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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립스틱이 좋아요

On September 05, 2014

요즘 들어 수지가 부쩍 섹시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인생의 중요한 뭔가를 이미 깨우친 스물한 살이라가능한 일 같다.<BR> 소녀 수지와는 아쉽지만 안녕, 해야겠다.

원피스 레베카 밍코프 (Rebecca Minkoff). 팔찌와 스트랩 샌들 마이클 코어스.

<건축학개론> 이후 오랜만이에요.
와~ 까마득하네요.

불과 2년 전인데, 그사이 많은 게 변했나요?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나요. 신기한 건 제가 어느새 데뷔 4년 차더라고요. 시간 참 빠르죠?

고작 4년 만에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것 같아요. 요즘 시나리오 정말 많이 받죠?
회사 담당자에게 듣기로는 시나리오가 꽤 들어온다고 하던데, 제가 받은 건 몇 편 안 돼요.

한 번 걸러서 가는군요.
네. 그래도 제가 직접 의견을 내고 윗분들과 상의해서 결정하고 있어요.

아까 촬영하는 거 보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서운하던데요. 성숙한 아가씨 같아서. 소녀 수지하고는 이제 안녕인가요?
역시 그렇구나. 저도 계속 그런 충돌이 있었거든요. 제가 성인이긴 해도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나이에 맞는 걸 하는 게 맞는 건가? 그렇다면 내 나이에 맞는 게 뭘까?

그런데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일단 다 소화해 보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예전엔 안 해본 성숙한 스타일로 변해 가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스물한 살이라고 하면 다들 약간 놀라던데요(웃음).

2년 전에도 자기만의 세계는 분명했어요. 보통 10대보다는 확실히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지금보다 그때가 더 진지한 어른 같아요(웃음). 예전에 쓴 다이어리를 보면 저도 놀라요. 그땐 진짜 파이팅이 넘쳤구나. 그런데 정작 이런저런 생각은 지금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뭔가를 하기 전에 괜히 소심해지고, 큰일이 날 것만 같고,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결정을 잘 못하겠는 그런 거 있잖아요.

요즘 대세인 수지가 불안해할 필요 있나요? 이 상황을 즐겨요, 그냥.
대세인 건 모르겠고(웃음), 어쨌든 이런 건 있는 듯해요. 제가 이런 사랑을 계속 쭉 받을 수는 없잖아요. 언제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아보겠어요. 어딜 가나 모든 사람이 다 잘해 주니까 어쩔 수 없이 업될 때가 있는데, 솔직히 그런 게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조심하게 돼요.

최근에 찍은 화보들을 보니 표정이 한층 다양해졌더라고요.
조금씩 제게 맞는 걸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일을 하다 보니 갈수록 뭐가 더 어울리는지 알겠더라고요. 촬영 전에 제 나름대로 시안을 많이 찾아보는 편이거든요. 모델 사진 같은 거 보면서 표정과 포즈도 따라 해보고.

오늘은 오기 전에 어떤 콘셉트로 왔어요?
촬영장이 야외고 자연광을 받을 것 같아서 그윽한 가을 여자 분위기를 내보고 싶었는데, 아침에 비가 와서 순간 ‘멘붕’이 됐어요(웃음).

니트 원피스 레베카 밍코프 (Rebecca Minkoff).

최근에 부쩍 섹시해진 것 같아요.
저요? 아니에요. 앞머리를 길러서 그런가?

요새 그 광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단 말이죠.
스프라이트?

정말 예뻐요.
지금까지 항상 광고에서 하얀 옷 입고 샤방샤방한 모습만 보여드렸잖아요. 스프라이트가 아마 섹시하게 나온 첫 광고일 거예요. 콘티를 받았을 때 ‘드디어 때가 왔구나’ 했죠(웃음).
또 열심히 시안을 찾아보고 연습도 하고.

반응이 어때요?
그 광고 좋다는 말을 되게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회사 사람들한테 그랬죠. “거봐, 사람들이 이런 모습 좋아한다니까. 이런 걸 좋아한다고!” 저는 방송에서 청순한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오히려 빨간색 립스틱 바르고 퀭한 메이크업하는 걸 좋아해요.

