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오늘의 이슈

2016 우리 모두 덕질을 합시다

On January 25, 2016

‘학위 없는 전문가’, 요즘은 덕후를 이렇게 표현한다. 비아냥거리는 뉘앙스로 불리던 덕후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TV 프로그램 <능력자>에는 매주 덕후들이 출연하며, 배우 심형탁은 도라에몽으로 인기 셀럽이 됐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알다시피 요즘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장난 아닙니다. 먹고살기 위해, 사회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강제로 하는 일이 많죠.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덕후들을 선망해요. 스트레스를 풀 무언가를 가진 게 부러운 거죠. 그만큼 인정하게 된 거고요”라고 설명한다. 요즘은 행복의 기준을 부와 명예가 아닌 ‘노 스트레스’에서 찾는다. 귀촌이 행복의 대안처럼 유행을 탔듯이 말이다. 이젠 ‘노 스트레스’의 출구를 귀촌이 아닌 다양한 데서 찾고 있다. ‘취향’의 시대다. 취향이 없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마저 준다. 많이들 취향을 찾고, 그것을 짜증나는 사회 생활의 돌파구로 삼는다. 이 사회적인 분위기 덕분에 덕질이 제2의 커리어로 발전하기도 한다. 전통주를 마시다가 술 심사위원이 되고, 만화를 모으다 만화방을 차린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개성 있는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예요. 그런 개성들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여건도 갖춰졌고요”라고 말한다. <그라치아>가 덕질로 행복해진 커리어 우먼들을 만났다.

 

인테리어 덕후 윤소연

3 / 10
/upload/grazia/article/201601/thumb/25165-61942-sample.jpg

다양한 잡지,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는 그녀. 자연광이 잘 드는 집이라 오후 2~3시쯤 따뜻한 거실에서 시간 보내길 좋아한다.

다양한 잡지,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는 그녀. 자연광이 잘 드는 집이라 오후 2~3시쯤 따뜻한 거실에서 시간 보내길 좋아한다.


윤소연(1983년생)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MBC에서 편성 PD로 9년간 일했다. 늘 꿈꾸던 직장이었지만 ‘사무직’이라 무료함을 느꼈다. 직장을 얻기 전 사업을 했을 때 느꼈던 긴장감과 에너지가 그리웠다. 그래서 지금은 늘 소망하던 인테리어를 다루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결혼하기 전까지 이사만 10번. 하숙집, 원룸, 오피스텔, 아파트 등 다양한 집에 거주해 왔던 윤소연은 ‘예쁜 집’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셀프 인테리어’라는 것이 생소했던 2014년, 블로그를 통해 다사다난한 ‘셀프 인테리어 개척기’를 올리기 시작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4월 『인테리어 원 북』이란 책도 출판했다. 출판사에서도 “너무 오타쿠적인 책이라 1쇄 소진을 목표로 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현재 그 책은 11쇄를 찍었다.
 

MBC에서 편성 PD로 일했던 시절.

MBC에서 편성 PD로 일했던 시절.

MBC에서 편성 PD로 일했던 시절.

베란다를 다이닝 룸으로 개조했다. 8인 식탁을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상암 살롱’을 운영하는 게 그녀의 취미 중 하나.

베란다를 다이닝 룸으로 개조했다. 8인 식탁을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상암 살롱’을 운영하는 게 그녀의 취미 중 하나.

베란다를 다이닝 룸으로 개조했다. 8인 식탁을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상암 살롱’을 운영하는 게 그녀의 취미 중 하나.


인테리어 블로그가 힘이 됐나요?
평소에 특별한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던 인테리어 정보를 검색하고, 그걸 블로그에 정리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죠.

그러다 자신의 집까지 꾸미게 된 거고요?
드디어 예쁜 집에 대한 로망을 실현시킬 때가 됐는데, 견적을 내보니 7천만원인 거예요. 너무 비싸고 원하는 바도 전달이 안 됐죠. 여기저기서 무시하기에 철거, 목공, 페인트, 바닥, 부엌, 조명까지 직접 했어요. 공사는 14일, 비용은 2천2백만원, 가구까지 합치면 3천만원이 들었어요. 난방도 안 되는 생시멘트 바닥에서 생활하며 고생했지만, 그래도 뿌듯해요. 집이 바뀌면서 생활의 질도 상승했고요.
 

