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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 같은 남자 어떠신지

On April 04, 2016

‘19금’ 외화 중 역대 두 번째의 흥행 기록을 세운 <데드풀>. 이 영화를 가장 많이 본 관객은 의외로 20대 여성이었다. 불의를 보면 참고, 잔머리를 잘 쓰고, 섹드립을 일삼는 ‘B급’ 히어로에게 여자들은 왜 열광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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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 성향을  자극해요

평강공주 성향을 자극해요

WORDS 김현민(영화 저널리스트)
아마 많은 여자들이 이런 생각을 할 거다. ‘이런 남자 평소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어쩐지 끌려….’ 사람이 어느 한쪽에 마음이 확 기우는 것은 분명한 비교 집단이 있을 때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본 슈퍼히어로들은 재미없는 바른생활 사나이(슈퍼맨)거나, 가부장적으로 보일 지경인 애국주의자(캡틴 아메리카)거나, 아직도 자아를 탐구하며 고뇌 중인 사춘기 소년(배트맨, 스파이더맨, 울버린) 같거나 했다. 한마디로 진지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내 잘 있다가 갑자기 화나서 ‘역변하는’ 예민한 남자(헐크)거나, 부와 명예, 유머까지 갖춘, 그래서 여자 속 좀 썩일 바람둥이일 것 같은 남자(아이언맨)였다. 한편, 우리의 데드풀은? 뭔가를 늘 흘리고 다닌다거나 어딘가 모자라 보여서 오히려 내 쪽에서 챙겨줘야만 할 것 같다. 내 안의 평강공주 콤플렉스를 적절히 자극하는 거다. 내가 큰맘 먹고 제대로만 챙겨주면 큰 인물까지는 못 되더라도 어디 가서 어엿하게 한 자리는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은 남자. 약 빤 것 같은 조증이라는 점이 살짝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것도 충분히 귀엽게 봐줄 수 있다. 그는 지킬 건 지키고, 알 건 아는 남자니까.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뜰 것처럼 가볍디가벼운 그가 유일하게 진지해지는 순간이 바로 사랑하는 여자를 대할 때다. 그녀 앞에서는 마치 ‘소년처럼’ 웃는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위트를 잃지 않는다. 여자 친구가 납치된 다급한 상황에서도 땅바닥에 시체로 ‘I LOVE U’라고 적는다. 이런 넉살 좋은 남자 친구라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다가도 결국엔 피식 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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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 ‘바네사’밖에 모르는 사랑꾼 데드풀.

여자 친구 ‘바네사’밖에 모르는 사랑꾼 데드풀.

열심히 사니까 응원하고 싶어요

열심히 사니까 응원하고 싶어요

WORDS 손안나(<그라치아> 피처 에디터)
드라마 속 재벌 2세를 보고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게 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부터일까. 현실 감각을 키우면서 ‘잘’ 사는 남자보다 ‘열심히’ 사는 남자에게 끌렸다. 심지어 슈퍼히어로 중에서도 <스파이더맨>을 가장 좋아했다. 아마도 그가 ‘파파라치 알바’로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가난뱅이였기 때문인 듯하다. 증상이 심해지면서 주변 사람들은 나를 ‘연애 적십자단’이라고 놀렸지만, 이게 어디 나만의 이야기일까. 스탕달도 말하지 않았나. 누군가를 첫눈에 반하게 하려면 존경심과 함께 ‘동정심’을 자극해야 한다고. 총으로 쏘고 칼로 베고 선혈이 낭자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재봉틀 신’이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슈트를 만들기 위해 옷감을 사다가 드르륵드르륵 재봉질하는 슈퍼히어로라니. 눈물겹지만 어쩔 수 없다. 그에겐 ‘배트맨’처럼 수백억의 강화 슈트를 지를 수 있는 재산도, ‘슈퍼맨’처럼 안경만 벗어도 빨간 팬티가 자동 장착되는 비범한 능력도 없으니까. 그래도 이 남자, 자존심 하나만큼은 최고다. 피 흘리는 모습을 남에게 들키기 싫어서 슈트 색깔도 빨간색으로 골랐다.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족한 자원으로 아등바등 애쓰는, 그러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남자라니. 동정심과 함께 ‘존경심’이 드는 게 당연하잖나.

 

한국 팬들을 위한 감사 인사.

한국 팬들을 위한 감사 인사.

한국 팬들을 위한 감사 인사.

병맛 속에 숨겨진 ‘순정’이 있어요

병맛 속에 숨겨진 ‘순정’이 있어요

WORDS 현정(섹스 칼럼니스트,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저자)
외모 지상주의 시대에 내가 썩은 아보카도 같은 몰골의 데드풀에 대한 애정을 회수하지 못하는 이유? 데드풀은 멋있고 근사하게 포장된 모습으로 상대를 현혹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 바네사와의 첫 만남에서도 ‘누가 더 불우하고 불행한가’를 겨룬다. ‘이렇게 못나고 부족한 나도 이해하고 사랑해 줄 수 있어?’라는 의미일 거다. 사랑 앞에서 진짜 내가 용납될 수 있는지 늘 두려워하는 여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상대다. 내기에서 이겨 곧장 바네사의 몸을 탐할 수 있음에도 그녀와 게임 센터에 가는 걸 택했다. ‘넌 화끈하고 근사한 몸을 가진 여자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널 탐내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성급하지 않은 태도. 여자로 하여금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19금 신은 또 어떻고. 기념일마다 달라지는 다양한 섹스 플레이라니, 얼마나 헌신적인가. 심지어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섹스에서는 웬만한 남자들은 시도하기 어려운 도전 정신을 발휘한다. 오직 사랑하는 여자의 쾌감을 위해 ‘사순절’엔 자신의 욕망까지 절제한다. 슈퍼히어로가 되어서도 헤어진 여자 친구 곁을 맴돌며 순애보를 지킨다. 변화와 변덕이 무쌍한 현대사회의 애정관에 비춰보면 결코 흔치 않은 남자인 셈. 이런 남자가 어딜 봐서 B급일까. 다만 우리는 연애에서든 섹스에서든 순정남이 고플 뿐이다.

‘19금’ 외화 중 역대 두 번째의 흥행 기록을 세운 <데드풀>. 이 영화를 가장 많이 본 관객은 의외로 20대 여성이었다. 불의를 보면 참고, 잔머리를 잘 쓰고, 섹드립을 일삼는 ‘B급’ 히어로에게 여자들은 왜 열광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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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01호

2016년 04월 01호(총권 74호)

이달의 목차
EDITOR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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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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