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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키델릭을 아시나요?

On February 10, 2015

이 단어를 기억해 두면 이번 시즌 내내 아는 체 좀 할 수 있을 거다.

좀 이상해지고 싶은 날이 있다. 길거리를 가득 채운 스탠스미스에 팬츠와 캐시미어 니트를 입은 여자들이 따분해질 때, 예의 바른 여자가 잠시 흐트러지고 싶을 때, 딱딱한 규칙들을 뭉개버리고 싶을 때. 그런 날 우린 사이키델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된다.

사이키델릭은 그리스어로 정신을 뜻하는 ‘Psyche’와 분명한을 뜻하는 ‘d’elsos’가 합쳐진 말로, 짧게 사이키라고도 부른다. 1960년대 등장한 말로, LSD 등의 환각제를 먹고 생기는 일시적인 환각 상태를 뜻한다. 감이 안 온다면 클럽의 사이키 조명 아래 서 있을 때의 느낌을 되살려보자. ‘감각의 해방’이라 불릴 정도로 어떤 제약도 없이 맘껏 감정을 분출하는 것, 그것이 사이키델릭의 기본이다. 사이키 조명 아래서 부끄러울 것이 없었던 그때처럼 말이다. 사이키델릭은 1960년대 아트로 시작해 음악, 패션, 영화 등으로 퍼져나가며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지금 그 사이키델릭 시대가 리바이벌되고 있다.

처음은 패션이었다. 1960년대 트렌드가 활개를 펼치며 놈코어 같은 조용하고 모범생 같은 트렌드에 물감을 퍼부었다. 볼드한 컬러의 미니드레스와 정신없는 프린트의 히피 드레스들이 포에버 21에서 생로랑까지 위아래 상관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히피와 모즈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사이키델릭 패션이다. 몬드리안의 그림을 약에 취해서 봤을 때의 느낌, 그 일그러진 상이 사이키델릭 패션을 정의하는 프린트들이다.

2015 봄/여름 샤넬 컬렉션을 보면 확실히 느낌이 올 것이다. 물 위에 여러 색의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은 프린트가 블라우스나 가방에만 사용된 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가득하다. 여기에 전통적인 사이키델릭 프린트인 홀치기염으로 컬렉션을 채운 제레미 스캇, 프린트 대 프린트로 매직 아이 같은 광고를 찍은 막스마라. 이게 끝이 아니다. 2015년판 사이키델릭은 ‘디지털 프린트’라는 신기술까지 더해져 픽셀 아트로까지 발전했다. 발렌티노의 무지개 프린트 드레스나, 알렉산더 왕의 프린트 톱 등이 픽셀 패션의 대표작이다.

그런데 이 사이키델릭 트렌드를 말 만들기 좋아하는 패션계의 마케팅이라고 치부하기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인히어런트 바이스>(Inherent Vice)가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과 의상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상반기 이슈 영화로 떠오르고 있다.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1960년대 LA를 배경으로 사립 탐정, 서퍼, 창남, 약쟁이, 로커, 살인도 저지르는 사채업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환각적인, 사이키델릭한 오락물이다. 항상 문화적 반향을 일으켰던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인 만큼 벌써부터 아티스트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에이스 호텔은 LA와 런던을 돌며 ‘Inherent Vice Screening’이란 이름으로 조명 쇼의 대가인 조슈아 라이트팀(1960년대 사이키델릭 아트를 대표하는 팀이다)과 함께 몽환적인 쇼를 열고 있다. 최근 뉴욕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to.be camera’ 앱을 이용해 사이키델릭 비디오 아트 작품을 만드는 게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갑자기 이 ‘미친’ 트렌드에 빠진 걸까. 얘기는 뻔하게 사회 현상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과거 LSD를 먹은 것처럼 패션이나 영화를 통해 환각에 빠지고 싶어 하는 심정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정상이 아니고 싶은 게 요즘 정상인들의 마음이다.

그러니 반듯하고 성실한 한국의 오피스 우먼들이여! 누르고 있던 모든 것을 발로 뻥 걷어차고 싶은 날, 사이키델릭한 블라우스를 입고 살짝 풀린 눈으로 앞에 앉아 있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자. “오늘은 좀 이상한 날이네요.” 맘 놓고 이상해져도 되는 게 유행이라니깐.

EDITOR : 김민정
PHOTO : Imaxtree

발행 : 2015년 48호

이 단어를 기억해 두면 이번 시즌 내내 아는 체 좀 할 수 있을 거다.

Credit Info

2015년 02월 02호

2015년 02월 02호(총권 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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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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