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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남에게 빌려줄 수 있나요?

On April 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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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가 제일 걱정이지.”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겠다며 회사에 사표를 낸 친구는 석 달 정도 집을 비울 예정이라고 했다. “여행에 들어가는 비용도 보통 아닌데, 빈 집 월세까지 꼬박꼬박 내야 하니 너무 버거워. 그거 아깝다고 집을 내놓을 수도 없고.” 결국 그녀는 그 기간 동안 에어비앤비에 방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가끔 들러 청소를 해주기로 한 엄마에게 여행에서 명품 백을 사갖고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서 말이다. 엄밀히 따지면 그녀의 결정은 현재 불법이다. 한국에서는 숙박업 등록 및 신고 없이 주택을 민박용으로 제공하는 건 금지돼 있기 때문. 하지만 얼마 전 정부가 ‘공유민박업’을 합법화하겠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120일간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내가 집을 비운 사이 여행자에게 방을 빌려주고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니, 꽤 솔깃하다.

나 역시 다른 나라를 방문했을 때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한 적이 있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그 나라 사람 집에 머문 경험은 꽤 색달라, 여행에서 돌아온 뒤 여름휴가 동안 잠깐 내 집을 내놓을까도 고민한 적이 있다. 왠지 찝찝한 기분에 실행으로 옮기진 않았지만. 합법이건 불법이건, 생판 모르는 사람이 ‘나만의 공간’에 들어오는 게 마냥 반가운 일일까? 친구들과 함께 와서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을지도 모르고, 내 침대에서 누가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지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소름이 돋는데?

이런 내 생각에 기름을 부은 건 몇 주 전 독일 <그라치아>에 실린 기사였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캘리포니아 어바인의 숙소를 예약한 독일 여행객 ‘이본’이 숙소에서 숨겨진 카메라를 발견했고, 현재 소송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 방에서 생활한 지 며칠이 지난 뒤에야 이를 발견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기록은 이미 어딘가로 전송된 뒤였다는 사실. 이본은 언젠가 그녀의 신상 정보와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닐 거라는 공포에 사로잡혔고, 나 역시 그 기사를 읽으며 두려운 마음이 일었다. 게스트가 호스트 방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처럼 느껴졌으니까. ‘월세를 아끼겠다고 휴가 간 사이에 방을 빌려줬을 뿐인데 내 신상과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면 어쩌지.’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요즘 같은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내 집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두렵지 않나? 내 옆집에 게스트가 들어온다는 것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임시 공간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내게 좋은 이웃이 될지 아닐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그라치아> 페이스북에도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내 방을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는 게 불쾌해요”, “제 물건 훔쳐 가면 어떻게 해요?” 등의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찬성에 표를 던진 사람들 역시 “침구나 식기 등 개인적인 물건을 따로 구비하면 괜찮아요”, “예치금만 잘 받아놓으면 깨끗하게 쓸 것 같아요” 같은 조건부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반대하는 입장도, 찬성하는 입장도 게스트를 ‘못 믿겠다’는 얘기. 본격적으로 법이 시행되기 전에 국가가 나서서 호스트와 게스트의 안전을 보장하는 규율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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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you said...

그라치아 독자들은 대부분 NO라고 답했다.
@facebook.com/graziakorea


NO 방을 사용하는 방식은 백인백색이라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아무에게나 빌려주지 못할 것 같아요. _김정아

NO 요즘 범죄가 너무 많아져서 위험하지 않을까요?_임유리

NO 집 대여는 전문적으로 숙박업을 취급하는 곳에서 하는 게 낫지 않나요? 세탁이나 청소 비용 따져보면 막상 수입에 도움 될 것 같지 않아요. _진광일

NO 모르는 사람이 제 물건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도 찝찝하고, 분실이나 위생의 문제도 무시하기 어려운 일이죠. _송연수

Credit Info

2016년 04월 01호

2016년 04월 01호(총권 74호)

이달의 목차
EDITOR
백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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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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