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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요리하세요

On April 20, 2016

주방을 책임지는 셰프의 이미지는 엄격하고 깐깐하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4>의 새로운 심사위원 송훈에게도 그런 틀이 존재한다. “누구 하나는 울면서 나가겠구먼.” 예상은 정확했지만 이유는 정반대다. 엄격해서가 아니라 너무 따뜻해서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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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할 때 보니까 표정이 좋던데, 연습하신 건 아니죠?
아직은 이런 촬영이 어색해요. 포토샵으로 많이 만져줘야 할 겁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많이 찍어요? 그 사진 다 쓸 거 아니잖아요.

많이 찍어야 좋은 사진이 나오죠. <마스터셰프 코리아 4> (이하 <마셰코 4>)도 방송에 나가는 것에 비해 촬영 시간이 길잖아요.
맞아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도전자 100인을 심사할 때는 꼬박 4일을 촬영했어요. 나중에는 집에 가고 싶더라고요. 하하. 의자가 불편해서 허리도 아팠고요.

방송에서는 전혀 지친 기색이 안 보이던데요?
우리보다는 도전자들이 더 힘드니까요. 하루 종일 긴장하면서 기다렸는데, 셰프에게 요리를 평가받는 시간은 기껏해야 20분 정도거든요. 그것마저도 긴장하면 어느 한 과정을 놓칠 수도 있고, 생각한 대로 요리가 안 나올 수도 있죠. 우리에게는 잠깐의 평가일 수 있어도 도전자에게는 인생이 달린 문제니까요.

송훈 셰프의 그런 면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아요. 깐깐해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의외로 따뜻한 면이 있어서.
제 첫 번째 멘토의 영향이 커요. 미국에서 CIA 요리 학교를 졸업한 뒤 레스토랑에 발도 들이지 못하고 전전하던 때가 있었어요. 동양인은 취업 비자가 없으면 주방에 접근조차 할 수가 없거든요. 그때 제게 기회를 준 사람이 ‘마이클 앤서니’라는 셰프예요. 부드러우면서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었죠.

지금 송훈 셰프의 이미지랑 비슷한 것 같은데요?
방송에서 살짝 묻어났을 수도 있어요. 마이클 앤서니는 저를 붙잡고 하나하나 요리 비법을 전수해 줬거든요. 아주 디테일한 것까지요. 원래 셰프는 직접 안 가르쳐줘요. 보통은 아랫사람을 시켜서 충고하는 정도죠. 제가 미국에서 마이클 앤서니 덕분에 실력이 확 늘었는데, 도전자들에게도 그런 멘토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 이유로 도전자 앞에서 생선 손질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준 거군요?
몇몇 아쉬운 도전자들이 보였어요. 좋은 스승을 만나면 얼마든지 뛰어난 요리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요리에 대한 열정이 보이는 사람들. 그중 한 분은 회사원인데도 불구하고 요리하는 과정이 너무 훌륭했죠. 무엇보다 음식을 담을 그릇을 데웠다는 점. 여태까지 그런 도전자는 한 명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김소희, 김훈이 심사위원이 반대를 했음에도 그분을 합격시킨 거군요. 그 때문에 경연장 분위기가 다소 어색해졌죠.
결정적으로 간이 안 맞았거든요. 결국은 두 번째 미션에서 탈락했죠. 기회가 거기까지였던 것 같아요. 나중에 방송이 끝난 뒤 따로 연락이 온다면 저는 흔쾌히 요리를 가르쳐주고 싶어요.

송훈 셰프가 생각하는 맛있는 요리, 좋은 요리의 조건은 뭐예요?
후배들에게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요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계속 머리로 메뉴를 구상하고 이런저런 데커레이션을 하다 보면 결국 요리가 산으로 가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요리? 물론 필요하죠. 그런데 그게 전부가 되면 안 돼요. ‘내가 이 사람이라면 지금 어떤 요리가 먹고 싶을까?’를 먼저 생각해야죠. 그렇게 진심이 담긴 요리는 먹었을 때 분명하게 느낄 수 있어요.

그럼 요리사가 꼭 갖춰야 하는 자질이 있다면 뭔가요?
성실함. 성실함이 없으면 아무리 천재적인 미각을 타고난 0.1%의 슈퍼 테이스터도 오래 못 가요. 금방 따라잡히죠. 그래서 저는 미국에 있을 때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서 한 시간 늦게 들어갔어요. 칼질을 잘하기 위해 매일 어른 주먹 두 배만 한 감자 스무 개를 채 썰었고요. 그렇게 몇 년을 하다 보니 칼질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가 됐죠. 요리사에게 ‘요행’이라는 단어가 있을 수 없는 이유예요.

본인이 그랬으니 후배들도 그렇게 하길 바라겠네요. 실제로 주방에서는 어떤 스타일이에요?
음, 지랄 맞죠. 난리 쳐요.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저희 레스토랑은 오픈 키친이에요. 후배들도 아마 다행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저도 욱할 때가 있는데, 특히 음식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나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대신 저는 뒤끝이 없어요. 화를 냈던 이유도 설명해 주니까 후배들도 이해하는 편이고요. 그 과정이 없으면 감정의 골만 깊어지죠. 저도 아무 이유 없이 짜증만 내는 셰프 밑에서 일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심사 도중, 한 도전자 앞에서 슈트를 탈의하고 직접 생선을 다듬는 모습을 시연했다. 재료 손질의 기본기를 가르치고 싶었다는 송훈 셰프. 그동안 <마셰코&gt;에서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행동이다.

심사 도중, 한 도전자 앞에서 슈트를 탈의하고 직접 생선을 다듬는 모습을 시연했다. 재료 손질의 기본기를 가르치고 싶었다는 송훈 셰프. 그동안 <마셰코&gt;에서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행동이다.

