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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 뭔가요?

Summer Closet Dilemma

On July 02, 2014

유행을 따르는 게 그 어느 때보다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여름이 빨리 찾아왔고, 게릴라성 호우도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입을까?’ 라는 근본적인 고민에 도달했을 때,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 <그라치아> 편집부엔 리넨셔츠 열풍이 불었다.

  • 아티스트 류은영_가방의 숄더 스트랩을 스카프로 대치한 그녀의 센스!

유행이 뭔가요?
유행을 전달하는 게 업이지만 요즘 같을 땐 에디터 역시 유행이라는 말이 허무 개그처럼 다가온다. 30℃를 웃도는 푹푹 찌는 여름에 런웨이의 9등신 모델처럼 입으라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이것저것 걸치고 꾸미는 것도 힘들다. 아니 정확히는 귀찮다.
때문에 올라가는 불쾌지수와 반비례로 스타일 지수는 떨어진다. 그나마 옷 입기에 어떤 제약(플립플롭을 신고도 출근할 수 있다)이 없는 잡지사 에디터인 게 다행이라면 다행. 하지만 옷차림의 자유가 요원한 워킹 우먼에게 이 계절은 괴로울 ‘苦’를 이마에 아로새기는 시기다. 내 주변의 옷 좀 입는다는 여자들은 어떨까?

그들은 하나같이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챙긴다. 과하게 꾸미지 않으면서 스타일도 구기지 않는 것. 그래서 지난 한 주간 만난 주변인으로부터 배운 여름 옷 입기의 지혜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들은 모두 거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하며 멋을 내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여러 가지를 레이어링하기보다 확실한 한 가지를 선택했고, 선택의 이유 또한 분명했다. 물론 그들의 노하우라는 게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정리해 보니 딜레마에 빠진 옷장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치는 듯하다.

  • 에디터 사공효은_저 재킷이 없다고 상상해 보라. 에디터 명함을 감추고 싶게 초라해진다
  • 모델 지현정_옥스퍼드 셔츠와 미니스커트의 조화. 실버 주얼리 스타일링도 눈여겨볼 것.

딱 이것!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라치아> 편집부, 그중에서도 옹기종기 모여 있는 패션팀을 보자. 요즘 <그라치아> 패션팀은 ‘리넨으로 대동단결!’이다. 지금 나는 리넨 소재 티셔츠를 입었고, 어제 옆자리 후배는 줄무늬 리넨 재킷(남성용의 오버사이즈!)으로 추리닝 패션(스포츠 시크라고 우겼지만)을 근사하게 업그레이드했다. 리넨의 까슬까슬한 감촉이 눅눅한 여름철에 잘 맞고, 소재와 어울리는 넉넉한 실루엣(리넨 쫄티, 리넨 스키니 진이란 말을 들어봤는가!)이 여름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된 몸을 잘 포장해 준다.
소재 특유의 구김은 또 어떤가.

나는 비록 대도시에 살고 있지만 마음만은 생트로페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평소 캐주얼한 옷차림을 즐기지만 조금 갖춰 입어야 하는 날엔 와이드 리넨 팬츠를 입는다는, 호야앤모어 디자이너 최보원도 리넨 예찬론자. “보기에도 시원하지만 입는 사람 역시 시원하다”가 그녀의 평이다. 장마철에는 옥스퍼드 셔츠도 유용하다. 소낙비가 내리던 날, 믹샵 오픈 파티에서 만난 모델 지현정은 오버사이즈 옥스퍼드 셔츠를 입고 있었다. 상의를 넉넉하게 입었으니 하의는 타이트하게 달라붙는 미니스커트였다. 소매를 돌돌 말아 올리고 움직일 때 클리비지가 살짝 보일 정도로 단추를 푼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요즘 같은 날씨엔 옥스퍼드 셔츠가 좋아요. 낮엔 대부분 에어컨 바람 아래에 있으니 덥지 않죠.” 옥스퍼드의 빳빳함 대신 나긋함을 원한다면 리넨이나 실크로 소재만 바꿔도 된다. 특히 실크는 소재 자체가 차가워 땀으로 샤워하는 30℃ 이상의 고온이 아닌 날에는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 날은 덥지만 에어컨의 칼바람이 반갑지 않은 날엔 재킷의 힘을 빌려보는 것도 괜찮다.

