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비하인드 그라치아

2015년 12월 1호 EDITOR'S LETTER

On December 18, 2015

기자님, 인스타에 기사 언제 올라와요?

EDITOR IN CHIEF 안성현

  

요즘 에디터들이 브랜드 행사장에 가면 참 많이 듣는 말이다. 상냥한 의문문을(가장한 청유문)을 뒤로 하고 나는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이런 시절에 내가 현장 취재 기자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같은 엄한 생각도 잠시. 나도 신입 기자 시절 ‘세상에 이렇게 심한 육체 노동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입에서 단내 난다는 걸 그때 제대로 알았으니까. 짐 보따리 열댓 개를 어깨에 둘러메고 청담동 골목골목 번지수 물어보며 찾아 헤맬 때, 눈물 흘릴 힘이 없어서 못 흘렸다. 그땐 어시스턴트가 없었고, 콜택시는 언감생심이었다. 땀을 철철 흘리며 빼곡한 빌딩 숲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회색 담벼락이 왜 그리도 높은지. 그래도 그땐 사무실 가서 짐 풀고 자판기 커피 하나 빼 물면 방언 터지듯 격렬한 수다 삼매와 느릿한 술자리가 이어지곤 했다. ‘즉문즉답’ SNS 에디팅 시대는 꿈도 못 꾼 순진한 인생들이었다 . 만약 오늘의 에디터였다면? 이미 길바닥에서 수십 개의 기사를 쏟아냈을 거다. 00 브랜드에서 발견한 잘빠진 부츠! 촬영을 위해 들른 00 쇼룸! 도산 뒷골목에 새로 생긴 브런치 카페 000! 소품 픽업 중 오래간만에 들른 00 국시집! 본 걸 바로 생중계하는,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기사를 쏴대는 ‘RIGHT NOW’ 기자 정신. 그걸 최선의 소비자 소통 방식이라 여기게 된 후, 우리 모두는 (웃는 얼굴로) 헐떡대는 중이다. ‘기자님 인스타에 기사 언제 올라와요?’라고 그네들은 묻고 싶겠나. 이런 실시간 기사 소스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요즘이다. 그래서 왁자지껄하고 블링블링한 행사장을 나설 때 늘 묘한 안도감과 격한 자괴감이 뒤따라 나온다. 먼저 이 시절에 취재 기자가 아니라 참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먼저. ‘나도 가열 차게 분 단위로 보고 듣고 먹은 걸 SNS에 올려야 하는데, 난 너무 게을러…’라는 자괴감 역시 이어진다. 다행히 내 속의 방어맨들이 나를 안심시킨다. ‘넌 더 큰 일들을 하잖니. 기자들이 잘 올리고 있잖니. 네가 쓰면 재미없어, 어린 기자가 통통 튀게 써야지. 네가 기자들보다 바쁘잖니….’ 하지만 이렇게 간신히 토닥토닥한 나를 주눅 들게, 혹은 절망하게 만드는 엄청난 자들이 수시로 출몰한다. 오바마 같은 높은 분들마저 SNS에 친밀한 멘트 자주 올리고, 유튜브랑 트위터에 거침없이 의견 개진을 하고. 심지어 얼마 전 무슬림 소년이 만든 시계가 폭탄으로 오해받아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오바마는 그에게 이런 트윗을 남겼다. ‘멋진 시계군요, 모하메드.’ 아, 왜들 이러시는지. 아날로그가 좋네, 종이 매체가 좋네, 하는 개인적인 취향 따윈 다 갖다 버리고, 새 시대는 새 부대에 담는 정신으로 뛰어야 하는 요즘. 나보다 더 큰 일 하시면서 더 빨리 디지털 시대에 완벽 적응하신 이런 분들 때문에 존경과 원망을 동시에 날리던 요즘. 이런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했다. ‘오바마의 적극적인 SNS 활동은 백악관 디지털 전략팀의 작품. 보좌진 20명이 실시간 SNS 좌지우지. 직접 올리는 트윗 거의 없어.’ 흠, 그럼 그렇지! p

기자님, 인스타에 기사 언제 올라와요?

Credit Info

2015년 12월 01호

2015년 12월 01호(총권 67호)

이달의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