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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도 디톡스가 필요해

On October 16, 2014

옷더미에 깔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스타일리스트 최경원은 정리의 신이라 불리는 ‘정리 컨설턴트’에게 SOS를 청했다.

옷장 정리가 필요하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옷장 정리는 복잡하고 답답한 인생의 첫 번째 처방전이다. 옷장이 정리되면 인생에도 숨통이 트인다. 심리학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도 말하지 않았던가. “시간을 가지고 옷장이라는 삶의 조그만 영역 하나를 바꿔보려 노력하라. 그러면 다른 영역에서의 변화는 절로 따라올 것이다!”

크리스탈, 이솜, 김하늘, 김민희 등 잘나가는 여자 연예인들의 패션을 담당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최경원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이사 간 지 다섯 달쯤 된 집은 여전히 ‘이사 중’인 상태.
방 하나를 모두 옷 방으로 만들었지만 근사하게 ‘드레스 룸’이라 부를 상태는 아니다. “뭔가 묵직한 게 가슴속에 맺혀 있는 기분이에요. 정리를 해야 된다는 압박감과 어떻게 정리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막막함이 합쳐져 계속 찝찝한 상태죠.” 6.6㎡(2평) 남짓한 방 안에 걸린 행어만 3줄이다.

그녀에게 도움을 줄 만한 인물을 물색했다. 정리의 신이라 불리는, 이름도 낯선 ‘정리 컨설턴트’를 찾았다. 전업주부의 취미가 직업이 된 최연희 컨설턴트는 주로 3인 1조로 움직이며 옷장을 비롯해 베란다, 주방, 신발장 등 엄두를 못 내는 곳들을 말끔히 정리해 준다. “정리의 기본은 일단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거예요.”

최연희 컨설턴트는 일단 넓은 공간에 옷을 모두 꺼내놓은 다음, 안 입는 옷을 구분해 내는 것이 옷장 정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옷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지만, 버리고 난 후에는 또 얼마나 빨리 그 옷의 존재를 잊는지도 우린 잘 알고 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증’은 심각한 정신 장애예요. 물건을 모을 줄만 알고 버릴 줄 모르는 게 특징인데, 치료하기가 어렵고 강박 장애나 치매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죠. 타인과의 이별이나 자연 재해 등이 이들의 습관을 강화시킵니다.” 제니퍼 바움가르트너는 옷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증을 지적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발병률이 전 세계 인구의 1% 내외로 적으니까.

  • 종류별로 쇼윈도처럼 차곡 차곡 쌓아 올린 옷들. 한눈에 옷이 다 보이니 쇼핑도 덜하게 된다.

물론 그 정도의 중증은 아니더라도 우린 조금씩 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옷을 대충 버리고 나자, 정리 컨설턴트와 패션 스타일리스트 간에 팽팽한 기 싸움이 시작됐다. “사계절 옷을 따로 구분하지 않아요. 왜 요즘은 겨울에도 코트 안에 여름 티셔츠를 입고, 여름에도 출장 갈 땐 두꺼운 옷이 필요하니까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죠.”

딱 요즘 여자 같은 최경원에겐 1950년대생 엄마가 이해 못하는 패션 룰이 있다. 실용성을 최우선에 둔 정리 컨설턴트와 옷도 아트 작품처럼 전시하고픈 집주인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했다. 사실 이게 우리가 뻔한 정리의 기술을 아무 때나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우유 팩에 속옷을 담아 보관하라는 식의 ‘아침 방송 프로그램’ 같은 정보에 모두 다 감탄하진 않는다. 옷장 정리에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녹아 있기 마련. 전문가의 팁과 집주인의 취향에 접점이 필요했다.

우선 집주인은 옷 방도 패션 매장의 쇼윈도처럼 꾸미길 원한다. “사진 스튜디오마다 사용하는 5단 선반이 있어요. 무거운 물건도 많이 들어가고 튼튼해서 고릴라 랙으로 불리죠. 이런 선반에 옷들을 쇼윈도처럼 차곡차곡 정리하고 싶다는 계획이 항상 머릿속에’만’ 있었죠.” 그래서 한쪽 벽면의 행어를 제거하고 지진에도 끄떡없을 만큼 튼튼한 고릴라 랙 두 개를 세웠다. 정리 컨설턴트는 대부분의 옷을 옷걸이에 걸어 보관하길 권하는 편인데, 집주인의 의견에 따라 쌓아올리는 것을 택했다.