지난 4월 출간해 절찬리에 판매 중(교보문고 1등에도 이름을 올렸다)인 윤소연의 『인테리어 원 북』.

지난 4월 출간해 절찬리에 판매 중(교보문고 1등에도 이름을 올렸다)인 윤소연의 『인테리어 원 북』.

지난 4월 출간해 절찬리에 판매 중(교보문고 1등에도 이름을 올렸다)인 윤소연의 『인테리어 원 북』.

취미를 사업으로 시작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잖아요?
다른 건 몰라도 제 말초신경을 자극해 주는 즐거운 일을 업으로 삼는 것 자체는 매우 기뻐요. 하지만 이 역시 직업이 되면 즐거움이 조금 덜해지겠죠? 조금 더 진지하게, 그리고 다양한 방면으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취미를 직업으로 발전시키려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프로그램에서 정규 편성 전에 파일럿 프로그램이 있듯이, 취미를 직업으로 발전시키기 전에 자그마한 거라도 실천해 보세요. 제게 블로그와 책이 있었던 것처럼. 미리 반응을 볼 수 있는 경험이 없었다면 쉽게 마음먹지 못했을 거예요. 


 

전통주 덕후 이지민과 박초희

3 / 10
/upload/grazia/article/201601/thumb/25465-64750-sample.jpg

박초희(왼쪽)와 이지민(오른쪽)은 전통주를 즐겨 마시고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한 후로 관련 프로젝트 제안을 많이 받는다.

박초희(왼쪽)와 이지민(오른쪽)은 전통주를 즐겨 마시고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한 후로 관련 프로젝트 제안을 많이 받는다.


이지민(1979년생)은 LG와인사업부, CJ커피사업부 등에서 홍보 일을 했으며, 현재 홍보사 PR5번가 대표다. 시댁 식구들과도 마실 정도로 술을 사랑한다. 술 중에서도 전통주에 주목한 건 ‘콘텐츠’가 있기 때문. 반면 영세한 양조장들은 홍보도 제대로 안 돼 있고, 기존의 자료들은 너무 전문적이었다. 잘만 다루면 좋아하는 술로 “평생 가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동아일보 뉴스 디자인팀 기자 박초희(1981년생)와 함께 대동여주도(facebook.com/drinksool)를 개설해, 전통주 웹툰과 각종 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젠 전통주 취재나 홍보 등의 문의가 양조장보다 그녀들에게 먼저 들어온다.
 

BEFORE 신문사에서 일 할 때는 딴 생각을 할 수 없다.

BEFORE 신문사에서 일 할 때는 딴 생각을 할 수 없다.

BEFORE 신문사에서 일 할 때는 딴 생각을 할 수 없다.

술 중에도 역사를 담고 있는 전통주가 다양한 콘텐츠로 연결될 수 있음에 주목했다.

술 중에도 역사를 담고 있는 전통주가 다양한 콘텐츠로 연결될 수 있음에 주목했다.

술 중에도 역사를 담고 있는 전통주가 다양한 콘텐츠로 연결될 수 있음에 주목했다.

전통주에 관한 웹툰도 만들고 양조장 소개, 인터뷰, 심사위원, 시음회, 메뉴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본업과는 무관한 일에 어떻게 빠졌어요?
이지민

지인이 전통주 유통을 시작해서 마시게 됐는데, 이전 직장에서 와인을 10년 넘게 홍보하다가 전통주를 보니까 내 일과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기존의 전통주 관련 콘텐츠들이 너무 어렵고, 학술 문헌 같아서 아쉬웠어요. 세계 유수의 와이너리에 비해 영세한 전통주 양조장들을 보니 마음도 안 좋았고요.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쵸키(박초희)는 워낙 그림과 디자인을 잘하니까, 같이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권했죠. 어려운 것을 쉽게 바꾸려고 만화도 만들었고요. 그래서 페이스북에 ‘대동여주도’를 개설했어요. 이젠 매체에서 전통주 관련 기사나 이벤트가 있을 때 우리 쪽으로 연락해요. 양조장에 자료가 변변치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전통주는 집에서 캐주얼하게 마시는 이미지는 아닌데요.
이지민
전통주 칵테일을 개발하고 있어요. 바텐더랑 같이 연재도 하고요. 전통주는 재료가 다양해서 여러 가지 테일을 만들 수 있거든요. 매실과 진저에일을 섞는 식이죠.
 

