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오늘의 패션

샤넬, 가방 그리고 여자

On April 07, 2015

여자들에게 샤넬이란 두 글자는 특별하다. 특히 아이코닉 백, 보이 샤넬 백, 걸 샤넬 백, 이 셋은 여자들의 시대별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 칼 라거펠트가 직접 카메라를 잡은 샤넬 아이코닉 백 광고 현장

뭇 사람들은 샤넬 백을 여자의 사치스러운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이보다 더 부정적인 어투로 샤넬 백과 여자를 연관시킨다. 하지만 샤넬 백은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다. 역사로 따지자면 60년이 넘은, 장인의 혼이 담긴 일종의 공예품과 다름없다. 샤넬의 과거를 추적하다 보면 샤넬에 관한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진 이들에게 할 말이 생길 것이다.
“제게 샤넬은 가장 근본적이면서 동시에 모던한 존재예요. 보통은 이 두 특징이 공존하기 힘든데 말이죠.”
샤넬 아이코닉 백 광고 촬영이 있던 날,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한 말이다. 그녀의 말처럼 샤넬은 ‘근본적’이다.

  • 카트린 드뇌브 역시 샤넬 백 마니아였다.

1955년 2월(전설적 백 2.55는 이 날짜를 기리며 붙여졌다), 가브리엘 샤넬은 체인(샤넬의 트위드 재킷 모양을 잡아주기 위해 밑단에 달던 그 체인!)과 가죽 리본을 엮어 끈으로 만든 사각 가죽 숄더백을 선보였다. 가방을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멋보다는 여성의 자유를 위해서였다.

요조숙녀처럼 작은 클러치 백을 손에 들던 시대는 샤넬의 아이코닉 백이 등장하며 일대 변혁을 겪는다. 즉, 여자에게 두 손의 자유를 선물했다.

우아함의 상징인 코코 샤넬 여사와 샤넬의 아이코닉 백.

이건 두 손으로 가방을 드는 일 외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할 뿐 아니라, 남녀평등을 외치는 일종의 ‘패션적 저항’의 시발점이었다. 여자들보다는 남자들과 대등하게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가브리엘 샤넬답다.

샤넬의 가방은 긴 끈뿐 아니라, 내부 수납공간 역시 온전히 여자를 고려해서 만들어졌다. 샤넬이 최초로 만든 가방에는 7개의 내부 포켓이 있다.

가방 뒤편에 있는 (‘모나리자의 미소’라는 별칭이 붙은) 곡선의 포켓부터 가방 안쪽에 명함이나 신용카드 및 콤팩트 수납이 가능한 두 개의 주름 포켓, 특별히 립스틱 사이즈에 맞춰 디자인된 립스틱 포켓, 비밀스러운 지퍼 포켓, 그리고 우편물이나 서류를 넣게 만들어진 두 개의 큰 포켓까지 갖췄다.

가방 안쪽엔 암적색 가죽을 사용해 가방에 든 소지품이 잘 보이게 했다. 처음 만들어진 백(우리가 잘 아는 2.55백)에는 ‘마드무아젤’이라 불리는 정방형 트위스트 버클이 달렸고, 이후 더블 ‘C’ 로고 버클이 달린 11.12백도 출시되었다. 이 2.55백과 11.12백을 통틀어 아이코닉 백으로 분류한다.

아이코닉 백이 ‘공예품’이라 불리는 데는 그만큼 길고 깐깐한 공정도 빠트릴 수 없다. 가방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총 180가지가 넘는 제작 공정을 거치며, 장인이 최대 15시간을 붙잡고 있어야 완성된다.

“유행은 변하지만, 스타일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아요.”
가브리엘 샤넬이 얼마나 똑똑한 여자였는지 이 말 한마디에 다 녹아 있다.

그 똑똑한 여자가 만든 가방이니, 예사롭지 않은 게 당연하다. 가방과 함께 두 손이 자유로워진 여자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샤넬은 단순히 가방을 만든 게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한 셈이다.

