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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몰랐던 그 이유와 해답이 여기 있다.

왜 우리는 (결혼도 안 했고 애도 없는데) 가난할까?

On June 24, 2014

이번 달에도 '월급이 통장을 스쳐지나간' 가난한 싱글 여성을 위한 해답이 여기 있다.

가정경제살림센터 대표. 저서로 『가난한 싱글을 위한 나라는 없다』(토네이도), 『심리계좌 : 돈에 관한 다섯 가지 착각』(살림) 등이 있다. _WORDS 이지영

참 이상한 일이다. 이번 달 말에도 월급이 통장을 ‘스쳐갔다’. 출근할 때마다 입을 옷이 없어 고민이고, 명품 백을 사 모으는 것도 아닌데 계속 돈에 쪼들린다. ‘통장에 월급이 묻었을 때는 카드로 지우면 깨끗하게 사라집니다’라는 세간의 우스갯소리에도 마음껏 웃지 못하는 사람. 바로 나와 당신의 이야기다.

바야흐로 신빈곤의 시대여서, 세상이 온통 ‘푸어 천국’이다. 워킹 푸어, 웨딩 푸어, 하우스 푸어, 베이비 푸어, 에듀 푸어, 실버 푸어 등 발에 차이는 단어마다 ‘푸어’를 갖다 붙이기만 해도 성립될 정도니까. 작년 가을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걸 보면 10명 중 7명이 자신이 가난하다고 답했다. 실제 한국의 ‘워킹 푸어’ 비율은 25.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아무리 근면 성실하게 일해 봤자 가난을 면치 못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것이다. ‘가계 부채 1천조원 시대, 국민 일인당 평균 부채 2천만원’이라는 슬로건이 괜히 나온 엄살이 아니라니까. 세상이 이렇다 보니 제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되는 싱글이라 해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결혼 때문에 목돈을 날린 것도 아니고 애도 없고 집도 없지만, 월세에 관리비에 보험료 내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휜다. 연봉은 도통 오를 생각이 없고, 마이너스 통장만이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 하지만 인정할 건 하자. 당신이 돈 관리하는 데 게으르고 무능한 것도 사실 아닌가.

가정경제살림센터 이지영 대표는 학생부터 노인, 고위 공직자에서 기초 생활 수급자까지 거의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돈 관리 강의를 해왔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상대가 누구였는지 아는가? 바로 당신과 같은 싱글 여성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며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이나 최저 임금만 겨우 받는 사람이나 돈 관리에 무지하긴 매한가지였다. 급기야 이지영 대표는 딱한 마음에 『가난한 싱글을 위한 나라는 없다』란 책까지 냈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들어 ‘중산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은’ 과장님과 부장님을 한 번 바라보라고 말한다. “과연 그분들이 안정되고 풍요롭게 생활하고 있을까요? 당신보다 연봉이 두세 배가 많으니까? 단언컨대 이분들 수중에는 돈이 없어요. 당장 마이너스 통장 없으면 생계가 어려운 분도 많을걸요?”

진부한 잔소리라며 접어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신이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확인하는 게 두려워 간신히 카드 대금 총액만 보고 넘어간다면, 돈 관리는 적어도 연봉 1억원이 넘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카드는 긁어대도 적금은 무조건 많이 붓고 있다면 반드시 다음 페이지로 넘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싱글 푸어’ 신세를 면치 못할 테니까.


혹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나?
다음 문항 중 3개 이상 해당되면 당신은 ‘싱글 푸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1. 보험은 몇 개 들어뒀어요. 친구가 들어달라고 해서. 약관요? 잘 몰라요.
보험료라는 게 어차피 한 달에 10만원 내외인데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느냐고요? 자, 보세요. 매달 15만원씩 30년 만기 종신 보험에 가입한다고 쳐요. 원금만 5400만원에 30년간 이자까지 합하면 1억원에 육박해요. 당신은 무려 1억원짜리 소비에 사인한 셈이라고요. 아무리 보험 약관 읽기가 귀찮고 어려워도 자신에게 맞는 상품인지 정도는 살펴봐야죠. 싱글일 때 아무 생각 없이 보험에 가입했다가 결국 해지하고 다시 들면서 손해 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설령 연금에 가입한다 해도 10만원 이상은 절대 들지 마세요. 그러면 복리 효과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이것 보세요. 복리 효과는 금리가 높을 때, 적어도 20년 이상 유지했을 때, 그리고 많은 금액을 저축했을 때 누릴 수 있는 거예요. 아시다시피 지금은 저금리 시대잖아요. 그리고 20년 동안 묶어둘 돈이 어디 있어요? 당장 다음 달에 있을 엄마 환갑잔치 때문에 쩔쩔매고 있으면서.

2. 혼자 사는데 신상 명품 백은 들어줘야죠.
다 좋아요. 다 좋은데 그거 혹시 빚져서 산 거 아닌가요? 우리는 신용카드와 할부 제도 때문에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도 뭔가를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욕망만 좇다 보면 어느 덧 당신은 이자 갚는 노예가 되어 있을 거예요.
이런 대전제를 세워보는 건 어떨까요? 욕망을 채울 때는 반드시 남의 돈이 아닌 내 돈으로 한다!

