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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도연, 하지원, 공효진, 배두나, 수애의 뒤를 이을, 어쩌면 언젠가 그녀들을 뛰어넘을 여배우 다섯.

캐스팅하세요, ' 그라치아'가 밉니다

On July 22, 2014

[그라치아]가 강력 추천하는 다섯 명의 여배우들. 굳이 우리가 밀지 않아도 이미 당신의 머릿속에 떠올랐을 여배우들은 제외했다. 편견은 잠시 내려놓고 그녀들을 만나보길. 어차피 처음부터 완성형으로 시작하는 배우는 없으니까.

레이스 톱 프리마돈나. 니트 프린지 스커트 시스템. 액세서리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우선 당신이 최근에 본 영화의 여자 주인공부터 떠올려보자. 전지현, 엄정화, 하지원, 배두나, 김민희, 김혜수…. 음, 다시… 전지현, 전도연, 엄정화, 김민희, 공효진, 하지원…. 아마도 무한 루프에 빠진 듯한 기분일 거다. 여배우가 주연으로 나설 만한 작품이 많지 않을뿐더러 그만큼 주연급 여배우 풀이 좁기도 좁다. 게다가 전부 서른 살을 훌쩍 넘긴 나이. 그렇다면 세대를 조금 낮춰서 생각해 보자. ‘국민 첫사랑’ 수지, <은교>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김고은, <수상한 그녀>로 안타를 친 심은경 정도일까?

요즘 우리가 멀티플렉스에서 만나는 상업 영화는 순 제작비만 최소 30억원 규모로,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다. 그러니 제작자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거다. 신선하지만 티켓 파워가 없는 새로운 얼굴에 모험을 걸 것인가, 아니면 안전한 길을 택할 것인가. 아무리 ‘동안’이라지만 전도연을 여고생으로 분장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라치아>가 준비했다. <그라치아>가 강력 추천하는 다섯 명의 여배우들. 굳이 우리가 밀지 않아도 이미 당신의 머릿속에 떠올랐을 여배우들은 제외했다. 편견은 잠시 내려놓고 그녀들을 만나보길. 어차피 처음부터 완성형으로 시작하는 배우는 없으니까.





#포스트 공효진
류혜영
1991년생, 건국대학교 영화과 재학 중
데뷔작
2008년 단편 <여고생이다>
장편 필모그래피 <나의 독재자>(촬영 중, 2015년 개봉 예정), 2014년 <만신>, 2013년 <잉투기>

이런 유형의 배우가 가장 무섭다. 아직 새파란데 카메라 앞에서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캐릭터의 발성부터 말투, 작은 손짓 하나까지 전부 원래 자기 것 같다. 강한 캐릭터로 인식되기 쉽지만 대중은 큰 거부감 없이 배우 본연의 개성으로 받아들인다. 더 정확히 말하면 관객이 배우와의 기 싸움에서 기꺼이 져버리는 거다. 그렇기에 그들은 배우를 발목 잡는 이미지 변주라는 강박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 때로는 건성으로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 때문에 ‘연기 귀신이다’, ‘카메라 앞에서 논다’는 수사를 자주 듣는다.
남자 배우 중에는 류승범이, 여배우 중에는 공효진이 그랬다. 이제 그 계보를 류혜영이 잇게 될 거다.

▲ 이토록 투지와 박력이 넘치는 여고생을 본 역사가 없다. 류혜영의 생명력 덕분에 <잉투기>는 비범한 청춘 영화의 대열에 섰다.

