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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Now, Buy Now

On April 12, 2016

‘실시간’과 ‘직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뉴스. 이제 쇼에서 옷을 보자마자, 다음 날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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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팅에 강한 브랜드답게 발 빠르게 새로운 패션 시스템을 도입한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

디지털 마케팅에 강한 브랜드답게 발 빠르게 새로운 패션 시스템을 도입한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

캡슐 컬렉션 형태로 ‘시 나우 바이 나우’ 컨셉트를 가장 먼저 도입한 모스키노.

캡슐 컬렉션 형태로 ‘시 나우 바이 나우’ 컨셉트를 가장 먼저 도입한 모스키노.

캡슐 컬렉션 형태로 ‘시 나우 바이 나우’ 컨셉트를 가장 먼저 도입한 모스키노.

뉴욕 패션위크 스케줄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쇼를 캔슬하고, 그 이유를 공식 성명으로 전달한 톰 포드.

뉴욕 패션위크 스케줄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쇼를 캔슬하고, 그 이유를 공식 성명으로 전달한 톰 포드.

뉴욕 패션위크 스케줄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쇼를 캔슬하고, 그 이유를 공식 성명으로 전달한 톰 포드.

매일 외신에 쏟아지는 ‘패션 뉴 캘린더’ 기사.

매일 외신에 쏟아지는 ‘패션 뉴 캘린더’ 기사.

매일 외신에 쏟아지는 ‘패션 뉴 캘린더’ 기사.

2월 5일 아침, 설 연휴를 앞둔 금요일 오후 꽤 놀랄 만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으로 보자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만큼이나 어마어마한 뉴스였다. 패션계의 빅 3(판매량이나 매장 수를 떠나 패션계에 미치는 보이스 파워 기준으로)라 불릴 만한 버버리, 톰 포드, 베트멍이 지금의 패션 캘린더를 버리고 좀 더 빠르게 컬렉션 룩을 구입할 수 있는 ‘시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 모델을 발표한 것. 눈 깜짝할 사이에 발전한 SNS는 우리 생활을 빠르게 변화시켰고, 결국 반세기 동안 이어온 패션의 전통까지 흔들리게 만들었다. 2월에도 한창 2016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 사진이 인스타그램을 도배하고 있을 때였다. 우린 이제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패션계는 SNS 시대에 대응하는 ‘패션 캘린더 2.0’ 버전을 선보였고, 이런 ‘의’의 변화는 생활 구석구석을 바꿔놓을 게 분명하다.

“우리는 지금 이 일에 대해 진행 방향이나 접근 방법, 그리고 적합한 때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패션계에 알리고 있어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에요. 그렇다고 모든 패션 그룹에 이 일을 강요할 수는 없죠.” 버버리의 CEO 크리토퍼 베일리가 꾹꾹 눌러 강조하는 ‘이 일’이란 다가올 9월부터 매년 총 4회에 걸쳐 선보이던 쇼를 2회로 대체하고, 컬렉션 후 즉시 컬렉션 전 제품을 매장 및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겠단 계획이다. 이로 인해 매년 1월과 6월에 개최되던 버버리 남성복 컬렉션은 사라지게 된다. 또 패션쇼 직후 버버리 전 매장의 윈도 디스플레이가 바뀌고, 인스타그램과 스냅챗 등을 통해 광고 캠페인이 공개된다.