심사 도중, 한 도전자 앞에서 슈트를 탈의하고 직접 생선을 다듬는 모습을 시연했다. 재료 손질의 기본기를 가르치고 싶었다는 송훈 셰프. 그동안 <마셰코&gt;에서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행동이다.

요리 과정은 훌륭했지만 간이 맞지 않아 탈락의 위기에 놓인 도전자를 송훈 셰프가 “자신이 꼭 한 번 가르쳐보고 싶다”며 두 심사위원을 설득해 통과시켰다.

요리 과정은 훌륭했지만 간이 맞지 않아 탈락의 위기에 놓인 도전자를 송훈 셰프가 “자신이 꼭 한 번 가르쳐보고 싶다”며 두 심사위원을 설득해 통과시켰다.

요리 과정은 훌륭했지만 간이 맞지 않아 탈락의 위기에 놓인 도전자를 송훈 셰프가 “자신이 꼭 한 번 가르쳐보고 싶다”며 두 심사위원을 설득해 통과시켰다.

제시간에 미션을 완료하지 못한 한 도전자. 아쉬움에 20분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송훈 셰프는 “꼭 다시 만납시다. 내가 약속합니다”라며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제시간에 미션을 완료하지 못한 한 도전자. 아쉬움에 20분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송훈 셰프는 “꼭 다시 만납시다. 내가 약속합니다”라며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제시간에 미션을 완료하지 못한 한 도전자. 아쉬움에 20분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송훈 셰프는 “꼭 다시 만납시다. 내가 약속합니다”라며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군대에서 우연히 취사 지원을 나간 적이 있어요. 갑작스럽게 간부 50인분의 밥을 해야 했는데,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볶음밥을 했죠. 간단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너무 맛있다며 대박이 난 거예요. 그렇게 볶음밥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바람에, 제대하자마자 학교를 자퇴하고 유학을 떠나게 됐죠.

추진력이 어마어마하네요.
그렇게 떠난 미국 유학이니 순탄할 리가 없죠. 일단 언어가 안 되니까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요리 용어는 영어 아니면 불어거든요. 그래서 졸업생 비율도 낮고요. 많게는 1/3 정도가 졸업을 못할 때도 있어요. 동양인이라 무시도 많이 당했어요. 말을 못 알아들을 거라 생각하고 바로 앞에서 제 흉을 보기도 했죠. 그래서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고, 아주 사소한 실수도 안 하려다 보니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으로 변하더라고요. 결국 환경이 절 그렇게 만든 거죠.

그때 취사 지원을 나가지 않고 그대로 제대해서 복학했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어느 중소기업에서 과장쯤 되지 않았을까요? 저는 문과라서 넥타이 부대가 됐을 거예요. 12시쯤 되면 우르르 나와서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었겠죠. 김치찌개라든지 백반 같은 거. 어떻게 하다 보니까 남에게 요리를 해주는 입장이 됐네요.

그런 백반도 좋아하세요?
그럼요. 저는 가리는 음식이 없어요. 제 별명이 송순대예요. 술 먹은 다음 날엔 무조건 순댓국밥을 먹거든요. 솔직히 순대 들어간 음식은 다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길거리에서 파는 순대가 제일 맛있어요.

가끔은 궁금했어요. 셰프들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지.
미치죠. 제가 한국에 오자마자 살이 찐 이유가 바로 치킨 때문이었어요. 밤만 되면 습관처럼 치킨을 시켰거든요. 내가 보기에는 그 치킨도 가슴으로 튀긴 것 같아(웃음).

이러다 나중에 치킨집 차리는 거 아니에요?
치킨은 시켜 먹는 게 제일 맛있어요. 제가 오픈 준비 중인 레스토랑이 있어요. 에스테번이라고, 모던 그릴 아메리칸 레스토랑이죠. 아메리칸이라니까 뭔가 거창한 듯하지만 뉴욕을 생각하면 쉬워요. 그 작은 뉴욕 땅덩어리 안에 180개국의 음식이 공존하잖아요. 에스테번도 동양과 서양의 맛있는 음식을 조합할 예정이에요.

가격대는 어떻게 되나요?
1만1천원에서 12만원까지. 타깃은 20대 후반에서 50대까지로, 두루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현재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서 4월 중에 오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스테번에서는 가슴으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오픈하면 식사하러 오세요. 애인이 바뀌어도 모른 척해 드릴게요.


 

그의 인생템

  • 송훈 셰프가 뉴욕에서 마지막으로 주방을 떠나던 날, 직원들이 돈을 모아 선물해 준 칼. 마지막을 기념하는 날짜(2013년 9월 17일)와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 미슐랭처럼 훌륭한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선정되면 선사하는 샤토 배지. 보통은 홀 매니저가 착용하지만 뉴욕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 수석 셰프로 일할 당시 매니저가 송훈 셰프에게 선물했다. 신기하게도 금색보다는 은색이 더 귀한 에디션이란 사실.

  • 송훈 셰프의 레시피 노트. 비주얼 스케치에 재료와 요리 방법까지 빼곡히 적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리는 추후 사진까지 더해져 문서로 저장된다.

  • 송훈 셰프와 10년을 넘도록 함께해 온 조리 기구들. 세월의 흔적으로 마크도 지워지고 손잡이는 반들반들하다. 지금도 송훈 셰프는 요리할 때 이 기구들을 사용한다.

주방을 책임지는 셰프의 이미지는 엄격하고 깐깐하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4>의 새로운 심사위원 송훈에게도 그런 틀이 존재한다. “누구 하나는 울면서 나가겠구먼.” 예상은 정확했지만 이유는 정반대다. 엄격해서가 아니라 너무 따뜻해서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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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02호

2016년 04월 02호(총권 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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