평소 독립 영화에 별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이 배우가 누군데 여기 끼어 있나’ 싶을 거다. 하지만 그 반대 지점의 사람이라면 무릎을 칠 거다. 경력은 그리 길지 않다. 2008년에 데뷔해 10여 편의 단편을 찍었을 뿐이다. 영화인들의 눈에 그녀가 콕 박힌 것은 2012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은 엄태화 감독의 <숲>에서다. 작품이 워낙 강렬하기도 했지만, 여기서 류혜영은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파닥거렸다. 그녀의 가능성은 엄태화 감독과 또 한 번 손잡은 첫 장편 <잉투기>에서 터진다. 먹방 BJ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는 여고생 ‘영자’는 마치 시한폭탄 같았다. 소외감과 분노로 폭발 직전인 여고생과 길거리에서 정면으로 눈이 딱 마주친 것 같은 느낌. 긴장이 흐르는 위협적인 순간이지만 다독여주고 싶어서 팔을 뻗게 된다. 류혜영은 다소 불량스럽고 반항기 넘치지만 결국 사랑스럽다. 이게 초창기 공효진과 굉장히 비슷하다. 퉁명스러워 보이는 볼살과 굴곡 없이 길쭉한 소녀 같은 팔다리까지도. 하지만 류혜영이 과거 공효진보다 월등한 점은, 섹시하다는 것이다. 밋밋한 교복을 입고 있어도, 입에서 육두문자를 쏟아내도 감출 수 없이 ‘여자’가 드러난다. 아직 앳된 외모에서 풍기는 롤리타적 섹시함이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발적 섹시함에 가깝다. 내년 초 개봉할 <나의 독재자>가 류혜영의 첫 상업 영화다. 환경도 180도 달라졌고 설경구와 박해일이라는 대선배들과 카메라 앞에 서지만, 여전히 주눅 든 기색은 전혀 없어 보인다. WORDS 김현민(<그라치아> 피처에디터)

연기를 준비하는 자세가 좋다. 성실하고 열정이 남달라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자신을 제약과 한계라는 굴레 안에 가두지 않는 생동감 넘치는 배우다. _<나의 독재자>를 함께 촬영 중인 배우 설경구

정말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다. 해보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격으로, 이건 배우로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똑똑하다. 열 마디 할 걸 한 마디만 해도 바로 이해하고 연기해 낸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강박감을 갖지 말고 지금 잘하는 것을 계속 잘했으면 좋겠다. _단편을 비롯해 세 작품을 함께한 <잉투기>의 엄태화 감독


#포스트 수애
임지연
1990년생,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기과 재학 중
데뷔작
2011년 단편 <재난영화>
장편 필모그래피 <간신>(하반기 크랭크인 예정), 2014년 <인간중독>

임지연과 수애는 묘한 지점에서 교차한다. 임지연의 장편 데뷔작
<인간중독>과 수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님은 먼 곳에>는 모두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두 영화에서 두 배우는 모두 시대의 억압에 고통받는 여성을 연기한다. 지금 갓 걸음마를 뗀 신인과 10년 차가 훌쩍 넘은 배우를 비교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 신인 배우에게 ‘포스트 수애’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면, 임지연이라는 배우가 지닌 이미지의 복합성 때문이다. 수애는 표면에 머물지 않고 무엇인가를 연상시킨다. 그것은 일종의 노스탤지어이며, 잊었던 감정의 환기다. 수애가 처음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정윤희’를 언급하며, 그 전설적인 여배우가 지녔던 아련한 느낌을 떠올렸다. 임지연에게도 그런 아우라가 있다. 그녀를 보면 첫사랑, 순애보, 운명, 파국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녀의 얼굴은 이러한 고전적인 사랑의 감정들을 품으며 자신만의 감성을 관객에게 조용히 뿜어낸다.

임지연의 얼굴이 넓은 진폭의 감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임지연은 또래 배우들처럼 쉽게 파악되지 않는, 비전형적인 이미지를 지녔다. 그녀는 젊은 나이에 섹슈얼한 캐릭터를 맡았지만, <은교>의 김고은처럼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지 않는다. 강소라처럼 씩씩하게 보이지 않지만 당찬 내면을 지녔으며, 고아성처럼 속 깊어 보이면서도 돌발적이고 야릇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규정하기 쉽지 않은 모호함을 지닌 임지연은 ‘포텐’이 터지기 직전의 폭풍 전야와도 같은 배우다. WORDS 김형석(영화 저널리스트)

▲ 임지연이 대중에게 알려진 첫 이미지가 <인간중독>의 종가흔이라는 점은 조금 아쉽다. 몇 편의 단편에서 보여준 매력을 발산하기엔 제약이 많았다. 단편 <9월이 지나면>의 풋풋하며 사랑스러운 느낌이 어쩌면 그녀의 본령일지도 모른다.