말 그대로 바로 보고 즉시 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린 이미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를 통해 이런 시스템을 맛본 적이 있다. 모스키노는 컬렉션 다음 날, 쇼 제품의 일부를 캡슐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매장에 내놓았고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며 흥행 대기록을 세웠다. 그때만 해도 이 시스템이 패션계 전반으로 퍼질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건 캡슐 컬렉션 같은 소량의 제품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다. 뉴욕 컬렉션 스케줄을 당당하게 잡아놓고(심지어 기자들에게 초대장까지 발송된 상황에서) 돌연 쇼를 취소한 톰 포드. 그의 변은 이러했다. “이런 쇼는 대중들에게, 무엇보다 고객들에게 와 닿지 않아 쇼의 흥분이 남아 있을 때 바로 매장에 옷을 들일 수 있는 9월에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이겠다.” 톰 포드의 말처럼 요즘은 ‘발 없는 SNS 사진이 천리 가는 시대’가 아닌가. 그는 이미 진행 중인 2016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이 SNS를 통해 단춧구멍 하나까지도 자세히 찍혀 전 세계 구석구석에 퍼지는 걸 보고 회의를 느낀 것이다.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의 ‘새로운 질서’에 대한 특집호를 만든 <비즈니스 오브 패션&gt;(Business of Fashion).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의 ‘새로운 질서’에 대한 특집호를 만든 <비즈니스 오브 패션&gt;(Business of Fashion).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의 ‘새로운 질서’에 대한 특집호를 만든 <비즈니스 오브 패션&gt;(Business of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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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대식가’인 요즘 사람들은 남성복 컬렉션 전체를 2016년 가을이 오기도 전에 소화시켜 버린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흥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우리가 패션쇼를 하고 있을 때 패션쇼에서 찍힌 옷 사진은 디자인을 복제하는 공장으로 바로 보내지고, 3주(혹은 더 빨리) 후 그들의 매장 선반에 놓이죠. 이건 우리 매장에 옷이 걸리는 시점보다 5개월이나 빨라요.” 베트멍의 CEO이자 뎀나 즈바살리아의 형인 구람 즈바살리아의 말이다. 힙스터답게 베트멍 역시 버버리나 톰 포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패션 캘린더를 바꿀 예정. 국내에서는 제일 먼저 SJYP가 이런 시스템을 시행할 계획이다.

패션계가 대대적인 시스템 변화를 감행하며 기대하는 바는 3가지 정도로 추려진다. 첫 번째는 패션쇼의 새로운 컬렉션을 본 고객들이 (충동!) 구매 욕구를 느끼게 하는 것. 이제껏 디자이너에게 쇼는 그냥 ‘쇼’였다. 하지만 이제부턴 판매를 일으키는 핵심 이벤트로 쇼를 바꾸겠단 얘기다. 좀 더 고객 지향적인(즉 판매 지향적인) 마케팅 전략인 셈. 두 번째는 많은 상품이 정상가에 팔리도록 하는 것. 요즘 사람들은 ‘할인’ 가격이 아닌 제 가격에 제품 사는 것을 우둔하다고 생각한다. 쇼 직후 산다는 ‘신선함’이 할인의 매력보다 앞설 수 있다고 버버리나 톰 포드는 믿고 있다. 마지막으로 복제 제품을 막는 것. 물론 이를 위해선 SNS의 눈과 귀를 피하는 ‘절대 보안’이 우선이다. 크리스토퍼 베일리 역시 바이어들에게 쇼 이전에 컬렉션을 보는 대신, 이에 대한 절대 보안을 요청했다. 쇼장에 앉아 있는 수백 명의 카메라를 피하는 일보다는 수월할 거라는 게 그들의 예상이다.

여전히 업계에서는(특히 우리나라처럼 백화점 유통 시스템에서는) 새로운 패션 캘린더가 순간의 ‘이벤트’에 그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또 소규모 남성 브랜드들은 이러다 남성 패션쇼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한다. 하지만 만약 전문가들이 그리듯 미래에 드론이 모든 배송 기간을 단축시키고 온라인 매장이 오프라인 매장을 대체한다면, ‘패션 캘린더 2.0’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일부 패션 종사자들의 이벤트와도 같았던 패션쇼가 패션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된다면 이 또한 디지털 사회가 일으킨 패션의 민주화라 할 만하지 않을까? 누구도 이 일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는 사실에 토를 달긴 힘들 것이다.  

CONTRIBUTING EDITOR 김민정

CONTRIBUTING EDITOR 김민정

전 <아레나>, <그라치아> 패션 에디터이자 프리랜스 칼럼니스트.

‘실시간’과 ‘직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뉴스. 이제 쇼에서 옷을 보자마자, 다음 날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Credit Info

2016년 04월 01호

2016년 04월 01호(총권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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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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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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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XTREE, Getty Images, Tom Ford, Steve J & Yoni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