전통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 대동여주도.

전통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 대동여주도.

전통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 대동여주도.

몰입의 대상을 찾는 비결이 있다면 뭘까요?
이지민

종종 ‘3락’이 뭐냐고 물어봐요. 대부분 가족을 얘기하고, 낙이 없다는 사람도 많아요. 나는 홍보, 술, 남편이거든요. 그게 없다면 찾으려 노력하고, 찾고 난 뒤엔 그것을 콘텐츠로 만들려고 노력하세요. 콘텐츠야말로 죽을 때까지 가져갈 수 있는 ‘내 것’이거든요.

박초희
누구나 분명 좋아하는 건 있어요. 그런데 너무 하찮거나 평범하다고 생각해서 무시하는 거죠. 라면 먹는게 좋아서 라면 먹방을 하고, TV가 좋아서 TV 리뷰를 하고, 그런 소소한 것도 콘텐츠가 될 수 있어요. 아주 작은 것도 내게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 좋겠어요. 


 

반려동물 덕후 양미란

3 / 10
/upload/grazia/article/201601/thumb/25575-66188-sample.jpg

영감을 주는 또치, 프레디의 사진들과 작업 지시서. 마스코트 박스와 반려동물 장난감이 공존하는 마스코트 작업실.

영감을 주는 또치, 프레디의 사진들과 작업 지시서. 마스코트 박스와 반려동물 장난감이 공존하는 마스코트 작업실.


“심신이 너덜너덜.” 양미란(1982년생)은 여성복 디자이너로 일하던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허울이 좋아 디자이너지 생산부터 자잘한 매장 관리까지 모두 다 해야 했다. 지인을 챙길 겨를도 없어 외로움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반려견 또치와 반려묘 프레디를 만났고, 그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살아가는 힘을 줬다. 자기는 로션도 안 바르고 잘지언정 아이들에겐 유기농 사료를 먹이고 트리트먼트로 털을 관리해 줬다. 마음에 드는 예쁜 옷이 없어서 자기 옷을 잘라 입혔다. “여성복을 디자인할 때보다 즐거움이 두 배였어요.” 이를 계기로 애견복 회사에 취직했고, 반려동물 브랜드 ‘마스코트’ (www.lovemymascot.co.kr) 를 론칭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엄마’들의 마음을 담은 사이트다. “또치와 프레디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어요.”
 

BEFORE 여성복 디자이너일 땐 바쁨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BEFORE 여성복 디자이너일 땐 바쁨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BEFORE 여성복 디자이너일 땐 바쁨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마스코트’는 어떻게 만들게 됐어요?
디자이너로 일하던 어느 순간, 더 이상 못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타이밍에 ‘또치’를 만나게 됐죠. 그게 벌써 4년 전이네요. 또치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싶었는데,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 제 옷을 잘라 만들었죠. 재밌어서 몰입하다 보니 애견복을 만드는 회사에 들어가게 됐고, 2군데 브랜드를 거쳐 제 브랜드를 내게 된 거예요. 1년 반 전엔 길고양이 프레디도 만나 키우게 됐어요.

또치를 위한 작업이 ‘일’이 됐는데 어땠나요?
즐거웠어요. 브랜드 이름과 콘셉트를 정하는 모든 과정까지. 제 명함보다 또치 명함을 먼저 만들었는데, 제가 대표, 또치가 팀장, 프레디는 신입이니까 대리 명함을 달아줬죠. 하하. 첫 룩 북을 찍을 땐 동네 공원에 무작정 옷을 들고 나가서 산책하는 강아지들에게 입혀 찍었어요. 

직접 나무를 고르고 사이즈를 측정해 주문 제작한 행어.

직접 나무를 고르고 사이즈를 측정해 주문 제작한 행어.

직접 나무를 고르고 사이즈를 측정해 주문 제작한 행어.

고객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은 또치 팀장 명함.

고객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은 또치 팀장 명함.

고객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은 또치 팀장 명함.