신인 배우답지 않은 담대함이 있다. 남들에겐 대단한 문제를 별거 아닌 일로 만들고, 남들은 긴장할 법한 순간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이건 타고난 그녀의 기질인 것 같다. 영화 한 편을 같이 찍었는데 어떤 사람인지 아직 잘 모르겠는 것도 신기하다. 작품에 따라 계속 다른 모습을 내보일 것 같다. _임지연의 결정적 한 방 <인간중독>의 김대우 감독

겉보기와는 달리 성격이 털털하고 거리낌이 없다. 첫 영화에서 억압된 역할을 표현하느라 본인을 많이 억눌렀을 것 같다. 실제 성격과 비슷한 역할을 맡으면 자유롭게 날아다닐 듯하다. 몸을 쓰는 데도 호기심이 많아 액티브한 영화에도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_최근 임지연을 <간신>에 캐스팅한 민규동 감독


#포스트 하지원
천우희
1987년생, 경기대학교 연기학과 졸업
데뷔작
2007년 <허브>
장편 필모그래피 <손님>(촬영 중, 2015년 개봉 예정), 2014년 <카트>(하반기 개봉 예정) <한공주> <우아한 거짓말>, 2012년 <사이에서> <26년> <코리아>, 2011년 <써니>, 2010년 <이파네마 소년>, 2009년 <마더>

하지원을 좋은 배우라고 말할 때 첫 번째 이유는 ‘연기력’이 아니다. 그렇다고 외모도 아니다. 연기나 외모 이전에 나는 그녀에게 강단, ‘깡’이 있다고 보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그녀를 배우로서 탄탄하게 하는 좋은 재료가 된다. <시크릿 가든> 1회에서 하지원이 액션 스쿨 마당에서 죽도를 들고 기합을 넣을 때 나는 그 깡이 절대적으로 빛났다고 본다. 연기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최선을 다해 기술을 연마하고 선보이겠다는 프로의 자세. 천우희에게서 하지원의 절박함이, 그 깡이 보였다. 전형적인 아름다움에서는 조금 벗어난 창백한 외모, 팔등신의 섹시한 라인과는 동떨어진 가녀린 체구는 천우희를 수식하는 첫 번째 언어가 아니다. 그녀의 연기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재료는 다른 무엇이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경건한 자세다.

▲ <우아한 거짓말>의 소녀 가장 미란. 친구 만지 앞에서 동생을 보호하는 미란의 동물적 본성이 전율처럼 다가온다. 천우희의 연기에는 꾸밈이 없다.

천우희는 그동안 이 재료를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연기 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해 왔다. 사실 천우희를 제대로 알려면 한정 없이 시간을 소급해 올라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공주>를 통해 ‘천우희’라는 이름을 알리기까지 그녀는 수많은 역할을 거치며 자기 자신을 발산해 왔다. <써니>의 본드녀, <마더>에서 진태의 발칙한 여자 친구가 천우희였고, 세파에 찌들어 겉늙어버린 <우아한 거짓말>의 소녀 가장도 그녀가 맞다. 당신이 봤던 그 많은 영화 속에 이미 무수한 천우희가 존재했다. 천우희는 언제나 배역과 동화돼 스타성을 완벽하게 가리며 항상 그 배역으로만 존재해 온 것이다. 먼저 온 천하에 자신의 이름부터 알리고 그 스타성을 버린 채 정진하는 하지원의 구도와 달리, 천우희는 구도의 길 가운데에 비로소 천우희라는 이름을 알리고 정진 중이다. 하지만 결국 두 배우의 바탕에는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절실함이 깔려 있다. 곁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배우다. WORDS 이화정(<씨네21> 기자)

공간에 대한 이해도와 집중력이 좋다. <한공주>는 천우희의 시작점에 불과할 뿐이다.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달렸겠지만,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다. _천우희를 널리 알린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