  • 비욘드더드레스 이영아_아일릿 재킷은 더워보이지 않으면서 갖춰입은 느낌을 준다.

연예인들의 특급 웨딩 드레스를 공수해 온 비욘드더드레스 이영아 대표는 얇은 저지 티셔츠에 아일릿 재킷으로 멋을 냈다. 그녀와 만난 날 외부 온도가 정확히 31℃를 찍고 있었지만 아일릿 재킷이 거북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칼바람이 부는 카페에선 더더욱 유용하다. 원피스, 정확히 데이 드레스도 여름과 잘 어울린다. 오피스에선 휴양지에서나 입을 법한 끈 달린 드레스 말고 약간의 테일러링이 더해진(슬리브리스 혹은 반팔, 아니면 시스루 소재의 긴팔) 드레스가 적합하다.

최근 쇼트커트로 변신한 배우 이영진은 “옷장 앞에서 고민될 때, 데이 드레스를 집어 든다”고 말했다. 잘 고른 데이 드레스 한 벌이면 액세서리도 구차해진다. 패션위크 기간에 찍힌 패피들의 사진을 보면 자연스럽기보단 악착같이 꾸민 느낌인데, 실제 필드에서 일하는 패피들의 복장은 대부분 단조롭다. 티셔츠에 청바지, 티셔츠에 팬츠, 티셔츠에 스커트 등 티셔츠 없이 못 사는 사람들처럼 티셔츠를 애용한다.

  • 더러브컴즈 이지혜_실버 주얼리, 그중에서도 터키석이 더해진 에스닉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의 한 끗은 옷이 아닌 액세서리일 때가 많다. 짙은 회색 티셔츠에 톤 다운된 데님 팬츠를 입은 스타일리스트 김윤미는 실버 액세서리 마니아다. 시계에 맞춰 액세서리를 더하는데, 여름엔 메탈 시계에 실버 주얼리를 여러 개 하는 것이 그녀의 방법.
편집 매장 더러브컴즈의 대표 이지혜도 생얼로 출근할지언정 실버 주얼리는 잊지 않는다.

“여러 개의 실버 주얼리를 레이어링하면 민낯도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라는 게 그녀의 주장. 또 다른 액세서리로는 가방을 꼽을 수 있다. 잇 백의 시대는 갔지만, 잘 고른 가방 하나의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에르메스 파티에서 만난 아티스트 류은영은 가방의 숄더 스트랩을 없애고 화려한 프린트의 스카프를 엮는 센스를 발휘했다.

구찌 홍보 담당 김소영 역시 진한 블루 에나멜 백을 포인트 아이템으로 활용했다. 컬러를 더하니 옷차림이 한결 화사해 보였다.
선거와 맞물려 짧은 휴가를 보낸 에디터는 대대적인 옷장 정리에 들어갔다. 가장 자주 여는 장에 거의 매일 입는 화이트 티셔츠와 몇 장의 셔츠, 그리고 팬츠와 길이가 다른 데이 드레스를 걸었다. 수북이 쌓여 있는 액세서리 상자도 지금 필요한 것들로만 추렸다. 이렇게 정리해 놓으니 옷장 앞에서 서성이는 시간도, 입을 게 없다는 푸념도 함께 정리되었다.

  • 호야앤모어 최보원_티셔츠와 리넨 팬츠 스타일링. 가죽 뱅글은 심플한 멋을 내기에 좋다.

EDITOR : 조세경

발행 : 2014년 33호

유행을 따르는 게 그 어느 때보다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여름이 빨리 찾아왔고, 게릴라성 호우도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입을까?’ 라는 근본적인 고민에 도달했을 때,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Credit Info

2014년 07월 01호

2014년 07월 01호(총권 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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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