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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호 EDITOR'S LETTER

On October 01, 2014

역시 요즘을 움직이는 건 세월을 잊은 근육질 슈퍼맘들이다.

EDITOR IN CHIEF 안성현

역시 요즘을 움직이는 건 세월을 잊은 근육질 슈퍼맘들이다.
주간 핫 이슈를 다루는 <그라치아>에 애 엄마들이 떼로 자리하게 된 건 그 때문이다. 양팔에 딸을 끼고 등하굣길을 누비는 사라 제시카 파커가 표지에, 패션 위크의 아프로디테가 된 만삭의 임산부 미라슬로바 듀바식 스타일링 신공을 텐핫 스토리에,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른 세 아이의 엄마 홍은희의 쫀쫀한 행보는 인터뷰 기사에, 성수동 김부선 어머님의 잔다르크 같은 파이팅 기술은 칼럼으로 기름지게 눌러 담았다. 지난주 밀라노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에서 만난 미로슬로바 듀마는 섹시한 저지 스커트를 입고 스트랩 힐을 신고 있었는데 부풀어 오른 그녀의 배는 기품 있는 최신 장신구처럼 보일 정도였다. 창백한 낯빛, 검푸른 눈두덩이, 헛구역질과 현기증으로 대변되던 임산부는 마치 트렌드가 지난 잇백처럼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 걸까. 오히려 아이를 가졌기 때문에(8개월은 족히 돼보였는데 말이다) 그녀의 옷입기는 부자의 유희에서 천재의 재능으로 온전히 인정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범인인 우리는 때론 겁나게 부지런하고, 감각적이고, 용감한 엄마들을 볼 때마다 목이 탄다. 사실 일이십 년 전만해도 어머니의 상징은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 아니었나. 자식의 목숨에 맞서 싸우는 여전사. 그녀의 팔뚝이 보통의 여자들 보다 굵고 남들보다 하관이 넓대도(배우 린다 해밀턴이 못생겼다는 건 절대 아님) 그건 투사의 상징일 뿐이었다. 요즘은 그게 아니다. 여전사는 여전사인데 요정의 탈을 쓴 여전사? 이 정도 되면 세상 모든 우성인자의 집약체로 보일 정도. 사라 제시카 파커의 다리, 홍은희의 귀여움, 마라슬로바 듀바의 감각, 안젤리나 졸리의 사회 의식, 김부선의 투쟁 정신 을 합쳐 놓으면 이건 뭐 천상의 게임 캐릭터? 결국 대대손손 아이를 낳는 건 여자들에게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도전의 완성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용기와 바지런함을 수혈받기 위한 최후의 도전 카드. 슈퍼맘을 넘어 퍼펙트맘을 원하는 시대. 엄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순간 리아스식 해안처럼 굴곡이 잦은 장애물을 헤치고 나가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는다. 그 수많은 미션 안에 ‘몸매 관리, 옷잘입기, 동안 유지하기’ 철인삼종 경기가 포함돼 있다. 심지어 싱가포르의 나타부드 포드타비 교수는 말한다. “아이를 갖는 것과 행복 사이에는 거의 아무 연결이 없다.” 아이를 가지면 행복이 올 거라는 믿음이 아이를 가지면 불행이 올 거라는 믿음보다 인류에게 훨씬 더 쉽게 전달되었을 뿐이라는 거다.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행복과 불행이 동시에 오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런데 완벽주의 기질이 있는 여자들은 철인삼종경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불행이 동시에 오는 걸 막아보려고, 행복만으로 점철된 걸 증명해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결론적으로 엄마가 되기를 원하는 혹은 엄마가 된 여자들에게 주어진 의무가 과한 세상이다. 그래도 여자들은 도전한다. 그게 여자니까. 예로부터 ‘여자는 약하나, 엄마는 강하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들은 애낳고 20kg씩 독하게 살을 빼고 ‘막’ 그럴 수 있는 거다. 휴우....

EDITOR IN CHIEF : 안성현

발행 : 2014년 40호

역시 요즘을 움직이는 건 세월을 잊은 근육질 슈퍼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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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02호

2014년 10월 02호(총권 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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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