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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기만 하면 매력 없잖아요

On March 26, 2016

첫 만남에선 그를 오해했다. 툭툭 내던지는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3번째 만난 지금, 이제는 안다. 무심한 말투 속에 숨은 그의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을. 이 남자의 투박한 진심은 오래 찬찬히 마주해야 비로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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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슈트 솔리드옴므(Solid Homme). 페도라 아가타(Agatha). 셔츠,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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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슈트 솔리드옴므(Solid Homme). 슈즈 에이레네(Eirene). 페도라 아가타(Agatha). 셔츠,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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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슈트 솔리드옴므(Solid Homme). 슈즈 에이레네(Eirene). 페도라 아가타(Agatha). 셔츠,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그레이 팬츠, 서스펜더 모두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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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만났을 때보다 더 슬림해졌어요.
실제로도 많이 뺐어요. 너무 찐 것 같아 관리 좀 했죠.

다이어트 말고 또 뭘 하며 지냈어요?
아시아 전역을 돌며 팬 투어를 하고, 최근에는 국내 첫 팬 미팅도 가졌어요. 캄보디아로 봉사 활동도 다녀왔고요. 고정 스케줄은 없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일이 있더라고요. 나름 바쁘고 알차게 보냈어요.

캄보디아 방문도 1년 사이에 벌써 3번째라 들었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좋잖아요.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기류를 탈 때도, 아닐 때도 있는데 지금까지는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셔서 그만큼 일 처리도 빨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방문할 스케줄은 다 나와요.

그사이 캄보디아에는 변화가 좀 있었나요?
일단 큰 변화를 기대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진행하는 일들은 큰 변화가 아니라 사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하기 위함이니까요. ‘드림 빌리지’ 프로젝트라는 이름처럼 애쓰고는 있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크고 작은 공사를 큰 변화라 생각지 않아요. 다만 마을에 깨끗한 물을 제공해 줄 우물을 완성했고 이제 막 보건소 공사를 시작했으니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송재림의 드림 빌리지는 어떤 곳이었으면 해요?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우리 기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기본이 갖춰진 곳이었으면 해요. 언제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고 아플 땐 1차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마을. 일단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잖아요. 생각보다 소박한데요.
어렸을 때는 꿈을 크게 가졌지만 그만큼 실망도 크더라고요. ‘서른이 되면 이 정도는 되겠지’ 하고 목표를 세웠지만, 큰 변화가 없거나 이미 그에 익숙해져 둔감해진 저를 발견하게 되었죠. 그래서 단기적인 목표를 잡고 노력하는 타입이에요. 또 제 직업 특성상 프로젝트성 일을 주로 하다 보니 그때마다 한 타 한 타 치려고 애쓰는 편이죠.

오랜만에 드라마 주인공으로 돌아왔어요.
1997년도에 굉장히 유명했던 동명 만화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에요. 그 당시의 감성과 배경을 지금에 맞게 현대적으로 풀어냈죠. 한 남자의 복수극은 물론이고 멜로적인 요소도 함께 만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송재림이 맡은 서우진은 어떤 캐릭터예요?
다혈질적이면서도 능청맞은 모습이 공존하는 출판사 대표이자 뉴스 편집장이에요. 엘리트이면서도 허술함을 지닌,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란 점에 매력을 느꼈죠. 시놉시스엔 ‘허당’이란 말로 소개됐는데, 그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면 재미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문과에 수석 입학했는데 영어를 못한다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죠. 엘리트니까 모든 걸 다 잘하겠다는 뻔한 생각을 전환시키고 싶어서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송재림을 만날 수 있겠네요.
그렇죠. 대중이 기억하는 제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 나올 거라 기대해요.

이제 7년 차 배우예요. 연기가 조금은 수월해졌나요?
책임감을 느끼되 조금은 편해지고 익숙해졌다고 해야겠죠. 물론 대본은 항상 새로운 걸 만나지만, 처음 산에 오르는 사람과 몇 번 올라 익숙해진 사람의 등산법이나 페이스 조절법은 다르잖아요.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제 대본을 볼 때 너무 좁은 시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해요. 몸도 마음도 편한 상태에서 생각하죠.

편한 상태라면 어떤 환경을 말하는 거죠?
24시간 내내 대본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냥 일상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그 관계에서 캐릭터를 착안할 때도 있어요. 그 사람들 모두가 뮤즈이자 모티브 제공자란 얘기죠.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땐 대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것만 들이팠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찰하고 입장을 바꿔보며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해요. 그래야 편하게 연기할 수 있고, 보는 사람들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그럼 연기할 때 제일 고심하는 부분은 뭐예요?
보통은 감정선이죠. 그 신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나 사건을 잘 표현해야 하니까요. 장면을 요리라고 한다면, 감정선은 그에 맞는 향신료나 재료에 해당해요. 그에 맞지 않는 재료를 쓰면 맛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죠.

연기에 정답이란 없으니 더 어려울 것 같아요.
맞아요. 정답은 없지만 내가 가진 답으로 상대를 설득시켜야 하니 절대 쉬운 과정은 아니죠. 어떤 요점에 대해 주장을 펼칠 때, 그에 대한 반론은 늘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들을 설득하느냐, 아니면 내 주장을 철회하느냐, 그것도 아니면 계속 밀고 나아가 ‘아, 쟤는 저렇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느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죠.