단돈 1천원밖에 안 하는 신발 정리 랙만 있으면 값비싼 구두를 ‘귀하게’ 보관할 수 있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선반에는 손잡이가 달린 천 박스를 활용해 두꺼운 패딩 점퍼 따위를 보관하면 좋다. 또 간격이 넓은 선반의 경우 공간 활용 바스켓을 달아 비는 윗부분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버려진 공간은 문 뒤에도, 행어 밑에도 있다. 문 뒤에는 도어 행어를 설치하면 잠옷 따위를 걸 수 있고, 행어 아래에는 바구니를 놓아 그날 입은 옷만 넣어둬도(의자 위나 바닥에 놓지 말라는 것!) 한결 정리가 된다.

“옷을 거는 데도 기술이 있어요. 짧은 스커트 같은 경우는 옷걸이를 S자 고리로 연결해 2~3단으로 걸 수 있어요. 또 옷걸이는 한 종류로 통일하고, 한쪽 방향으로 거는 것이 공간 활용을 높이는 방법이죠.”

아침 10시에 시작된 옷장 정리는 오후 6시가 돼서야 마무리되었다. ‘목에 걸렸던 까슬까슬한 무언가가 쑥 내려가는 기분’은 지질한 남자 친구와 끝냈던 그때보다 더 시원했다. 밤이 길어지는 이 계절, 두려워서 건드리지 못한 옷장 문을 열자. 그다음 일어날 변화들은 쇼핑과 다이어트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일 테니.



정리의 신이 말하는 정리 신공 9_베테랑 정리 컨설턴트 최연희 팀장

문 뒤에 도어 행어를 달아 잠옷 걸이로 이용했다.

1 서랍장에 옷을 넣을 땐 무조건 세워서 보관한다. 한눈에 찾기 쉽고, 꺼낼 때도 편하고, 수납공간도 1.5배 늘어난다.
2 서랍장 입구를 기준으로 열(세로)이 아니라 행(가로)으로 쭉 세워 넣는다. 자주 입는 옷은 앞쪽 행에 넣는다.
3 옷은 종류별로 왼쪽부터 코트, 원피스, 재킷, 바지, 스커트, 블라우스 순으로 걸어준다. 그래야 길이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상승하는 모양이 되어 아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4 스타킹과 양말은 절대 묶어서 수납하지 말자. 스타킹과 양말도 옷처럼 사각형이 되게 접어 세워서 보관하면 둥글게 말았을 때보다 공간도 덜 차지하고, 올이 나가는 것 같은 손상도 줄일 수 있다.
5 옷걸이와 서랍장은 80%만 수납한다. 세탁 후 새롭게 보관할 옷들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 둬야 이미 정리된 옷들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수납할 수 있다.
6 잘 미끄러지는 세탁소 옷걸이의 경우, 양쪽 끝에 못 쓰는 고무장갑 손가락 부분을 덧대주면 실크 블라우스를 걸어도 문제없다.
7 니트류를 보관할 때는 옷을 펼쳐 종이 한 장을 깔아준 뒤 말거나 넓은 면적으로 접어 보관한다. 옷걸이에 걸 때는 늘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일단 세로로 반을 접은 뒤, 겨드랑이를 기점으로 팔과 몸통이 V라인이 되게 옷걸이에 걸어주면 된다.
8 사이즈가 제각각인 우산은 신발장 안쪽에 타월 고리를 달아 보관하면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9 가방은 사이즈가 비슷한 종이 백에 넣어 나란히 세워두면 정리하기도 수월하고 찾기도 쉬우면서 보기에도 좋다.

EDITOR : 김민정
PHOTO : 김영훈(인물), 이윤화, Getty Images

발행 : 2014년 40호

옷더미에 깔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스타일리스트 최경원은 정리의 신이라 불리는 ‘정리 컨설턴트’에게 SOS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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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02호

2014년 10월 02호(총권 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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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인물), 이윤화,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