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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를 읽어야 힙스터?

On April 14, 2016

‘시’(詩)를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이 부쩍 늘었다. 변화무쌍한 요즘 시, 요즘 시인의 행보에 주목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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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면 경제나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뜬구름 같은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꽤 있는데 이는 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최소의 언어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시다. 그러므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요즘 같은 시대야말로 시 읽기에 좋은 때라 할 수 있다. _김이경의 『시의 문장들』에서

시 하면 경제나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뜬구름 같은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꽤 있는데 이는 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최소의 언어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시다. 그러므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요즘 같은 시대야말로 시 읽기에 좋은 때라 할 수 있다. _김이경의 『시의 문장들』에서


시집을 옆에 끼고 카페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경우가 부쩍 잦아졌다. 마치 시집을 읽는 것이 ‘힙 터지는’ 트렌드인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최근 1년간 교보문고의 시 부문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8%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소설 부문 판매량이 16.5% 떨어진 것과 비교했을 때 놀라운 성장세다. 시는 이제 시집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문학이기도 하다. 캘리그래피로 시의 글귀를 적은 사진들이 SNS를 점령하고, 하상욱을 비롯한 ‘SNS 시인’들도 등장했다. 민음사는 블로그를 통해 ‘주문 제작 시’까지 운영 중. 독자들의 사연을 모티브로 시인들이 시를 지어주는 콘셉트다. 담당 편집자 서효인 대리는 “모티브를 독자에게 공개하고 더 나아가 독자가 모티브를 제공하는 거죠.

그러면서 시인이 마냥 고상하게 시를 쓰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이들이라 느끼면서 더 친숙하게 여기는 듯해요”라고 설명한다. 시를 소재로 한 웹툰도 등장했다. 네이버 도전 만화 코너에 연재됐던 신미나 시인의 웹툰 ‘시 읽어주는 누나, 시詩누이’가 그것. 에피소드 뒤에 시 한 편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그저 시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시작했을 뿐인데, 댓글이 100개 이상씩 달리며 SNS가 떠들썩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요즘은 화요일마다 창비 블로그에 업데이트하고 있다. 창비의 한국문학팀 김선영 팀장은 “작년부터 새로운 매체를 통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다행히 반응이 좋아 편집부에서도 반기고 있죠”라고 말한다. 시인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시인들의 ‘팟캐스트’다.

김사인 시인은 작년부터 창비라디오에서 <시시한 다방>을 진행 중이고, 황인찬·송승언 등의 5명 시인이 함께하는 <시원해요>는 최근 시즌 2로 다시 돌아왔다. 두 방송 모두 꾸준한 청취자가 많은 편이다. 들어보니 <시시한 다방>은 은근한 매력이, <시원해요>는 유쾌한 매력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시를 읽고 보고 듣는 데 멈추지 않고, 직접 쓴다. 인스타그램에 ‘#시’를 검색해 보면 대략 30만 개의 게시물이 뜬다. 연관 해시태그로는 자작시, 자작글그램, 감성글 등이 있다. 자작시를 클릭해 보니 시시콜콜한 일기 혹은 내밀한 편지 같은 글귀들이 눈에 띈다. 삶이 바쁘다 보니 많은 말보단 짧은 시 한 구절을 읽고, 듣고, 쓰는 것이 위로가 되는 시대. 다양한 방법에 적응할 줄 아는 시의 변화무쌍함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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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인찬_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출판. 2. 송승언_시집 『철과 오크』 출판. 3. 박시하_시집 『눈사람의 사회』,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 출판. 독립 잡지 <더 멀리&gt;의 편집자. 4. 김현_시집 『글로리홀』 출판. 독립 잡지 &lt;더 멀리&gt;의 편집자. 5. 강성은_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출판. 독립 잡지 &lt;더 멀리&gt;의 편집자.

1. 황인찬_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출판. 2. 송승언_시집 『철과 오크』 출판. 3. 박시하_시집 『눈사람의 사회』,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 출판. 독립 잡지 <더 멀리&gt;의 편집자. 4. 김현_시집 『글로리홀』 출판. 독립 잡지 &lt;더 멀리&gt;의 편집자. 5. 강성은_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출판. 독립 잡지 &lt;더 멀리&gt;의 편집자.

시인이 보기에도 ‘시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었을까?