3. 영영 혼자 살 수도 있으니 노후 연금을 빵빵하게 들었죠.
만약 폐지 줍는 노인이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금융사가 조장한 공포 마케팅이에요. 하루라도 젊을 때 가입해야 복리 효과를 더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하기도 했겠죠. 하지만 우리나라 연금 유지율이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세요? 10명 중 8명이 중간에 연금을 깬다는 뜻이에요. 부모님이 쓰러지거나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당장 목돈이 필요한데, 40년 뒤의 미래를 걱정하며 연금을 유지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특히 결혼할 생각이 있는 싱글이라면 10년 이상 되는 장기 저축은 들지 마세요. 손해 보고 깰 가능성이 거의 100%예요.



4. 여름휴가와 연말, 지친 나를 위한 선물로 해외여행을 꼭 가요.
그래요. 이해해요. 당신은 우아한 싱글이니까요. 게다가 눈만 뜨면 여기저기서 ‘즐기라’고 유혹하는 세상이니,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당연하죠. 더구나 애나 남편처럼 책임질 가족이 없으니 이 정도는 쓰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 수많은 지출이 진짜 나를 위해서였을까요? 정작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게 아니었을까요? 지갑을 열기 전에 남들에게 멋있게 보이려고 쓰는 돈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 보세요. ‘나를 위한 소비’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고민해 보자고요.

5. 가계부 따위는 주부들이나 쓰면 되죠. 귀찮기도 하고, 살림 규모가 작기도 하고. 일단 카드 값이나 갚고 나서 시작할게요.
돈 관리를 하라고 하면 꼭 싱글들은 이렇게 뒷걸음질 쳐요. 돈 관리는 별게 아니에요. 버는 돈을 가장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의사 결정 능력을 기르자는 거죠. 이 능력이 있어야 돈을 쓸 때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적게 벌어 적게 써도 행복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능력이 거저 얻어지겠어요? 무슨 초능력도 아니고. 그래서 가계부를 쓰라는 거예요. 머릿속에 다 있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가계부 쓰기를 미룬다면 당신은 평생 쪼들리며 살 거예요.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싱글용 엑셀 가계부를 하나 알려드릴게요.
네이버카페 ‘심리계좌로 돈 걱정 탈출’(cafe.naver.com/mentalaccount)에서 다운받을 수 있어요.


6. 펀드나 주식 등 이율이 높은 금융 상품에 집중했죠. 미래를 위한 자산 투자는 싱글의 필수 항목이니까!
투자 전문가들은 그렇게 부추기죠. 100에서 자기 나이를 뺀 숫자를 투자 비율로 보라는 것인데, 서른 살이라면 자산의 70%를 투자하라는 식이에요. 웃기지 말라고 해요. 이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숫자예요. 투자는 손실을 각오하고 예금이나 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행위예요. 하지만 싱글에게는 ‘결혼’이라는 중대한 소비 이벤트가 남아 있기에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일에 자산을 배분하는 건 매우 위험해요. 투자는 결혼 자금을 마련한 뒤에나 하세요. 그러니까 결국 투자는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뜻이죠.

7.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적금부터 많이 들어놨어요.
저축을 한다는 사실 자체에 도취된 사람들이 꼭 있어요. 월급을 받으면 일단 저축부터 ‘지르고’, 만기일에 목돈을 타는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해하죠. 그러나 이런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 예상치 못하게 자꾸 돈 쓸 일이 생기기 때문이죠. 혹시 툭하면 적금을 깨고 있지는 않나요? 만기일까지 도달해 본 적이 몇 번이나 되세요? 적금 통장보다 당신에게 중요한 건 바로 비상금 통장이에요. 설마 마이너스 통장을 비상금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건 빚이지 비상금이 아니에요.

싱글이라면 무조건 최소 500만원에서 1천만원 정도의 비상금 통장을 확보하세요. 비상금이 있으면 일단 심적으로 안정돼요. 급할 때 남에게 아쉬운 소리할 필요 없고, 은행에 비싼 이자 갖다 바칠 일도 없어요. 이런 면에서 보면 세상의 그 어떤 금융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게 비상금 통장이라니까요.

8. 부모님, 조카에게 안기는 선물은 세게. 혼자니까 ‘사람 노릇’ 좀 해도 부담 없잖아요.
지출 내역을 따져보니 의외로 나를 위해 쓴 돈이 별로 없다고요? 그렇다고 당신이 알뜰하단 착각은 하지 마세요. 아마 ‘사람 노릇’을 위한 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테니까요. 특히 돈 잘 버는 싱글일수록 더 그렇죠. 어린이날 조카에게 정작 부모도 못 사주는 고가의 장난감을 팍팍 사다 안기고, 나이와 직함이 있다 보니 후배들에게 밥에 커피까지 사다 바치는 일도 잦을 테죠.