차기작으로 영화 <도리화가>를 선택했잖아요.
판소리 명창 진채선의 이야기라는 걸 듣고 ‘역시 수지는 겁도 없다. 그런데 수지답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로서도 가장 큰 문제가 판소리였죠.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어요. 완전 흠뻑 빠져서 읽었죠. 그래도 계속 고민이 됐어요. 내가 판소리를 어떻게 하지? 몇 년간 연습해서 찍는 것도 아닌데 이게 가능할까?
하지만 정말 이 영화를 하고 싶었거든요.

판소리를 몇 개월이나 배웠어요?
지금 두 달째?

어때요?
그냥 배우는 거면 재밌었을 텐데…. 처음 한두 번은 나쁘지 않았어요. 계속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서너 번 지나고 다섯 번째 수업 시간 때는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와~ 역시 내가 지금까지 하던 노래와는 완전히 다르구나.

선생님은 어떻다고 해요?
타고났대요. 으하하. 그런데 진짜 저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자신감 갖게 해주려고 그러시나 봐요.

실제로 진채선은 ‘춘향전’을 가장 잘했는데 그중에도 ‘기생점고’ 대목에 가장 능했다고 해요. 수지 씨도 그걸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건가요?
네. 제가 영화 속에서 집중적으로 보여드리는 곡이 몇 개 있죠.

그 대목이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어우, 그러니까 제가 진짜 잘해야 돼요.

전 원래 ‘수지표 발라드’를 좋아하거든요.
수지표 발라드 팬이 좀 있죠. 으하하.

라디오 나와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것만 들어도 대범한성격이 느껴져요. 진짜 최소한의 반주만 깔고 하더라고요. 코러스의 도움도 없이.
전 노래하는 게 정말 좋아요. 방송 여기저기서 제가 먼저 하겠다고 했어요. “저 노래 부르겠습니다!” 거기서 불러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웃음). 무대에서는 미쓰에이로 서는 거니까 혼자 전곡을 부를 기회가 없잖아요.

판소리를 연습하고 있으니 노래 실력이 늘겠네요.
맞아요. 엄청 도움이 돼요. 그걸 잘해 내든 못해 내든 관계없이 무조건…. 제가 어디 가서 판소리를 배우겠어요? 그것도 지금 정말 잘나가는 선생님한테 배운단 말이에요. ‘아, 진짜 영화가 어떻게 되든 나는 얻는 게 많겠다’라는 생각을 했죠(웃음).

촬영 내내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더라고요. 요새 특별히 아끼는 노래가 뭐예요?
달총의 ‘Alone’이라는 노래예요. (아이폰을 꺼내며) 한 번 들어보세요.

아, ‘수지표 발라드’의 느낌이 오네요.
제가 좋아할 만한 노래긴 하죠? 오늘도 한 300번은 부른 것 같아요(웃음).

오늘 수지 씨 인터뷰한다니까 주변 남자들이 다 따라오겠다고 하더라고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아하하. 진짜요?

스스로도 알고 있죠? 요즘 미모에 물이 올랐다는 사실을.
제가요? 요즘 살을 빼고 있기는 해요. 아까 못 참고 엽기떡볶이를 먹긴 했지만(웃음). 젖살이 빠져서 그런가, 약간 갸름해졌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뭐 해요?
딱 눈뜨자마자 시계를 봐요. 제가 알람소리를 잘 못 듣거든요. 맞춰놔도 무용지물이에요.

지금 혼자 살아요?
네. 숙소에서 혼자요. 이상하게 알람을 잘 못 들어요. 그래서 매니저 오빠가 집으로 엄청 전화를 걸죠.

잠이 많아요?
아뇨. 평소 잠은 진짜 조금 자거든요. 낮잠도 안 자고요. 아침에 지나치게 이른 시간에 눈이 떠져도 굳이 다시 잠들지는 않아요. 아침에 딱히 할 것도 없지만.

그럴 때는 뭐 해요?
노래 불러요(웃음).

옆집에서 쫓아오겠네요(웃음).
그래서 전 어른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게 면허 따는 거였어요. 노래 크게 들으면서 드라이브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바로 실천에 옮겼죠. 요즘도 시간 날 때는 드라이브를 즐겨요.

