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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사교육이 필요해

On April 30, 2016

외국어를 배워야 할 때 어학원에 등록하듯, 애정 전선에 문제가 있을 땐 ‘연애 학원’에 다녀야 할까? <그라치아> 에디터가 연애 코치들과 수강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거기선 대체 뭘 배워요? 정말 연애를 잘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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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전쯤 솔로가 됐다. 그 후 몇 번의 ‘썸’이 스치듯 지나갔지만, 로맨스에 큰 불이 붙은 적은 없었다. ‘내 연애, 대체 뭐가 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커플이었을 때도 연애는 어려웠다. 5년째 연애 중인 친동생도, 결혼 생활 2년 차에 접어든 10년 지기 친구나 자칭 미팅 고수라는 지인도 공감할 것이다. 그러던 중 소위 ‘연애 학원’이라는 사교육이 성업 중이라는 얘길 들었다. 돈을 내고 연애를 배운다는 말에 기가 찬 것도 잠시, 누가 어디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궁금해져 ‘연애 학원’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봤다. ‘연애도 학원에서 배우는 시대’, ‘연애 학원 등록하시면 메시지 분석해 드립니다’ 같은 흥미로운 헤드라인을 단 온라인 뉴스들이 눈에 띄었다. 내용은 대충 비슷했다. ‘서울에만 10여 개의 연애 학원이 성업 중이며, 전화 통화 혹은 오프라인 수업을 통해 연애를 배울 수 있다’는 식.

지난 3월 3일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해 ‘연애 코치’라는 직업을 소개했던 김은영 코치와 만났다. ‘카르마 연애코칭센터’에서 7년째 연애 코치로 근무하며 지금껏 수백 명의 의뢰인을 상대한 경력자다. 코치의 역할은 명쾌하다. 의뢰인의 사연을 귀담아듣고, 문제점을 찾아내고, 다시(혹은 난생처음으로) 연애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일.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 사이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해요. 대기업 종사자가 70% 정도이고, 그 외엔 교사, 변호사, 자영업자, 연예인 등 직업군이 무척 다양하죠.” 또한 10명 중 3명이 여자이며, 남성은 ‘모태 솔로 탈출’이 목표인 케이스가 많고, 여성은 연인과 다투었거나 이별한 후 ‘멘탈 회복’에 필요한 솔루션을 얻으려는 케이스가 많다고 김은영 코치는 설명한다. 그중 후자에 속하는 30대 중반의 댄스 강사 A씨에게서 수강 후기를 들어봤다. 그녀는 3년간 연애한 남자와 ‘쿨하게 이별하기 위해’ 지난해 연애 학원을 찾았다. 직장에선 늘 자신감이 넘치지만, 비밀리에 다른 여잘 만나는 등 ‘나쁜 남자’ 기질이 다분한 남자 친구 앞에선 한없이 소심해지는 것이 고민이었다.

“건강하지 않은 관계라는 걸 알면서도 점점 더 그 남자에게 집착하게 됐어요. 그 남잘 온전히 제 사람으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3개월 동안 주 1회씩 코치님을 만났고, 몇 달 전 그 남자와 헤어졌어요.” 김은영 코치의 가이드는 구체적이었다. ‘당분간 그 사람과 절대 연락을 주고받지 마세요’, ‘오늘 밤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명상해 보세요’라는 주문들이 그것. A씨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제안이었지만, ‘반드시 이별하고 말 거라는 다짐 때문’에 코치의 조언을 따랐다고 말한다. “하루에 몇 시간씩 남의 얘길 들어주는 사람이 주변에 몇이나 되겠어요. 게다가 자존심이 상할 만한 얘긴 절친한 친구 앞에서도 감추게 되죠. 그런데 코치님 앞에선 모든 걸 다 말할 수 있어서 편했어요.” A씨의 말에 공감한다. 나 역시 그날 김은영 코치 앞에서 “연애와 일 욕심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어요”라고 운을 뗀 후 온갖 얘길 쏟아냈으니까. 최근 연락을 주고받았던 이와의 스토리부터 아픈 사랑에 관한 잔상까지 주저 없이 털어놨다. 코치는 ‛연애까지도 타이트한 스케줄 틈에 끼워 넣으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장기 여행을 계획할 때처럼 오로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집중할 수 있는 날을 따로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8년 차 연애 컨설턴트 김재균 대표가 운영 중인 ‘메이스 아카데미’에서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강의가 특화되어 있다. 스타일링이나 화법처럼 단편적인 문제점을 바로잡는 단과 강의를 비롯해 연애학 이론 수업과 현장 실습을 병행하는 종합 강의에 이르기까지 세분화된 커리큘럼이 특징. 솔로 탈출 때까지 일대일로 집중 케어하는 수백만원대의 컨설팅 프로그램도 있다. 이곳의 수강생들 역시 20대 초반 대학생부터 40대 이상의 전문직 종사자까지 나이와 직업군이 다양했다. 2명의 수강생과 함께 4주간 ‘VIP 종합반’ 강의를 들은 26세 B씨는 말한다. “저는 모태 솔로예요. 더 늦기 전에 ‘솔탈’을 하고 싶어서 연애 학원에 등록했죠. 처음 2주 동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학원에서 합숙하며 이론 수업을 들었어요. 남자와 여자의 심리적 차이부터 일반적인 연애 패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배웠죠. 또 나머지 2주 동안에는 여성에게 말을 거는 실습을 했고요. 예전에는 여자들과 눈도 잘 못 마주쳤는데, 이젠 소개팅이나 미팅에 나가면 유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전화 상담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다.