그중 어떤 타입이에요?
보통 제 생각대로 밀고 나아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 어느 감독님이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어요. 캐릭터를 한두 달 이끌어보면 그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작가도 감독도 아닌 바로 배우 자신이라고. 자신이 한 연기고, 한 말이니 제일 잘 알지 않겠느냐고. 그러니 믿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송재림에 대해 대중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뭘까요?
아무래도 첫인상이 차갑다 보니 캐스팅도 그런 역할이 주로 들어왔어요. 하지만 예능을 시작하면서 웃는 모습이 자주 비쳐서 그런지 그런 오해들이 많이 씻겼죠. 차가운 인상이 조금은 푸근해졌달까? 이제는 서글서글하게 봐주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이런 점도 알아줬으면 하는 건 없어요?
그런 점은 딱히 없어요. 보이는 그대로 보겠죠. 느껴지는 대로 느끼겠고. 그게 맞는 것 아닐까요? 지금 당장 어떤 점을 알아주기보단 그저 저라는 사람에 대해 기대감을 가져주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는.  

핀스트라이프 슈트 지방시(Givenchy). 화이트 셔츠 타임 옴므(Time Homme). 블랙 롱 스카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핀스트라이프 슈트 지방시(Givenchy). 화이트 셔츠 타임 옴므(Time Homme). 블랙 롱 스카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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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도 있나요?
연기를 하는 사람에겐 본인 자체가 콤플렉스인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되니까.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그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 달라져야 하잖아요. 그러니 콤플렉스는 자기 자신인 것 같아요. 반면에 스스로를 마주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자신과 많이 친해져요. 지금은 저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뭐예요?
아무래도 캐릭터죠. 아직 첫 촬영이 시작되지 않아서 제가 준비한 것과 감독님이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조율점을 찾아야 하니까. 그리고 현장 분위기가 제일 기대돼요. 다른 배우들과의 합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고민은 없어요?
이번에 독립하거든요. 그런데 이사랑 촬영 일정이 겹쳐서 걱정이에요. 이런저런 준비할 것도 많은데 말이죠.

앗, 그럼 혹시 <나 혼자 산다>에서도 만날 수 있는 거예요?
그림이 안 나올걸요? 고양이도 누워 있고 저도 누워 있는 모습이 전부거든요. 마치 정지 화면처럼(웃음).

원래 그렇게 집돌이예요?
겨울엔 추워서 안 나가려고 해요. 겨울 스포츠를 즐기지도 않고. 대신 날이 따뜻해지면 라이딩부터 바이크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해지죠. 여름만 기다리고 있어요.

특별한 계획이 있나 봐요.
올여름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려고요. 라이딩 가서 스쿠버하거나 서핑하고, 캠핑도 할 생각이죠.

지금까지 했던 일 중 가장 큰 일탈은 뭐예요?
음… 난 참 재미없게 살았네요. 일탈이랄 게 없네. 아, 그냥 맨몸으로 일본에 갔던 게 제일 큰 일탈 같아요. 그 당시 저는 한국에서의 현실이 겁났어요. 모델이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사기도 여러 번 당해서 일에 대한 정나미가 뚝 떨어진 상태였죠. 차라리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게 어떨까 싶어 무작정 일본으로 도피했어요. 가자마자 지진이 났는데도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죠. 지진보다 한국에서의 삶이 더 무서워서.

그럼 송재림을 다시 한국으로 이끈 건 뭔가요?
월세요. 또 다른 현실에 부딪힌 거죠. 금수저를 물고 간 게 아니라 맨몸으로 갔으니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맨몸이더라고요. 결국 지진보다 더 무서운 건 월세였어요. 그게 다시 저를 돌아오게 만들었죠.

그 결과,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운이 좋아서 이렇게 된 듯해요. 제가 인생을 잘 살고 있는지는 확신이 없지만, 열심히 해보고는 있어요.

현재 삶의 만족도는 몇 점이나 될까요?
50점? 수우미양가로는 미. 아직은 중간 정도예요. 언젠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인생이 카메라 앞에서만 진행되는 게 아닌가 하고. 허무함을 느낄 때도 있는데, 혼자 집에서 쉬며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보단 이런 삶이 더 익숙해요. 카메라 앞에서 일을 하고 하나의 캐릭터로 살면서 필모그래피를 쌓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보이고 기억되는 모습이 제 대인관계이자 인생이라는 거예요. 조금은 씁쓸한 생각일지 몰라도 지금은 이게 편해요.

그래도 행복해 보여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맞아요. 늘 소중한 것을 빼앗기는 게 인생이지만, 이 행복이 지속되었으면 좋겠어요.

 

 

 

 

 

 

첫 만남에선 그를 오해했다. 툭툭 내던지는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3번째 만난 지금, 이제는 안다. 무심한 말투 속에 숨은 그의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을. 이 남자의 투박한 진심은 오래 찬찬히 마주해야 비로소 보인다.

Credit Info

2016년 03월 02호

2016년 03월 02호(총권 73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PHOTO
김보성
HAIR
이일중
MAKEUP
서은영
STYLIST
박지영
VIDEO
김민주
ASSISTANT
강석영
LOCATION
젠틀몬스터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