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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두절된 연인을 기다릴 수 있는 최대 한계는 다섯 시간?

나, 혹시 미저리?

On July 15, 2014

연락할 수단이 점점 많아지면서 아주 잠깐의 공백에도 안절부절못하는 ‘스마트’ 세상의 연인들. 그런다고 연애에 도움이 안 됨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자꾸 ‘미저리’처럼 행동할까.

“사랑아, 돌같이 참아야 해. 연애는 참는 거야.”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등장한 야노 시호가 아직 세 살인 사랑이에게 연애 비법을 전수하며 한 말이다. 하지만 돌처럼 참기는커녕 연애에 대한 현대인의 인내심은 점점 짧아져만 가고 있다. 지난주 결혼 정보 회사 듀오가 20~30대 미혼 남녀 793명을 대상으로 한 ‘연인 사이의 분리 불안증’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65.8%의 미혼 남녀(남 58.6%, 여 72.6%)가 연인과 연락이 안 되면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는데, 흥미로운 건 연락이 안 될 때 참아내는 시간이다. 갑자기 연인과 연락 두절이 될 때 허용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남자는 5시간 58분, 여자는 4시간 2분 정도라고 답했다. 남녀 평균을 내봐도 다섯 시간 정도 연락이 안 되면 어느 쪽이든 인내심이 바닥날 확률이 높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설문 조사 결과가 조금 당황스러웠다. 일하다 보면 연락이 안 될 수도 있지, 고작 반나절 만에 불안해진다고? 아마도 내가 불규칙한 일상쯤이야 그러려니 하고 사는 에디터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주변 여자들의 반응이 대체로 그럴 만하다로 좁혀졌으니까. 사귀는 사이에 어떻게(다섯 시간이나!) 그럴 수 있냐고 반문하는 쪽의 근거도 수긍이 가긴 했다. 꼭 전화가 아니어도 요즘 같은 시대에 마음만 먹으면 방법은 많다는 것이다. 문자 메시지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래야 고작 1~2분인데, 그 정도 시간을 못 낸다는 건 절대적으로 마음 혹은 의지가 부족하다는 해석이다.

사실 언제 연인들 사이에서 전화나 문자가 핫 이슈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을까. 누가 먼저, 얼마나 자주 연락하느냐에 관한 각종 밀당의 기술 또한 이미 다양한 버전으로 난무한다. 전화나 문자만큼 열정의 크기를 가늠하기에 효과적인 수단도 없으니까. 여자들만 전화와 연락에 목매는 게 아니다. 남초 사이트에서도 유사한 고민 상담이 툭하면 올라온다. “분명 카톡을 읽긴 읽었는데 몇 시간 동안 아무 답이 없는 건 무슨 뜻이죠?” “헤어진 여자 친구의 부재중 전화, 대체 왜 한 걸까요?” 카톡 답장을 늦게 하는 여자, 전화를 잘 받지 않는 여자, 전화할 땐 분명히 다정했는데 직접 만나면 서먹해지는 여자 등 이런 모든 여자가 남자들에게도 똑같이 미스터리인 것이다. 아무리 <마녀사냥>으로 케이스 스터디를 하며 이 전화가 과연 ‘그린 라이트’인지 아닌지 고민해 봤자 원래 연애라는 게, 특히 ‘썸’과 연애의 중간쯤일수록 상대방의 모든 일상을 알고 싶고, 별거 아닌 말과 행동까지 과대 해석하는 삽질을 거듭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상이니까.

문제는 연락 여부에 집착하는 이유가 상대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 때문이 아니라, 지나친 자신감이거나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결여되어 나타나는 경우다. 친구 하나는 전화 한 번 못 받을 때마다 난리를 치며 가는 곳마다 휴대폰 인증 샷을 보내라고 요청하는 어린 여자 친구와 결국 헤어졌다. 그가 결정적으로 마음을 굳힌 건 사랑한다면서 그것도 못 해주느냐며 그녀가 자신의 포털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당당히 요구하던 순간이었다. 이 정도까지 집요해지지 않더라도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노려보느라 정신 건강을 해쳐봤자, 혹은 상대가 받을 때까지 미친 듯이 전화를 걸어봤자 대부분 역효과만 나기 십상이다.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언제나 24시간 대기 모드로 있어야 한다거나 사생활을 포기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장전쯤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통계적으로는 남자들에게 더욱 그렇다. 같은 설문 조사에서도 연인과 연락이 되지 않을 때 남녀의 반응은 기본적으로 달랐다. 남자는 ‘일단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56.3%)는 답이 가장 많았던 반면, 여자는 절반 이상이 ‘응답할 때까지 연락한다’ (66%)고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스마트폰이라는 요물이 있으니, 요즘은 방법도 정보도 너무 많아 문제다. 계속 연락이 안 되어 화를 내다가 어느덧 걱정 단계로 넘어간 남자 친구의 사진을 버젓이 다른 친구의 페이스북에서, 그것도 태그까지 걸려 올라온 걸 확인하는 건 누구에게나 불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욕망을 누르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만 둘러봐도 나와 연락이 안 되던 시간의 빈틈이 자꾸 맞춰지는 걸 어쩌란 말인가. 반대로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연인의 유일한 단점이 집요한 전화와 문자, 카톡 메시지 공격이라면? 별수 없다. 헤어지지 않으려면 상대가 정말로 사랑받고 있음을 충분히 느끼게 최대한 맞춰주는 수밖에.

주로 유아기에 나타나는 분리 불안 증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처방은 많이 안아주고 온몸과 마음을 다해 지속적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라는 거다. 그러면서 조금씩 떨어져 있는 연습을 반복하라는 것. 아무리 아날로그식 연애를 그리워해 봤자 어차피 대세는 막을 수 없을 테고, 차라리 재깍재깍 전화 받고 못 받으면 바로 손 내미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괜히 카톡 옆의 숫자 1을 남기느라 미리 보기로 메시지만 힐끔 확인하면서 머리 굴리는 대신 말이다.

EDITOR : 박소영
PHOTO : Dollar Photo Club

발행 : 2014년 34호

연락할 수단이 점점 많아지면서 아주 잠깐의 공백에도 안절부절못하는 ‘스마트’ 세상의 연인들. 그런다고 연애에 도움이 안 됨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자꾸 ‘미저리’처럼 행동할까.

Credit Info

2014년 07월 02호

2014년 07월 02호(총권 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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