저렴한 곳은 회당 5만원, 그보다 비싼 곳은 20만원가량을 받는다. 의뢰인은 떠난 남자 친구를 다시 붙잡고 싶거나 이별 후 실의에 빠진 20~30대 여성이 대다수. 30대 초반 연예계 종사자 C씨는 전자였다. “헤어진 남자 친구와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재회 상담 전문 사이트에 들어갔어요. 다양한 상담 사례와 코치님이 쓴 연애 칼럼을 읽고 나니 절로 홈페이지에다 사연을 올리게 되더라고요. 그 남자와 무슨 일이 있었고, 왜 헤어졌으며, 지금 상태는 어떤지 빠짐없이 쓰고 나니까 무려 A4 4장 분량이 됐죠.” 그 남자와는 어떻게 됐을까? “코치님과 한 번에 한 시간 이상, 열 번 정도 통화했어요. 언제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지, 그리고 남자 친구의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등을 알려줬죠.

회당 20만원이라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결론적으론 남자 친구와 다시 만나게 돼서 만족스러워요.” 연애 학원에서 상담을 받고 왔다고 말하자, 지인들의 반응은 대충 다음 세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세상에 그런 게 있어?’, 두 번째는 ‘거기서 뭐 배워?’, 세 번째는 ‘정말 연애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혹은 ‘비싸?’란 반응들. 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에는 명쾌하게 답했지만, 마지막 질문을 들었을 땐 고개를 갸웃했다. 왜냐고? 면담을 통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점들은 자각했지만, 1회 상담만으론 가치 판단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연애를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다. 어쨌든 당신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연애 학원에 다니거나 다녔던 사람을 비웃지 말라는 것. ‘인생지사 새옹지마’니까.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해요. 대기업 종사자가 70% 정도이고, 그 외엔 교사, 변호사, 자영업자, 연예인 등 직업군이 무척 다양하죠. _김은영(‘카르마 연애코칭센터’ 코치)

코치님이 언제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지, 그리고 남자 친구의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등을 알려줬죠. 회당 20만원이라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결론적으론 남자 친구와 다시 만나게 돼서 만족스러워요. _30대 초반 연예계 종사자

 

연애 학원 방문 전 알아둬야 할 사항

연애 컨설팅과 관련한 국가 공인 자격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심리상담사협회 같은 사설 단체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이 전부다. 따라서 ‘국가 공인의 전문 기술 취득자’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코치는 피하는 게 상책. 상담 전 홈페이지에 명시된 프로필과 의뢰인들의 상담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라.

굳이 오프라인 면담을 강요하는 남자 코치는 조심하라
단순 트러블은 전화 상담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오프라인 면담을 선호한다면 여성 코치가 근무 중인 학원을 우선순위에 두자.

대부분의 학원이 면담 전 정확한 비용을 밝힌다
방문 전 전화 통화나 개별 면담 중 은근슬쩍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면 더는 그곳을 찾지 말 것.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수강료를 명시해 놓은 곳이 가장 믿을 만하다.

‘픽업 아티스트’와 연애 코치를 혼동하지 말라
남성들을 대상으로 관계 중심의 연애가 아닌 ‘원나잇’을 강조하는 픽업 아티스트들이 적지 않다. 홈페이지에 띄워 놓은 프로필만 꼼꼼히 읽어봐도 구별할 수 있다.

외국어를 배워야 할 때 어학원에 등록하듯, 애정 전선에 문제가 있을 땐 ‘연애 학원’에 다녀야 할까? <그라치아> 에디터가 연애 코치들과 수강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거기선 대체 뭘 배워요? 정말 연애를 잘할 수 있나요?”

Credit Info

2016년 04월 02호

2016년 04월 02호(총권 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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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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