생김새처럼 섬세하고 결이 고운 연기를 하는 배우다. 미모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독특하고 묘한 매력으로 또래 배우들과 차별화된다. <카트>는 여러 배우가 나오는 작품인데, 어우러질 줄도 아는 배우다. _<카트>를 제작하는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포스트 배두나
고아성
1992년생,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부 재학 중
데뷔작
2004년 드라마 <울라불라 블루 짱>
장편 필모그래피 2014년 <우아한 거짓말>, 2013년 <설국열차>, 2012년 <듀엣>, 2009년 <여행자> <결혼식 후에>, 2008년 <라듸오 데이즈>, 2007년 <즐거운 인생>, 2006년 <괴물>

<우아한 거짓말>에서 동생 천지(김향기)는 언니 만지(고아성)를 이렇게 묘사한다. “우리 언니? 쿨해.” 학급의 ‘은따’인 천지는 “무뚝뚝한데도 친구가 많은” 언니를 부러워한다. 이런 설정이 어색하지 않은 건 언니 역의 배우가 고아성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에 관심 두지 않는 초연한 눈빛, 높은 자존감, 말 안 해도 뭔가 있어 보이는 쿨한 태도 같은 것들이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배두나다. 그들은 봉준호 사단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도 함께 언급될 여지가 많다. <우아한 거짓말>의 마지막 장면. 죽은 동생의 흔적을 쫓던 만지는 동생을 괴롭히던 사람과 사건들을 밝혀내지만 차마 누구도 벌할 수 없다. 미움 대신 화해를, 미련 대신 희망을 선택한 소녀는 자신이 지켜야 할 마지막 가족인 엄마에게 돌아간다. 골목길에서 엄마를 만난 소녀는 교복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멋쩍게 웃는다.

영화 전체의 메시지가 그 순간 고아성의 풀 컷 하나로 갈음된다. 소녀에게는 지독한 사념을 헤쳐 나온 사람 특유의 외로움과 허탈감, 제 주변의 모든 나약한 존재를 ‘언니’로서 감싸 안기에 충분한 따뜻함과 넉넉함이 공존한다. 그 합의 결과는 ‘단단함’이다. <도희야>에서 상처 입은 소녀 도희(김새론)를 보호자로 거둬들이던 시골 경찰 영남(배두나)이 오버랩된다.

  • 괴물의 아지트에서 목숨 걸고 탈출하던 장면. <괴물>에서 고아성은 ‘아역 배우’가 아니라 ‘배우’였다.

따져 보면 이제 스물두 살인 배우가 <괴물>, <설국열차> 등 주요 작품마다 동생들을 보호하는 강인한 여자로 등장했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 이유가 뭐였는지, 그 결과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는 <우아한 거짓말>에서 증명된다. 고아성은 분리될 수 없는 건강한 양성성을 지닌 배우다. 때문에 그녀 앞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상투적인 여성상만을 필요로 하는 영화계에서 변방의 실력자로 머물든지, 그 자신이 영감의 원천이 되어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어가든지. 후자가 지금 배두나가 가는 길이고, 고아성 정도의 재능을 가진 배우라면 마땅히 도전해야 할 길이기도 하다. WORDS 이숙명(칼럼니스트)

<여행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가 아니라 주로 독특한 캐릭터에서 빛을 발할 것 같다. 어딘가 결핍이 느껴진다는 것도 배우로서 큰 매력이다. 예쁜 여배우보다 독보적인 배우로 성장하리라 기대된다. _고아성만의 개성에 반한 <혜화, 동>의 민용근 감독

고아성은 사람들이 가지 않은 숲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하지 않지만 가지치기 없이 그냥 그대로인 모습이 좋다. 그래서 연기를 지적하지 않으려 했다. 요즘 20대의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성이 없고,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연기와 표정을 발견하는 게 재미있었다. 오히려 내가 계산했던 부분을 다르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능성이 큰 배우라고 생각했다. _있는 그대로의 고아성을 담아낸 <우아한 거짓말>의 이한 감독