  • 앨리스 데럴의 샤넬 광고 촬영 현장.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에 등장한 보이 샤넬 백은 여자의 우아함에 대한 정의에 주석 하나를 덧붙인다.
‘자유롭고 대담할 것!’

“사실 전 보이 샤넬 백의 모델이 되기 전까진 핸드백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이 말을 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앨리스 데럴이라면 말 속에 담긴 속뜻이 대충 이해가 간다
한쪽 머리를 과감하게 밀고, ‘뿌염’이 필요할 것 같은 단정하지 못한 헤어, 구멍 난 스타킹, 여기저기 과감한 피어싱과 타투….

앨리스 데럴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던 샤넬의 우아함과는 좀 달랐다. 그녀에게 가방이란 아주 번잡스럽고, 매우 점잖은 것처럼 여겨지는 존재였다.

“보이 샤넬 백은 요란스럽지가 않아요. 캐주얼하게 매일 들 수 있는 유일한 백이에요. 예전에는 보통 핸드백을 특별한 날이 아니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거든요.”

그녀의 말처럼 보이 샤넬 백은 아이코닉 백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의 ‘샤넬표 우아함’을 얘기한다. ‘우아’라는 단어가 사전에 나오는 고리타분한 말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업그레이드되고 있음을 보이 샤넬 백이 보여준다. 이건 가브리엘 샤넬이 아니라 칼 라거펠트 식 해석이지만 둘 사이의 뿌리는 같다.

사냥꾼들이 메고 다니던 탄약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보이 샤넬 백은 이름처럼 중성적이다. 숄더 끈은 더 거칠어졌고, 잠금 장치도 투박해졌다. 앨리스 데럴처럼 거친 여자들도 충분히 감싸 안는 디자인이다.

걸 샤넬 백을 ‘입은’ 바네사 파라디.

보이 샤넬 백에 이어, 이번 2015년 봄/여름 컬렉션에는 걸 샤넬 백이 등장했다. 이름처럼 보이와는 정반대의 외양을 가지고 있다.

“걸 샤넬 백은 마치 재킷 같아요. 원하는 대로 연출이 가능하죠. 끈을 이용해 허리 뒤에 걸쳐도 되고, 목에 둘러도 되며, 등에 멜 수도 있어요.”

칼 라거펠트는 아이코닉 백이 두 손의 자유를 줬듯, 걸 샤넬 백으로 가방을 메는 방식 자체에 자유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2015년을 사는 여자들은 가방은 어깨에 메는 것이라는 명제조차 거부한다. 심지어 걸 샤넬 백을 든 지드래곤을 보면 가방에 대한 개념 정리가 다시 필요하단 생각조차 든다.

걸 샤넬 백은 샤넬 재킷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가방에 달린 버튼조차 샤넬 재킷과 동일하다.
“걸 샤넬 백은 옷 안에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한없이 부드러운 ‘착용감’을 느끼게 하죠.”
가방을 들었다가 아니라 입었다로 표현하는 바네사 파라디를 보라.

‘여자의 가방’은 또 한 번 변하고 있다. 걸 샤넬 백의 모델인 그녀는 실제로도 샤넬 백만 두른 채 카메라 앞에 섰다.

패션은 시대의 반영이고 역사라는 말은 틀림없이 옳다. 1955년부터 2015년까지 샤넬의 전설적인 가방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자들의 시대별 위치가 좌표처럼 찍힌다. 그러니 뭇 사람들이 샤넬 백을 우습게 얘기하려 들면 이 길고 긴 스토리를 들려주자. 여자에게 샤넬이란 두 글자가 왜 의미 있는지에 대해.

  • 칼리 클로스를 보라. 캐주얼한 옷차림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샤넬 백.

EDITOR : 김민정
PHOTO : Splashnews/Topic, ⓒChanel

발행 : 2015년 52호

여자들에게 샤넬이란 두 글자는 특별하다. 특히 아이코닉 백, 보이 샤넬 백, 걸 샤넬 백, 이 셋은 여자들의 시대별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Credit Info

2015년 04월 02호

2015년 04월 02호(총권 52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민정
PHOTO
Splashnews/Topic, ⓒCh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