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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계속 볼 건가요?

On February 19, 2016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월정액을 내면 광고 없이 양질의 다양한 외국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에 기대가 컸지만, 생각보다 누릴 수 있는 콘텐츠가 적어 배신감마저 들었다. 아직은 좀 더 두고 봐야 할까? 아니면 익숙하고 편한 IP TV로 다시 눈을 돌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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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월정액을 내면 광고 없이 양질의 다양한 외국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월정액 월 9600~1만4400원 선.
가입자 수 190여 개국 7천만 명

 

YES 넷플아, 만나줘서 고마워
WORDS 박세회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뉴스 에디터)


지난 몇 주 동안 주말이 사라졌다. 내 주말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건 넷플릭스의 다큐 시리즈. 감옥에 있는 한 살인자가 경찰의 함정에 빠진 희생양일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해 연일 미국 언론에 오르내린 <살인자 만들기>를 필두로 북한과 서방 세계의 선전 활동을 다룬 <프로파간다 게임>까지, 헤어 나올 수 없는 멋진 다큐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원래 새로운 것이 나오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나온 사용자 측의 비판은 대략 이렇다. <응답하라 1988>이 그렇게 인기라는데, 꽃다운 청춘들이 아이슬란드에 갔다는데 넷플릭스로는 볼 수 없다. 노출 장면이나 담배 피우는 장면에 필터를 씌우지 않고 검열을 하지 않는다. 성인 인증을 뚫기 쉽다 등등. 일단 ‘응팔’에 대해 말하자면 (조원희 감독의 표현대로) ‘맥도날드에서 파전 찾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뭐, 파전을 찾는 것도 자유지만 파전을 안 파는 것도 자유니까. 노출과 담배? 영화 평론가 듀나는 “블러(Blur)가 사방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걸 봐야 만족한다면 그건 불필요한 자체 검열을 남발하는 대한민국 텔레비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며 “스톡홀름 증후군이 의심스러우니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그럼 성인 인증은? 만약 당신의 아이가 넷플릭스의 비밀번호를 뚫고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콘텐츠를 봤다면 컴맹이거나 왕따일 수 있다. 토렌트, 텀블러 등지에서 손쉽게 더 자극적인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음을 친구들이 가르쳐주지 않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가르쳐줬는데도 못했다는 뜻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사업자 측에서의 ‘가격 경쟁력’이다.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성공한 이유는 10만원대 이상인 미국 케이블 TV 시청료와의 가격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 하여 케이블 TV 시청료가 워낙 싼 한국에선 먹히지 않을 거라고 많은 미디어가 보도했다. 그런데 이건 조금 시장을 잘못 분석한 게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의 경쟁자가 케이블 TV나 IP TV 사업자일까? 콘텐츠 교집합이 많이 없는데? 넷플릭스가 선점하고 싶어 하는 시장은 아마도 저작권 관리가 미흡한 위디스크와 토렌트 등의 P2P 시장일 확률이 높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많은 사람이 이미 <하우스 오브 카드>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풀리는 족족 다 봤다. 아마도 그들은 이제 불법 다운로드 (또는 업로드)라는 양심의 가책(또는 손해배상의 두려움)과 엉터리 자막을 벗어나 넷플릭스 정액권에 몸을 실을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실제로 가슴 두근두근하며 기다렸던 <루이>, <굿 와이프>, <디 아메리칸스> 같은 작품들은 아직 한국에서 볼 수 없다. 영화 리스트는 마치 2000년도 초반 망해 가던 한국 비디오 대여점처럼 빈약하다. 특히 한국 영화는 잘된 영화가 값을 비싸게 불러서인지 망작들로만 처참하게 채워졌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보부상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직 불평하기엔 이르다. 담당자가 수익 분석을 못 끝냈을 수도, 국내외 제작사와 한국 서비스를 놓고 협상 중일 수도, 협상은 끝났지만 자막을 제작하는 중일 수도 있다는 얘기. 다만 한국 영화는 어쩌면 영영 처참한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겠다. IP TV에선 한국 영화의 경우 동시 상영을 거의 1만원에 가까운 가격에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가격을 내려 결국에는 2천원 정도에 안착한다. 한 달에 1만~1만4천원가량의 정액제 정책을 고수하는 넷플릭스로서는 비싼 값에 사와 정액제로 뿌려야 한단 얘긴데, 바보가 아니고서야. 넷플릭스 입장에선 해외 콘텐츠에 집중하는 게 전략적으로 성공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주 운이 좋게도 넷플릭스의 이런 처지는 B급 ‘양덕’인 내게 불평거리가 아니다.
 