또치와 프레디와 함께하면서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가장 달라진 점은 독립이죠. 부모님이 고양이 키우는 걸 용납하지 않아 집을 나왔거든요. 휴가도 같이 가고, 연애할 때도 데리고 나가요. 애라고 생각하는 거죠. 휴가 갈 때 애를 놓고 가지 않잖아요? 또치를 만나기 전까지는 일로 인한 피로를 풀기 위해 1년에 3개월씩 여행을 갔어요.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요. 함께 있는 것 자체가 휴가거든요.

가치관도 바뀌었나요?
예전엔 동물 보호나 환경 보호에 관심이 없었어요. 가죽과 모피도 디자인하면서 당연히 썼죠. 이제는 달라요. 매일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유기견을 위한 ‘카라후원바자회’에 물품을 지원하고 봉사 활동을 해요. 다음 달에는 ‘나비야 사랑해’란 유기묘 후원 바자회에 참여할 예정이에요. 


 

만화 덕후 임은정

3 / 10
/upload/grazia/article/201601/thumb/25605-66946-sample.jpg

만화 덕후로서 열악한 국내 만화 시장에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만화 덕후로서 열악한 국내 만화 시장에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11년간 플로리스트로 활동했지만 그때 사진이 거의없어요.” 임은정(1972년생)은 유러피언 스타일 유행에 힘입어 플라워 사업을 크게 성장시켰다. 하지만 사진 찍을 여력이 없을 만큼 바빴고, 몸도 많이 상했다. 심신을 치료하기 위해 미친 듯이 만화를 봤다. 하지만 원하는 컬렉션을 구비한 만화방이 드물었고, 사비로 한 달에 20만~30만원씩 사느니 직접 만화방을 차리자고 결심했다. 당시 홍대에조차 ‘느낌 있는’ 만화방이 없어서 차리면 뭔가 되겠지 싶었다. 겁이 없었다. 공사하러 오는 사람마다 “아가씨가 철없네”를 연발했으니까. 지금은 상수동 만화방에 이어 망원동에 ‘망원만방’을 차리면서 만화방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확장을 계획 중이다.
 

 

BOFORE_ 플로리스트 시절 강남 쪽 거래 업체만 50군데로 잘나갔지만,심신이 지쳤다.

상수동 만화방은 만화 덕후들을 음지에서 양지로끌어냈어요.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거예요?
플로리스트로 일하다 심신이 지쳤을 때 만화책을 읽으며 힐링을 경험했어요. 그때부터 만화책을 수집하고, 만화방에 다니거나 부천 만화박물관에 가서 하루 종일 책을 보다 오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왜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이렇게 없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만화책 사는 돈을 생각하면 만화방을 차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상수동 만화방은 스무 명도 채 앉지 못하는 작은 가게였어요. 1년 정도 해보고 안 되면 접으려고 했죠. 다만 제가 원하는 책들은 여한 없이 모아보겠다고 작정했어요. 

 

 만화책이 좋아 사모으다가 이렇게 됐다.

 

 만화책 수는 중요하지 않다. 주인의 취향이 담긴 컬렉션을 구비하고자 한다. 


인터넷으로 동업자를 구했는데, 결국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를 선택했어요. 이유가 뭐예요?
원래 같이할 사람이 있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이사 하루 전날 취소했어요. 당장 파주 창고에 짐을 넣고 붕 뜬 상태가 됐죠. 그래도 누군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인터넷에 공지를 냈더니, 이틀 만에 열한 분 정도가 연락을 해왔어요. 자금력이 빵빵한 분, 출판업 하는 분, 글 쓰는 분, 카페를 했던 분…, 그리고 마지막으로 깜악귀 님이 왔죠. 상수동 만화방 단골이긴 했지만, 말 한마디 해본 적이 없는 사이였어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제가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말하면 “될까요?”라고 반문을 했는데, 깜악귀 님은 “해보죠”라고 했어요. “되게 해야죠”라고.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덕후’예요. 만화 칼럼을 쓰고 책도 내고. 인디 뮤지션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정말 성실해요. 처음 미팅할 때부터 무슨 말만 하면 서류로 만들어오더라고요. 알고 보니 서류 덕후였어요. 하하. 둘이 취향이 달라서 만화책 컬렉션은 더 풍성해졌어요.

