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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판단하지 말 것! 엑소 덕질도 개인의 취향이다.

30대 엑소 팬의 은밀한 고백

On July 10, 2015

“덕질 한 번도 안 해보셨죠?” 홍대의 어느 조용한 카페테라스. 닉네임 ‘프랭키’는 인터뷰 중간중간에 “저, 죄송한데 그게 무슨 말이죠?”라고 되묻는 에디터를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봤다. 소위 덕질 용어인 ‘일코(일반인 코스프레),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휴덕(덕질 휴식), 광탈(미친 듯이 빼앗음)’ 등을 제대로 이해 못한 구석기 센스 때문이었다. 한때 “너, 덕후 아냐?”란 소리는 들어본 적 있건만! 그녀에게는 한낱 ‘머글’일 뿐이었다.

2013년 7월 어느 날, 무심코 TV를 보다 ‘덕통 사고’라는 걸 당했다. <주간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엑소라는 존재를 발견한 것! 특히 시우민과 카이는 보자마자 푹 빠졌다. 덕질 3년 차인 지금도 한결같이 내 최애들이다. 이유는 딱히 설명할 수 없다. 그냥 좋은 걸 어떡하라고!

사실 요즘 굉장히 피곤하다. 엑소가 신곡 ‘Love Me Right’로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엑소 팬이라고 자부한다면 활동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음악 방송 사전 녹화(이하 사녹) 출석은 필수. 평균 1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전쟁이지만, 올해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나는 다행히 차가 있어 기다리는 게 어렵지 않다.

주변에 24시간 카페가 없어도 차에서 대기하면 되니까. 하지만 엑소 팬이라면 익히 알 거다. 사녹 참여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님을. 만약 선착순으로 끊어서 입장 인원 제한에 걸리면 나조차도 힘들다. 모두가 준비된 팬이니 1순위로 꼽혀도 입장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사녹에 목을 매냐고? 사녹은 큐가 여러 번 있어 완벽히 준비된 콘서트와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멤버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메이크업은 잘됐는지, 옷매무새는 어떤지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단 얘기.

이때는 나이도 잊고 팬의 설레는 마음으로 멤버 하나하나를 바라본다. 그렇게 환희의 시간이 지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집이라고 팬 활동을 멈출 순 없다. 음원 사이트에서 엑 소의 1위를 지켜야 하기 때문. 우리 집에는 절대 꺼지지 않는 컴퓨터가 하나 있다. 이 컴퓨터에서는 지금 ‘Love Me Right’가 24시간 무한 스트리밍 중이다.

요즘은 강적 빅뱅과 맞붙어 쉽지 않다. 음원을 지인과 가족에게 선물하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사실 전에는 노트북 한 대도 같이 돌렸는데, 어느 날 끝내 제 명을 다하고 말았다. 그땐 화가 났다기보다 노트북을 다독여줬다. 그러곤 ‘너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따뜻한 칭찬도 한마디 해줬다.


그 나이에 무슨 짓이냐고?
누군가에겐 내 얘기가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맹목적인 빠순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나는 팬으로서 어떤 멤버가 명백한 잘못을 저지르면 다독여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비판도 한다. 무조건적 실드는 멤버들에게도 되레 악영향을 미칠 뿐이니까. 나는 개인 블로그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멤버에게 섭섭한 점도 털어놓는다. 사실 그룹의 성공적인 활동을 위해선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팬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최근에 엠카에서 투표 오류가 있었다. 10대 팬들은 선뜻 나서기 힘들겠지만, 나는 방송사에 당장 전화해서 정정을 요구했다. 30대 팬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아이돌 음악이라고 하면 저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말해 주고 싶다. 사람이 받는 감동의 척도는 다 다르지 않느냐고. 나도 엑소 전에 브라운 아이드 소울과 이소라 음악을 즐겨 들었다. 클래식도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 꽂힌 건 엑소이고 거기서 감동을 느낀다. 단지 엑소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힐난하는 건 분명 잘못이다. 여기서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내게 엑소는 팬 이상으로 정말 고마운 존재다. 아이가 27개월 됐을 즈음, 나는 육아 우울증이란 걸 겪었다. 애 키우는 게 마음 가는 대로 안 되니까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정신과 상담까지 생각해 봤다. 그러다 우연히 엑소를 발견하게 됐고, 뜻하지 않게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엑소는 내게 마법의 알약인 셈이다.

