중년 남자들의 매력에 대중이 새삼 눈뜬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중년 파탈’은 거의 환상에 가까운 단어다. 작품 속 캐릭터의 매력을 오직 ‘중년 남성’의 것으로 소유하고픈 이들이 만들어낸 환상. 그러므로 누군가 중년 남자의 매력을 설명하며 ‘남자는 와인’과 같다는 안일한 표현을 쓴다면, 우리는 위험 신호를 느껴야 한다. 자신의 나이 듦을 노화가 아닌 성숙이라고 믿고 싶은 남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라고 말하면서, 왜 남자는 와인처럼 깊어간다고 표현할까? 중년 남성이라고 해서 모두 조진웅이나 지진희, 정진영처럼 될 수 없는데 말이다. ‘중년 파탈’이라 불리는 배우들에게 끌린다면, 그건 그들이 중년이라서가 아니라 중년임에도 끌리는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68세라는 나이에 젊고 어린 여자를 아내로 맞은 <화려한 유혹>의 강석현(정진영)만 봐도 그렇다. 생물학적 나이뿐 아니라 여러모로 ‘어른 남자’스럽다. 하지만 20~40대 여성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중년 남성은 대개 ‘개저씨’이고, 그나마 좀 낫다 싶어도 ‘아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아재’는 최근 많은 미디어에서 젊은 감각을 배우려 애쓰고 따뜻하고 넉넉한 품성을 지닌 중년 남성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는 중). 어떻게 보면 ‘중년 파탈’의 결정적인 매력은 그들이 ‘개저씨’가 아닌 데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생물학적 나이뿐 아니라 삶과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어른스러운 사람, 남자로서의 매력을 중년 이상의 나이가 되도록 유지해 왔을 뿐 아니라 직업적인 성취를 이루었고 나이에 걸맞은 인격을 지닌 사람. 현실에서 이런 매력이 느껴지는 중년 남성은 ‘유니콘’보다 희귀하다.

세대별 중년 파탈

2000년대 나이는 숫자일 뿐 <푸른 안개>의 이경영(2001년)
초반부터 KBS판 <귀여운 여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성공한 중년 사업가는 당대 로맨틱 가이 이경영이, 스물셋 여대생은 신인 배우 이요원이 연기했다. 극 중 나이 차이만 거의 20년. 40세 유부녀와 20세 미혼남의 사랑을 그린 <밀회>의 오리지널 버전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흔들리는 중년 <애인>의 유동근(1996년)
지금은 흔한 주제지만, <애인>은 가정을 이룬 중년 남녀의 사랑을 대놓고 그린 최초의 드라마다. 당시엔 ‘불륜이냐, 사랑이냐’의 논쟁으로 전국이 후끈했을 정도. 유동근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역시 ‘천하의 나쁜 X’ 혹은 ‘사랑꾼’으로 평가가 갈렸다.

1980년대 신사의 등장 <내일 잊으리>의 박영규(1988년)
남자 주인공의 주된 레퍼토리가 ‘어디 감히 여자가’ 따위의 대사였던 시대.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주인공 김희애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던 서브 남주 박영규의 등장은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한 양복 브랜드의 광고 모델까지 꿰찼던 박영규. 한동안 대표적인 ‘한국 신사’로 군림했다.

요즘 드라마에서 중년 남자 주인공의 멜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혼계약>의 이서진과 <기억>의 이성민은 물론이고, 얼마 전 종영한 <애인있어요>의 지진희나 <화려한 유혹>의 정진영 그리고 <시그널>의 조진웅까지. '중년 파탈'이라는 신조어마저 생겨났을 정도다.

Credit Info

2016년 05월 01호

2016년 05월 01호(총권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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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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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TV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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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