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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나이, 괜찮아요?

On March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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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친구들 중 빠른 생일이 있었다면, 그들 사이엔 또 다른 긴장 관계가 조성됐을까?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친구들 중 빠른 생일이 있었다면, 그들 사이엔 또 다른 긴장 관계가 조성됐을까?

한국 사람은 세 개의 나이를 가지고 있다. 해가 바뀌면 한 살을 먹는 한국식 나이, 생일을 기점으로 계산하는 만 나이, 그리고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해를 빼는 연 나이(이 연 나이는 공공기관에서 주로 사용한다). 이렇게 희한한 방법으로 나이를 계산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매년 1월 1일에 한 살을 더 먹는 건 전 세계에서 한국인들뿐으로, 전 국민의 생일 파티라도 열어야 할 판이다. 심지어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하루 만에 두 살이 되어버리는 어이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벤자민 버튼도 이 연령 계산법엔 고개를 갸웃할 일이다.

매년 초마다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주요 포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만 나이로 통일해 불편도 줄이고 두 살 더 젊어지자’는 청원 운동까지 진행되고 있다.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법적으로도 혼란이 빚어지니 사회·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게 이유다. 한성대 행정학과 이창원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단순히 사회적인 현상이 아니라 법률적인 문제까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오늘이 2016년 3월 8일이라고 가정해 보자. 1997년 3월 10일생인 소년이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아직 만 19세가 아니기 때문에 소년법으로 성인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를 한국식 나이로 따진다면 20세. 주변에선 이미 성인으로 통용되는 나이다.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태아가 배 속에 있는 기간도 나이로 계산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생명의 존엄성과 연결 지어버리니 반박하기가 조심스럽다.

게다가 이 제도를 갑작스럽게 바꿨다가는 도로명 주소처럼 혼란이 올 거라는 예측도 상당하다. 나이에 대한 불편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맘때쯤이면 최고조에 달한다. 또 다른 변수인 ‘빠른 생일’의 등장 때문이다. “나는 생일이 빨라서 너희보다 학교를 일찍 들어갔어. 내 친구들은 너희보다 한 살이 많으니, 앞으론 형이라고 불러!” 그러면서 한 살 위인 무리와 친구 관계를 맺으려 한다. 결국 이렇게 저렇게 친구를 맺고 올라가면 경로당 할머니와도 친구가 될 수있다. 같은 연도에 태어났는데 형이라니, 심한 경우 한두 달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말이다. 그런데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빠른 나이는 사회생활 연차와 맞물려 인정하는 쪽과 무시하는 쪽으로 다시 첨예하게 갈린다.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규현이 1988년생 동갑내기인 유병재에게 “저보다 형인 줄 알았는데 어리시네요, 훗! 저는 빠른 88년생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말에 당황한 유병재는 “그럼 형님으로…”라며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가 돼버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1987년생 강남이 “그럼 나는?”이라며 끼어들었고, 결국은 MC들이 나서서 나이를 중재했다. 강남-규현-유병재 순으로 정리됐는데, 그러고 보니 막상 큰일 보고 뒤처리 덜한 것처럼 찝찝하면서 애매한 기분이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식 나이를 유지하자는 응답이 46.8%,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응답이 44%로 집계되었다. 두 의견의 차이가 고작 2.8%로 아주 팽팽하다. 다툼이 생기면 곧장 “너 몇 살이야?”부터 물을 정도로 나이 서열이 중요한 동방예의지국에서 한국식 나이도 문화로 봐야 할까. 이 애매모호한 경계,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조율 좀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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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you said...

Q. 한국식 나이 계산법, 계속 고수해야 할까요?
@facebook.com/graziakorea


NO 개업 1주년을 챙기듯이 나이도 12달이 지난 뒤에 한 살을 먹는 게 맞다고 봐요. _박연희

NO 제가 빠른 생일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직장 생활까지 한국식 나이 때문에 친구 사귀는 게 힘들었어요. _한현준

YES 서열 문화를 탈피하는 게 우선인 듯해요. 그러면서 빠른 생일의 개념을 차츰차츰 없애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_이원석

NO 국제적인 교류가 매우 활발해진 시점에서 나이 표기가 가끔 걸림돌로 작용하곤 해요. 글로벌 시대에 맞게 합리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_강민정

NO 빠른 생일이어서 친구들과 나이가 다른데, 그렇다 보니 해가 바뀔 때마다 제 나이가 몇 살인지 헷갈려요. _조남선

Credit Info

2016년 03월 02호

2016년 03월 02호(총권 73호)

이달의 목차
EDITOR
박한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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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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