운전한 지 얼마나 됐어요?
두 달 있으면 1년이에요.

이제 운전 잘하겠네요.
처음부터 잘했어요(웃음).

겁이 없어서 그런가?
네. 저는 진짜 겁이 없어요.

차선도 잘 바꾸고요?
네. 그거야 기본이죠.

좋아하는 드라이브 코스가 있어요?
그냥 냅다 달려요. 마구 달리다가 이제 집에 가야겠다 싶으면 거기서 집으로 돌아오니까 매번 가는 길이 달라요.

성인이 돼서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운전 말고 또 뭐가 있어요?
일 끝나고 친구들 만나서 맥주 한잔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좋아요.

맥주 좋아해요?
술은 다 좋아해요.

‘치맥’파?
전 치맥은 안 먹어요. 아직 그 맛을 잘 모르겠어요.

어떤 안주를 즐겨 먹어요?
타코와사비요. 저도 탕 같은 거 먹고 싶고 매운 것도 좋아하는데, 밤에 먹으면 다음 날 부으니까요.

자기 전에는 뭐 해요?
기계로 다리 마사지를 하고요, 복근 운동을 조금 해요. 그런데 진짜 조금이에요! 그리고 냉장고를 괜히 한 번열어보고 불 끄고 자요.

냉장고는 왜 열어봐요?
그냥(웃음). 습관이에요. 엄마도 맨날 물어봐요. 대체 냉장고는 왜 열어보냐고.

가장 인내심을 요하는 순간이 언제예요?
예를 들면 이런 거요. 어제 레슨이 새벽 1시쯤 끝났어요. 약간 맥주가 당기는 날이었는데, 오늘 아침 촬영이라 참았죠.

한창 놀고 싶을 때잖아요. 일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정말 많을 텐데요.
그러니까요. 아직도 그런 점이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맛있는 게 눈앞에 있을 때! 촬영 끝나고 늦게 집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족발을 시켜놨다든가 하면 그때부터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거죠.

대단하네요. 그건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 아닌가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순간이 별로 없나 봐요.
그래도 저는 좀 막나가는 성격이라 정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고 말아요. 아예 안 자고 놀 때도 있고 그래요. 그래서 전 스스로 아주 재밌게 산다고 생각하죠.

일만 하고 살까 봐 걱정했는데 그거 참 반가운 소리네요.
예전에는 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로를 통제하고 살았어요. 그러면서 어쩐지 제가 성실해지고 프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내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지겠나.
할 땐 해도 놀 땐 놀자! 나름 스트레스 안 받으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직장 생활 10여 년 만에 깨달은 걸 4년 만에 알았네요.
아, 진짜요? 그래도 그걸 체화하는 건 여전히 힘들어요. 신기한 건 사람이 한 번 마음을 먹는 게 진짜 중요하더라고요.
마음가짐을 바꾸니까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일들이 있어요.

성장, 성공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을 학대하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나 봐요.
그렇죠. 그래도 그런 시기가 있었으니까 지금 제가 얻은 게 있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그때는 또 열심히 일만 하는 게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았거든요. 지금은 그렇게 하면 몸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만요. 그래서 제가 달라진 거죠. 최대한 자연스러운 상태로 살고 싶어요.

지금 행복해요?
요새 진짜 행복해요. 그때그때 원하는 걸 하고 있거든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당장 만나고. 이 또한 다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즐기고 있어요. 아,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요즘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 갑자기?
모르겠어요, 행복이라는 걸 느끼는 건 순간순간에 지나지 않잖아요. 뭔지 알죠? 아…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뭐예요?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는 거요.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니까 두려운가 봐요.

EDITOR : 김현민
PHOTO : 김보성
HAIR : 임철우
MAKEUP : 원정요
STYLIST : 홍혜원

발행 : 2014년 38호

요즘 들어 수지가 부쩍 섹시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인생의 중요한 뭔가를 이미 깨우친 스물한 살이라가능한 일 같다.<BR> 소녀 수지와는 아쉽지만 안녕, 해야겠다.

Credit Info

2014년 09월 02호

2014년 09월 02호(총권 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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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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