팟캐스트 방송 <시원해요>의 진행자 5인에게 물었다.

최근 <시원해요> 시즌 2를 시작했죠? 반응은 어때요?
김현 대본 없이 주제만 정해 놓고 그 자리에서 수다 떨듯 진행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분석하지 않고, 뜬금없는 이야기도 불쑥 하고.

마니아층도 꽤 있는 것 같던데요.
강성은 시를 좋아하는 문화가 형성된 층이 있죠.
김현 SNS를 보면 청취자들의 연결 고리가 있더라고요. <시원해요>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듣고, 강독회나 낭독회도 자주 오고, 본인들이 읽은 시를 올리는 등 두루 참여하는 식이죠.

요즘엔 정말 SNS에 시집을 많이 올리는 것 같더라고요.
황인찬 시가 SNS하기에 최적화된 형식을 지녀서 그런 듯해요. 긴 글을 담기 어려우니까.
송승언 문학의 엄숙함이 벗겨진 점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어요. 예전에는 의미와 주제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시를 멀리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강성은 캘리그래피의 유행과도 맞닿은 지점이 있죠. 시집을 약간 팬시하게 홍보해 주거든요.
김현 들고 있으면 예쁘고.
송승언 가볍고(웃음).

SNS 외에도 여러 매체에서 환영받는 것 같아요.
황인찬 시의 정서적이고 자유로운 성향 덕분이라 생각해요. 시는 가볍다가도 계속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의미가 발견되잖아요. 여러 방식으로 소비 가능한 양식이죠.
송승언 시집이 싸서 그럴 수도 있고요(웃음).
김현 최근에 사람들이 긴 글을 못 읽는 점과도 연관 있을 테고요.
송승언 독자들이 텍스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결국 이야기나 이미지거든요. 시는 한 편만 읽어도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잖아요. 접근이 쉽기도 하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는 굉장히 소비층이 얕은 문학 장르였잖아요. 그런데 요즘 들어 시집 판매 부수가 늘었다고 하던데, 어때요?
황인찬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 같아요. 소설이 안 팔리니까.
김현 박준이나 하상욱 같은 시인들이 TV에 나오면서 시에 대한 매체의 관심이 많아진 게 사실이에요. 그리고 독립 출판물 시장이 커지면서 시가 조금 힙해지기도 했고요.

진짜로 시집을 읽는 게 ‘힙’하고 스타일리시해 보인다는 인식이 많이 생긴 듯해요.
송승언 저는 시가 패션처럼 소비되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외국 배우들 보면 소설집을 들고 다니기도 하잖아요. 어떻게든 소비가 되면 좋죠.
황인찬 저는 무조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합니다(웃음). ‘패션처럼 소비하는 게 아니라면 시를 어떻게 읽지? 공부하듯이 읽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각자의 방식대로 접하면 되죠. 어쨌든 문학 시장이 망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저변이 넓어진다는 건 아주 희망차고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송승언 연예인들이 책 좀 많이 들고 다녔으면 좋겠어요(웃음).
강성은 솔직히 그런 문화는 옛날에도 존재했죠. 많은 뮤지션과 예술가가 시집이나 소설집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던 때가 있었으니까. 그게 어느 순간 실종됐다가 다시 나타난 거죠.
송승언 사실 시와 패션에는 접점이 많아요.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죠. 유행만 좇는 게 아니라.
박시하 자기 스타일이 확실해야 한다는 점도 그렇고요.

아직도 시를 어려워하는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송승언 결코 쉽진 않겠지만, 그동안 머리에 담아왔던 관념을 비우는 것도 시를 편하게 접하는 방법이죠. 그냥 가볍게 읽으세요.
강성은 현대시를 어떻게 읽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저는 딱 한마디 해요. 거기에 숨은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라고.
황인찬 마음에 드는 시를 찾을 때까지 계속 읽으세요. 이것저것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드는 시를 발견하게 될 거예요. 내게 맞는 시, 내게 맞는 독자가 있기를 바라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찾다 보면 만날 날이 있을 테니까.

‘시’(詩)를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이 부쩍 늘었다. 변화무쌍한 요즘 시, 요즘 시인의 행보에 주목해야 할 때!

Credit Info

2016년 04월 01호

2016년 04월 01호(총권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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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백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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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PHOTO
이지형, 송인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