또 이젠 부모님도 은근히 기대를 하세요. 그러니 어버이날이네 생신이네 하는 날마다 봉투를 안겨드리지 않을 수가 없죠. 물론 사람 노릇하는 것도 인생에서 중요하고 값진 일이긴 해요. 그러나 끝도 없는 게 바로 이 일이기도 하죠. 사정이 생겨서 선물이나 봉투를 생략하게 되면 사람 변했다는 소리나 듣기 십상이에요.
그러니 수입에서 얼마 정도를 사람 노릇에 쓸 것인지 미리 정해 놓는 게 필요해요. 그 한도 내에서 지출하면 ‘싱글의 허세’로 발생하는 무계획적인 소비를 막을 수 있어요.

9. 미래를 위해 부업으로 재테크를 좀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뒤처질 것 같아서요.
네? 부업이라고요? 그게 시중에 나온 베스트셀러 몇 권 읽어서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집어치우세요. 전업으로 뛰어들어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이게 공부해서 될 일이면 경제 전공 교수들은 다 지금 돈더미에 올라앉았게요? 분명한 건 재테크한다고 한눈팔다 직장 상사의 레이더에 걸려 밉보이기만 할 거라는 사실이에요. 상사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노는 것 같죠? 그래도 근무 시간에 딴짓하는 직원은 귀신같이 알아봐요. 젊을 때 모험해 보겠답시고 책 몇 권 읽고 재테크에 덤볐다가는 돈도 잃고 신망도 잃어요. 그냥 수중에 있는 돈이나 잘 지키세요.

형제자매가 있다면 그들과 함께 부모님을 위한 가족 저축을 당장 시작하세요. 부모님의 노후 봉양은 피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하루라도 일찍 준비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어요.



TIP 아무리 읽어봐도 어렵다고? 이도 저도 귀찮다면 이 두 가지만 기억하자.
월급의 실수령액부터 제대로 확인할 것
지금 머릿속으로 연봉을 떠올리고 있다면 관두세요.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세후 실수령액이 당신의 진짜 월급이에요. 이것저것 공제하고 나면 연봉의 85% 정도가 될 거예요. 자신이 매달 얼마를 버는지도 모른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게 당연해요. 연봉을 정확히 12로 나눈 금액을 매달 받는 사람이라면 기억하기가 수월하겠죠. 하지만 매달 받는 금액이 불규칙한 경우, 아예 소득 파악을 포기해 버리는 사람도 많아요. 월급은 기본급 이 외에도 다양한 명목이 있어요. 명절 때 받는 상여금, 연말연시에 받는 인센티브, 휴가 때 받는 휴가비 등. 퇴직금을 1년에 한 번 받기도 하고, 소득 공제, 연·월차 수당, 복리 후생 포인트도 있죠. 교통비, 점심 식대, 통신비를 지원해 주는 회사라면 이것도 당연히 소득에 포함시켜야 해요. 급여 소득자라면 연봉이 아닌 통장에 실제로 찍히는 금액, 그리고 보너스 달이 아닌 일반적인 달의 월급을 자신의 기본 소득으로 생각하세요. 그래야 ‘열심히 일했는데 남는 돈이 없다’라는 허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죠. 소비에도 좀 더 신중해지고요.

통장은 ‘쓸 돈’과 ‘모을 돈’, 딱 두 개로 끝내자
흔히들 내 집 마련, 노후 자금, 창업 자금, 자녀 교육 자금, 결혼 자금, 의료비 같은 것들을 인생 필수 자금이라 정하고 재무 목표를 세우죠. 이걸 달성하기 위해 알뜰살뜰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지만, 이제부턴 그런 것 따위 깨끗이 지우세요. 앞에 언급한 인생 필수 자금은 평생 뼈 빠지게 일해도 마련 못해요. 얼핏 계산해 봐도 10억원이 넘잖아요. 허황된 재무 목표를 세운 뒤 지레 허탈해하지 말고, 저축은 ‘쓸 돈’과 ‘모을 돈’ 딱 두 가지만 하세요. 쓸 돈은 돈이 필요할 때 꺼내 쓸 비상금을 뜻해요. 일단 빚이 있거나 수입이 적더라도 무조건 소득의 10%는 6개월 단위의 적금으로 묶어두세요. 비상금을 항시 옆에 끼고 살라는 거예요. 남은 돈으로는 무조건 빚부터 갚고, 거기서 또 남은 돈으로는 1천만원(월급이 150만원 미만이면 500만원) 통장 만들기를 목표로 삼으세요. 이 저축 또한 쓸 돈이니까 필요할 때 꺼내 쓰고 채워 넣는 것을 반복하면 돼요. 1천만원 목표를 달성했다면 이제 당신에게 ‘모을 돈’을 저축할 자격이 생긴 거예요. 싱글에게 모을 돈이란 결혼 자금 또는 독립 자금이에요. 비상금과는 별도죠. 싱글에게 이 이상의 재무 목표나 통장은 필요하지 않아요.

EDITOR : 김현민
PHOTO : Getty Images, Dollar Photo Club, Fendi

발행 : 2014년 32호

이번 달에도 '월급이 통장을 스쳐지나간' 가난한 싱글 여성을 위한 해답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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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02호

2014년 06월 02호(총권 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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