#포스트 전도연
한예리
1984년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무용과 졸업
데뷔작
2007년 단편 <기린과 아프리카>
장편 필모그래피 2014년 <해무>, 2013년 <동창생> <스파이> <남쪽으로 튀어> <환상속의 그대>, 2012년 <코리아>, 2011년 <평범한 날들>, 2010년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2009년 <귀향> <파주>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푸른 강은 흘러라>

한예리를 ‘포스트 전도연’으로 기대할 때 먼저 궁금한 건 ‘그럼 전도연은 누구냐?’ 하는 거다. 연기력 ‘갑’인 칸의 여왕이란 수식은 배우 전도연을 구성할 뿐 뜻하지는 않는다. 전도연이 배우로서(구체적으로는 여배우로서) 가진 최대의 강점은 본래의 자신보다 영화 속 자신을 더 아름답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도연의 최고작은 <너는 내 운명>이다. 그녀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밀양>이 감독의 작품이라면, <너는 내 운명>은 전도연의 본능이 만든 배우의 작품이다. 영화 속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처럼 보이는 건 단지 촬영과 조명만의 문제도 아니고, 연기력만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 관객을 대하는 그녀의 본능적인 기질이라고 할 수밖에.

▲ 아직은 연기와 무용을 병행하던 시절(그때는 김예리)에 출연했던 영화다. 한예리가 얼마나 생기 넘치는 몸짓을 가진 배우인지 보여주는 <기린과 아프리카>. 상업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녀의 ‘관능’도 드러난다.

한예리에게 ‘포스트 전도연’의 가능성을 발견한 작품은 <환상속의 그대>다. 한 남자의 기억 속에 살고 있는 죽은 연인 차경은 남자의 주변에 끊임없이 출몰해 그의 심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한예리는 자신의 외모에서 천진난만함과 처연함을 뽑아내 차경을 구성했고, 차경을 바라보는 관객 또한 영화 속 남자와 비슷한 심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한 여자, 어디서 길을 헤매고 있을지 걱정스러운 여자, 그래서 눈앞에 나타나면 눈물이 날 만큼 반가운 여자. 다소 비중이 작았던 <코리아>의 류순복이나 연변 소녀를 연기했던 <푸른 강은 흘러라>의 숙이 또한 한예리가 그녀만의 본능적인 기질로 캐릭터의 매력을 증폭시킨 예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과는 별개로 상업 영화에서 한예리는 아직 조연에 가깝다. 만약 한예리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전도연은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관능’을 장착한다면 그녀 또한 <너는 내 운명>의 은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WORDS 강병진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에디터)

뛰어난 연기는 물론이고, 호소력 있는 눈빛을 지녔다. 오랜 시간 실력을 다져온 훌륭한 배우인 만큼 이제 제대로 돋보일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접속>을 통해 영화배우로서 활짝 꽃피웠던 것처럼 한예리에게는 <해무>가 그런 작품이면 좋겠다.
_한예리의 첫 상업 영화 주연작 <해무>를 제작한 봉준호 감독

단편 <기린과 아프리카>를 보고 나온 뒤 나와 친구들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 소녀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구와도 다르고, 빛이 난다고. 그녀에게 바라는 점은 명백하다. ‘소모돼라!’ 더 많은 영화에서, 그리고 기능적인 역할로 과감하게 소모될 필요가 있다. 의아할 거다. 이건 모든 배우가 경계하는 측면일 테니. 하지만 한예리에겐 필요하다.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해져야 하고, 아무리 기능적인 역할도 스스로 빛나게 할 능력이 충분히 있으니까. _한예리의 가능성에 누구보다 주목하는 변영주 감독

EDITOR : 김현민
STYLIST : 최경원
HAIR : 박옥재(플리페헤어)
MAKEUP : 장유진(플리페헤어)

발행 : 2014년 34호

[그라치아]가 강력 추천하는 다섯 명의 여배우들. 굳이 우리가 밀지 않아도 이미 당신의 머릿속에 떠올랐을 여배우들은 제외했다. 편견은 잠시 내려놓고 그녀들을 만나보길. 어차피 처음부터 완성형으로 시작하는 배우는 없으니까.

Credit Info

2014년 07월 02호

2014년 07월 02호(총권 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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