 

NO 부실한 메뉴의 무제한 뷔페
WORDS 조재성(이코노믹리뷰 기자)

넷플릭스는 돈을 벌 줄 아는 회사다. 다른 유료 방송 회사보다 확보한 콘텐츠는 분명 적다. 그런데도 세계로 뻗어나가며 ‘콘텐츠 공룡’이라는 이야길 듣고 있다. 비결은 빅 데이터 분석에 있다. 영상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를 개인별 맞춤 추천해 주니 사용자 입장에선 편리하다. 일일이 뭐 볼지 고민하는 걸 덜어준다. ‘단순히 콘텐츠를 쌓아두면 사용자들이 몰려오겠지.’ 넷플릭스는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백 명의 개발자를 고용해 더 고차원적이고 정밀한 ‘취향 저격’을 시도한다. 콘텐츠 확보에 돈을 덜 쓰니 투자 대비 효율이 극대화된다. 대개 기술 집약적인 회사가 땅 짚고 헤엄치면서 돈을 버는 이유다. 하지만 이렇게 세계에서 통한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도 먹힐까. 모를 일이다. 제아무리 ‘글로벌 IT 공룡’이라는 구글도 네이버와 다음이 장악한 국내 검색 시장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쉽지 않겠는데.’ 넷플릭스를 이용해 본 첫 느낌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월 이용료를 내야 하는 서비스다. 영상 화질에 따라 최저 1만원에서 1만5천원까지 내야 한다. 그 돈만 내면 모든 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다. 그러니 본전을 찾으려면 최대한 많은 영상을 봐야 한다. 무제한 뷔페에서 음식 먹는 것처럼 말이다.그런데 아직 먹을 음식이 많지 않다. 구미가 당기는 음식은 더더욱 없다. 섣불리 가게 문을 연 인상이 강하다. <꽃보다 남자>나 <아이리스>같이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이 메인에 깔려 있으니 말 다했다. 한국 드라마는 물론이고 영화도 정말 볼 게 없다. 주말에 못 본 예능 보려고 넷플릭스에 가입했다면 잘못된 선택이다. 듣던 대로 <하우스 오브 카드>도 없었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 아닌가. 생소한 미국 방송 프로그램은 제법 많다. 드라마, 다큐멘터리, 코미디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 그래도 ‘당신의 취향을 저격하겠다’고 큰소리치기엔 메뉴가 너무 한정적이다.

현재 미국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상 10% 미만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상태. 전체 1천 개가 넘지 않는다. 국내 IP TV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10만 건 이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초라한 숫자다. 콘텐츠 양은 적어도 개인 맞춤 추천 서비스가 강점이라고? 추천 서비스도 어느 정도 물량이 받쳐줘야 가능하다. 일식 메뉴 하나도 없이 일식 마니아를 만족시킬 순 없으니까. 반론도 있다. 콘텐츠 공룡이 이제 갓 알을 깨고 나온 것이니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룡은 더욱 강해질 거라는 이야기. 맞는 말이지만 첫인상 역시 중요하다. 새로 문을 연 식당에 갔는데 실망만 시킨다면 손님 발길 끊기는 건 시간문제 아닌가. 실망한 손님들은 원래 다니던 IP TV, VOD 서비스, 토렌트 커뮤니티 같은 곳으로 뿔뿔이 흩어질 테고 그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다른 나라에서는 콘텐츠 공룡이라 해도 한국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하려면 지금 이대로는 어렵다. 물론 콘텐츠가 늘어나고 사용자 데이터가 쌓이면 날로 강력해질 수 있다. 다만 아직은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적어도 내게는 당분간 넷플릭스를 기웃거릴 생각이 없으니까.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월정액을 내면 광고 없이 양질의 다양한 외국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에 기대가 컸지만, 생각보다 누릴 수 있는 콘텐츠가 적어 배신감마저 들었다. 아직은 좀 더 두고 봐야 할까? 아니면 익숙하고 편한 IP TV로 다시 눈을 돌려야 할까?

Credit Info

2016년 02월 02호

2016년 02월 02호(총권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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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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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