지금 생활에 만족하나요?
매우 만족해요. 마흔 살 넘어가면 안일해지기 쉬운데, 이 일을 하면서 재밌는 사람들을 만나고 자극도 많이 받아요. 국내 만화 시장이 열악해서 좋은 책들이 아예 안 들어오거나, 절판되는 일이 다반사예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책은 SNS에 마구 소문을 내요. 내가 읽으려고. 그 덕에 죽은 책이 다시 팔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출판사나 만화가들이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리고 여긴 도서관 같은 분위기여서 작업하러 오는 분들이 많아요. 노트북 들고 일하다가 막히면 만화책 잠깐 보고. 그런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토이 덕후 김은지

3 / 10
/upload/grazia/article/201601/thumb/25667-68692-sample.jpg

그녀의 ‘아가들’은 집 안 곳곳에 포진해 있다. 식탁 조명 위나 소파 위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귀여움이 넘쳐나는 곳에 거주한다.

그녀의 ‘아가들’은 집 안 곳곳에 포진해 있다. 식탁 조명 위나 소파 위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귀여움이 넘쳐나는 곳에 거주한다.


“토이를 모은 지 15년이 됐어요. 대학생 때는 토이가 외로움을 달래주는 룸메이트였고, 지금은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아가들이죠.” 김은지(1987년생)는 잡지 <에비뉴엘>의 기사와 사진들을 보기 좋게 디자인하는 편집 디자이너다. 잡지는 발행일이 정해져 있어 특정 기간에 업무량이 몰리는데, 이베이의 토이들을 구경하며 열을 식힌다. 덕질을 해온 세월만큼이나 그녀가 모은 컬렉션은 엄청나서, 이를 판매하는 알파베츠(http://blog.naver.com/alphabets_toy)란 사이트까지 열었다. 토이 구매 대행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다. 사업을 핑계로 토이를 마음껏 쇼핑하고 있으니, 사업보단 취미 생활의 확장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3 / 10
/upload/grazia/article/201601/thumb/25667-68700-sample.jpg

BEFORE 패션지에서 밤샘 근무 중.

BEFORE 패션지에서 밤샘 근무 중.


‘토이 덕질’을 시작한 이유가 뭐예요?
어렸을 때 엄마가 장난감 가게에서 ‘웨딩 피치’ 인형을 사줬어요. 그때 행복했던 기억이 늘 선명해요. 그래서 하나둘 모으다 보니 사업까지 하게 됐죠.

 

그녀의 첫 토이 ‘플레이 모빌’.

그녀의 첫 토이 ‘플레이 모빌’.

그녀의 첫 토이 ‘플레이 모빌’.

소파 위 진열대의 토이들. 
한 달에 한 번 면봉과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아준다.

소파 위 진열대의 토이들. 한 달에 한 번 면봉과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아준다.

소파 위 진열대의 토이들. 한 달에 한 번 면봉과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아준다.


‘덕질’이 인생에 어떤 변화를 줬나요?
부지런해졌어요. 아무래도 토이 사업 ‘알파베츠’를 하고 있으니까요. 판매도 판매지만, 구매도 어렵거든요. 꼭 갖고 싶은 토이가 경매에 붙으면 입찰해야하고, 맥도날드 해피밀 장난감은 판매 몇 시간 전부터 대기해야 하죠. 하지만 힘들지 않아요. 이제껏 입시를 위해, 취업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가를 했던 것과 달리 순수하게 제 관심과 의욕으로 시작한 사업이니까요.

취미를 사업화할 계획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장점은 사업이라는 명목하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덕질’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단점은 그래도 업은 업인지라 어렵게 구해 온 아이들이 인기 없을 때 속상하죠. 신줏단지가 애물단지가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만약 저처럼 취미 생활을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면 큰 욕심 부리지 마세요. 유행에 휘둘리지 말고 본인의 취향을 믿으라는 말도 하고 싶네요. 사업을 취미 생활의 연장이라 생각해야지,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본업처럼 또 힘들어질 테니까요.” 

Credit Info

2016년 01월 01호

2016년 01월 01호(총권 69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나랑, 사공효은, 김민지, 이현수(프리랜서)
PHOTO
전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