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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는 SPA 매장 음악을 듣는다

On February 19, 2016

귀신같이 유행을 읽는 SPA 브랜드는 패션은 물론이고 음악도 빠르게 섭렵 중이다. 웬만한 음악 차트보다 힙한 SPA 매장의 선곡 리스트에 힙스터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앱에 등록된 H&M의 공식 계정.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앱에 등록된 H&M의 공식 계정.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앱에 등록된 H&M의 공식 계정.

한 SPA 매장에서 쇼핑을 하던 참이었다. 정신없이 옷을 고르던 중 노래 하나가 귀에 꽂혔다. 이건 무슨 노래지? 매장 한가운데에서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던 아이폰의 시리(Siri) 기능까지 켰다. 나를 사로잡은 그 곡은 일렉트로닉 뮤지션 캐시미어 캣(Cashmere Cat)의 노래. 함께 있던 아마추어 DJ인 남자 친구는 요즘 DJ들의 선곡 리스트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핫한 뮤지션이라는 설명과 함께 결정적인 한마디를 남겼다. “원래 SPA 브랜드 매장 음악들이 가장 트렌디하잖아. 음악 좀 듣는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한 이야긴데, 몰랐어?” 그런 거였다. SPA 매장의 음악은 그저 ‘쿵쿵’거리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특별히 찾아듣지도 않는, 평범한 직장인인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을 뿐.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그들의 선곡 차트에는 그라임스, 처치스, 메이저 레이저 등 힙스터들이 죽고 못 산다는 뮤지션들이 대거 포진돼 있었다. 누구보다 트렌드를 잘 읽어야 한다는 SPA 브랜드의 생존 철칙은 패션뿐 아니라 음악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단 얘기. 실제로 파티와 음악을 즐기는 힙스터들에게 SPA 브랜드의 매장 음악은 이미 하나의 기호로 자리 잡았다. 언더그라운드 음악 레이블 ‘영기획’의 소속 DJ 로보토미는 이렇게 되물었다.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유행가에 귀가 괴로울 때면 H&M 매장으로 피신하곤 해요.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듣고 싶은 음악이 나오는 곳이 얼마나 되겠어요?” 해외 유명 DJ들이 내한할 때마다 반드시 들른다는 클럽 ‘케익샵’의 단골이자, 이곳에 대한 독립 출판물을 제작할 만큼 애정이 깊은 한 디자이너도 간증에 합세했다. “쇼핑을 하는데 파티에서 듣던 음악이 포에버21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거예요. 자연스레 클럽에서 입을 원피스까지 구매하게 됐죠.” DJ 크루 ‘프로퍼글로우’의 소속 DJ 제와는 좀 더 그럴싸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SPA 매장 음악의 BPM은 평균 120 내외예요. 이 박자에 맞춰 빨리 걷다 보면 작은 흥분이 일죠. 구매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도 빨라지는 기분이고요.”

매장의 동선이나 물건 배치, 인테리어 등의 요소가 그렇듯 음악이 구매 의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업계의 상식이다. 음악 비평가 신예슬 역시 “음악은 매장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쳐요. 브랜드는 원하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음악을 적극 사용하죠. 음악을 컨설팅해 주는 전문 업체도 있을 정도예요”라고 말한다. 물론 SPA 브랜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본사에서 음악을 관리하고 선곡해 시즌별로 각 매장에 동일한 음악을 제공하는 방식은 여러 브랜드나 편집 매장에서도 익숙한 방식. 하지만 SPA 브랜드의 음악이 더 화제가 되는 건 트렌디한 선곡은 기본, 매장을 벗어나도 편리하게 동일한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스포티파이(Spotify), 사운드 클라우드(Sound Cloud) 등 힙스터들이 즐겨 찾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로잡은 것이 그 비결.

H&M은 유명한 음악 축제인 코첼라 페스티벌과 지속적인 협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뮤지션들의 음원 제작에도 활발히 투자한다. 또한 스포티파이 계정에 부지런히 선곡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풀앤베어나 자라 홈도 마찬가지. 코스의 사운드 클라우드 공식 계정, 아메리칸어패럴과 포에버21의 라디오 채널은 이미 힙스터들의 ‘방앗간’이 됐다. 각 브랜드의 선곡 리스트는 유튜브에서도 쉽게 검색해 들을 수 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출근길에서 찾아 들으며 브랜드를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려면 고객들의 ‘흥’을 돋우는 게 방법이죠. 그래서 매장에서 제공하는 모든 것에 가장 힙한 트렌드를 담고자 했어요. 그게 패션이든 모니터 속 영상이든 음악이든, 매장에 있는 고객은 동시대에서 가장 앞서가는 유행을 경험하는 거죠.” H&M의 홍보 매니저 박혜경의 말이다. 캣워크의 트렌드를 전 세계에 똑같은 속도로 저렴하게 퍼뜨리던 SPA 브랜드가 알고 보니 음악 트렌드마저 떠먹여주고 있었던 셈. 이제 나도 ‘멜론 100’ 리스트에서 벗어날 때가 온 것 같다.
 

포에버21과 아메리칸어패럴의 매장 음악은 그들이 운영하는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다. 위쪽은 포에버21(forever21radio.tumblr.com), 아래는 아메리칸어패럴 (viva-radio.com).

포에버21과 아메리칸어패럴의 매장 음악은 그들이 운영하는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다. 위쪽은 포에버21(forever21radio.tumblr.com), 아래는 아메리칸어패럴 (viva-radio.com).

포에버21과 아메리칸어패럴의 매장 음악은 그들이 운영하는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다. 위쪽은 포에버21(forever21radio.tumblr.com), 아래는 아메리칸어패럴 (viva-radio.com).

DJ. SPA’S FAVORITE

글로벌하고 트렌디한 음악이 듣고 싶다면 지금 당장 즐겨 찾기에 추가하라.

H&M
장르 디스코, 하우스, 팝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팝스타, 데이비드 게타 같은 EDM의 ‘거성’뿐 아니라, 로익솝 같은 마니악한 아티스트까지 두루 포진한다.

포에버21
장르 팝, R&B, 얼터너티브 록
피닉스, 뱀파이어 위켄드 등의 록 밴드와 플로 라이라 같은 가장 대중적인 뮤지션들로 구성된 선곡이 특징.

아메리칸어패럴
장르 신스팝, 디스코, 보사노바
골드룸, 다크사이드 등 최근 내한한 일렉트로닉 뮤지션부터 브라질 보사노바 뮤지션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으며 선곡 역시 가장 마니악하다.

코스
장르 미니멀리즘, 앰비언트
시규어 로스처럼 청량한 분위기의 뮤지션이나, 깨끗한 텍스처의 미니멀리즘 음악을 선곡하는 편.

자라 홈
장르 재즈, 보사노바, 라운지
주 크라우스, 로렌조 투치 등 보컬이 있는 재즈 뮤지션의 음악이 다수를 이룬다.
 

귀신같이 유행을 읽는 SPA 브랜드는 패션은 물론이고 음악도 빠르게 섭렵 중이다. 웬만한 음악 차트보다 힙한 SPA 매장의 선곡 리스트에 힙스터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Credit Info

2016년 02월 02호

2016년 02월 02호(총권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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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서지현
PHOTO
IMAXTREE, C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