블로그도 하지만 카페 운영을 더 열심히 한다. 내 나이대끼리 소통이 주목적인 곳이라 다른 곳에 비해 시끌벅적한 편은 아니다. 카페 회원은 주로 H.O.T, god 등 1세대 아이돌의 팬이었던 30~40대가 가장 많다. 물론 그 이상의 연령층도 있다. 최고령으로 따님과 활동하는 1963년생 어머님도 계시다. 카페 활동을 하면서 얻은 보람은 이전에 꿈도 꿔본 적 없는 일을 하게 된 거다. 지난 연말 회원들끼리 돈을 모아 엑소와 카페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 금액은 크지 않아도 처음 있는 일.

이런 기분 좋은 봉사는 카페뿐 아니라 트위터에서도 한다. 프리랜스 영어 강사인 직업을 살려 트위터에 해외 팬들을 위해 영어로 사녹 현장이나 엑소의 최신 소식을 전한다. 그래서인지 880여 명이 넘는 팔로워 수 중 95%가 외국인. 물론 누가 돈을 줘서 하는 일은 아니다. 오로지 팬심으로 하는 일이다. 입장 바꿔서 내가 어느 외국 가수를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말로 그 가수의 정보를 전달해 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가끔씩 팔로워들이 “헤이 시스터!” 하면서 고마움을 전하면 그냥 뿌듯하다.

그렇게 덕질 하는 궁극적 목표가 뭐냐고? 누군가에겐 엑소와 개인적으로 알게 되는 것일 수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만약 내가 엑소와 지인이 된다면 지금 같은 설렘을 느낄까? 설렘은 스타에게 느끼는 거지 지인에게 느끼는 게 아니다. 그래서 엑소에게 또 고마운 게 이 나이에 덕질이란 걸 할 수 있도록 열정에 불을 지펴준 점이다. 그래서 한 가지만 생각한다. 예전에 최애 시우민이 팬 사이트에 쓴 말을 인용하자면, “미래 생각 안 하고 현실만 생각하겠다”는 것. 사실 영원을 약속하는 게 제일 바보 같은 일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엑소를 평생 좋아할 것 같다고 단언할 순 없다. 이것저것 생각 안 하고 최대한 지금을 열심히 즐기면서 사는 게 좋지 않나? 일단은 마냥 좋아하고 싶다.

열혈 팬의 증거
굿즈는 전적으로 내가 번 돈으로 구입한다. 한 번에 최대 10만원까지 써본 적 있다. 솔직히 구매가 부담이 되진 않는다. 난 워킹 우먼이니까.
1. 팬이 되고 나서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티켓들은 보물 1호. 이 리스트에는 올해 11월에 열릴 도쿄돔 콘서트 티켓도 추가될 것이다.
2. 카페와 엑소 이름으로 한국 헬프 에이지에 100만원을 기부한 증서.


엑소 덕질 3원칙
1. 사전 녹화 자격은 반드시 갖출 것. 한국어와 중국어 앨범, 공식 야광봉, 팬클럽 카드, 음원 다운 내역, 신분증은 필수. 그래도 선착순 입장은 어렵다.
2. 음원 사이트의 아이디는 최소 2개 이상을 갖출 것. 스트리밍 횟수와 팬심은 비례한다.
3. 인터넷에서 기본 덕질 용어를 공부할 것. 3년 차 정도는 돼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

프로필
나이
30대 후반으로 추정
닉네임 프랭키
직업 프리랜스 영어 강사
최애 시우민과 카이
취미 엑소 팬 아트 그리기
경력 엑소 덕질 3년 차, 엑소 콘서트 개근.
카페 ‘Exo in Paradise’ 주인

EDITOR : 김지훈
PHOTO : Getty Images, 이윤화
HAIR & MAKEUP : 전지은

발행 : 2015년 58호

“덕질 한 번도 안 해보셨죠?” 홍대의 어느 조용한 카페테라스. 닉네임 ‘프랭키’는 인터뷰 중간중간에 “저, 죄송한데 그게 무슨 말이죠?”라고 되묻는 에디터를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봤다. 소위 덕질 용어인 ‘일코(일반인 코스프레),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휴덕(덕질 휴식), 광탈(미친 듯이 빼앗음)’ 등을 제대로 이해 못한 구석기 센스 때문이었다. 한때 “너, 덕후 아냐?”란 소리는 들어본 적 있건만! 그녀에게는 한낱 ‘머글’일 뿐이었다.

Credit Info

2015년 07월 02호

2015년 07월 02호(총권 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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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이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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